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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아일레는 악의 조직 간부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그녀가 빌런 조직의 간부씩이나 될 수 있던 건 행운에 가까웠다. 길바닥에서 질질 짜고 있던 걸 레갈리아가 주워줬기 때문이다.

     

   물론 무능력자에 인생 막장인 그녀라도 빌런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았지만, 빌런이 되면 언제든지 마법소녀를 볼 수 있다는 말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 빌런 조직에 가입하고 나서도 마땅한 활약을 하지 못한바. 마법소녀를 마주하기는커녕 그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적도 없지만.

     

   ‘이 옷만 있다면 나도…….’

     

   아일레는 제 앞에 놓인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평생 그녀의 망상 노트 속에서 썩어갈 예정이었던 자작 마법소녀 드레스.

     

   재능도 매력도 용기도 없는 그녀는 결코 입을 수 없던.

   선택받은 자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마법소녀의 의장.

     

   그게 지금 그녀 눈앞에 있었다.

     

   ‘나도, 마법소녀처럼 될 수 있을까?’

     

   아일레는 자신이 만났던 마법소녀들을 떠올렸다. 아름답고, 반짝이고, 용기 있게 사람들을 구하던 그 마법소녀를.

     

   선善과 정의正義를 표방하는 순수한 마법소녀들을.

     

   ‘마법소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과학자 씨가 과학의 힘으로 그녀의 꿈을 이루어주려고 하고 있었다. 아일레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침대로 향했다. 

     

   이대로 침대에 들어가 머리통을 후려치는 것이다. 그럼 기절하고 내일 일어나겠지? 일어나면 다시 머리통을 후려쳐서 기절하고…… 이를 반복하면 완성된 마법소녀복을 당장 입어볼 수 있으리라!

     

   완벽한 계획. 그녀는 곧장 시행하기로 했으며, 머리를 한 대 후렸을 무렵 너무 아파 눈물 찔끔 흘린 뒤 포기했다. 

     

     

   * * *

     

     

   ─krgtnpnд!

     

   세계의 적이 공간을 깨부수고 모습을 드러냈다.

   곧장 도시 전체에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

     

   [현재 H 시에 세계의 적이 등장했습니다. 해당 시의 주민들께서는 대피소로 대피 바라며……]

     

   날카로운 사이렌이 마구 울리며 세계의 적의 등장을 알리는 가운데, 연락을 받은 마법소녀가 잽싸게 출동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 빛 보석! 마법소녀 쥬얼리 사파이어! 등장!”

     

   깜찍한 대사를 외치며 현장에 나타난 쥬얼리 사파이어는 주변에 일반인이 없다는 걸 확인하곤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녀도 이딴 싸구려 연극은 하기 싫었지만 얼마 전 그녀의 선배가 아무도 없는 줄 알고서 담배 피며 무식하게 괴물을 때려잡는 영상이 유포되어 인기도가 팍 내려갔지 않은가. 

     

   마음 같아선 인기고 뭐고 죄다 무시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마법소녀의 월급은 인기도와 비례했으니까.

     

   마법소녀가 연예인 비슷한 활동을 한다는 건 그리 특별한 사실이 아니다. 남들 공부하고 학원 다닐 때 이계에서 넘어온 괴물들과 싸우느라 제대로 된 직장도 가지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들 아닌가. 

     

   그렇다고 세계의 적을 방치할 수도 없는 바. 마법소녀들은 자신들을 일종의 상품으로서 판매했다. 마법소녀는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누리며 돈을 쓸어담았다. 이런 일에 약한 마법소녀들을 위한 매니지먼트도 존재했다.

     

   ‘이딴 병신 같은 직업. 언제까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해먹고 때려 쳐야지.’

     

   이 짓거리도 벌써 7년째였다. 이쯤 되면 염증이 날 법도 하거늘 굳이 쩌렁쩌렁 대사를 외치는 이유가 있었다. 쥬얼리 사파이어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제 앞에 나타난 세계의 적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를 거 없는 촉수 괴물. 신선함이라는 단어를 뇌에서 모조리 지워버리기라도 한 건지 이놈의 괴물 녀석들은 변화라는 게 없다. 매번 똑같이 끔찍한 생김새의 괴물들을 보내온다. 아주 지긋지긋했다.

     

   “─이 괴물 녀석! 사람들의 터전을 공격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러나 쥬얼리 사파이어는 프로답게 행동했다. 이미 수백 수천 번은 내뱉었던 닳아빠진 대사를 내뱉으며 마법을 발사. 그녀의 마법봉에서 쏘아져 나간 초고압의 수압 커터가 괴물의 몸체를 양분했다. 

     

   싸움이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괴물을 처리한 사파이어는 제 능력을 이용해 약간 젖은 머리칼과 속옷이 비치는 옷가지 따위를 연출하며 사람들이 모인 대피소쪽으로 비행했다. 잠시 후, 사냥이 끝났음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그녀를 촬영하기 위한 기자들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이게 다 비즈니스였다.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그저 비지니스.

     

     

   * * * 

     

   성명 : 쥬얼리 사파이어

   초능력 : 마법소녀 화

   설명 : 사파이어 같은 푸른 머리의 마법소녀. 물을 다루는 마법을 사용한다. 올해로 7년차. 내년에 성인이 된다. 이미 소녀라고는 부를 수 없는 나이.

     

   * * *

     

     

   [파이어 블래스트-!]

   [스타 라이트─]

   [하전입자포오오오-!]

     

   “흐으음…….”

     

   악의 마법소녀 연구 3일 차.

   나는 마법소녀들이 촬영된 영상 따위를 바라보며 그들의 능력을 분석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도대체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허공에서 불을, 물을 소환한다고? 그 에너지는 어디서 감당하는데?’

     

   위키에서 확인한 바로는 마법소녀의 마법은 그녀들이 가진 사랑과 순수, 순결과도 같은 소녀다움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인지, 처음에는 소녀다움이라는 특수한 광석이라도 있는 줄 알고 빡세게 검색했다. 삼십 분쯤 검색해보고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정말이지 미국 코믹북스러운 세계답게, 마법소녀는 아무런 조건 없이 마법을 발현했다. 물리학을 모조리 위배하고 무덤에 누운 뉴턴을 엿 먹이는 소리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 리는 없지.’

     

   물론 정말로 그럴 리는 없다. 만일 이 세계가 물리학 따위는 엿 먹으라는 듯 미쳐버린 세계였더라면 당장 행성이 이렇게 유지되고 있을 리가 없다. 모조리 박살 나서 지구는 저 우주의 먼지 중 일부가 되었겠지.

     

   그저 고대 사람들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돈다고 생각했듯, 마법소녀가 사용하는 마땅한 에너지원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다는 건, 그 에너지체만 찾으면 마법소녀를 재현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음…… 그런데 귀찮으니까 그냥 결정으로 대체하고.’

     

   허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대체제는 충분하다. 드레스를 만들 때 사용된 실이 그러했다. 이 세계에서 구한 에너지 결정체를 특수한 용액으로 녹인 뒤 그 액체가 스며들도록 3일 내내 담가둔 실.

     

   그 실로 만들어진 드레스는 이미 에너지가 가득 흐르고 있었으며, 겉으로 보이지 않는 드레스 안감 쪽에는 회로로 작동할 수 있는 무늬를 잔뜩 만들어놓았다. 시저스 씨가 그걸 만드느라 고생 좀 했다고 한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그 에너지를 어떻게 어떻게 잘 써먹을 수 있는 마법소녀 도구를 만드는 것. 가장 머리 아픈 일이지만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무얼 만들지 이미 리스트가 전부 있기 때문이었다.

     

   ─마, 마법소녀라면 이런 건 있어야 해요……!

   ─이것도 만들어주세요…!

   ─화, 화이팅! 과학자 씨!

     

   나는 아일레가 주고 간 노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클라이언트께서 주문하신 목록. 이걸 다 완성하려니까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어떻게든 굴러만 가게 만들면 되겠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도구 제작에 열중했다. 편의점에서 사온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가며 밤낮을 세기도 했다.

     

   그 결과, 대가리가 깨질 거 같은 고통을 참아가며 겨우겨우 마법소녀복을 완성할 수 있었다.

     

   “완성……인가.”

     

   슬쩍- 스마트폰을 꺼낸 나는 곧장 아일레에게 문자를 보냈다. 옷이 완성되었으니 찾으러 오라는 문자. 그 문자를 보낸 뒤 몰려온 피로를 이기지 못한 나는 그대로 소파 위에 엎어졌다. 눈을 감기가 무섭게 수마가 덮쳐왔다.

     

     

     

   삐삐빅-!

     

   “과학자 씨……?”

     

   에이트에게서 문자를 받은 아일레는 그의 연구실로 들어섰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꽤 오랜 시간 정돈되지 않은 연구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퀘퀘한 냄새 같은 것도 났다.

     

   그 모습에 살짝 움츠러든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며 연구실 안쪽으로 향했다. 에이트가 자신을 불렀으니, 아마도 휴게실에서 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렇게 휴게실까지 들어간 아일레는 자신을 불러놓고 소파 위에서 잠든 에이트를 발견했다. 

     

   “아, 음- 과학자 씨……?”

     

   깨울까 말까 고민하던 아일레는 곤히 잠든 사람을 깨우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휴게실을 나섰다. 그리 등을 돌리고 휴게실을 나선 순간, 아일레는 기적처럼 시야에 들어온 드레스 한 벌을 발견했다.

     

   그건 그녀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마법소녀 복이었다. 

     

   “완성했구나…….”

     

   대체 뭐가 완성되었다는 건지 몰라 일단 찾아오긴 했지만, 설마 이게 벌써 완성되었다니? 그녀는 에이트가 1년 2년 걸려 복장을 완성하더라도 큰 불만을 가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과학으로 마법소녀의 힘을 복제한다니. 지금껏 그 어떤 나라도 그 어떤 능력자도 불가능했던 일이니까. 그걸 고작해야 이 며칠 사이에 완성하다니?

     

   ‘이, 입어봐도 되는 걸까?’

     

   멋대로 만지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아일레는 그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은 충동을 끝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곧장 옷을 벗어 던진 그녀는 드레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입는 것조차 불가능한 초창기와는 달리, 지금은 그저 그녀가 손을 내뻗는 것만으로 드레스가 그녀의 손을 타고 올라왔다. 마치 주인을 기다렸다는 것마냥 제 스스로 몸에 달라붙는다.

     

   잠시 후, 악의 마법소녀가 된 아일레는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는지 곧바로 깨달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옷에 무슨 힘이 담겨 있는지…….

     

   그건 그녀가 제작에 관여해서가 아니라 옷 자체의 능력인 듯싶었다. 그리하여 아일레는 곧장 제 능력을 사용했다. 시커먼 마법봉으로부터 마법이 발휘되어 그녀 앞에 거울을 만들었다.

     

   “우, 우으으… 흐으읏…!”

     

   거울 속에는 마법소녀가 된 아일레가 서 있었다.

     

   재능도 매력도 용기도 없어서 마법소녀가 될 수 없던 소녀가.

   과학의 힘으로 운명을 뒤집고 마법을 손에 넣은 악의 간부가.

     

   그 모습이 너무나 기뻐서 눈물이 나왔다.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닦아내며, 아일레는 계속 끅끅거렸다. 

     

   “고마, 고마워요- 과학자 씨…….”

     

   그녀는 휴게실 안쪽에서 누워 있는 과학자 씨를 향해 감사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꿈을 되찾아주었다. 악의 과학자로서 할 일을 다해냈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이 나설 차례였다. 에이트가 악의 과학자로서 할 일을 다해냈듯이 그녀는 악의 조직 간부로서, 악의 마법소녀로서의 의무를 다할 차례였다. 

     

   잠시 후, 눈물을 그친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어 제 보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스와 연락이 닿았다.

     

   [아일레? 드문 일이로군. 자네가 먼저 연락을……]

   “보, 보스. 나, 출격할래요.”

   [으응…?]

   “출겨억…!”

     

   뜬금없는 연락에 레갈리아가 말을 잃고 침묵에 잠겼지만, 얼마 가지 않아 상황을 파악하곤 보스답게 명령을 내렸다.

     

   [─잘 다녀오거라. 아일레.]

   “보스…!”

   [출격해라! 여의 이름으로 이를 허락하마!]

   “응…!”

     

   허가를 받은 아일레는 악의 마법소녀 복장을 입은 그대로 옆도시로 날아갔다. H 시. 마법소녀들이 모여 있는 행복의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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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il Scientist is Too Competent

The Evil Scientist is Too Competent

Status: Ongoing
I became a scientist for an evil organization. …But I’m too compe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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