Switch Mode

EP.7

        

        【그린 바실리스크 LV1】

        HP:50/50

        MP:20/20

         

        【칭호】

        「거미에게 사랑받는 자」

        거미목에 속한 동물에게 선공 당하지 않습니다.

        곤충을 상대할시, 근력과 속도에 보정을 받습니다.

         

        효과는 꽤 괜찮았다.

         

        거미에게 선공을 당하지 않는다는 건 잘 써먹을 수 있을 거 같다.

         

        이번처럼 다른 거미와 협공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거기에 곤충을 상대할 시 추가적인 보정을 준다는 것.

         

        이것도 대단히 좋아 보였다.

         

        정확히 어느 정도 효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은 곤충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도마뱀의 주 먹이도 곤충류였고.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효과였다.

         

        있어서 나쁠 거 없는 칭호였다.

         

        …그래서 이걸 왜 나한테 준 건데.

         

        나는 이미 멀리 떨어진 아카시아를 한 번 바라봤다.

         

        마음이 심란했다.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게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이상하네.

         

        그 기분을 꾹 참고 하늘을 바라봤다.

         

        날이 점차 밝아지고 있었다.

         

        개미들과 정신없이 싸우기도 했고 진화를 하느라 시간을 쓴 탓이었다.

         

        나는 잠시 동안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세상이 붉게 물드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전에 태양이 가려졌다.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불만을 표했다.

         

        “게게겍!”

         

        누군지 모르겠지만, 당장 비키쇼.

         

        【오비랍토르 LV10】

         

        “그르륵?”

         

        오비랍토르와 눈이 마주쳤다.

         

        생긴 것도 닭 비슷하게 생겼던데, 하는 짓도 닭이라는 건가.

         

        이런 이른 새벽부터 깨어있다니.

         

        나와 눈을 마주친 오비랍토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녀석의 움직임에 조금 쫄았지만, 나는 곧 내가 예전의 하찮은 도마뱀이 아니라는 걸 상기했다.

         

        나는 그린 바실리스크다.

         

        게코 도마뱀 같은 나약한 파충류가 아니란 소리다.

         

        두 다리를 이용해 일어났다.

         

        팔을 크게 벌리고 몸을 부풀렸다.

         

        녀석도 쉽게 덤비진 못할 거다.

         

        “그륵!”

         

        그래.

         

        우리 서로 갈 길 가자고.

         

        원래 포식자는 서로 싸우지 않는 법이었다.

         

        이긴다 하더라도 상처를 입으면 생존에 치명적이었으니까.

         

        “그르륵!”

         

        오비랍토르는 부리 같이 생긴 주둥이를 딱딱거렸다.

         

        잠깐만.

         

        저 눈빛은 아무리 봐도 날 먹이로 보는 눈빛인데.

         

        내가 날 너무 과대평가한 걸까. 녀석은 내 덩치가 조금 커진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날 향해 달려왔다.

         

        도마뱀 민망하게 왜 이래.

         

        이럴 거면 처음부터 그러지.

         

        ‘질주!’

         

        몸이 가벼워짐과 동시에 녀석의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투다다다닷!

         

        …잠깐만, 이렇게 빨라도 되는 거야?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네 발로 뛰는 것도 아니고 두 발로 뛰고 있었다.

         

        팔을 마구 휘적이며 달리니,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가 나왔다.

         

        괜히 이 도마뱀이 물 위를 걷는 게 아니었구나.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속도로 마구 도망쳤다.

         

        주체할 수 없다는 건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다.

         

        방향을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속도였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았다. 녀석을 따돌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게게겍!”

         

       

        *

         

       

        오비랍토르는 날 쫓아올 수 없었다.

         

        금방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내가 속도를 늦추고 겍겍거렸다.

         

        놈은 눈이 돌아간 채로 침을 질질 흘리면서 어떻게든 쫓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

         

        예수님 도마뱀이라고 불리는 바실리스크 아니던가.

         

        놈은 내가 유유히 물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보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내가 방향 전환만 잘 되었어도 아침밥으로 오비랍토르 고기를 먹는 건데, 참 아쉬웠다.

         

        “겍겍!”

         

        나는 내가 있는 곳을 살펴봤다.

         

        규모가 큰 늪지대였다.

         

        바실리스크는 물 위를 달리는 도마뱀이다.

         

        물 위에서 달리면 평지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지내는 게 생존하는 데 유리할 거다.

         

        …절대 물고기나 새우 같은 걸 잡아먹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나는 늪지대를 한 번 둘러봤다.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기에 적당한 풀잎에 몸을 숨기면서.

         

        주변을 날아다니는 커다란 잠자리들과 그리고 그 잠자리를 잡아먹기 위해 뛰어다니는 작은 공룡이 보였다.

         

        나는 빠르게 녀석들을 스캔했다.

         

        잠자리는 주식으로 삼을 수 있을 녀석이었고 미크랍토르라는 날개 달린 작은 공룡은 이 도마뱀의 몸으로도 좋은 승부를 낼 수 있을 거 같아 보였다.

         

        녀석이 혼자서 다닌다면 말이다.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있으니, 함부로 덤볐다간 도마뱀 꼬치구이가 되고 말 거다.

         

        그런데 저 녀석들이 끝인 걸까?

         

        이 정도면 조금만 더 성장하면 내가 이 늪지대를 먹을 수도….

         

        첨벙!

         

        푸드득!

         

        거대한 파충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미크랍토르 무리가 혼비백산하며 달아났다.

       

       악어의 커다란 아가리에 한 녀석의 날개가 들어갔다.

         

        우드득.

         

        꽈득!

         

        악어는 놈의 날개를 물자마자 데스롤을 시전했다.

         

        【피라냐카이만 LV7】

         

        __________________________

        【피라냐카이만】

         

        몸길이는 최대 3m까지 자라며 수컷의 경우 몸무게가 최대 75kg 나갑니다.

       이름처럼 피라냐를 주 먹이로 삼고 재규어와 적대 관계에 있습니다.

       물 속에서 먹잇감을 기습하는 걸 선호하는 영리한 사냥꾼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녀석은 흙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사냥감을 물웅덩이에 끌고 들어갔다.

         

        왜 이리 악취가 나나 했더니, 썩은 사체와 놈의 분뇨가 섞여 그랬던 거구나.

         

        저곳엔 시선도 두지 말아야겠다. 물도 더럽고 내가 먹을 것도 없어 보였다.

         

        저 괴물을 상대로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나는 호다닥 도망간 후 작은 물웅덩이가 모여 있는 곳을 살펴봤다.

         

        상대적으로 작아 물도 깨끗했고 날 잡아먹을 포식자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자연스레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아, 은신처로 쓰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조심스럽게 웅덩이로 기어갔다.

         

        안락한 장소였다.

         

        주변에 먹이가 없다는 게 흠이지만, 그 말은 포식자도 없다는 뜻이었다.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기엔 최고의 장소였다.

         

        “게겍.”

         

        물에 발을 담갔다.

         

        굉장히 편안했다.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물침대가 이런 기분일까.

         

        울컥.

         

        쓰읍.

         

        또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진화를 한 이후부터 그랬다.

         

        뜨거운 기운이 배 안에 있다는 게 느껴졌다.

         

        거미가 준 음식에 독이라도 들었던 걸까.

         

        나는 혀를 내밀어 물을 마셨다.

         

        개나 고양이처럼 혀로 핥아먹는 건 감질났다. 주둥이를 웅덩이에 들이박고 벌컥벌컥 마셔댔다.

         

        물을 삼키면 삼킬수록 갈증이 심해졌다.

         

        진화한 직후, 처음 먹이를 먹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물을 뱃속에 계속해서 집어넣으니, 갈증이 어느 정도 줄어 들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배를 두드렸다.

         

        휴식도 취했고 먹이도 많이 먹었고 갈증까지 해소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긴 꼬리가 자연스레 흔들렸다.

         

        “겍겍.”

         

        이곳에 온 이후, 이렇게 편하게 휴식해 본 적이 있던가.

         

        치이익.

         

        얼마나 편하면 몸에서 수증기가 다 나냐.

         

        …수증기가 왜 나는 건데.

         

        나는 잽싸게 물웅덩이에 몸을 빠트렸다.

         

        배 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이 계속해서 강해졌다.

         

        [영험한 기운이 몸에 감돕니다.]

         

        이 메시지.

         

        진화 하기 전에도 봤던 메시지였다.

         

        [중하급 내단의 기운이 몸에 깃듭니다.]

         

        잠깐만.

         

        중하급 내단?

         

        그거 거미가 가지고 있던 거잖아.

         

        나는 그제야 내가 죽기 직전에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거미가 내게 내단을 먹인 거였다.

         

        멀쩡히 살아 있는 걸 보면 그걸 준다고 해서 죽는 건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내단이라면 귀한 물건이었을 텐데.

         

        괜스레 미안해진다.

         

        거미야. 네가 S급 금발 미녀로 진화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게.

         

        [하급 내단의 기운이 몸에 감돕니다.]

         

        하급 내단?

         

        이건 또 뭐야.

         

        가만, 그러고 보니 내가 깨어난 이후에 거미가 자꾸 내게 뭘 건넸었지.

         

        쓴맛이 나는 게 몇 개 있었는데, 혹시 그게 내단이었던 걸까.

         

        계속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던 것도 거미가 내게 내단을 먹인 탓이고?

         

        아니, 거미야.

         

        고맙긴 한데.

         

        그거 내가 먹어도 되는 거 맞아?

         

        이러다가 몸이 터지는 거 아냐?

         

        [영험한 기운이 당신의 몸을 가득 채웁니다.]

         

        하얀 빛무리가 보였다. 누군가 자연에서 하얀색을 뽑아내 몸으로 밀어 넣는다면 이런 풍경일까. 정신이 아득해지는 하얀 빛이 내 몸으로 들어왔다.

         

        [영험한 기운이 당신의 성장을 촉진시킵니다!]

         

        뜨거운 기운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내가 사람이었다면, 배꼽이라 불릴 위치 조금 아래였다.

         

        즉 단전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 기운들은 서서히 뭉치기 시작했다.

         

        띠링.

         

        [「질주 LV7」이 「물갈퀴 걸음 LV1」에 반응합니다.]

         

        그와 동시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꼬리 자르기 LV9」가 「물갈퀴 걸음 LV1」과 반응합니다!]

         

        치이익.

         

        내가 몸을 담구고 있던 웅덩이의 표면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벽 타기 LV4」가 「물갈퀴 걸음 LV1」에 반응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 새로 얻은 스킬에 반응했다.

         

        대충 예상은 간다. 물갈퀴 걸음이라는 스킬에 보정을 주는 거겠지.

         

        대충 3레벨쯤 추가로 주려나.

         

        [「물갈퀴 걸음 LV1」이 「큰 물갈퀴 걸음 LV1」으로 진화합니다!]

         

        그래.

         

        기대도 안 했어.

         

        네가 그러면 그렇지 뭐.

         

        큰 물갈퀴 걸음? 발이라도 커지는 거야? 너무 무성의하잖아.

         

        그럴 거면 다시 가져가!

         

        상태창이 내게 보낸 메시지가 별안간 흐려졌다.

         

        [「물갈퀴 걸음 LV1」이 ■□■■□□으로 ■■합□■!]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냥 농담 한 번 해본 거예요. 다시 돌려주세요.

         

        아니, 줬다 뺏는 건 아니잖아.

         

        [「%! 자■□ LV1」이 「물갈퀴 걸음 LV1」에 반응합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내 스킬창에 없던 스킬이었다.

         

        아니, 무어라 읽을 수도 없는 스킬이었다. 마치 오류가 난 것처럼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물갈퀴 걸음 LV1」이 한계를 뛰어 넘었습니다.]

         

        한계를 뛰어 넘었다고?

         

        [「물갈퀴 걸음 LV1」이 「소룡등천보」로 진화합니다!]

         

        무언가 달랐다.

         

        이름이 심상치 않았고 뒤에 레벨도 붙어 있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킨 채, 스킬 설명을 읽었다.

         

        「소룡등천보」

       작은 용의 걸음과 같은 보법입니다. 하늘을 날 듯이 벽을 탈 수 있고 물 위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속도에 보정을 받으며 다른 무공을 깨우치기 쉬워집니다.

         

        게겍거리는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

         

        보법이요?

         

        그리고 다른 무공도 있다고요?

         

        도마뱀으로 전생한 지 하루.

         

        장르를 착각하고 말았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