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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티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도. 자그마한 얼굴에 선명히 박혀 있는 이목구비도. 무심한 듯 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눈도.

       

       특히나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이전과 달라진 머리카락이었다.

       

       기다란 장발을 비녀로 묶어 정리한 그녀의 머리스타일은 흔히 포니테일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겨우 머리가 좀 달라졌을 뿐이지만 그 효과는 상당했다.

       

       무심하면서도 날선 분위기를 풍기는 화령에게서 어째선지 여성스러움이 느껴졌다.

       

       이 사람 아바타가 원래 이랬나?

       

       예쁘긴 했지. 아피스의 천마가 바탕이었으니까. 몸매도 좋은 편이었고 얼굴도 괜찮았지.

       

       그렇지만 예쁘단 말보단 멋있단 말이 먼저 나오는 사람이었는데 머리 하나 바꿨다고 이 정도로 달라질 줄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화령의 얼굴을 쳐다보던 그는 자신의 입에서 침이 한 방울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니 잠깐만. 화령이 정말로 방송을 켰다는 건 커뮤니티에 글을 남긴 그 사람이 진짜로 화령이라는 건가?

       

       – 화령님. 혹시 커뮤에 글 쓰셨어요?

       

       화령은 인원에 비해 과할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가만 보다 민준의 채팅에 답을 해줬다.

       

       “맞다. 글을 썼지. 다들 그걸 보고서 온 것 아니더냐?”

       

       – 글 썼음? 어디에?

       – 오늘 커뮤 계속 돌아다녔는데 그런 이야기 본 적 없음.

       – 난 그냥 화령님 얼굴 보이길래 무지성으로 들어 온 건데.

       – 나도!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분명 내 이름을 박아 놓고 방송을 예고하지 않았느냐!”

       

       이 사람 컨셉이 아니라 진짜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인가?

       

       아무리 커뮤를 많이 안 해봤다고는 해도 그런 식으로 글을 적는 건 좀 이상하잖아.

       

       근데 또 그렇다기에는 천마 컨셉 플레이 하는 게 너무 찐인데.

       

       설마 그 글도 컨셉인가? 컨셉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글을 적은 건가?

       

       아. 젠장.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일단 스크린 샷부터 찍자.

       

       *

       

       기이하구나. 다들 입을 모아 글을 보지 못했다 하는 것을 보면 대다수가 내 예고를 보지 못했음은 분명한데.

       

       그럼 왜 다들 이리도 빨리 방송에 모인 것이냐. 단지 방송 목록에 내 얼굴이 보여서 들어왔을 뿐이더냐?

       

       허어. 엔리가 언제나 맞는 건 아니구나. 이럴 줄 알았다면 그 고생을 해가며 글을 적지 않았을 터인데.

       

       먼저 온 이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으려니 시청자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 천세만만세님이 100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천마님이 강림하셨다! 만마가 앙복할지니 마도의 천하가 펼쳐지겠구나!]

       

       “호의에 감사한다마는 그런 단어는 대체 어디서 알아오는 것이냐.”

       

       천마강림이니 만마앙복이니 마도천하니.

       

       신교들에게서 지겹도록 듣던 것을 또 듣게 될 줄이야.

       

       이 세계에 있는 무협 소설에서도 저런 말이 쓰이는 것인가.

       

       – 천마님오셨다님이 10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천마님! 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래. 보러 와주어서 고맙구나.”

       

       원래는 시청자의 수가 천에 달했을 시점에 게임을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후원의 행렬이 끊이지를 않았다.

       

       내 단순히 채팅을 치는 이들이야 무시를 하고 넘어가겠다마는 본인이 좋다고 후원을 해주는 이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러다간 감사만을 전하다가 하루를 보내겠구나.

       

       “엔리. 보고 있느냐? 저 후원이라는 것을 어찌 해야 막을 수 있느냐.”

       

       질문을 던지자 마자 엔리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매니저 권한 넘겨주시면 바로 해드릴게요.>

       “그건 어찌 하는 것이냐?”

       <그러니까 설정 창에 들어가셔서.>

       

       – 진짜 화령님 맞네. 헤매는 거 보니까.

       – 엔리 없었으면 또 희생자가 나왔겠지.

       – 애초에 엔리가 없었으면 방송을 못 키지 않았을까?

       – 진짜 그랬을 것 같아. 방송 키려다 설정 못 해서 포기했을 듯.

       

       “대체 니 놈들은 나란 인간을 뭘로 보는 것이냐?!”

       

       나는 단지 최신문물에 서투를 뿐이다! 그런데 왜 니놈들은 나를 원숭이 보듯 하는 것이야!

       

       아무리 본인이 이런 것에 어색하다 할 지라도 공부를 좀 하면 금방 익힐 수 있다!

       

       간신히 엔리에게 매니저 권한을 넘겨주었지만 후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엔리. 후원을 막은 것 아니더냐?”

       [막기 전에 쏘신 분들이 많아서 그래요. 곧 끝날 거에요.]

       

       엔리는 곧이라고 말을 했지만 후원은 그 후로도 몇 분이나 더 이어지고 나서야 끊어졌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인 것인지.

       

       “이 놈들아. 내게 줄 돈이 있으면 그걸로 과자나 하나 더 사 먹거라. 본인은 가난하지 않다.”

       

       – 킹치만 지갑을 안 열기엔 천마님이 너무 멋진 걸.

       – 내가 여태 돈을 모은 이유가 후원을 하기 위해서인데 왜 날 막음?!

       – 천마님일지라도 지갑을 여는 걸 막을 순 없다!

       – 막을 순 없다.(후원 막힘)

       

       후원이 완전히 멈춘 것을 확인한 나는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다들 예상하고 있겠지만 내가 하는 방송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하는 방송이 주가 될 예정이다.”

       

       – 아피스? 아피스 가는 거임?

       – 오늘은 또 누가 화령의 희생양이 될까.

       – 마스터 구간 트럭 주의보.

       

       “많이들 기대를 하는 것 같다만 안타깝게도 오늘 할 게임은 아피스가 아니다.”

       

       – 네?

       – 화령님이 할만한 다른 무협겜이라니. 하나밖에 없지. 화룡무인 각이다!

       – 복수 아님? 그거 개꿀잼이잖음.

       

       “오늘 본인이 플레이 할 게임은 바로 하늘의 끝이다.”

       

       하늘의 끝. 지난 번 엔리가 내게 추천을 해 준 게임이다.

       

       VR판타지의 명작 중 하나로. 앞으로 VR게임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 역사비적인 작품이라나 뭐라나.

       

       엔리는 이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것인지 내게 전화를 걸어 열성적으로 설명을 해주었지만 난 그녀가 말하는 것의 대부분을 걸러 들었다.

       

       그리 유용한 정보는 아닌 것 같았으니까.

       

       – 하늘의 끝? 개쩌는 게임이기는 한데 그거 마나 기반 게임이잖아.

       – 거기엔 내기 없어서 무공 못 쓸 텐데 꼭 해야 함?

       – 그것보다 걍 무협 겜 해주면 안됨? 차라리 아피스나.

       

       “거절하마. 본인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느니라.”

       

       – ?

       – 그게 뭐임?

       

       “아니. 거기에 용이 나온다지 않으냐.”

       

       강철보다도 튼튼한 비늘과 어지간한 성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덩치.

       

       날카로운 발톱과 인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지혜로움.

       

       입에서 나오는 불꽃과 수없이 쏟아지는 마법들.

       

       사냥할 맛이 있는 짐승일 것 같지 않나.

       

       – 용이 나오긴 하는데 용 만나려면 한참 진행해야 되지 않나?

       – 최종보스 같은 거라 사냥하려면 열 시간은 박아야 할 걸?

       

       “그것은 내가 들은 이야기와 다르구나. 엔리가 내게 말을 하길 처음부터 용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만.”

       

       – 어. 나오긴 하는데.

       – 그거 초기 스펙으로 잡는 게 가능한가?

       

       “무어냐. 왜 나오는 데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야.”

       

       혹여 엔리가 내게 거짓말이라도 했나 싶어 깜짝 놀라지 않았느냐.

       

       “잡담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내 용을 사냥하고 싶어 얼마나 몸이 근질거렸는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

       

       그 날개달린 도마뱀은 얼마나 본인을 즐겁게 해줄까.

       

       *

       

       게임에 접속을 하자마자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를 맞이해줬다.

       

       당장에라도 눈이 내릴 듯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에서 고개를 내리면 마차라기보단 수레에 가까운 곳에 내가 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앞을 보면 마차를 이끄는 말과 마차가 보였다. 주변에는 나무가 여럿 자라나 있었는데 하나 같이 추운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겨울로 가득한 세상이구나.

       

       “이봐.”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금색의 단발을 한 추레한 인상의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호송이 되는 중인 듯 손목을 밧줄로 묶인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는 아직 거센 의지가 남아있었다.

       

       “자네. 드디어 일어났군.”

       

       – 캬. 이거지.

       – 근본의 대사.

       – 나 게임은 모르는데 이 대사는 암.

       

       잘은 모르겠다만 시청자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으로 보아 유명한 장면인가 보구나.

       

       “국경을 넘으려 했지? 매복이 있는 곳으로 곧장 걸어 들어가던데. 우리나, 저 친구처럼.”

       “빌어먹을 반란군 새끼들. 너희들이 문제야. 너희만 없었어도 나는…”

       

       저들끼리 증오를 한껏 담아 이야길 나누는 것을 보다 게임을 잠시 중지시켰다.

       

       “그런데 말이다. 게임을 하는 중에 그대들과 대화해도 괜찮은가? 게임의 등장인물이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나?”

       

       – 설정에 따라 다른데. 기본 설정이면 우리랑 얘기해도 등장인물이 신경 안 씀.

       – 등장인물한테 말을 해야 NPC가 말을 들을 수 있어요.

       – ㅇㅇ. 소통 가능. 맘대로 말해도 괜찮음.

       

       “그것 참 편의주의적인 설정이구나.”

       

       – 게임이니까.

       – 생생한 건 좋지만 너무 생생해도 피곤해.

       

       어쨌든 내 멋대로 떠들어도 괜찮다는 것이지? 그거면 충분하다.

       

       다시 게임을 재개하자 마차 안의 사람들이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저들만 아는 전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니 끼어들 틈도 없었고,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대화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서는 눈을 감고 게임 속 내 육신을 조명했다.

       

       이 게임에서 나에게 선물해준 육신은 나쁘지 않았다.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듯 몸 이곳저곳에 근력이 붙어 있었고, 심폐도 괜찮았다.

       

       다만 혈관을 타고 마력이 흐르는 마력의 양은 형편없었다.

       

       아피스에서 느껴보았던 용사냥꾼의 마력과는 비할 데 없을 정도로 자그마하구나. 이래서야 그럴 듯한 무언가를 펼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심장의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무언가였다. 그것은 힘이라기보단 그릇에 가까웠다.

       

       앞으로 들어올 무언가를 담기 위한 그릇 말이다.

       

       게임이 진행이 되며 차차 채워질 물건처럼 보이기는 한다만 아직은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으니 당장은 써먹을 수가 없다.

       

       즉.

       

       “이 게임의 주인공.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구나.”

       

       – 이제 게임 시작인데 뭘 바람?

       – 그래서 용 사냥 못한다고 한 건데.

       – 컨이나 다른 건 그렇다쳐도 스펙이 안 되니까.

       – 천마님 슬슬 쫄리쥬? 괜히 한다고 말했쥬?

       

       엔리에게 대충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아무것도 없을 줄은.

       

       “그래서 마음에 든다.”

       

       – ?

       – ???

       

       원래 투쟁이란 불리 속에서 시작해야 즐거운 법이지. 약자의 입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겪으며 강자의 목을 쳐내는 것이야 말로 투쟁의 참맛이다.

       

       본인은 너무 오랜 기간 강자로써 살아왔기에 언제나 약자를 동경했다.

       

       다른 이들이 어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만 본인에게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나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없는 이 육신으로 용을 상대하는 것인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구나.”

       

       – 사고방식이 일반인과 다릅니다.

       – 역시 엔리 친구가 정상일 리가 없지.

       – 천마답다고 해야 하나. 미쳤다고 해야 하나.

       

       숲을 넘어서자 벽돌로 쌓은 성곽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어째선지는 모르겠으나 마차 안은 비관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당장에 죽으러 끌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내 저들의 이야기를 전혀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마는 그 사이에 무슨 말이 나왔던 모양이구나.

       

       조금 더 나아가니 왜 분위기가 축 처졌는지 알 수 있었다. 병사가 우리를 데리고 온 것은 사형장이었다.

       

       거대한 도끼를 든 남자와 그 아래에 있는 핏자국이 잔뜩 묻은 상자.

       

       저기에 목을 올려놓고 저 도끼로 내리치는 것인가.

       

       도끼를 든 남자의 힘이 좋나보군. 단번에 목을 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인데.

       

       마차에서 내리며 사형장 안을 둘러보았다.

       

       병사들의 수는 꽤 많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수준은 형편이 없었다.

       

       지금 두 손이 묶인 상태로도 모두를 제압할 수 있겠구나.

       

       “있잖느냐. 용이 오기 전에 미리 병사들을 처리해 놓는 것은 어떠냐.”

       

       이 녀석들 분명 용과의 싸움에서 방해가 될 것 같다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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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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