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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후우….”

         

         

       감시자의 암시에 다시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으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아가르타.

         

       사냥꾼도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았다가는 그대로 암시에 침식당해 어떻게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사냥꾼에게 정신줄을 놓는다, 라는 가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말이었다.

         

         

       외신을 향한 분노.

         

       그리고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강한 의지.

         

         

       이 두 가지가 합쳐져, 눈앞에 외신이 있는 이 순간 아드레날린이 자동으로 사냥꾼의 몸 전체에 돌았으니까.

         

         

       사냥꾼은 곧 자신의 머리에 무언가 걸려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돌처럼 뻣뻣해진 자신의 팔을 억지로 움직여 머리 위로 올렸다.

         

         

       투둑.

         

       손목 만을 움직여서 손날로 그것을 끊어냈고, 사냥꾼도 정신이 확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힘이 풀리는 감각에 잠시 휘청거린 사냥꾼이었지만, 기어코 버텨내며 전방을 주시했다.

         

         

       “흐으.”

         

         

       가쁜 호흡을 내쉬며 외신을 보자, 무언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기분 탓인가?’

         

         

       계속 확인하던 사냥꾼은 결국 기분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몸 이곳저곳에 기괴하게 많은 눈 중 하나가 감겨 있었다.

         

         

       ‘…저 눈 하나하나가 누군가를 보고 있다는 뜻인가.’

         

         

       사냥꾼은 곧 감시자의 권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감시자에게 노출된 자는 저 수많은 눈에 의해서 계속 감시당한다는 암시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것이리라.

         

       실제로 아마 감시할 수도 있을 것이고.

         

         

       여러 복합적인 요소로 외신에 대한 내성이 강한 사냥꾼이 아니라면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아가르타는 이미 바닥과 하나가 된 듯 이마를 박고 있었다.

         

         

       그녀가 몰래 숨겨두었던 호신부도 감시자에게 들켜 해체 당해버린 지 오래였다.

         

       그 탓일까.

         

       아가르타의 귓가로 점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청각이 칼날이 되어 노이즈가 목소리처럼 들려오려고 하던 그 순간.

         

         

       “정신 차려라, 수다쟁이!”

         

         

       사냥꾼이 흡사 축구선수에 빙의해 왼 다리로 몸을 지탱했고, 남은 오른발로 아가르타의 엉덩이를 강타했다.

         

       쾅!

         

         

       “꺄아악!”

         

         

       아래에서부터 마치 전기 충격이라도 당한 듯 강렬한 통증이 올라와 비명이 되어 아가르타의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너무 강하게 걷어찬 탓인가, 아가르타의 몸이 앞으로 조금 날아가서 아가르타는 자신도 모르고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 과정에서 아가르타의 손이 감시자의 암시가 전해지는 무언가를 끊어버렸다.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아가르타는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대, 대체.”

         

         

       상황을 확인하려고 아가르타가 다시 고개를 들려고 하자, 사낭꾼은 아가르타의 옷자락을 붙잡고 아래로 당겼다.

         

         

       “으게에엑.”

         

       “땅을 쳐다봐라. 저기 있는 눈을 보면 그대로 끝이라고 생각해.”

         

         

       정신력이란 체력처럼 소모되는 것이다.

         

       제 아무리 암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았다고 한들, 그것이 계속 반복되면 결국에는 정신력을 전부 소모해 흔히 말하는 정신붕괴를 일으키고, 종극에는 뇌가 삶을 포기해 죽어버리고 만다.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는 것으로 시선을 고정한 아가르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탄튼 씨는 제대로 간 게 맞을까요? 우리는 이제 어떻게….”

         

       “갑작스럽게 반응했다는 것은 정신병자 놈이 뭔가를 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건 높은 확률로 감시자의 심기를 건드는 물건일 거고.”

         

         

       사냥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저 뭣 같은 녀석을 두들겨 패줄 때가 됐다는 뜻이다.”

         

         

       망토와 모자로 가려진 붉은 눈빛이 스산하게 빛났다.

         

         

       아가르타가 사냥꾼의 말을 들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저거를, 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정신 나간 생각…!”

         

       “지금부터 시간을 끌겠다. 그 정신병자가 올 때까지.”

         

         

       아가르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사냥꾼은 서서히 움직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주변을 살폈다.

         

       제 아무리 사냥꾼이라 하더라도 무기 하나 없이 외신을 상대하라는 것은 독 없는 말벌이 사마귀와 싸우는 꼴일 테니까.

         

         

       두리번거리던 사냥꾼의 눈에 무언가가 하나 들어왔다.

         

         

       완전 박살이 나버린 감옥에서 무언가 무더기로 흘러나와 있었고, 그 중 무기가 대다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감시자가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빠르게 그 감옥으로 다가간 사냥꾼은 희열에 찬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군.”

         

         

       수많은 무기들이 흩어져 있는 저장고에서 사냥꾼은 자신의 애착 무기인 더블 배럴 샷건을 잡았다.

         

       사냥꾼이 지금까지 수많은 평외신들을 죽일 수 있게 해준 원동력.

         

       그리고 사냥꾼이 가장 자신 있는 전투 스타일에 걸맞은 무기.

         

         

       사냥꾼에게 늘 묻어있던 짜증이 드디어 가라앉고, 긍정적인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 감옥에 끌려오는 과정에서 최대한 들키지 않게 들고 온 탄알들을 손바닥에 올렸다.

         

       일반 탄환이라고 하기에는 마치 살점을 뭉쳐놓은 거 같은 그로테스크한 모양을 한 탄이었다.

         

         

       외신을 잡을 수 있는 필살 탄.

         

       특수한 재료가 들어가는 탓에 제작이 쉽지 않지만, 유효한 타격을 줄 수는 있었다.

         

       사냥꾼이 레버를 돌리자 총이 90도로 꺾이며 총열이 드러났고, 빠른 동작으로 약실 안에 탄환을 집어넣은 뒤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닫았다.

         

         

       확실히 잘 닫힌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총을 두 바퀴 돌려보고는 확실하게 장착이 된 것을 확인한 사냥꾼은 곧바로 감시자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사냥꾼의 손가락이 움직였고, 강렬한 총성과 함께 탄환이 감시자에게 쇄도했다.

         

         

         

       “””О҈̲͉̮͎̱̰̞̫̭͈̭̩͙̦̙̫̍̍̎́̃́̐̃̅й̵͙̞͕̠̖̭̫̭̫͉͈̤̥̏̓͒̈́̀̐̓̒͂̐̈͗̽ͅ,̷̖̤̩͙̩̜͇̟̙̱̬̙̬̮͕́̇̽̑̎̿̎̊̔̌̋͌͛ э̶̗̱̫͖͎͚͙͚͂͗̓͐̃̈́̃̈̏т̸͚͉̞̖͎̬͈̰̣͓̙̞̦͕̖̔͑͗̽̆͆̑͑̊̅̏̉̒̀͊̚ͅо̸̝̲̩͈͈̜̥͍̫̜̫̤̲͓̉̒̉̃͒̐͋̓̆͊͂̈́͆̚ б҉͔̞̪̖̜̝̮̳̩̬͚̀̉̆̏̇̓̈́̊̚о̵̩̟̪̫̗̖͇͚̤͙͆̅̐̂͗̈͊̀̇л̶̭̜̠͔͓̲͉̪͓̞̌̇̎͋̄̆͒̀̓̇̋̃̉̒͋ь̸͚̭̰͖̟̥̯̣̥̤̱̲̠̩́̀͒́́̾̆͂̍̊̅н̸͙͈̞͔͓̤͕̖̣̠͇͙̂͑͛̑̀̍͂̇̔̀̍ͅͅо̵̣̥͕̮̳͚̘͍̤̥͊͋̊̓̂̍̒͐̇̓̓ͅ”””

       

         

         

         

       알아듣기 힘든 기괴한 소리가 감옥 복도를 가득 메웠고, 감시자가 고통에 찬 듯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시자의 과한 반응과는 별개로 이 외신에 들어간 데미지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것을 사냥꾼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사냥꾼이 혀를 찼다.

         

         

       “역시 급이 높은 외신에겐 통하지 않는가.”

         

       “네?! 그럼 어떡해요!”

         

         

       아가르타가 발을 구르며 말했지만, 사냥꾼에게도 또렷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 스노우 캐슬에서 이 상황은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단계.

         

       그리고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보스는 통상적인 무력으로는 때려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만큼 눈앞에 있는 외신은 일반적인 잡외신들과는 다른 대외신급이라는 것을 사냥꾼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그 정신병자 놈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뿐인가.”

         

         

       사냥꾼은 덤덤하게 얘기했지만, 아가르타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뼈다귀를 주운 영향일까.

         

       갑자기 방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무너지려고 했다.

         

         

       “어어, 뭐야? 갑자기 왜 무너지려고 하는 거야?!”

         

       “괜찮아, 원래 그런 거니까. 어서 나가도록 해.”

         

         

       리더 소외신이 다급한 톤으로 말했지만, 무시하고 나가자니 이미 소외신들과 든 정이 있었기 때문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그러면 너희는? 너희는 어떻게 되는 건데!”

         

         

       나름 걱정돼서 힘껏 외친 말이었지만, 소외신들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까르르 웃을 뿐이었다.

         

       초조하게 그들을 보고 있으니, 소외신 하나가 너무 웃어서 흐르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으며 말했다.

         

         

       “설마 인간한테 걱정을 받게 될 줄이야, 우리 너무 나약해진 건가?”

         

       “어머니도 우릴 걱정해주지 않았는데.”

         

       “네가 우리 아버지 할래?”

         

       “농담은!”

         

         

       대체 저 어머니란 존재는 누구일까 궁금했지만, 이제는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칠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름 정색하며 말했지만, 그게 또 웃겼는지 소외신들은 까르르 웃어댈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을지 궁리했지만, 리더 소외신이 고개를 저으며 내 생각을 저지했다.

         

         

       “우린 사라지는 게 아니야. 단지 이 틈새에 표류할 뿐이지.”

         

       “대체 뭐가 다른….”

         

       “다르지. 언젠가 이 공간이 다시 살아나는 날이 온다면 우리도 다시 활동할 수 있는 거야.”

         

       “대체 그게 얼마나 걸릴 줄 알고!”

         

       “걱정하지 마, 인간.”

         

         

       리더 소외신은 양손으로 내 입을 막으며 말했다.

         

         

       “우리는 네 생각보다 훠얼씬 오래 사니까.”

         

         

       이 정도까지 말하는데 여기서 버티고 있다가 괜히 잔해물에 머리 박고 죽으면 이 소외신들에게도 민폐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앗! 막내가 아직 인간에게 붙어 있어!”

         

         

       소외신 중 한 마리가 내 어깨에 계속 붙어 있던 아이를 가리키며 외쳤다.

         

       그들이 모두 그 소외신을 잡고 떼어내려고 했지만, 소외신이 내 옷자락을 잡고는 버티는 것이 아닌가.

         

         

       몇 초 정도 당겨보고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인지, 소외신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아이는 너와 같이 가고 싶어하는 것 같네.”

         

       “보내줘! 우리에게 재미있는 일이 항상 1순위니까!”

         

         

       가볍게 정해버리는 사안에 내가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소외신들이 먼저 떠들기 시작했다.

         

         

       “상관없어! 우리랑 떨어진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

         

       “단지 이 방에서 나가면 혼자가 되니까 많이 약해질 뿐이야.”

         

       “너! 막내한테 잘못하면 우리한테 죽을 줄 알아!”

         

         

       무서운 말을 해놓고 상관없다고 하는 건 대체 무슨 협박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진짜 생매장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내 옷을 붙잡고 인상을 찡그리는 소외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긁어주자, 물음표를 띄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힘든 일이 될지도 몰라.

         

       아무리 인간이 좋고, 만지기 재밌다고 해도 함께하는 게 마냥 좋을 수는 없는 법이야. 차라리 여기 있는 건 어때?”

         

       “싫어! 같이 갈 거야아….”

         

         

       얼굴을 아예 파묻어버리며 고집을 부리는 소외신을 보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러는데 어떻게 그냥 두고 간단 말인가.

         

         

       소외신들을 한 번 쓰윽 훑어보자, 괜찮다는 듯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정말 끝까지 착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알겠어. 그러면 슬슬 뛰어야 해서 흔들릴 테니까 여기로 들어와.”

         

         

       옷에 붙어 있는 호주머니를 벌리며 말하자, 소외신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서 이 안으로 쏙 들어왔다.

         

       안에서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리더 소외신이 아련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 아이를 잘 부탁해.”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 같지만, 이제 정말 작별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 결의가 담긴 표정을 한 번 보여준 뒤, 억지로 고개를 틀어서 출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 어쩌면 사냥꾼이랑 아가르타가 조금 싫어할 수도 있겠다.

         

         

       뭐, 사냥꾼 본인이 소외신은 다수가 모여야 위협적이라고 했으니 설득하면 한 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점점 좁아져 가는 통로, 소외신들은 손을 흔들며 꽃봉오리에 감겨 기나긴 잠에 빠져들었다.

         

         

         

         

       #

         

         

         

         

         

       그렇게 밖으로 나오니 마주한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히이잉. 아파.”

       

         

       총으로 늑대 귀 소녀를 공격하고 있는 사냥꾼이 있는 게 아닌가?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슈퍼 겁쟁이 모드 다크 판타지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The super cowardly me installed Super Coward Mode, and the terrifying extraterrestrials started to look cute. “Eating the flesh of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re not human! Ew!” “Even withstanding mental manipulation? What kind of monster are you!” “Enslaving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 must be out of your mind.” …And then, the reactions around me becam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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