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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 혜성, 그거 알아? ]

       

        점심이 된 시간, 대뜸 송수아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 뭔데? ]

        [ 사랑의 감정을 느낀 사람은 뇌에서 화학물질이 분비된다고 해. ]

        [ …갑자기? ]

       

        그러더니 하는 말이 제법 우습다. 화학물질? 갑자기?

       

        [ 페로몬,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이런거 알았어? 몰랐지! ]

        [ 평범한 사람은 아마 다 모를 텐데? ]

        [ 헤헹! 나는 알고 있는데. 혹시 난 엄청 똑똑한 사람이 아닐까? ]

       

        “…….”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똑똑한 사람 아니냐고? 곧장 딴죽을 걸어주고 싶었지만, 이 세계의 ‘히어로’들은 대체로 머리가 좋은 편이다.

       

        히어로 초능력을 사용하는 메커니즘이 ‘뇌’를 통하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능력의 발현이 뇌의 작용을 거친다는데, 나에게는 들어도 알 수 없는 소리일 뿐이었다.

       

        [ 왜 답이 없어! ]

       

        잠시 뜸을 들이고 있자니 바로 송수아의 메세지가 날아든다.

       

        아니, 이 녀석. 무슨 말을 못하겠네.

       

        [ 그래. 송수아, 너 은근히 똑똑한 구석이 있더라. ]

       

        그리고 맹한 구석도.

       

        [ 히히. 역시 혜성이는 사람을 잘 보는구나? ]

        [ 그런 편이지. 적어도 너보다는 확실히 나을걸? ]

        [ ……에엥? ]

        [ 맞잖아. 너와 처음 만난 날, 무서운 표정으로 협박하던 얼굴이 아직도 꿈에 나오는데. ]

        [ 그, 그건…… 미안! ]

       

        피식.

       

        삽시간에 변해버린 분위기에 헛웃음이 픽 나왔다.

       

        며칠 전에 듣기로는, 한유리에게 접근하는 흔한 나쁜 사람인줄 알았단다.

       

        [ 아무튼,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 기대해도 좋아. ]

        [ 정말?! ]

       

        괜스레 핸드폰 너머로, 함박미소를 지은 송수아의 얼굴이 보이는 착각이 든다.

       

        그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걸린 미소가 짙어졌다.

       

        참, 이렇게 보면 ‘랭커’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와 권위가 단 한방울도 느껴지지 않는 녀석이라 좋단 말이지.

       

        [ 혜성! 나 이제 씼으러 갈게! ]

        [ 그래, 이따 보자. ]

        [ 아!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어! ]

        [ 뭔데? ]

        [ 나…… 이상하게 너를 보면 뇌에서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는 느낌이야. 그럼 안녀엉-! ]

       

        “……?”

       

        페닐에틸아민? 그건 또 뭔데?

       

        요즘 것들은 이래서 문제야. 이래서 인터넷이 무섭다니까? 나도 모르는 말을 막 쓴다고.

       

        * * *

       

        “헤헤.”

       

        핸드폰을 내려놓은 송수아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웃음을 흘렸다.

       

        기어코, 저질러버렸다.

       

        임혜성, 그에게 ‘페닐에틸아민’의 분비를 이실직고한 것이다!

       

        “으, 으응…… 조금, 너무한 건가?”

       

        호화로운 Z급 기숙사의 방, 한참이나 다리를 파닥거리며 즐거워하던 송수아의 얼굴이 일순간 침울해졌다.

       

        처음엔 행복했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중한 감정이 싹을 틔운게 아닐까?

       

        다만 송수아를 이리 침울하게 만드는 문제는 ‘그’가 아니었다.

       

        “나는… 시간이 없는 사람이었지.”

       

        내심 재미있는 장난을 친 것이 거짓말처럼. 송수아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사실 그녀 나름대로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죽음, 그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경험의 늪에 빠져드는 감각. 그 감각에 무뎌지고,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죽겠지. 그것도 내일.”

       

        마치 잔혹한 거짓말처럼.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송수아는 그 감정의 정체를 알았다. ‘미련’. 즉,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하던 게 거짓말처럼 그녀는 이 삶에대한 미련을 놓치지 못했다.

       

        “푸후!”

       

        침대 위에서 고개를 젖힌 송수아가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 남자다. 자신은 이상하지 않다. 그 남자가 잘못한 거다. 그런 하찮은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사실, 돌이켜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송수아는 친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변 환경에 남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서기’로 활동하는 학생회. 당장 그 안에만 하더라도 수십 명에 달하는 학생회의 남자가 있지 않나.

       

        다만.

       

        그 남자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이상하게 함께 밥을 먹거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시련을 모두 잊고 놀던 것이 그리 즐거울 수가 없었으니까.

       

        그 남자…… 그러니까 ‘임혜성’은 특별했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송수아는 그 사실을 알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며칠 전부터, 송수아는 핸드폰을 열심히 만지작거렸다.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그녀에겐 엄청난 도전이었다. 

       

        화면에 ‘터치’ 기능이 있는 핸드폰도 처음 만져보고,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한유리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이라는 현대 문명의 결정체를 경험해보고.

       

        그러던 중, 송수아는 궁금하던 것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 사랑 ]

       

        아주 어린 시절부터 송수아는 그 미지의 감각이 궁금했고, 곧장 검색창에 오래 생각해온 민망한 단어를 쓰니 방대한 분량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울한 표정을 한 송수아는 버릇처럼 인터넷 어플을 켰다. 그리고, 마치 무의식이 이끄는 것처럼 단어를 또 검색한다.

       

        [ 사랑 : 이성의 상대에게 성적으로 이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의 상태. ]

       

        “…………….”

       

        얼굴이 뜨겁다.

       

        저 짧은 문장을 도대체 하루에도 몇번을 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스스로 민망해 얼굴을 붉히면서도 시선은 기어코 핸드폰의 작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 성적으로 이끌리고 막 그런건 아닌데에…….”

       

        송수아는 저 사랑의 정의가 참 노골적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향하고, 통하는 것이 사랑인가? 하던 자신의 고민이 퍽 우스워지지 않나.

       

        “……진짜로.”

       

        물론, 그 생각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그녀만이 아는 것이었다.

       

        * * *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성탄절을 맞이해, 수많은 연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거리를 활보하는 날.

       

        “이거봐! 혜성아, 나 어때?”

        “……귀엽네.”

        “정말? 아! 선물은?”

        “이따, 마지막에 줄게.”

        “에잇! 아쉬워라.”

       

        늦은 저녁. 

       

        송수아와 약속이 있었던 나는 일찍 준비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왔다.

       

        벌써 사흘째 송수아와 만나고 있다. 만나서 하는 건 제법 간단하다. 평범한  연인들이 할법한 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이래선 친구인지 연인인지 모르겠네.’

       

        다만 송수아는 이런 일들이 ‘데이트’에 가깝다는 자각이 없는 건지, 항상 천진난만한 웃음을 띠고 있다.

       

        “엄청 비싼거야. 이거!”

       

        그리 말한 송수아가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그녀가 자랑하는 의상은 ‘크리스마스’ 테마에 딱 맞는 코스튬이다. 

       

        하지만 노출도가 은근히 높은 것이, 송수아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면 애진즉 감기에 걸렸을 것 같다.

       

        “헤헤, 좋아하니 다행이다. 이 옷을 입은 걸 본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유리에겐 아직 안 보여줬어. 조금… 민망해서.”

        “…….”

       

        나름 도발적인 대사에 말문이 절로 막혔다.

       

        이 녀석, 평소엔 순진무구한 얼굴을 한 주제에 가끔씩 이런다니까.

       

        “그래서, 오늘은 뭘 하고 싶은데?”

        “으음…….”

       

        송수아와 함께 어울리던 것은 모두 그녀의 바램대로, ‘안식’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나는 송수아에게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서로 간에 암묵적으로 ‘시간’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끝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모르…… 겠네.”

       

        나와 함께한 뒤 처음으로, 송수아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덜덜.

       

        그녀의 손이, 다리가, 가녀린 어깨가 떨린다.

       

        “…….”

       

        그 떨림은 추위에 의한 것이 아니다. 며칠 전, 그녀의 입으로 자신은 더위나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 말은 즉…….’

       

        두려움.

       

        그녀는 죽음의 문턱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빌어먹을.”

       

        짜증이 솟구쳤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죽음 앞에서 초연해진 그녀의 모습이, 내 가슴을 콱 막히게 만들었다는 표현하는 편이 얼추 맞겠다.

       

        덥썩!

       

        송수아의 가녀린 손목을 붙잡았다.

       

        “가자.”

        “어, 어디로?”

        “어디든. 지금.”

       

        나는 얇은 손목을 붙잡고 내달렸다.

       

        ‘어디로 가지?’

       

        솔직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내게 죽음이 드리울 때,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일지 모르겠다.

       

        등장인물, ‘송수아’가 좋아하는 것은? 음식은? 음료수는 뭘 좋아하지? 어떻게 그녀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

       

        “……!”

       

        뿌연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답이 보이질 않는다.

       

        과연 이게 옳은 행동인가? 이조차 제대로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던 이야기. <히어로지만 사랑할 수도 있잖아?>에 등장하고, 최단기 퇴장하는… 분량조차 없는 캐릭터.

       

        송수아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극히 적었기에 아리송한 구석이 많았던 녀석이다.

       

        하지만 지난 시간동안 깨달았다. 

       

        이 세계가 소설 속에 다루어지던 세계지만, 녀석은 인간이다. 정말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조금은 슬픈 일이 있어도 결국엔 앞으로 나아가는 나와 같은 인간이란 소리다.

       

        사흘. 고작 사흘동안 정이 든 것이냐 묻는다면, 민망하지만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그 생각이 애써 외면했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

       

        저기다.

       

        [ 남은 시간, 05: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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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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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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