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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신발 벗고 들어와 개새끼들아!”

   

    서준의 외침에 선두의 사내가 눈을 끔뻑였다.

   

    “이 새끼 지금 나한테 그런 거냐?”

    “그런 것 같습니다, 형님!”

    “아니, 어이가 없네 진짜.”

   

    사내는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며 커다란 박도를 어깨 위에 턱하니 걸쳤다. 전에 두 범죄자 친구들과 비슷하게 생긴 박도다. 

   

    “나는 흑호문에서 나온 장춘득이다 이 좆만 한 새끼들아.”

   

    나는 니 엄마 가랑이 사이에서 나온 장춘봉이다, 라고 하면 안 되겠지?

   

    적당히 분위기를 파악한 서준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래서 우리 집 벽은 어떡할 건데 좆만아.”

    “저기 있는 박도, 우리 식구 거 같은데.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하면 살려는 주마.”

    “아니, 벽 어떻게 할 거냐고!”

   

    장춘득이 혀를 찼다. 그가 손을 까딱이자 한 덩치 하는 사내들이 집 안으로 우르르 밀고 들어온다.

   

    “뒤지기 직전까지 맞으면 알아서 불겠지. 조져라 얘들아.”

   

    소매를 걷으며 다가오는 덩치들. 서준이 흘끗 춘봉과 시선을 교환했다.

   

    ‘어떡할까?’

    ‘당연히 튀어야지!’

    ‘조지자고? 오케이!’

   

    물론 눈빛으로 대화하는 재주는 없었다.

   

    땅에 내려놓았던 검을 발로 튕겨 잡아채고, 발검하며 핑그르르 돌아 한 놈을 스쳐지나갔다.

   

    툭- 데구르르-

   

    몸통과 생이별한 머리 하나가 떨어지자 집 안이 조용해졌다. 가끔 울컥 피 쏟아지는 소리가 브금처럼 깔렸다.

   

    “…됐다. 그냥 조져버려!”

   

    얼굴이 시뻘겋게 물든 장춘득이 박도를 치켜들고 쿵쿵 걸어온다. 서준은 춘봉이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춘봉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이게 맞는 거 같기도 하다.”

    “그렇지?”

    “어차피 이 새끼들한테 끌려갔으면 몸 성히 나오진 못했겠지.”

   

    춘봉이는 벽에 기대져 있던 박도 하나를 손에 꼭 쥐더니, 벽에 붙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적당히 싸우다가 틈 보이면 도망쳐. 난 알아서 튈 수 있으니까.”

    “춘봉아.”

    “왜.”

    “금춘봉 이 모자란 동생아.”

   

    서준이 검을 상단세로 치켜들었다. 머리 위로 치켜든 검끝에 하늘을 걸고, 두 눈은 다가오는 장춘득을 보았다.

   

    “고추 달고 태어나서 혼자 도망치는 못난 짓은 하는 게 아니란다.”

   

    부웅-!

   

    장춘득이 휘두르는 박도가 보인다. 전과 같다. 그 궤적이 허공에 그려지듯 훤히 보인다.

   

    보이면 됐다. 검끝에 건 하늘을 땅 위로 쳐박는다.

   

    직선을 그린 검로가 장춘득의 박도와 겹쳐졌다.

   

    카앙-!

   

    “억…!”

   

    불꽃이 튀며 장춘득이 뒤로 밀려난다. 이내 박도 위로 금이 가더니, 철로 된 검이 산산이 부서져내렸다.

   

    “무, 무슨….”

   

    놀란 장춘득이 머뭇거린다. 싸움은 기세. 경험은 별로 없어도 말로는 들어봤다.

   

    서준이 곧바로 왼발을 앞으로 밀며 허리를 틀었다. 다리가 땅을 단단히 받치고, 허리가 힘을 전달한다. 유연하게 풀어진 팔은 이어진 검을 붙잡고, 부드럽게 나아간 검끝이 뼈와 살을 갈라냈다.

   

    촤아악-!

   

    사람이 반으로 갈라졌다. 피와 내장이 바닥을 더럽힌다. 서준이 입꼬리를 올렸다.

   

    “까비요.”

   

    장춘득이 재빨리 물러난 탓에 이름도 모르는 부하 하나가 대신 죽었다. 

   

    벌써 시체가 둘. 당황이 분노에 집어삼켜지고, 사내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카앙-! 깡-!

   

    쇠와 쇠가 부딪힌다. 서준이 배운 것은 삼재검법이 전부. 다른 건 알지 못해 그저 필사적으로 막고 피했다.

   

    검과 칼이 부딪힐 때마다 팔이 떨어질 것 같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칼을 전부 피할 수도 없어 상처는 늘어만 갔다.

   

    좁은 방 안에 갇혀 맴도는 땀내와 열기, 또 피 냄새. 금속으로 된 날붙이가 서로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번뜩인다.

   

    “윽…!”

   

    칼 하나가 옆구리를 베고 지나갔다. 타들어가 뜯기는 듯한 고통에 몸이 움츠러든다. 

   

    여기서 멈추면 그대로 목이 떨어진다. 치솟는 아드레날린에 몸을 맡기고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세로 베기, 가로 베기, 찌르기. 셋을 조금 더 간추려 베기와 찌르기.

   

    그 둘이 결국 검의 본질이다. 무수한 기술들은 결국 그 둘에서 파생된다.

   

    몽롱해지는 정신에 몸을 내던진 채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하나 둘 깨달아갔다.

   

    촤아악-!

   

    검이 상대의 가슴을 베고 지나간다.

   

    트드득, 뚜둑.

    검끝이 갈비뼈를 긁는 감촉, 힘줄인지 핏줄인지 모를 것을 뜯어 베는 감촉. 화려한 이중주에 심장이 떨린다. 

   

    “으음-.”

   

    묘하면서도 중독적인 감각에 비명을 지르는 사내의 입에 검을 쑤셔박았다.

   

    “하아….”

   

    어린 몸이 급격히 피로를 호소한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미처 막지 못해 생긴 상처들이 타들어가듯 쓰라리다.

   

    그럼에도 서준의 두 눈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위에서 칼, 앞에서 발, 오른쪽에도 칼. 왼쪽 사선으로 움직이며 위쪽 칼을 주시한다.

   

    그리고 지금. 춘봉이가 손바닥으로 칼을 흘렸을 때처럼, 떨어지는 칼을 검으로 밀어낸다.

   

    서억-!

   

    “아악…!”

   

    흘려진 칼이 동료의 다리를 베었다. 당황하며 생긴 틈. 발로 땅을 구르며 검끝을 그대로 찔러넣는다.

   

    푸욱-!

   

    목을 꿰뚫은 검끝에 핏방울이 아롱져 맺힌다. 

   

    “끄르륵…”

   

    피거품을 무는 사내의 목에서 검을 빼들고, 급히 바닥에 몸을 굴리며 떨어지는 칼들을 피해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장춘득이 부하의 칼을 뺏어들고 달려온다. 시야에 담았다. 내가 이렇게 싸움을 잘했었나? 의문도 잠시, 때아닌 즐거움에 크게 웃었다.

   

    “하하하!”

   

    피가 흐른다. 바닥에는 연못, 몸에서는 실개울. 

   

    살과 살을 부대끼며 검을 찌르면 터져나오는 피에 공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잡았…!”

   

    들려오는 소리에 시선을 할애했다. 사내 하나가 멀찍이 돌아 춘봉이에게 접근했다.

   

    퉁-

   

    춘봉이가 장법으로 저항하지만 골골거리던 몸이다. 견뎌낸 사내가 춘봉이를 붙잡았다.

   

    당장 서준의 눈앞에서는 장춘득이 박도를 내리치고 있었다.

   

    “형님! 잡았습니다!”

   

    목소리를 흘려내고, 박도의 넓은 면을 후려친다. 동시에 빠르게 몸을 돌려 딱밤을 때리듯 엄지로 중지를 붙잡는다.

   

    퓩-

   

    쏘아낸 지탄이 사내의 미간을 꿰뚫었다. 피를 쏟아내는 사내의 품에서 춘봉이가 기어나온다.

   

    “야…! 조심…!”

   

    어느새 주위를 둘러싼 사내들이 일제히 칼을 찌른다. 재빨리 판단했다. 검을 휘저어 찔러오는 두 칼 사이를 벌리고, 그 사이로 몸을 던졌다.

   

    카각-

   

    사내들이 찌른 칼이 얽힌다. 칼에 스친 상처가 쓰리다. 고통에 희열이 솟는다. 그대로 몸을 돌리며 검을 넓게 휘둘렀다.

   

    사삭-

   

    사내들의 허리가 얕게 베였다. 어느새 뒤로 빠진 장춘득의 모습이 보인다. 

   

    본능적으로 옆의 사내에게 바싹 붙어 배에 검을 쑤셔넣었다.

   

    “거억…!”

   

    그대로 검을 움직인다. 꿰뚤린 사내가 따라 움직이며 방패가 됐다.

   

    가려진 시야. 장춘득의 위치를 기억해 탄지공을 펼쳤다.

   

    퓻-

   

    눈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혀, 형님…!”

   

    하지만 저 당황하는 소리로 충분하다. 장춘득의 죽음을 확신하고 검을 뽑았다.

   

    푸화악-!

   

    배가 헤집어진 사내가 내장을 쏟으며 쓰러진다. 쓰러지는 놈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그대로 목을 쳐 머리통을 높게 치켜들었다.

   

    “하하하!”

   

    머리통을 사내들에게 던져줬다. 그들의 표정이 무너진다. 검을 들고 성큼 걸으니 그들이 한 발 물러선다.

   

    “왁!”

   

    소리 질러 놀래키자 허둥지둥 달아난다. 그 모습이 웃겨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야!”

   

    머리가 뜨겁다. 뭐라도 좋으니 더 베고 싶었다. 이대로 쫓아가서 다 죽일까? 좋은 생각 같았다.

   

    빡-!

   

    발을 움직이려는 찰나 시야가 흔들렸다.

    

    “정신 차리라고 새끼야!”

   

    그곳에는 잔뜩 빡이 친 춘봉이의 얼굴이 있었다. 얘는 또 왜 이래?

   

    “무슨 뭐 씨발 천살성이세요? 존나 무서우니까 그만 쪼개!”

    “왜. 재밌잖아.”

   

    그 한 마디에 춘봉이가 이마를 탁 쳤다.

   

    “세상에. 너 진짜 그러다 큰일난다.”

   

    그런데 춘봉이의 안색이 영 좋지 않다. 얼굴색이 새하얀 것이, 전에 봤던 딱 그 색이다.

   

    “피에는 마성이 있어. 거기에 홀리면 마인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항상 조심해야 돼.”

    “일단 너부터 조심해야 될 거 같은데.”

    “내가 무, 웨에엑…!”

   

    춘봉이의 입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그래도 한 번 봤다고 좀 익숙해졌나? 당황하지 않고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운기나 해라 인마.”

    “너…, 우욱…! 조심, 하라고.”

    “알았으니까 빨리.”

   

    몇 번 재촉하자 그녀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무공을 쓸 때마다 이러는 것 같은데, 몸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 그녀의 정수리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잉, 쯧쯧.”

   

    건강한 게 가장 큰 효도이거늘. 벌써부터 여동생이 속을 썩여서 마음이 아프다.

   

    “아이고….”

   

    긴장이 풀려서일까? 몸이 부서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서준은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아 널브러진 시체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일곱. 많이도 죽였네.”

   

    바닥 상태가 씹창이 났다. 피에 내장에 시체에, 머리는 또 따로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그러고 보면 이번에 뭐 거의 17 대 1로 싸워서 이긴 것 같은데. 범죄자 친구들에게 배때지가 따였던 그날이 괜히 멀게 느껴졌다.

   

    ‘농담으로 했던 말이었는데, 나 진짜 좀 재능 있나?’

   

    굴러다니는 머리통을 검집으로 쿡 찔러 저 멀리 굴려보냈다.

   

    “흠.”

   

    무림에 떨어져서 죽인 사람이 벌써 아홉. 원래 세계였으면 바로 대서특필 감이다.

   

    사람을 이렇게나 죽여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내가 이상한 걸까?

   

    ‘그건 맞지.’

   

    이상한 건 맞는데, 이게 원래 세계에서부터 이랬는지, 여기 떨어져서 맛이 간 건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당.”

   

    서준이 냅다 바닥에 드러누웠다. 딱 춘봉이 일어나는 것만 보고 자야지.

   

    일어나면 뭐 어떻게 할까. 이사라도 갈까? 그 흑호파라는 놈들이 얘네가 전부였으려나? 아니지. 흑호파가 아니라 흑호문이었나?

   

    줄줄이 이어지는 고민의 굴레. 꼬리를 좇던 서준의 의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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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Arts Ain’t That Big of a Deal

Martial Arts Ain’t That Big of a Deal

무공 뭐 별거 없더라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fell into a phony martial world. But they say martial arts are so hard? Hmm… is that all there is t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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