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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고전할 줄 알았던 10단계를 쉽게 클리어한 후.

        난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남들 시험을 구경했다.

        

        …앨리스와 딱 붙어 앉아서.

        

        

        “유진은 어떻게 그렇게 잘 싸워요? 전 생각만 해도 무서운….”

        

        -꾹. 꾹.

        

        ‘와, 피부 진짜 탱탱… 아니, 이게 무슨 성희롱 같은 생각이야.’

        

        

        이성은 외쳤다.

        몸은 20살일지언정, 네 정신은 서른 다섯이다.

        그런데, 한참 어린 애를 상대로 발정해? 제정신이야?

        쟤 아직 스무 살 초반이야. 정신 차려.

        

        하지만 본능은 솔직했다.

        와, 미쳤다. 이게 앨리스고 이게 내 아내지.

        

        자꾸 아랫도리가 발도하려 해서 큰일이었다.

        

        

        “유진… 유진? 왜 그래요?”

        “아, 아, 아냐. 그게, 음… 난 싸우는 게 재밌어서…….”

        

        

        덕분에 멋진 모습 보여준 것도 무색하게 어버버.

        앨리스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재잘재잘.

        

        저 멀리선…

        

        

        -중얼중얼.

       ​

        “진짜 어이가 없어서. 뭐야, 저 년은?”

        ‘미안, 시아야…!!!’

        

        

        내 두 번째 아내, 유시아가 팔짱 끼고 이쪽을 째려보는 중.

        

        …그녀의 심정을 모를 내가 아니었다.

        

        모처럼 내가 찾던, 아빠 길드에 딱 어울리는 인재를 찾았는데.

        그래서 내가 특별히 기자들 날뛰는 것도 정리해 줬는데.

        핑크머리 애랑 대화하느라 이쪽은 쳐다도 안 보네.

        하, 짜증나. 얘기 언제 끝나?

        이렇게 짜증이라도 부리고 있는 거 아닐까.

        

        어쩐지 미안해져, 살살 눈치를 봤다.

        

        

        “흐응. 유진, 저 여자 알아요?”

        “으, 응?”

        “계속 저 말고 다른 데 보시길래.”

        “…….”

        

        

        그랬더니 앨리스가 삐졌다.

        눈치 보느라 대답이 늦었는데, 아무리 그녀라도 이건 좀 서운했던 모양.

        

        어쩔 수 없이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클랜 천화 알지? 그 클랜장의 딸이 쟤거든. 유시아.”

        “……정말요?!”

        “응.”

        

        

        천화라는 이름에 앨리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해외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대한민국 최강 클랜. 천화.

        그 클랜장의 셋째 딸이라는 건, 사실상 재벌 2세라는 소리니까.

        

        

        “저거 옷 보이지? 한 벌에 몇 억은 할 걸?”

        “몇 억이요!?”

        

        

        그녀가 입고 있는 옷도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게이트에서 극히 드물게 나오는 옷감으로 지은 옷.

        착용하면 능력치가 오르는, 각성자들은 ‘아티팩트’라고 부르는 특수한 장비.

        

        …정작 본인은 면적이 적어서 입을 때마다 부끄러워하지만, 아무튼.

        

        그제야 앨리스가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날 봤다.

        

        

        “전 유진이 야해서 보는 줄 알았어요.”

        “…….”

        ‘그것도 좀 있긴 한데.’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입고 다니지만…

        결국 부끄럽다고 장롱에 처박는단 말이지.

        

        저 옷차림을 보는 것도 지금뿐이었다.

        그러니 괜히 더 눈이 갈 수밖에.

        

        하지만 설명할 수도 없어 그저 웃어넘겼다.

        

        

        “아무튼. 그래서, 앨리스는 몇 단계까지 갈 것 같아?”

        “저는….”

        “23번, 앨리스 리튼우드 생도. 앞으로.”

        “아.”

        

        

        그러고 있으려니 다가온 앨리스의 차례.

        그녀가 아쉽다는 듯 웃으며 일어났다.

        

        

        “직접 보여드릴게요. 사실, 저도 조금 강한지라.”

        “……?”

        ‘얘, 원래 이렇게 자신감 있는 애 아닌데?’

        

        

        1회차와는 영 다른 말을 남기며.

        

        

        * * *

        

        

        앨리스에게 비웃음 당한 이후.

        유시아는 계속 벼르고 있었다.

       ​

        저 불여시 년이 시험을 치러 가면, 자신이 저 차기 S급의 옆자리를 빼앗겠다고.

        그녀가 시험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의 옆에 자신이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과 똑같이 이를 가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다고.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앨리스 리튼우드 생도….”

        ‘지금이다!’

        “언니, 이제 나 도로 갈게.”

        

        

        앨리스가 떠난 순간을 틈타, 거의 곧바로 유진에게 직진.

        

        유진의 눈이 그녀와 맞았다.

        

        

        -싱긋.

        

        ‘역시. 바로 왔네.’

        “유명인이 나한텐 무슨 볼일이야?”

        “……!!!?”

        ‘와… 이게 나라다.’

        

        

        분노에 차있던 마음은, 그의 눈웃음 한 번에 가라앉았다.

        

        멀리서 볼 땐 잘 몰랐는데, 막상 가까이서 직접 보니?

        눈이 높은 그녀조차 순간 힉 소리를 낼 정도로 잘생긴 청년이었다.

        

        게다가,

        

        

        -두근.

        

        ‘그런데, 묘하게 낯이 익네….’

        

        

        기시감.

        분명 처음 보는 남자건만, 몇십 년은 함께 지낸 듯한 반가움이 몰려왔다.

        

        표독하던 표정에 부끄러움이 들어찼다.

        

        

        ‘옷 안 이상한가? 으, 이런 거 입고 다니는 애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

        “그, 그게. 방금 전에 싸움 잘 봤어….”

        “응. 아, 맞다. 기자들이 소란 안 피운 거, 네 덕분이지? 고마워.”

        “……으, 응.”

        ‘상냥하기까지 해!’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분명 찰싹 달라붙어, 방금 그 불여시 년처럼 홀려버릴 생각이었건만.

        옷이 부끄러워 다리를 배배 꼬고, 훤히 트인 가슴팍도 손으로 가리는 등.

        유시아라는 인물 본연의 수수한 성격이 드러난 것.

        

        최강 길드의 막내딸답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연기하던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유진이 애매하게 웃었다.

        

        

        “……?”

        ‘뭐지. 원래 막 나한테 달라붙고 그래야 하는데? 왜 앨리스랑 정반대냐?’

        

        

        그가 기억하던 1회차의 모습과는 영 달랐다.

        

        자신이 도와줬다 큰 소리를 떵떵 치고, 길드 자랑을 늘어놓고 그럴 줄로만 알았는데.

        어째 그럴 기미가 안 보이네.

        

        

        ‘설마… 쟤, 너무 쉽게 이기는 건 취향이 아니었나!?’

        

        

        착각이 하나 꽃피었다.

        

        1회차와 2회차의 차이는, 자신이 10단계를 어떻게 클리어했는가.

        

        죽을 고생을 하며 추하게 깬 1회차에선 그녀가 호의를 보였건만.

        쉽게 압도한 2회차에선 영 서먹서먹한데…

        

        아! 얘는 고생하면서 이기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구나!

        반대로 앨리스는 강하게 압도하는 걸 좋아하고!

        

        아내들한테 이런 취향이 있었을 줄이야.

        1회차엔 최면 써서 몰랐네.

        

        거한 착각이었다.

        

        

        ‘시아랑은 첫 날부터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내가 얘네를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일단 앉을래?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잖아?”

        “으, 응….”

        

        

        유시아가 살포시 주저앉았다.

        유진에게서 거의 70cm는 넘게 떨어져서.

        

        아까 전, 앨리스가 살갗이 스칠 정도로 착 달라붙었던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어… 뭐부터 말해야 하지? 천화 클랜 오라고? 아니, 그럼 너무 싸 보이는데. 그게, 저기….’

        “…….”

        ‘이름도 안 물어볼 줄은… 어색해 죽겠네.’

        

        

        한 쪽은 부끄러워서, 다른 한 쪽은 어색해서 이어진 침묵.

        거의 30초는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은, 강력한 폭발 소리에 깨져나갔다.

        

        

        -콰아아앙!!!!

        

        “…흐끽!!?”

        “음?”

        

        

        둘의 시선이 같은 곳으로 향했다.

        생도들이 차례차례 입학 시험을 치르는, 대련장 중앙. 결계 안.

        

        방금 떠났던 앨리스가, 지팡이 하나를 든 채 유진에게 브이자를 그리고 있었다.

        

        

        ‘제가 없는 사이 유진한테 대시하려고요? 어림도 없죠.’

        “……뭐야, 저건.”

        ‘저 불여시, 진짜 불 마법 쓰네!?’

        

        

        유시아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앨리스의 곁에 휘몰아치는 중인 불꽃. 그리고 스태프.

        각성자 중에서도 귀하디 귀한 마법 계열 능력임이 분명했다.

        그것도, 매우 강력한.

        

        

        ‘하 씨, 저년 마음에 안 드는데… 쟤랑도 친하게 지내야 해?’

        

        

        클랜 간부로서는 꼭 데려가고 싶은 인재.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안 들다 못해 짜증 나는 년.

        

        부끄러움에 기어들어가던 혀가 처음으로 제대로 움직였다.

        

        

        “쟤, 제법 하네.”

        “그, 그러게…? 저리 셀 줄은 몰랐네.”

        ‘뭐야. 왜 저렇게 세.’

        

        

        반면, 유진은 얼떨떨했다.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앨리스의 고유 재능과, 그 수준을.

        

        

        『파이어리 마스터 (A Rank) – 화계 마법 사용 시 마나 소모 및 시전 시간 감소. 위력과 범위를 증폭.』

        

        ‘A랭크 스킬로 저 파괴력이, 그것도 입학 시험에서부터? 말이 안 되는데?’

        

        

        유진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건, 화력.

        

        경험 풍부한 그는 소리만 듣고도 방금 앨리스가 사용한 마법이 범상찮음을 눈치챘다.

        

        결과. 두 사람이 앨리스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너도 대단했지만, 쟤도 대단하네. 화력으로 전부 압살해버릴 줄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응. 믿기지 않을 정도야.”

        ‘진짜 뭐지? 회귀 전이랑은 딴판인데. S급 스킬이라 해도 믿겠어.’

        

        

        서먹하던 분위기를 벗어나, 도란도란 이어지는 대화.

        

        그 사이 앨리스는 천천히 단계를 격파해나갔다.

        2단계, 3단계. 4단계. 5단계.

        

        6단계.

        

        

        ‘1회차에선 7단계에서 끝났었지. 한 방에 제압 못 하니까 무섭다고 기권….’

        

        -콰아아아앙!!!

        

        ‘이것도 한 방? A급 아닌데, 저거!?’

        

        

        회귀 전 앨리스가 기록했던 7단계까지 가볍게 통과.

        

        결국, 그녀의 도전이 멈춘 건 8단계를 마치고서였다.

        

        

        “여기까지면 충분해요.”

        “9단계엔 도전하지 않는 건가?”

        “그건 못 잡을 것 같아서요.”

        

        

        앨리스 리튼우드.

        최종 성적. 9단계 기권.

        

        유시아의 표정에 낭패가 들어찼다.

        

        

        ‘나랑 동급인데? 왜 하필 쟤야, 진짜!?’

        “…….”

        ‘뭐지. 설마 앨리스도 회귀… 그럴 리는 없는데. 앨리스 성격상 같이 회귀했으면 바로 나한테 안겼을 테니까.’

        

        

        유진도 영 당황한 기색.

        시험을 마치고 나온 앨리스만이 태연했다.

        

        그리고…

        

        

        “유진, 저 어땠어요?”

        “응. 강하더라….”

        “하긴. 저한테서 눈을 못 떼시더라고요.”

        

        -씨익.

        

        ‘안 됐어요, 유시아 양.’

        

        

        ———앨리스. 즉시 티배깅 시전.

        

        여유만만한 미소에, 꺼져가던 유시아의 분노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하아?”

        ‘이 불여시 년이 진짜? 음습한 데도 정도가 있지.’

        

        

        저 눈빛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가 너무도 선명하게 들어찼다.

        

        남녀가 같이 있는데, 유진은 나만 보더라. 너한테 매력이 얼마나 없었으면 그러겠냐.

        하긴. 그렇게 헐벗고 다녀도 동양인 특유의 빈약한 몸만 드러날 뿐이니 당연한가.

        어이쿠. 가슴이 무겁네. 팔로 좀 받쳐야지.

        

        빠득 하고 이 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우. 거기, 너. 앨리스 리튼우드라고 했지? 잘 봤어. 제법 하더라.”

        “후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내가 더 강해.”

        

        

        벌떡 일어나 마주 보는 둘.

        앨리스의 여유로운 눈웃음과, 유시아의 도전적인 눈매가 서로 첨예하게 맞부딪쳤다.

        

        유진만 당황할 뿐이었다.

        

        

        ‘뭐지, 이 배틀물 같은 전개는…? 1회차 때 이런 일은 없었는데. 어?’

        “24번, 유시아 생도. 앞으로.”

        “보여줄게. 유진. 너도 똑똑히 보고.”

        

        

        유시아의 눈에, 분노와 투지가 일렁였다.

        

        

        “나한테서 눈을 못 떼게 만들어줄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총 2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포켓몬 댄스를 헤이 부기우기 밤밤~

    + 표지를 산뜻하게 바꿔봤답니다
    전화에 들어간 삽화 건 것 뿐이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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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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