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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그…저기 아직 멀었나요?”

       

       

       거듭되는 나의 재촉에 기사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기다리거라. 거의 다 왔으니.”

       

       

       얼마 안 되는 거리였지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내 앞에서 소리를 치는 병사들 때문이었다.

       

       

       “모두 길을 비켜서라!!”

       

       

       웅성.

       

       웅성.

       

       

       그렇다.

       

       

       나는 지금 기사와 병사들의 엄중한 호위를 받으며 대로를 행진하고 있었다.

       

       

       “저 청년 말일세. 사냥꾼 아니었던가?”

       

       

       “상이라도 받는 거야?”

       

       

       “죄를 지은 것일 수도 있지.”

       

       

       “한스씨네 딸이 실종되었다던데…설마?”

       

       

       백작령의 가장 큰 대로를 행진하는 나는 온 동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중이었다.

       

       

       부담스러웠다.

       

       

       그것도 굉장히.

       

       

       “좀 조용히 갈 수는 없나요?”

       

       

       “없다.”

       

       

       “예. 그러세요…”

       

       

       기사는 척 보기에도 융통성이 없어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진한 눈썹에 선명하고 두꺼운 입술, 그리고 정광이 흐르는 눈빛은 딱 고지식한 관상이었다.

       

       

       고지식함을 넘어 깐깐함 그 자체랄까?

       

       

       “어휴….아니지 가만있어보자. 이거 기회 아니야?”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지금, 이 순간.

       

       

       그리고 곧 예정된 점집의 오픈.

       

       

       바로 지금이었다.

       

       

       병사들의 중앙에 있던 나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팔을 치켜올렸다.

       

       

       “여러분!!! 이틀 후 이 마을 어딘가에서 운명을 봐드리겠습….”

       

       

       나의 홍보는 결국 끝마쳐지지 못했다.

       

       

       기사가 곧바로 손을 들며 나를 제지했기 때문이다.

       

       

       “조용히 할 수 없겠나?”

       

       

       “….없는데요…”

       

       

       “조용히 하거라.”

       

       

       백작령의 모든 어그로를 다 끌며 대차게 행진한 나는 곳 백작이 머무르는 성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얼마를 더 걸어가니 엄중한 경비속에 있는 문 하나가 눈에 보였다.

       

       

       척.

       

       척.

       

       

       젊은 기사 두 명이 문 앞에서 나를 가로 막았다.

       

       

       마치 내가 잠재적 범죄자라도 되는 듯 노려보는 그 눈빛은 다분히 위압적이었고, 강압적이었다.

       

       

       “백작님을 뵙는 자리엔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

       

       

       “무기 없어요.”

       

       

       확실히 내 신분이 평민이라 그런 것인지 이 기사들이란 작자들은 초면부터 반말뿐이었다.

       

       

       위압적인 태도였지만 코웃음만 날 뿐이다.

       

       

       무당의 기를 꺾어놓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는가?

       

       

       이 양반들이 기를 쓰고 노려보는것보다 눈알도 없는 귀신이 쳐다보는것이 백 배는 더 섬뜩할 것이다.

       

       

       “거기 허리에 있는 것 또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음?”

       

       

       내 허리에 꽂혀 있는 건 단 하나였다.

       

       

       무당이 평생을 가지고 살아야 할 무구.

       

       

       무령이라 칭할 수 있는 내 방울이었다.

       

       

       무당한테서 방울을 뺏어?

       

       

       “이게 무기로 보여요?”

       

       

       나는 손수 방울을 뽑아 들고 기사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이게 어딜 봐서 무기로 보인다는 말인가?

       

       

       순간, 기사가 걸렸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평민놈이 말이 많구나.”

       

       

       “허?”

       

       

       “감히 기사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이냐? 하찮은 것이 주제도 모르고.”

       

       

       “얼씨구?”

       

       

       그래도 대박의 기운을 따라왔으니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기사의 입에서 내뱉어진 다음 말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기사에게 반항한 죄로 네놈의 물건은 백작령에 귀속시키도록 하겠다.”

       

       

       기사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게 보였다.

       

       

       신비로운 푸른색 빛을 띠고 있으니 팔면 돈이 될 것 같았나보다.

       

       

       명백한 기사의 실수였다.

       

       

       무당의 방울을 팔아 치울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방울을 잡은 무당 앞에서.

       

       

       “이봐 기사님.”

       

       

       내 고개가 비스듬히 옆으로 돌아갔다.

       

       

       이제 보니 이 기사 이런 식으로 해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제 세금 내러 온 평민도 털어먹었지?”

       

       

       “뭣이?”

       

       

       “그저께는 길거리에서 트집을 잡아서 뜯어먹었고. 보자… 2실버? 소소하게도 해먹었네.”

       

       

       점점 파리해져가는 기사의 얼굴이 보였다.

       

       

       “이거 뭐 산적 새끼도 아니고… 그거 검 끝에 달린그거! 진상품 중에 하나 아니야?”

       

       

       “이익…평민놈이 함부로 입을 놀리는구나…!”

       

       

       기사의 만행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기사의 주변으로 늘어선 망령들은 하나 같이 몸에 검상이 새겨져 있었다.

       

       

       저 칼에 맞아 죽은 게 확실했다.

       

       

       그것도 원한을 가질 만큼 억울한 이유인것 같았다.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것은 큰 죄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이제 보니 사람도 죽였네?”

       

       

       “이놈…!!”

       

       

       당장에라도 칼을 뽑아 들 것처럼 손을 움직이는 기사.

       

       

       당연하게도 그 기사의 움직임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나는 백작의 손님이었으니까.

       

       

       멀찍이서 아까 그 깐깐한 기사가 걸어오며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만.”

       

       

       “헙…!”

       

       

       야비한 놈의 안색이 삽시간에 파리해졌다.

       

       

       “백작님의 손님에게 검을 겨눌 생각이었나?”

       

       

       “그…그게 아니라…이 평민놈이…”

       

       

       “이 잘못은 엄중히 물을 테니 그리 알도록.”

       

       

       야비한 놈을 꾸짖은 기사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실례가 많았다. 들어가도록 하지.”

       

       

       아까는 꽉막혀 보이던 사람이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야비한 놈의 옆에 서 있던 기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덧붙였다.

       

       

       “가지고 있는 물건은 무기로 보이지는 않으니 상관없다.”

       

       

       이후로 백작의 앞에서 해야 할 태도 같은 것들에 대한 잔소리가 이어졌지만 대충 듣는 둥 마는 둥 넘겨 버렸다.

       

       

       벌써 느껴지고 있었다.

       

       

       이 안에서 날 기다리는 사람이 파라몬과 비슷한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어떻게든 나와 엮일 인연인듯싶었다.

       

       

       어쩌면 신이 점지해 준 인연일지도 모르고.

       

       

       “들어가시게.”

       

       

       문이 열리고 보인 것은 중년의 아저씨였다.

       

       

       “자네가 크리스 인가? 반갑군. 아무곳이나 앉으면 되네.”

       

       

       난 대답도 하지 않고 멀뚱멀뚱 백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앉았군?”

       

       

       “앉으라고 하실 거 같아서요.”

       

       

       “흐음….듣던 대로구만. 파라몬님께 이야기는 전해 들었네.”

       

       

       나와 마주 앉은 백작이 탐색하듯 이리저리 나를 살폈다.

       

       

       눈이 맑고 이마가 반듯했다.

       

       

       금발의 머리가 숱을 자랑하며 빼곡히 자리해있었다.

       

       

       정갈한 이목구비를 가진 백작은 느껴지는 기운마저도 깔끔했다.

       

       

       “그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다지? 미래도 볼 수 있고?”

       

       

       “그렇기는 해요.”

       

       

       어찌 보면 귀족에게 무례하다고도 할 수 있는 대답이었지만 백작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나는 말이지… 솔직히 믿을 수가 없네. 파라몬님의 말씀이 아니었다면 사기꾼이라 생각했을 것이야.”

       

       

       당연한 반응이었다.

       

       

       무당이라는 게 존재하는 한국에서조차 믿는 사람보다는 안 믿는 사람이 더 많았으니까.

       

       

       나에게는 익숙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안 믿는 사람들 중에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진짜인지 아닌지 시험하려고 드는 사람들.

       

       

       “이 주변에 영혼이 있는가?”

       

       

       “이 방안에는 없네요.”

       

       

       “미래를 볼 수 있다 했으니 내가 자네를 왜 불렀는지 알고 있겠구만.”

       

       

       미래를 본다는 게 백작의 생각과는 다를 테지만 굳이 정정해 줄 생각은 없었다.

       

       

       설명하기도 힘들 뿐 더러, 이해시키기도 어려운 감각이기 때문이다.

       

       

       “그럼 한번 맞춰 보게. 내가 자네를 왜 부른 것 같은가?”

       

       

       “……”

       

       

       “역시 거짓말이었던 게로군.”

       

       

       나는 대답보다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백작을 바라봤다.

       

       

       “그걸 왜 백작님이 저한테 여쭤보시나요?”

       

       

       백작에게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조차도 이유를 모르고 있을 테니까.

       

       

       왜냐하면.

       

       

       “저를 부르신 건 백작님이 아니라….”

       

       

       나의 시선이 허공으로 옮겨 갔다.

       

       

       “거기 계신 영감님 같은데.”

       

       

       저곳이었다.

       

       

       파라몬이 있던 곳과 똑같은 결계가 펼쳐져 있는 곳이.

       

       

       저곳에서 나와 엮여 있는 강한 기운이 넘실거리며 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호오?”

       

       

       백작이 흥미롭다는 웃음을 지음과 동시에 허공이 걷혀나갔다.

       

       

       스으윽 –

       

       

       “허허허…..”

       

       

       너털웃음을 지으며 나타난 건 금발의 노인이었다.

       

       

       오히려 백작보다 주름이 없는 그 얼굴은 젊어 보이면서도 중후한 세월을 담고 있었다.

       

       

       “라몬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구만.”

       

       

       어느새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자연스레 노인에게 자리를 비켜준 백작.

       

       

       노인이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아스테르 클로셀이라 하네.”

       

       

       아스테르 클로셀.

       

       

       변방의 사냥꾼이었던 나도 그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명성있는 마법사였다.

       

       

       대충 밖에 알지 못했지만.

       

       

       7써클을 이룩한 대마법사라나 뭐라나?

       

       

       “보아하니 나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 모양이군?”

       

       

       나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클로셀이 연거푸 입을 열었다.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군. 영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나도 보이는가? 방금의 마법은 어떻게 알아챈 것이지?”

       

       

       “이걸 본다고 해야 하나….”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모양이로군. 내 들은 적이 있네 정령사들이 말하는 정령안이라는 것인가?”

       

       

       “정령안….”

       

       

       “자네도 그들처럼 소리로보고 촉감으로 보는가?”

       

       

       클로셀의 질문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쉼 없이 이어졌다.

       

       

       대답도 안 들을 거면 왜 물어보는 거야?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지던 클로셀이 상황을 깨달은 듯 멋쩍게 웃었다.

       

       

       “허허…미안 하네. 마법사들은 원래 호기심이 많아서 말이야.”

       

       

       “…..”

       

       

       이제야 질문 폭격이 끝난 모양이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한번 허공을 바라봤다.

       

       

       “영감님도 나오시죠?”

       

       

       저기가 무슨 대기실도 아니고 한 번에 좀 나오지.

       

       

       내 말에 걸어 나온 노인은 파라몬이었다.

       

       

       “껄껄. 역시 알고 있을 줄 알았네. 로셀, 내가 뭐라했는가?”

       

       

       “끄응….도통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파…파라몬님?”

       

       

       파라몬이 있었다는 건 백작도 몰랐던 모양이다.

       

       

       저렇게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는 것을 보니.

       

       

       “이제 다 모이신 것 같으니까 제가 한번 물어볼게요.”

       

       

       “그러게나.”

       

       

       “누군가를 그리워하시는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부른 건가요?”

       

       

       “정확하네. 그런 것도 보이는가?”

       

       

       역시나 느낌대로였다.

       

       

       이렇게 점지된 인연일 경우 무당들은 찾아오는 목적조차 선명하게 느낄 수가 있다.

       

       

       신점을 보러 가서 앉기도 전에 무당들이 탁탁 맞추는 경우가 이런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내가 봐오기로 이런 종류의 그리움은 대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먼저 죽은 내 부인을 만나고 싶네.”

       

       

       영혼과의 소통이 가능한 것은 맞다.

       

       

       그리고 나를 잘 찾아온 것도 맞았다.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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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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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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