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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별의 성지.

   크라슈는 다시 생각해도 거창하기 그지없는 이름을 들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귀족 자제들 아니랄까 봐 무척이나 높은 프라이드가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하긴, 자신들이 스타론을 이끌어 갈 미래라고 생각하는 녀석들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현실은 멸망이지만 말이야.’

     

   이 녀석들은 귀족의 의무를 알고 있을까.

   이 세계에서 귀족이 존경받을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이들을 대신해 세계 침식과 맞서기 때문인데 말이다.

     

   누군가는 그 의무를 느끼고, 매일 같이 단련하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그 의무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파티나 즐기는 게 현실이니.

     

   크라슈는 별의 성지라는 모임에 과연 제대로 된 녀석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했다.

     

   덜컹거리는 마차 속.

   비앙카와 향하게 된 별의 성지는 발하임에서 조금 먼 곳에 있었다.

     

   덕분에 하루 정도 마차 생활하게 된 크라슈였다.

   그런 크라슈는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고 있는 비앙카를 바라보았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비앙카지만 마차에서는 독서를 하기 힘들어서일까.

   줄곧 멍하니 있던 그녀가 어느새 졸음이 쏟아졌는지 졸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조용하길래 어쩌나 했더니.’

     

   크라슈의 경우에는 마차 시간 동안 오러를 단련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게 없는 비앙카는 졸릴 만도 했다.

     

   문제는 마차라는 게.

     

   덜컹!

     

   중간중간 가는 길 탓에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거였다.

   때마침 고개를 숙이고 있던 비앙카가 흔들린 마차와 함께 앞으로 몸이 쏠렸다.

     

   어린 나이인 만큼 작은 체구에 몸무게가 가벼운 그녀다.

   그러니 마차의 흔들림에도 붕 떠버린 것이다.

     

   크라슈는 급히 손을 뻗어 그녀를 받아 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비앙카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크라슈를 보고 있었다.

     

   “크라슈 님?”

     

   크라슈는 그녀를 바로 해주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그녀의 옆에 털썩 앉더니 비앙카의 머리를 감싸 무릎에 눕혔다.

     

   “자라.”

     

   얼떨결에 무릎 베개를 베게 된 비앙카는 힐끗 크라슈를 올려다보았다.

   무뚝뚝 하지만 그의 자상함이 느껴졌다.

     

   비앙카는 곧 스르륵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금방 다시 잠들어 버린 비앙카가 색색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을 배경음악 삼아.

   크라슈는 마차 창문 너머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 시점에 나온 것은 처음이라서일까.

   거리 풍경도 예전과 다르게 썩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한 채 마차 여행의 하루가 다 되었을 무렵.

   크라슈가 도착한 곳은 어느 호수의 섬 위에 지어진 호화로운 건물이었다.

     

   중간에 있는 다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은 원래는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아라용관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 여관은 스타론의 귀족 자제들이 모인 모임, 별의 성지를 위해 통째로 빌려졌다.

     

   별의 성지 모임의 자리는 돌아가면서 정한다고 하니.

   아주 거하게 사치를 부린 것이었다.

     

   크라슈는 마차에서 먼저 내려 아라용관을 바라보았다.

     

   “돈 아깝다. 돈 아까워.”

     

   발하임에서 내쫓기듯 라헬른 아카데미로 보내진 이후.

   기초적인 지원 말고는 받은 게 거의 없었던 크라슈다.

   덕분에 제대로 된 금전 감각을 지닌 그에게 이런 사치가 좋게 보이지 않았다.

     

   “크라슈 님.”

     

   그러는 사이 비앙카가 마차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눈을 비빈 채 아직 덜 뜬 눈으로 크라슈부터 찾았다.

     

   최근 따라 잠만 깨면 크라슈부터 찾는 비앙카였다.

     

   “일어났냐. 코 엄청나게 골던데.”

   “저 코 안 골아요.”

     

   그러자 그녀가 정색하면서 대답했다.

     

   “아니, 골던데?”

   “안 골아요.”

     

   이상한 곳에서 고집이 있는 그녀를 보고 크라슈는 어깨를 으쓱거린 뒤 알리오드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알리오드가 준비해놓은 겉옷을 가져와 비앙카의 어깨에 얹어 주었다.

     

   “날 추우니 제대로 입어둬.”

     

   크라슈의 말을 듣고, 비앙카는 옷을 여미었다.

     

   “아, 북방에서 왔으니 이 정도 추위는 괜찮으려나.”

     

   크라슈가 오지랖 부렸나 싶어 그리 말하자 비앙카는 고개를 저었다.

     

   “따뜻해요.”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옷은 겨울의 추위를 금방 잊게 해주었다.

     

   “들어가자.”

   “네.”

   “두 분 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크라슈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비앙카는 또다시 병아리처럼 그의 뒤를 따라왔다.

   아라용관 내부는 바깥과 같이 호화로운 로비가 눈에 띠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라용관입니다.”

     

   시종 한 명이 다가와 크라슈와 비앙카에게 인사를 건넸다.

   크라슈는 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 주었다.

     

   “확인하였습니다. 파티장은 8층이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라용관에서 가장 높은 층이자 돈을 많이 써야 하는 8층.

   그곳을 파티장으로 잡았단 말에 크라슈는 혀를 차곤 시종을 따랐다.

     

   잠시 후 마법으로 만든 승강기로 크라슈가 8층까지 올랐다.

   거기에는 시종들이 값비싼 옷을 입은 채 줄지어 서 있었고, 크라슈와 비앙카가 지나가자 동시에 인사를 올렸다.

     

   “크라슈 발하임 님, 비앙카 하덴하르츠 님 입장하십니다!”

     

   시종 한 명이 커다랗게 호명함과 함께 파티장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안에 있던 인원들의 시선이 순간 이쪽으로 확 쏠렸다.

     

   “발하임?”

   “크라슈면 그 막내지?”

   “발하임의 반푼이.”

     

   크라슈가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크라슈에게 있어서 이 정도 수군거림은 익숙했다.

     

   라헬른 아카데미에서는 이보다 더한 걸 당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수군거림 사이에서 진짜들은 따로 있었다.

     

   “발하임? 재밌는 친구가 왔네!”

   “발락, 얌전히 있어.”

     

   크라슈의 눈에 저 멀리 한 무리가 보였다.

   

   

   

   

     

   한쪽은 팔에 마치 범의 무늬와 같이 문양이 새겨져 있는 고양이상의 남성.

   다른 한 명은 이제 14살이 되었을 텐데도 큰 키를 가졌고, 묘하게 까치를 연상케 하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제일 거슬리는 건 그 중심에 앉은 한 남성이었다.

   밤색의 머리카락과 눈 끝이 아래로 살짝 쳐진 눈매에 꽤나 잘생긴 외모.

     

   같은 창공의 세대 중 한 명이자 목궁(木弓)이라 불리던 아닉스 그라이자.

     

   그야말로 이 파티에서 진짜 강자들이었다.

   그것도 다른 녀석들과 달리 이미 자신의 재능을 깨우친 놈들 말이다.

     

   후에 스타론을 대표하는 삼걸은 그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크라슈에게 흥미로운 시선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이 크라슈에게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는 건 썩 좋은 의미는 아니였다.

     

   ‘분명히.’

     

   별의 성지에서 있었던 한 사건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사건으로 그들은 발하임과 일반 무가 사이에 압도적인 격차를 체감했다.

     

   ‘샬롯이 별의 성지 무투파 귀족 스무 명을 단신으로 때려눕힌 거였지.’

     

   그것도 본인은 조금의 상처도 없이 압도적으로 말이다.

     

   그 사건 이후로 샬롯은 별의 성지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크라슈가 그 사건을 기억하게 된 건 알리오드가 별의 성지를 알려줬을 때였다.

   그리고 그 사건을 알게된 루트도 괴팍했다.

     

   왜냐하면 그 사건은 샬롯이 직접 와서 크라슈에게 말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추파를 던지게 하려고 몸에 달라붙고 가슴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갔다 했었지.’

     

   그 드레스 차림으로 자기 앞에 나타나 깔깔거리던 그녀의 모습은 크라슈에게 있어 공포와 다름없었다.

   크라슈가 아는 인물 중 가장 악성향에 가까운 인간이야말로 샬롯이었기 때문이었다.

     

   ‘안 좋은 추억이 떠올랐네.’

     

   썩 달갑지 않은 기분을 느끼고 있으려니 크라슈는 이번에 시선이 비앙카에게로 넘어간 것이 느껴졌다.

     

   “하덴하르츠면 북부의 패자?”

   “비앙카면 그 설녀라 불리던 아이죠. 분명 발하임과 약혼 소식이 있다고 했어요.”

   “한쪽은 저주받은 아이, 다른 쪽은 반푼이인가. 어리지만 외모가 아깝군.”

   “쳐다보지 마. 괜히 저주 옮는다.”

     

   자신과 함께 와서 그런지 비앙카도 만만치 않은 눈총을 받았다.

   자신을 힐난하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비앙카까지 싸잡는 건 기분 나빠진 크라슈가 떠드는 놈들을 휙 쏘아보았다.

     

   가뜩이나 사나운 그의 눈이 험상궂게 일그러지자 발하임이라는 이름이 두려웠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눈을 피했다.

   권력으로 사는 놈들이니 더 위에 권력은 무서운 것이었다.

     

   “크라슈 님.”

     

   그런 순간 뒤따라오던 비앙카가 자신을 불렀다.

   그녀가 불편했을까 싶어 고개를 돌리자 비앙카는 크라슈의 옷깃을 살며시 잡았다.

     

   “남이 하는 말 신경 쓰지 마세요.”

     

   크라슈는 잠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비앙카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자기 욕하는 거 들리지도 않는 건가.

     

   크라슈는 비앙카를 바라보다 이내 코웃음 쳐보였다.

     

   “좆도 신경 안 쓴다.”

     

   차라리 발하임에서 더 무섭지, 저런 걸 신경 쓸까 보냐.

     

   “좆이 뭔가요?”

     

   그러는 순간 비앙카가 되묻는 말의 크라슈는 입을 다물곤 몸을 돌려 걸었다.

   비앙카 앞에서 욕은 주의하자고 생각하며 말이다.

     

     

   * * *

     

     

   두 사람이 온 뒤로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며 파티는 진행됐다.

   그 덕에 별의 자기들끼리 떠드느라 비앙카와 크라슈도 어느새 잊혀졌다.

     

   ‘그놈은 안 왔나.’

     

   스타론 10대 귀족 자제들이 모이는 별의 성지인 만큼 그놈이 올 줄 알고, 이곳까지 온 거였는데.

   크라슈는 헛다리 짚은 기분을 느꼈다.

     

   그러는 순간이었다.

     

   “달링 단펠리온 님이 들어오십니다!”

     

   시종의 큰 목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색이 진한 금발에 땋아 묶어 올린 머리카락이 제일 먼저 눈에 띠었다.

     

   오뚝한 콧날과 얼굴 가득 채워진 태양과 같은 화사한 미소.

   적당한 키와 마른 슬렌더 체형의 몸매를 지닌 그녀는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과는 다르게 치마와 바지를 동시에 입고 있었다.

     

   거기다 상의 또한 프릴이 달렸으면서도 단출한 특이한 복장이라 일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꼭 이런 늦은 시간에 오시는 걸 보면 관심 끄는 걸 좋아한다니까.”

   “켁, 괴짜.”

   “아, 달링 님, 오늘도 멋지셔요.”

     

   신기하게도 그녀의 평가는 무척이나 다양하게 갈렸다.

   그리고 크라슈가 보기에도 그녀는 괴짜 중의 괴짜였다.

     

   그리고 그녀야말로 크라슈가 이번 별의 성지에 온 이유였다.

     

   ‘저 관종녀가 자기 또래들이 잔뜩 모이는 곳에 오지 않을 리가 없지.’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모두 안녕, 안녕!”

     

   오자마자 신나서 모두와 인사하는 그녀를 보고, 크라슈는 바로 걸음을 떼었다.

     

   “비앙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움, 알았어요.”

     

   크라슈가 가져다준 고기를 한 점 베어 물고 있던 비앙카가 입을 가린 채 대답했다.

   원래도 혼자 잘 기다리는 녀석이니 문제없겠지.

     

   그런 만큼 크라슈는 어느샌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달링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달링 곁에 모여 있던 이들이 크라슈를 보고 슬쩍 물러나기 시작했다.

     

   괜히 크라슈랑 엮여서 피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크라슈는 무척이나 편하게 달링의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러자 그런 크라슈를 보고 달링이 고개를 기울였다.

     

   “응? 못 보던 꼬마네.”

     

   달링은 자신보다 세 살 연상인 여자다.

   그렇기에 자신을 꼬마 취급하는 달링은 옆 사람들 반응과 크라슈의 얼굴을 보곤 고개를 기울였다.

     

   “음, 그 얼굴 분명 어디선가…….”

   “크라슈 발하임이다.”

     

   자기소개를 하자마자 달링의 눈동자가 잠시 반짝거렸다.

   동시에 그녀의 눈에 흥미가 가득 차올랐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샬롯을 열렬히 좋아하는 나사 빠진 여자였으니까.

     

   그것도 팬 같은 것이 아닌 진심으로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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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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