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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또다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아이작은 오직 지크와 지크의 동생 지니의 교육에 전념했다. 덕분에 길드의 수입원인 의뢰 해결은 다른 길드원들이 지금까지 전부 도맡아 해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 슬슬 한계였다. 물론 다들 티를 내지 않고 있었지만. 평소에도 길드원들을 생각하는 아이작이 당연히 그런 기색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지크의 나이는 이제 8살이다. 첫 의뢰를 떠나기엔 매우 이른 나이였지만. 종자라고 생각하고 보조적인 일만 맡긴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수고 많았다.”

       

       

       “뭐냐? 갑자기.”

       

       

       “그래! 말로만 퉁치지 말고 뭐라도 좀 달라고!”

       

       

       “알겠다. 성과급과 휴가를 내어주지.”

       

       

       “어? 정말??”

       

       

       영웅은 길드를 통해서 일을 받는다. 당연히 위험한 일을 처리하고 보수를 받지만, 그 중에 3할 많으면 5할 정도를 길드가 가져간다. 의뢰를 소개해준 게 길드니까.

       

       

       하지만 아이작은 수수료로 2할만을 가져가는 것을 방침으로 택했으며. 그마저도 성실하게 의뢰를 수행하면 성과급과 휴가를 내어주어 심신을 위로하게 만들었다.

       

       

       이는 신입만 신경 쓰고 있었던 아이작이 내심 미안한 마음에 내지른 파격적인 방침이었지만. 소피아와 한스는 물론, 심지어 라스에게도 매우 충격적인 방침이었다.

       

       

       “솔직히 조금 걱정이군.”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걱정할 수밖에 없잖아! 이렇게 주면 뭐가 남는다고 그래?!”

       

       

       “왜 남는 게 없나?”

       

       

       아예 신입인 라스와 디그는 그렇다고 쳐도. 소피아와 한스는 아이작과 동업자인 관계였다. 당연히 이렇게 퍼주다가 길드가 망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큰 문제였다.

       

       

       그리고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라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지금은 길드가 망해버려서는 안 되니까. 그런 걱정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이작은 웃으며 말했다.

       

       

       “너희가 남지 않나.”

       

       

       “어……?”

       

       

       “게다가 너희가 그 동안 고생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에 맞게 보상을 내려주는 것도 마스터의 일이지.”

       

       

       아이작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이작이 두 달이라는 시간을 지크에게 쏟고 있었던 그때, 다른 사람들이 의뢰를 해결하지 않았다면 길드의 재정은 바닥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한스와 소피아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두각을 드러낸 라스 덕에 길드의 재정도 지금은 여유가 있었고, 등급도 올라가서 더 많은 의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벌써 지크가 의뢰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자신이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보조로 이것저것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한다면.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고생이 많았다. 3일 동안 푹 쉬다가 오도록.”

       

       

       “가, 갑자기 휴가를 받아버려서.”

       

       

       “……난감하군.”

       

       

       “남자와 여자가 해야할 일은 뻔하지 않나?”

       

       

       “야!!!”

       

       

       소피아가 붉어진 얼굴로 빽하고 소리를 질렀고. 그런 소피아를 보면서 아이작은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뭐, 한창 좋을 때니까. 3일 정도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터.

       

       

       “와! 휴가! 그럼 저도 3일 쉬다 와도 되는 거예요?!”

       

       

       “너는 안 된다.”

       

       

       “아니, 왜요?!”

       

       

       “다른 사람들이 의뢰를 해결하는 동안, 네가 무엇을 했는지 잘 돌아봐라.”

       

       

       당연히 디그는 예외였다. 적어도 디그가 소피아와 한스의 반에 반이라도, 동기인 라스의 반만이라도 따라갔다면.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휴가를 내어줄 수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디그는 그동안 놀고먹는데 전념했었다. 당연히 주변에서 눈치를 주었지만, 디그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저 길드에서 주는 봉급만 타먹을 뿐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포상을 받지 못할 수밖에. 심지어 동기인 라스가 그동안 공을 인정받아 봉급이 올라간 반면, 여전히 디그는 신입인 지크와 비슷한 봉급을 받고 있었다.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은 방관이다. 잘못된 것을 깨닫게 해주고, 스스로 고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교육이오. 스승인 법이지.”

       

       

       ‘그냥 끝까지 정신 안 차리면 짤라야지.’

       

       

       끝가지 정신 안 차리면 짜른다는 말을, 보기 좋게 포장한 아이작이었지만. 길드원들에게 아이작의 말은 화살처럼 가슴에 꽂혔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은 깨달았다.

       

       

       아이작이 진심으로 자신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사실을.

       

       

       어쨌든 아이작의 강력한 의지를 꺾지 못한 그들은 3일의 휴가를 떠나게 되었고. 디그는 궁시렁거리면서도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홀로 남아 길드를 지키게 되었다.

       

       

       “길드가 갑자기 조용해졌네요.”

       

       

       “대부분 휴가를 떠났으니까.”

       

       

       “그럼 저희는 오늘도 수련인가요?”

       

       

       “아니, 오늘부터 수련은 네 자유에 맡기겠다.”

       

       

       “그 말씀은……?”

       

       

       물음표를 띄우는 지크에게 아이작은 양피지를 들어보였다.

       

       

       “너의 첫 의뢰다.”

       

       

       * * *

       

       

       <살렌의 영주 프라가흐의 이름으로 의뢰하겠소>

       

       

       거창한 이름과 화려한 양피지에 어울리지 않게. 정작 의뢰 등급 자체는 D랭크 밖에 안 되었는데. 이는 애초에 살렌이라는 곳이 그리 위험한 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장 살기 좋은 땅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아이작은 옆에서 양피지를 읽고 있는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

       

       

       “마스터, 이 부분은 어떻게 읽는 건가요?”

       

       

       “보자…… 내 딸을 노리는 벌레들을 처리해줬으면 좋겠소라고 적혀있군.”

       

       

       “벌레? 벌레 마수를 말하는 건가요?!”

       

       

       “뭐, 비슷하지.”

       

       

       차마 있는 그대로는 말해주지 못하는 아이작이었다. 지금은 아직 이르고, 나중에 때가 되면 알아서 알 게 되겠지. 지크는 양피지에 적힌 D랭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D랭크라는 것은 무슨 뜻인 건가요?”

       

       

       “랭크는 의뢰의 위험도를 뜻한다.”

       

       

       “D랭크면 많이 낮은 건가요?”

       

       

       “실질적으로 가장 낮은 랭크라고 할 수 있지.”

       

       

       랭크는 F랭크부터 S랭크까지 존재하지만. F랭크 의뢰는 국가나 영지에서 알아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기드온에서는 사실상 D랭크 의뢰가 가장 낮은 랭크였다.

       

       

       물론 모든 호위 의뢰가 낮은 랭크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 호위 의뢰는 못해도 B랭크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의뢰는 이상하게 랭크가 낮았는데.

       

       

       그 이유는 살렌이 매우 안전한 영지였으며. 이번 의뢰는 사실상 영주가 자신의 딸을 위해서 영웅을 고용한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작은 속으로 생각했다.

       

       

       ‘딸에게 들러붙는 해충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영지 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 딸에게 진짜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렇게 어려운 의뢰는 아니지.’

       

       

       애초에 살렌은 성기사단이 주둔하고 있어서, 마수에게 절대적인 보호를 받는 영지였다. 게다가 농사는 항상 풍년이고, 수많은 자원이 넘쳐나는 축복받은 땅이니.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아이작과 지크를 태운 마차가 드디어 살렌으로 진입했다. 창밖에 펼쳐진 것은 아름다운 산과 바다처럼 펼쳐진 거대한 수해의 모습이었다. 지크는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 엄청 아름다워요……!!”

       

       

       “살렌은 흔히 축복받은 땅이라고 불리고는 하지. 이 땅에 있는 모든 자원이 흐르는 땅이라고 했던가.”

       

       

       “그러면 엄청 좋은 거 아닌가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면 그렇겠지.”

       

       

       아이작의 씁쓸한 말투에 지크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던 바로 그때. 이윽고,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던 마차가 해자를 넘어 성문에 진입했다.

       

       

       “도착한 모양이구나.”

       

       

       “와…….”

       

       

       드넓게 펼쳐진 수해를 보고도 탄성을 내지른 지크였지만. 성에 들어온 다음부터는 제대로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웅장하고 거대한 성벽에 압도당해버린 탓일 것이다.

       

       

       성벽은 그 어떤 침략도 단호하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매우 거대하고 웅장했으며, 성벽 위에는 붉은색으로 그려진 휘장이 휘날리고 있었다. 아이작은 혀를 찼다.

       

       

       “저렇게 거대한 성은 나도 처음 보는구나.”

       

       

       “마스터도 처음 보는 성인가요?”

       

       

       “아마 저런 성은 세상에 얼마 없을 거다.”

       

       

       ‘애초에 내가 성을 실물로 본 적도 없었고.’

       

       

       현대에서 저런 거대한 성을 볼려면 외국에 나가야 하는데. 당연히 아이작에게 그럴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어쨌든 서로 감탄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 앞으로 나왔다.

       

       

       “그렇게나 감탄해 주시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구려.”

       

       

       하얀색 갑옷을 걸친 기사들이 그 뒤에 있었고. 가장 앞에는 붉은색 머리카락에 수염을 가진 털털한 중년 남성이 웃으며 있었다. 아이작은 그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만나서 반갑소. 살렌의 영주 프라가흐 경.”

       

       

       율리스 프라가흐. 살렌을 다스리는 영주이자, 의뢰한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살렌이라는 축복받은 땅의 영주이면서도, 어째서인지 눈가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털털하고 소박한 성격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성기사단 소속의 사람이 기드온 소속의 영웅을 직접 마중 나올 줄이야. 이건 아이작도 예상하지 못했다.

       

       

       “안으로 들어오시구려. 간단한 다과와 차를 준비해놨으니. 들면서 이야기합시다.”

       

       

       ‘목소리에서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마치 시체처럼…….’

       

       

       겉으로는 무척이나 강인하고 푸근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어째서인지 지크는 그의 목소리에서 생기를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모습에 서늘함까지 느낀 지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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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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