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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루크,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윽, 예르나? 어떻게 여길…….”

    루크는 병실의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들어온 예르나에게 기겁했다.

    또, 집에 가만히 있으라던 그녀의 당부를 무시했음을 떠올리곤 면목이 없다는 듯이 눈동자를 내리깔았다.

    예르나가 소리질렀다.

    “걱정되어서 당직도 동료한테 떠넘기고 집에 가봤더니, 너는 안 보이지, 무슨 이상한 편지만 남겨져있지,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그게…….”

    예르나가 꺼내든것은 루크가 남겨둔 편지.

    거기엔 이렇게 쓰여져있었다.

    -잠깐 세계수에 찾는 것이 있어 나간다. 아마 밤이 되기 전엔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미안했고, 고마웠다.

    라는말이, 5천년전의 고대문자로 쓰여져있었다.

    그래서, 예르나가 읽을 수 있었던 편지는 다음과 같았다.

    -■■ ■■■에 찾는 것이 있어 ■■■. ■■ 밤이 되■■■ 돌아오지 않을■■다. 신세를 지는 것 ■■ 미안했고, 고마웠다.

    “나는 네가 가출한 줄 알았잖아! 이 편지 뭔데? 가출편지?”

    “세계수에 잠깐 갔다올테니, 밤이 되기전엔 돌아온다는 뜻이었다…….”

    “뒤에 미안했다랑 고마웠다는 왜 있는거야?”

    “그야, 미안했고 고마웠으니까…….”

    “…….”

    그 외에 읽을 수 없던 단어들에 대한 설명도 들은 예르나는 미간을 문지르며 생각했다.

    ‘애가 글씨를 잘 모르나?’

    필체는 꽤 고급스러웠지만, 필체만 고급스러워서야 아무짝에 쓸모없다.

    아마도 루크는 글자를 누가 가르쳐준게 아니라 혼자서 책으로 독학했기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한 예르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런거였네. 하아, 그런데 루. 언니가 어디 나가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기억 안나니?”

    “윽, 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잠깐 갔다올 생각이었고, 나는 그대 생각처럼 어린애도 아니고…….”

    “루.”

    예르나가 루크의 변명처럼 이어지는 설명을 끊어내고 말했다.

    “…….”

    그녀의 표정에 루크는 땀을 삐질 흘리며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혼나야 하는것인가…….’

    분명히 나가지 말라고 하기는 했다만, 자신은 진짜 어린이도 아닌데 말이다.

    겉모습이 이토록이나 중요하단 말인가?

    어쩌면, 성장을 가속시킬 마법을…….

    예르나는 루크가 딴 생각을 하는 눈치를 보이자, 단호하게 말했다.

    “루, 잘못했지?”

    분위기가 심상치않자, 루크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말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했다…….”

    “다신 안 그럴거지?”

    “다신 안 그러겠다…….”

    “언니랑 약속해.”

    “알겠다. 내 약속하마.”

    “맨날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지말고, 이번엔 꼭. 진짜 약속이다?”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는걸 본 예르나가 병원 침대에 눕혀진 루크의 머릿결을 정리해주며 옆에 앉았다.

    문득, 루크는 의아했다.

    자신은 현재 따지고보면 조금 특이하게 생긴 고아일 뿐이다.

    예르나가 이토록 신경써줄만한 가치가 있느냐, 하면 마땅한게 없었다.

    물론 미래엔 대마법사가 될 것이지만, 현재는 겨우 1서클 마법사. 

    그녀가 호의를 가져주었을 땐 서클조차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숲지기이기 때문인가?

    하지만 직업정신이라기엔 뭔가 달랐다.

    루크는 의문을 갖게되자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는 어째서 나를 그리 걱정해주는가?”

    “걱정이 되니까 걱정을 하는거지, 이유가 필요하니?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

    루크는 떠올렸다.

    누군가 마지막으로 자신을 걱정해준때가 언제였던가.

    세상에 대마법사를 걱정하는것만큼 쓸모없는 일은 또 없었을터다.

    순수하게 누군가 걱정한다는 감각이 신기했다.

    세상이 위험하다니.

    확실히, 그동안은 운이 좋아 좋은 사람만 만났다만, 루크가 기억하기로 어린아이가 혼자서 돌아다닌다면 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얼마든지 있었다.

    노예상에게 납치된다던가, 강도를 당한다던가 하는.

    그러나 루크는 그런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온지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고, 사라진 서클을 다시 새겨야한다는 압박감에 그런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예르나가 걱정하는것도 당연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아이의 모습이니 말이다.

    루크는 살짝 미소지으며 예르나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상냥하구나. 제 자식도 아닌 아이를 이토록 걱정해준다니.”

    “…….”

    루크의 이마를 쓰담던 예르나는 그녀의 말에 생각했다.

    ‘아, 이 아이는 아직도 자신에게 향하는 호의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구나.’

    터무니없는 오해는 아니었다.

    실제로 루크는 자신에게 향하는 ‘순수한’ 호의는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주는것이 있으면 받는것이 있어야하고, 호의엔 언제나 이유가 있었다.

    그런 삶을 백년이상 이어온 루크에게, 이유없는 호의란 쉽사리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루크는 자신이 받은 호의를 꼭 보답하고자하는 강박과도 같은 생각이 있었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후에 이 은혜를 갚겠다’며 떠들어댔던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예르나는 그저, 머릿속에서 루크가 한층 더 불쌍해졌을 뿐이었지만.

    “……루, 저기…….”

    “음?”

    너만 괜찮다면, 앞으로도 계속 내 집에 있어도 괜찮아, 라는 말이 예르나의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

    병실의 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의사와 함께 제라드가 들어왔다.

    의사가 말했다.

    “그쪽이 보호자분? 루크와는 무슨 관계죠?”

    의사의 물음에, 예르나가 대답한다.

    “예. 예르나 리스핀드라고 합니다. 루크숲의 숲지기일을 하고 있죠. 루크는……. 제가 시설을 찾기 전까지 임시로 보호중이었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일단은 보호자자격이 되시는군요. 저는 루크 이루시의 담당의, 한스 제르담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라드 콜슨입니다. 저희 시설에 찾아온 루크를 잠깐 견학을 시켜주었죠.”

    한차례 그들과 악수를 나눈 예르나는,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리듯이 말했다.

    “저, 제르담씨, 콜슨씨. 잠깐, 밖으로…….”

    ———–

    “그, 혹시……. 병원비가…… 얼마나 될까요……?”

    아이 앞에서 돈 이야기를 하는건 어른으로써 조금 창피한 일이라, 제라드와 한스를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온것이다.

    예르나는 너무 큰 병원비를 부담할 여력이 없었다.

    돈이 부족하면 어쩌지 하는 그녀의 불안감을 읽은 제라드가 나서서 말했다.

    “아, 일단 병원비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측 실수로 벌어진 사고니, 저희쪽 보험으로 처리하거든요.”

    “휴우……. 그건 정말 다행이긴 한데요…….”

    애초에 이런 사고가 없었으면 제일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예르나는 이어진 의사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말이죠, 검사결과, 별 이상은 없어요. 당장 퇴원해도 될겁니다. 마나회로도 멀쩡하고, 배열도 무너지지 않았고요. 제라드 콜슨씨가 아니었다면, 초고압마나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해요.”

    “아, 그런가요? 그건 진짜 다행이네요…….”

    예르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한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것은, 현재 이루시양의 심장에 서클이 새겨져있다는 겁니다.”

    “서클이요? 그, 제가 아는 그건가요?”

    “예. 아주 옛날에, 저희가 클래스마법을 사용하기전에 유행하던 마법방식이었죠. 서클마법시절에.”

    “말도안돼요.”

    서클마법의 위험성은 그들도 익히 알고있었다.

    서클마법이 사장된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많은 사용자가 서클을 새기다가 폐인이되거나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운좋게 서클을새긴대도 문제였다.

    마법에 체계가 없어서 사용자의 깨달음과 재능에 전적으로 의지해야한다.

    그뿐인가? 사용할때마다 서클을 안정화시키지 않으면 자신의 마나에 잡아먹히고 만다.

    사용할때마다 목숨을 걸어야하는 불안정한 마법을 그 누가 쓰려고 하겠는가?

    따라서 모든 서클마법 교육서는 모조리 금서형에 처해졌고, 심장에 서클을 새기는 사람은 없어졌다.

    “그런데, 저 아이가 심장에 서클이 있다고요?”

    예르나는 한없이 걱정스런 어투로 물었다.

    서클이라니, 어린아이에겐 너무나도 위험하지않은가.

    심장에 폭탄을 달고 살아가는 격이니.

    그래서 혹여 우연히라도 서클이 새겨진다면 그들은 모두 서클 제거시술을 받는다.

    한순간의 마력조종 실수로 죽어버릴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네. 아주 선명한 원이 생겨있더군요. 제거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완벽하게요. 게다가, 마력 감응력도 말도 안되게 높습니다. 그래서 서클에 담긴 마력양도……. 어린이의 몸에 담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에요.”

    “혹시, 그 서클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글쎄요……. 서클은 특성상 그것이 언제 새겨졌는지는 알 수 없어요. 혹시, 평소에 부작용같은건 없었나요?”

    “부작용이라면 어떤…….”

    “갑자기 심장에 통증을 호소한다거나, 멍ㅡ 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갑자기 열이 나거나, 정신이나 기억을 잃는다거나…….”

    한스의 예시에 머릿속에 뭔가 번뜩 하고 스쳐지나간 예르나가 다급하게 말을 뱉었다.

    “기억……? 아, 루크는 기억을 잃었어요.”

    자기가 납치되었던 때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예르나의 대답을 들은 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가요?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죠.”

    제라드 역시 그 추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 후배 마법사의 증언에 따르면, 아마도 루크가 마나노출사고를 수습한것 같다고 하던데……. 그정도의 마력컨트롤을 즉석에서 바로 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뭔가,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것이겠죠. 마나를 의지만으로 다뤄본 경험이…….”

    “그런가요.”

    예르나는 닫힌 병실의 문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루크, 너는 어째서 지팡이 없이 마나를 다뤄야했던거니?’

    “아무튼, 병원에선 해드릴 수 있는게 없군요. 바로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예르나가 대화를 나누고나서 루크의 병실 문을 열자 보이는 풍경은, 예르나가 사온 책을 침대에 기대어 열심히 읽고있는 루크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 예르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루크에게 다가갔다.

    “루, 몸은 좀 어때?”

    “괜찮다.”

    책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걸 보니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래? 그럼, 이제 돌아갈까? 오늘 퇴원해도 괜찮대.”

    “그래, 돌아가야겠지. 그대도 이런곳에 있는게 편치 않을테니.”

    툭, 하고 책을 덮은 루크가 책의 표지를 예르나에게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예르나. 그런데 이건 마법서적이 아니지않은가.”

    “응?”

    루크는 살짝 불만스런 표정으로 예르나를 바라보았다.

    “이건 마법사가 나오는 동화지, 마법서적이 아니다.”

    조금씩 바뀐 문자의 형태 탓에 잘 읽을 수 없어서 책에 집중했던 루크는, 몇장을 읽어본 후에 깨달았다.

    ‘이건 불사왕 레니에 아린세이아의 전설을 써놓은 동화책이잖은가. 마법체계따윈 하나도 안 쓰여있구나.’

    어쩐지 그림이 화려하다고 생각했건만.

    기대했던만큼 실망도 컸다.

    “그, 그게 아냐……? 혹시, 그 책은 별로 안 좋아하니?”

    “……아니다. 단지…….”

    그러나 루크는 대놓고 예르나를 탓할수가 없었다.

    한차례 한숨을 내쉰 루크는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구나……. 동화에 아는 사람이 나온다니 말이야.’

    불사왕, 레니에 아린세이아.

    신의 축복을 받은 불사의 용사.

    과거 토벌전쟁의 주축중에 하나였고, 과거 루크는 그녀와 꽤 친분이 있었다.

    잠깐 추억에 젖은 루크를 바라보며 예르나가 침댓가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루, 거기에 네 이름이랑 똑같은 마법사도 나오는데, 재미없니? 마법사 좋아하지 않아?”

    “…….”

    루크는 책을 덮어 손을 올리며 생각했다.

    ‘루크 이루시는 불사왕 레니에 아린세이아와 케일 프롭슨과 함께 토벌전쟁에 나섰지. 21일동안 마왕을 추적했고, 2일만에 마왕의 목을 베어냈다. 이때 케일 프롭슨은 전사했으며, 귀환한 불사의 용사 레니에 아린세이아는 왕이 되었고, 루크 이루시는 귀족작위와 ‘대마법사’의 칭호를 얻고 학장으로 살다가 말년에 은거했다.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다. 내가 그 루크 이루시니까.’

    허나 그 이야기를 말한다한들, 그 누가 믿겠는가.

    정신병자 취급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리라.

    “예르나.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만.”

    “뭔데?”

    “레네, 아니, 레니에 아린세이아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응? 그건 그냥 동화 속 이야기잖아? 진작에 죽었겠지.”

    “……레니에가 불사가 아니라고?”

    그럴리가, 그녀는 신에게 직접 내려받은 권능으로써, 불사를 내려받았다.

    마왕을 죽이고 반신이 된 그녀라면 불사가 한층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결코…….

    “그렇다면, 아린세이아 왕국은?”

    “2000년정도 전에 멸망했어. 왜 그러니?”

    “…….”

    ‘아아, 레네. 그대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단 말인가. 영원히 찬란한 아린세이아로 만들겠다는 너의 의지는, 결국 세월앞에 무너지고 말았는가.’

    침통한 표정을 짓는 루크를 보며, 예르나는 그제서야 아차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거, 내가 방금 어린애의 동심을 짓밟은건가?’

    마치 정령의 날에 선물을 두고가는건 정령이 아니라 사실은 엄마아빠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이의 표정.

    예르나는 자신의 이마를 때리고싶은 감정을 참으며 애써 밝게 물었다.

    “루, 집에 가는길에, 서점좀 들를까? 네가 사고싶은 책이면 뭐든 사도 괜찮아!”

    “……정말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가 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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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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