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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게이트 내 던전에 입장합니다.]

       [장소: 고블린 부락지(D)]

       [입장 조건: <백업> 1명 이상]

       [파티원 ‘문보라’의 모든 스트라이커 스킬이 봉인됩니다. 일부 특성이 잠금됩니다. 능력치가 대폭 하락합니다. 백업 전용 스킬이 오픈됩니다.]

         

       입장하자마자 나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갱신되었다.

         

       여러모로 신기한 기분이었다.

         

       ‘고스라’에서만 보던 것이 이렇게 생생한 입체감을 가지고 나타나다니.

         

       ‘…동시에 입장하자마자 피부를 스치듯 예민하게 느껴지는 이 감각.’

         

       이게 마력이구나.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방대한 에너지가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몸 안에서부터 힘이 불끈 솟아났다.

         

       뭐랄까.

         

       피부 모공 하나하나에 에너지 음료를 꽂아 넣어서 주입하는 느낌이랄까.

         

       옆에 있던 마하나도, 그 어깨 위에 고정된 채 올라타 있는 문보라도 조용히 숨을 고르는 걸 보면 원래 이게 정상인 모양이다.

         

       ‘…여기가 바로 던전이구나.’

         

       게이트 안쪽은 말 그대로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방금까지 있었던 고층 빌딩도, 감시 및 대처를 위해 고용되어있던 ‘헌터’들까지 모조리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우거진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밀림과도 같은 장소였다.

         

       제대로 된 길 하나 없이 허리춤까지 오는 풀떼기에 거대한 나무가 빽빽하게 나 있는게, 나는 어째서 이곳, ‘고블린 부락지(D)’가 인기가 없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분명 야수계 몬스터가 확률적으로 등장하는 곳이었지?’

         

       주로 등장하는 놈들은 고블린들이라 평균적인 난이도는 높지는 않지만, 가끔 야수계 몬스터가 나와 기습을 감행하고는 하였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쌓일 이곳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기습’을 대처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과연 기피 대상이 될 법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토벌이 온 거겠지.’

         

       “자, 두 분. 집중해주세요.”

         

       리더답게 어깨 위에서 브리핑을 지도하는 SD 버전의 2등신 왕대두 문보라.

         

       귀염뽀짝한 모습이지만, 묘한 카리스마가 풍기는 게 경험자다운 기백이었다.

         

       우웅―!

         

       특이하게도 문보라와 그녀를 어깨에 태운 마하나의 몸에서 푸른색 불꽃 같은 게 일렁거린다.

         

       처음 보면 당황할 법도 하지만 나는 저게 무엇인지도 알고,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설명을 들었기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신의 파도].’

         

       ‘백업’ 상태가 된 문보라의 패시브 스킬이었다.

         

       효과는 귀속된 ‘스트라이커’의 마나, 즉 MP를 지속해서 회복시켜주는 능력.

         

       저 패시브 때문에 문보라는 딜러로서 기각되어도 여러 가지 조합에 응용되고는 하였다.

         

       “우선 대열을 정비할 겁니다. 마하나씨가 전위. 유세하씨는 중위와 후위를 담당해주세요. 무엇인가 이상징후가 발견하면 바로 보고하는 겁니다.”

         

       이내, 깜박했다는 듯 말을 이은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도움 될만한 [특성]이 있다면 바로 켜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마하나는 눈을 꾹 감고 다시 떴다.

         

       평범했던 홍채가 색 노란빛으로 변하고 정중앙에 십자 형태의 문양이 새겨졌다.

         

       [야간 시야].

       [시야] 계통의 기본 특성 중 하나.

         

       노멀 (Normal) 등급밖에 되지 않지만.

       야밤에도 잘 볼 수 있게 해주며, 최대 시야 거리를 상승시켜주는 좋은 특성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몸을 부르르 떨자, 털이 쭈뼛하고 위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마치 적을 상대로 몸을 부풀리는듯한 행위.

         

       [마하나가 <고양이의 직감 Lv.1>을 사용합니다.]

         

       ‘…과연 기본적인 건 다 배우고 있나 보네.’

         

       노멀 등급인 [직감]의 파생 특성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언커먼(Uncommon) 특성이었다.

         

       묘인족이기에 배울 수 있는 이 특성을 연마한 마하나는 사실상 기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처능력이 향상된다.

         

       분명 좋은 특성이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레벨이 올라야 의미가 있는 법.

         

       지금으로서는 그냥 있으면 좋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아무튼, 그녀에 대한 분석은 여기까지.

         

       ‘나도 특성이나 켜야지.’

         

       [<미증유의 감 Lv.1>을 발동합니다.]

       [에픽(Epic) 등급의 특성입니다.]

       [본신의 재능과 합쳐져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화아아악―!

         

       “……!!!”

         

       발동하자마자 갑작스럽게 이질감이 덮쳐온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굽혔다.

         

       “세하씨?”

       “유세하씨!”

         

       걱정하는 두 사람에게 손을 들어 괜찮다며 웃어주었다.

         

       천천히 비척거리며 일어선다.

         

       와, 이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빡센데?’

         

       붉다.

       붉은색이다.

       세상 전체가 붉었다.

         

       녹림으로 가득 찼던 푸르스름한 숲은 마치 넘실거리는 화마처럼 붉게 물들어 바람에 흩날리듯 춤을 추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붉은 기운.

       모든 상황을 고려한 ‘위기’라는 것을.

         

       ‘…바로 코앞에 돌부리도 붉게 칠해진 거 보니, 그냥 넘어지는 것도 위기로 취급하는구나.’

         

       이건 안된다.

         

       정확하게는 나의 미숙함과 [6]밖에 안되는 정신 수치로는 이 특성을 100%를 발휘할 수 없었다.

         

       깊게 심호흡을 하며 범위를 점점 좁혀나갔다.

         

       ‘할 수 있어…’

         

       처음 해보는 거지만 마치 수족을 다루는 것처럼 자유로웠다.

         

       [<미증유의 감>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제한합니다.]

       [시전자에게 가는 부담과 마력 소모가 크게 줄어듭니다.]

       [<육신의 경고> 범위와 빈도가 감소합니다.]

       [현재 출력: 10%]

         

       ‘좋아.’

         

       이제야 좀 괜찮네.

         

       문제없다는 듯 신호를 주자 그런 나를 지켜보던 문보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다들, 집중해주세요.

         

         

       * * *

         

         

       저벅저벅―

         

       20분 뒤, 우리는 별다른 위기와 조우 없이 무난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만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지.

       나의 눈에는, 육감에는 그렇지 않았다.

         

       ‘…지켜보는 건가.’

         

       수풀 너머 옅게 불그스름한 기운이 올라온다.

         

       동시에 눈으로 추측되는 2개의 원이 마치 레이저처럼 우리를 추적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이곳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

         

       ‘저게 괴수인지…아니면 그냥 들짐승인지 모르겠네.’

         

       오늘 처음 켜보는 거라 영…감이 잡히지 않았다.

         

       뭐 이것도 하다 보면 적응되겠지.

         

       “아실 거로 생각하지만 이곳의 주로 등장하는 몬스터는 고블린입니다.”

         

       걸어가는 동안, 문보라는 브리핑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말해주었다.

         

       “보통은 일반종. 그러니까…제대로 된 지휘명령 없이 뭉친 오합지졸에 불과한 놈들이 대다수지만, 아주 가끔 상위종이 나타납니다.”

         

       상위종.

         

       같은 종에서 특정 경험, 계기, 던전 내 마력의 순도 등의 복합적인 원인을 통해 변화한 진화 계통.

         

       “…상위종이라면?”

       “고블린 아처입니다.”

         

       고블린 아처, 능력치 자체가 고블린 때라 크게 변하지는 않지만.

         

       활이라는 위협적인 무기.

         

       여기에 특수한 독액을 발라 까다로운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녀석들이다.

         

       “어느 정도 경험 많은 녀석들은 [정밀사격]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습 한정으로는 회피가 매우 힘든 녀석들입니다.”

         

       말을 마친 문보라는 허리춤을 뒤졌다.

       그녀의 손에 큼직막한 유리병이 들려진다.

       찰랑거리는 붉은색 액체가 ‘회복 포션’의 한 종류로 추측됐다.

         

       “지금 저희는 제대로 된 회복직이 없는 상태입니다. 비상용 포션을 챙겨왔으나 가능한 소모 없이 모두 무사히 전투를 끝마치는 것을 우선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역시, 문보라는 인 게임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믿음직한 리더였다.

         

       괜히 과거의 내가 기용한 게 아니라니까?

         

       멈칫.

         

       그때였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발걸음이 멈추어섰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수풀 너머.

       마치 실수로 세게 짜 뭉쳐놓은 듯한 붉은색 물감 같은 인영이 여러 개 보였다.

         

       ‘…총 4마리.’

         

       저것들이 고블린인가?

         

       ‘아니야.’

         

       내가 아는 고블린보다는 크기도 훨씬 작고 형태도 달랐다.

         

       더군다나 저놈들.

         

       아예 고개를 내밀고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형태가 눈에 담기지 않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스킬.’

         

       그것도 틀림없는 [은신] 계통의 스킬이었다.

         

       톡. 톡.

         

       나는 문보라의 등을 가볍게 두들기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옆 후방. [은신]을 발동 중인 몬스터들이 있습니다.”

         

       “……정확히 어디인가요?’

         

       문보라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흘렸지만, 일단 들어보자는 식으로 말을 받아주었다.

         

       “대략 80m 옆입니다. 붉은 과실이 자라난 덤불 보이시죠? 그 안에 서로 뭉쳐있습니다. 숫자는 총 4마리.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것 같은데…형태를 보아서는 몽둥이 같습니다.”

         

       “……”

         

       정확한 거리와 위치 설명.

         

       거기에 숫자와 들고 있는 장비에 대한 분석까지.

         

       문보라는 당황스러운 것을 넘어 명백히 불신에 가까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이해는 한다.

         

       여성 헌터도 아니고 남자가 이리 유능할 거라고는 생각 못 하는 게 이곳의 정석이니까.

         

       ‘…그래도 조오금 상처받는데?’

         

       “……알겠습니다.”

         

       문보라는 쓸데없는 짓이라는 듯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도 존중해주는 것은 같은 파티원이 내뱉은 말이기 때문이겠지.

         

       내가 가르쳐준 곳을 힐끗 바라보던 그녀는 고사리 같은 양손을 뭉쳤다.

         

       은밀한 기척과 함께 푸른빛의 마력이 감돈다.

         

       허공에 뭉쳐진 마력이 서로 부딪치고 가공할 에너지를 발동한다.

         

       [스킬]로 분류되지만, 확실하게 이질적인 이 느낌.

         

       바로 ‘마법’이었다.

         

       [백업] 상태에서는 캐릭터가 가진 스킬과 특성이 봉인되며, 대신 [백업] 전용 스킬이 개방된다.

         

       아주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패시브, 액티브 총 2가지가 주어졌다.

         

       ‘그리고 지금 이게 문보라의 액티브겠지.’

         

       다만, 뭔가 좀 이상했다.

         

       정확하게는 내 예측보다 마력의 파장이 훨씬 강했고 마법진도 더 복잡했다.

         

       ‘……설마 파생스킬인가?’

         

       기원이 되는 스킬을 일정이상 연마할 경우 자연스럽게 오픈되는 상위 개념의 스킬.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펼쳐지는 풍경에 나는 예상이 적중했음을 느꼈다.

         

       “하아압!”

         

       문보라는 짧은 기합을 내뱉으며 가르쳐준 곳을 향해 정확히 손을 옮겼다.

         

       파캉―!

         

       그러자 남성의 허벅지만 한 크기의 얼음기둥 3~4개가 솟구치며 일대를 얼려버렸다.

         

       [빙결기둥]

         

       어느 정도 성장한 문보라여야 배울 수 있는 레어(Rare)등급의 스킬이었다.

         

       우끼이이익-!

       직후, 들려오는 단말마와 같은 비명.

         

       그 소리에 막상 공격한 문보라는 얼떨떨한 심정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 이게 왜……”

         

       진짜인…거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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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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