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

       

       

       [···정말 해주시는 거죠?]

       

       “그렇다니까요.”

       

       

       다음 날 아침.

       

       작가님이 불안한지 내게 다시 한번 확답을 받으려고 했다.

       

       들어준다고 했는데도 그러네.

       

       하긴, 처음에는 나도 거절했으니까.

       

       달래주는 와중에도 식겁해서 싫다고 했더니 더 울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겠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작가님이 삐진 걸 풀어주려면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헤헤···. 주인공을 온종일 지켜보면 소재가 잔뜩 나오겠죠!]

       

       “···.”

       

       

       그래.

       

       무엇을 숨기랴.

       

       유시우의 활약을 망쳤기 때문에 작가님이 보상으로 요구한 것은 내가 원래도 하던 일이다.

       

       주인공의 감시.

       

       그런데 왜 처음에 거절했냐고?

       

       24시간 감시거든.

       

       주변에서 슬쩍 지켜보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말 그대로 24시간 감시. 오늘 아침부터 내일 아침까지.

       

       아카데미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작가님의 생각은 달랐다.

       

       유시우의 일상도 소재가 될 수 있을 거라나, 뭐라나.

       

       아카데미 소설에서 남정네의 일상 같은 건 필요 없을 거라고 설득해봐도 요지부동.

       

       나중에 히로인과의 알콩달콩 데이트를 감시하는 게 훨씬 이득일 거라고 말해도 요지부동.

       

       오히려 평소에 한 번 감시하고, 데이트 때 한 번 더 감시하면 소재가 더 나오지 않겠냐는 이야기까지 하더라.

       

       나도 내 사생활이 있고, 유시우도 사생활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

       

       온종일 내게 감시당할 처지에 놓인 유시우에게 마음속으로 사과를 건넸다.

       

       대놓고 너를 감시하겠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아예 눈치채지 못하게 감시하는 게 옳겠지.

       

       으음, 감시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네.

       

       

       [흐으, 기대되네요. 어떤 하루를 보낼까···! 막, 엄청나게 사건 사고들이 쏟아지지 않을까요?!]

       

       “주인공이라고 해도 평소에는 똑같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님이 원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주인공이라고 해도 그렇게 소설에나 나올 법한 사건이 매일같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아뇨! 그럴 리가 없어요! 주인공이니까!]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대체 뭘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죠. 이번 한 번뿐입니다?”

       

       [에헤헤···! 재밌겠다···!]

       

       

       재미는 무슨.

       

       실망이나 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

       

       

       

       “지금부터 너희들은 도덕을 배운다.”

       

       

       근육질의 남자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말했다.

       

       당연히 능력을 단련하거나, 강해지는 방법을 배울 거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크게 반발했다.

       

       

       “실습이 아닌가요?”

       

       “저희는 영웅이 되기 위해 아카데미에 왔는데요.”

       

       

       반 친구들의 불평에 시우도 공감할 수 있었다.

       

       영웅이 되기 위해 어렸을 적부터 열심히 수련하고, 좁은 아카데미의 문을 통과해 합격했으니까.

       

       당연히 자신을 단련하고 기술을 배울 줄 알았건만, 뜬금없이 도덕이라니.

       

       학생들의 반발을 들은 선생님이 씨익 웃었다.

       

       

       “그래, 너희들이 싫어할 건 알고 있었다. 너희의 선배들도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렇다면···!”

       

       “하지만 수많은 반발에도 이 수업은 언제나 유지되었지. 이유는 간단하다. 너희들이 영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니?

       

       학생들이 선생님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아서.

       

       

       “수학, 과학, 국어, 영어···. 너희들은 그런 걸 기초 상식 수준으로만 배웠겠지.”

       

       “당연하죠. 단련할 시간도 부족한데.”

       

       “그래. 그렇지. 너희들은 그런 걸 배울 필요가 없어. 영웅이 수학을 잘하고, 과학을 완벽하게 알 필요는 없으니까.”

       

       

       무어라 말을 하려던 여학생을 멈춰 세운 선생님이 말했다.

       

       

       “너희들이 영웅이 되기 위해 이곳에 온 것도 사실이고, 또래 학생들보다 정의감이 투철한 것도 사실이다. 그건 잘 알고 있어.”

       

       “그렇다면 굳이 도덕을 배울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저희는 시간 낭비할 이유가···!”

       

       “그렇기에 가장 필수적인 도덕을 배우는거다. 말해봐라, 너희는 영웅이 되면 어떤 일을 하지?”

       

       

       갑작스레 선생님께 역으로 질문을 받은 여학생.

       

       이름이 뭐더라. ···아멜리아라고 했던가?

       

       자신이 질문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 당황한 그녀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마수를 처치하고, 빌런들을 잡는 일입니다.”

       

       “그래, 그렇지. 정확히는 시민들을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일이다.”

       

       “그것과 도덕이 무슨 상관이···!”

       

       

       선생님이 반발하던 그녀를 향해 되물었다.

       

       

       “너희들이 빌런이 되지 않으리라는 확증이 있나?”

       

       “···네?”

       

       “그러니까, 너희들이 빌런이 되지 않을 거라는 보증이 있냐는 말이다.”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영웅이 되기 위해···!”

       

       “너희들은 아카데미 졸업생이 빌런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겠지.”

       

       “?!”

       

       

       아멜리아뿐만 아니라, 수많은 학생이 그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아카데미의 졸업생이 빌런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그, 그럴 리가···!”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힘에 취하거나, 범죄조직에 스카우트 받거나···. 빌런이 되는 경우는 다양하지.”

       

       

       아카데미의 학생이 빌런이라.

       

       시우는 슬쩍 아르테를 바라보았다가 황급히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싱긋 웃으며 시우를 바라보는 아르테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희들 중에 빌런이 될 싹이 있다고 미리 잘라내는 것도 불가능해.”

       

       

       터벅, 터벅.

       

       선생님이 학생들 주위를 빙빙 돌았다.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일까.

       

       어느새 그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한 학생들을 선생님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너희들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도덕을 가르치는 거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거지.”

       

       “겨우 그런 걸로, 빌런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나요?”

       

       “모른다. 하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

       

       “납득했다면 자리에 앉아라. 수업을 시작해야 하니까.”

       

       

       생각에 빠진 학생들을 보며, 시우의 마음도 복잡해졌다.

       

       아카데미의 학생이 빌런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빌런이 아카데미로 잠입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시우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우의 마음은 복잡했다.

       

       도덕이라니.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빌런들은 영웅을 회유하면 동료가 늘어남과 동시에 적이 하나 사라지는 거니까.

       

       게다가 언제나 그렇듯이, 무언가를 지키는 것보다는 부수는 것이 쉽다.

       

       영웅들은 항상 격무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자 평소에는 무심코 넘어갔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 먹은 쓰레기를 자연스럽게 바닥에 버리는 사람.

       

       바닥에 침을 뱉는 사람.

       

       평소 같았으면 적당히 넘어갔을 모습에 눈이 찌푸려졌다.

       

       불편해진 마음을 적당히 억누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할머니 한 명이 리어카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었다.

       

       

       “···할머니, 도와드릴까요?”

       

       “으응···? 도와주는 거니? 고맙구나.”

       

       

       평소라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쳤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눈에 띄어서.

       

       그래서, 시우는 할머니를 도와주었다.

       

       할머니의 리어카를 오르막길까지 끌어올려 주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고맙구나. 덕분에 편하게 올 수 있었어.”

       

       “아니에요.”

       

       

       쑥스러웠지만, 누군가를 도와주며 감사 인사를 듣자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래, 선생님의 말씀이 맞아.

       

       영웅은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니까.

       

       도덕은 참 중요한···.

       

       

       “···!”

       

       

       순식간에 따듯해진 가슴이 차가운 얼음을 끼얹은 듯 차가워졌다.

       

       

       “바, 방금···. 전봇대 뒤에서···.”

       

       

       검은 머리카락이 보였던 것 같은데.

       

       가슴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머리카락. 최근 신경 쓰이는 그 사람의 머리카락이다.

       

       방금까지 따뜻했던 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워졌다.

       

       아냐, 그럴 리가 없지.

       

       아르테가 이곳에 있을 리가 없으니까.

       

       분명 헤어스타일이 비슷한 사람 일 게 분명할···리가 없지.

       

       쿵쾅대는 심장이 시끄러웠다.

       

       아르테 이시스, 그녀가 나를 뒤따라오고 있었다.

       

       틀림없어.

       

       그 실눈을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도대체 무슨···!”

       

       

       설마, 그건가.

       

       선생님이 아카데미 학생이 빌런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었지.

       

       빌런으로 회유하려는 생각일까?

       

       그래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걸까?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를 쫓아오고 있는 걸까.

       

       소름이 끼쳐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커튼을 쳤다.

       

       

       “후우, 후우···.”

       

       

       거칠어진 숨소리가 신경 쓰인다. 마치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기분.

       

       그녀의 행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카데미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고,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수 사태와 관련이 있다.

       

       게다가 선생님께 듣기로는 마수 사태는 범죄자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했던가.

       

       범죄자가 아르테의 도우미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마수 사태를 꾸며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니야.

       

       분명히 거대한 무언가의 음모가 숨어있을 게 분명해.

       

       확실한 것은, 그녀가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존재와 모종의 사건을 꾸미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갔나?”

       

       

       슬쩍 커튼을 들춰 보였다.

       

       어느새 어두워진 밤. 슬슬 그녀도 돌아갔을···.

       

       

       “···!”

       

       

       황급히 커튼을 다시 내렸다.

       

       있다, 있다고!

       

       흐릿하긴 하지만 보였다.

       

       분명히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 왜 나한테 그러는데···.”

       

       

       억울했지만, 시우는 크게 소리칠 수도 없었다.

       

       밖에서 집을 지켜보고 있는 아르테를 자극할까 봐.

       

       시우는 침대로 뛰어들어 이불을 덮어썼다.

       

       어렸을 적 무서운 영화를 보고 숨어든 것처럼.

       

       또르르, 시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베개를 적셨다.

       

       

       

       

       그날 시우는 잠을 자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남자아이의 집까지 찾아가는 미소녀, 이건 사랑이네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