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0

       백연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는 부탁을 했다면, 그냥 모른 척했을 거다.

         

        그녀의 협은 불쌍한 사람을 조건 없이 구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저자가 바란 것은 자신의 안위가 아니었다.

         

        자기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무릎을 꿇고 빌어댔다.

         

        저 사내는 악어왕도마뱀인 나를 보고 도망갔던 사내다.

         

        지금 모습이 그때보다 험하면 험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 거다.

         

        그런데 그걸 억누르고 타인을 위해 소원을 빌었다.

         

        내가 그냥 짐승이고, 자신을 잡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저자의 서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저자가 악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걸 판단하는 건 다음의 일이다.

         

        석화가 된 자를 어떻게든 구한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는 일이다.

         

        “그르르….”

         

        코카트리스를 쓰러트린다고 석화가 풀릴지는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해 봐야 한다.

         

        놈과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고가두리수라는 존재가 어떻게 생겼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었다.

         

        뱀 여왕이 설명해 준 것과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완전히 똑같지도 않았다.

         

        끽 해봐야 닭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닭의 흔적이라곤 울음소리밖에 없었다.

         

        코카트리스는 그래도 새에 가까운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이 모습을 보면 확실히 뱀에 가까운 거 같았다.

         

        꼬리에도 뱀 한 마리가 있었고 머리도 부리가 달린 뱀이라고 생각되는 모습이었으니까.

         

        놈과 나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일단 레벨이 보이긴 하니, 뱀 여왕이나 새의 왕 정도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크르르르….”

         

        낮은 울음소리를 내어 놈을 위협했다.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석화의 힘은 연속해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었으니까.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성이 있는 나에게 통할 정도의 출력을 내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괜히 시간을 뻐기다간 놈이 회복하고 말 거다.

         

        그 전에 빠르게 몰아쳐야 한다.

         

        “꼬끼오오오오오오!”

         

        코카트리스의 무기는 석화 말고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독이다.

         

        놈은 석화에 버금가는 강력한 독을 뿜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딜로포사우루스의 독도 버텨낸 몸.

         

        독으로 내게 치명상을 입히긴 힘들 거다.

         

        독을 다루는 생물이니만큼 내 독공도 큰 피해를 줄 순 없겠지.

         

        서로의 독은 통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건, 오직 육탄전밖에 없었다.

         

        코카트리스의 크기는 공포새보다 거대하다.

         

        단순한 덩치로 본다면 내가 불리한 상황이다.

         

        일반적인 육탄전이라면 내가 질 가능성이 클 거다.

         

        물론 그게 전부라면 내가 놈을 대적할 이유가 없지.

         

        “그르르르르….”

         

        놈이 가지고 있지 않은 무기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정보.

         

        놈과 나는 정보의 격차가 있다.

         

        놈이 가진 패는 무엇인지, 내가 무얼 막을 수 있는지.

         

        그 점을 파고든다면 이기기 수월해질 것이다.

         

        “끼에에에!”

         

        코카트리스가 독 안개를 뿜기 시작했다.

         

        좋은 수였다.

         

        접근을 차단하고 일방적으로 데미지를 주겠다는 거니까.

         

        여기에 시간을 쏟으면 곧바로 석화 광선이 날아올 테고.

         

        물론 좋은 수라고 한 건, 평범한 도마뱀이 상대였을 때를 말한 거다.

         

        타닷!

         

        소룡등천보의 묘리로 풀잎을 밟으며 놈에게 도약했다.

         

        독 안개의 농도는 짙다.

         

        놈은 감히 이걸 뚫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날개를 퍼덕이며 당황했다.

         

        이게 정보의 격차다.

         

        나는 놈이 독을 쓸 걸 알고 있었고 놈은 내가 독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을 걸 예측하지 못했다.

         

        [「역린 lv1」을 사용합니다.]

         

        [「역발산기개세」를 일시적으로 획득했습니다.]

         

        쿠구우우우우.

         

        중후한 내공이 놈을 압박했다.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

         

        역발산기개세란, 단순히 기백으로 상대를 누르는 것이 아니다.

         

        꾸드드득.

         

        내공이 한 점에 모인다.

         

        쩌어어어어어어억!

         

        용조수의 묘리가 실린 앞발이 놈의 머리를 강타했다.

         

        놈의 머리는 거의 반쯤 돌아간 상태.

         

        정신을 차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촤아아아아아악!

         

        반대쪽 손으로 놈의 날갯죽지를 강하게 베어냈다.

         

        “끼에에에엑!”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코카트리스.

         

        이 기세를 몰아 끝장을 내는 게 가장 이상적일 테지만, 상황이 계속 유지되진 않을 거다.

         

        방금 들어간 연타는 정보의 우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습이었으니까.

         

        정신을 차리기 전에 한 번 더!

         

        채애애애앵!

         

        베이지 않은 반대쪽 날개에 달린 손으로 용조수를 막아냈다.

         

        한 번 막혔으면, 주저 없이 뒤로 물러난다.

         

        근접전을 계속 진행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기에.

         

        “끼에에에에!”

         

        놈이 발광했다.

         

        두꺼운 목은 용조수를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부러지지 않고 굳건했다.

         

        내 생각보다 방어력이 뛰어난 녀석이었다.

         

        “끼라라라락!”

         

        체력도 많은 거 같고.

         

        놈이 매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발을 움찔거리는 걸 보면, 저 날카로운 발톱으로 날 찍어버리겠다는 생각이겠지.

         

        저 발에 찍힌다면 아무리 용린이라고 해도 박살이 날 거다.

         

        각법에는, 각법으로.

         

        콰아아아앙!

         

        한 걸음을 내딛음과 동시에 땅이 흔들렸다.

         

        다리에 실린 내공이 땅을 타고, 코카트리스를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퍼엉!

         

        “끄에에에에에엑!”

         

        놈의 자세가 무너졌다.

         

        지금이 기회다.

         

        빠른 속도로 놈에게 접근해, 용조수를 사용하려는 순간이었다.

         

        “끼기긱.”

         

        코카트리스의 한쪽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놈은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석화의 시선.

         

        이제야 다시 재사용을 할 수 있게 된 건지, 애초에 쓸 수 있었지만 힘을 숨긴 건지는 모른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상태라면 저 시선에 그대로 노출되고 만다는 거다.

         

        일부러 화가 난 척, 정신없이 달려든 건 이걸 위해서였나.

         

        새대가리치고는 똑똑하네.

         

        패를 끝까지 아낀다.

         

        좋은 판단이었다.

         

        그런데, 아낄 거면 조금 더 아꼈어야지.

         

        질주를 활성화했다.

         

        이제야 이 스킬을 활성화한 건 변주를 주기 위해서다.

         

        물론 질주만으로 저 시선에서 벗어나는 건 어려울 거다.

         

        백연영에게 배운 각법, 고룡각.

         

        고룡각은 각법이지만 각에 한정되지 않는다.

         

        유룡환영은 환의 묘리가 실린 각법.

         

        상대가 감히 예측하지 못하도록, 허초와 살초를 섞어 대응하지 못하도록.

         

        스아아아악!

         

        유룡환영에 증폭된 속도가 더해지니, 단숨에 놈의 등을 잡는 데 성공했다.

         

        놈의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콰아아아아앙!

         

        내공이 실린 용조수가 놈의 머리를 무참히 후렸다.

         

        “끼에에에에엑!”

         

        뚜드드득.

         

        목뼈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놈의 초월적인 근육은 뼈에 금이 갔음에도 그 기능을 강제로 유지하게 해준다.

         

        이제는 거리를 벌려선 안 된다.

         

        최대한 붙은 후, 놈의 시선을 억제해야 한다.

         

        왼손으로 놈의 목을 세게 잡았다.

         

        “끄르르르악!”

         

        마구 발버둥 치는 코카트리스.

         

        말이 발버둥이지, 저 덩치가 날뛰니 붙잡고 있는 내게도 자잘한 부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콰직!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이 내 살갗을 파고들었다.

         

        주르르륵.

         

        피가 흘러내린다.

         

        하지만 놈의 피해가 더 클 터.

         

        콰각!

         

        그대로 놈의 목을 물었다.

         

        으드드드득.

         

        이빨이 바스러질 정도로 세게 물었다.

         

        워낙 목이 두꺼워 이빨이 제대로 박히지도 않았지만, 이미 놈의 몸은 정상인 아닌 상태. 계속해서 피해를 누적시킨다면 저 두꺼운 목도 부러지고 말 것이다.

         

        역린으로 구음백골조를 사용한다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이 자세에서는 각이 나오지 않는다. 동작이 큰 공격이기에 석화에 당할 수도 있었고.

         

        “끼에에에에에에엑!”

         

        놈이 엄청난 괴성을 질렀다.

         

        귀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끔찍한 소리였다.

         

        이런 공격을 이제야 보여준다는 건, 놈도 슬슬 밑바닥을 보인다는 것.

         

        “크르르르르….”

         

        승산이 보인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며 놈의 체력을 뺀다면 곧 목뼈를 부러트릴 수 있을 거다.

         

        콰득!

         

        갑작스럽게 엄습하는 통증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고통의 근원지는 오른쪽 발목.

         

        그리고 그곳을 공격한 건 코카트리스의 또 다른 머리였다.

         

        놈의 머리는 원래 두 개였다.

         

        꼬리에 달린 뱀의 머리는 장식이 아니었던 거다.

         

        콰앙!

         

        코카트리스는 이빨에 힘이 빠진 걸 놓치지 않고 내 품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끼에에에엑!”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며 내게 돌진하는 코카트리스.

         

        당연히 그 과정엔 석화의 시선이 동반되었다.

         

        다리가 다친 내가 저걸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쩌저저저적!

         

        몸이 돌로 변하기 시작했다.

         

        “꼬꼬꼬오오옥!”

         

        그동안 당한 수모를 되갚겠다는 듯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달려오는 코카트리스.

         

        …….

         

        내가 네 두 번째 머리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역린 lv1」을 사용합니다.]

         

        투드득.

         

        내 피부를 감싼 돌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내가 놈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근거, 정보의 격차.

         

        나는 놈의 석화에 저항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전력을 다한 석화의 시선이라면 몰라도, 아직 충전되지 않은 이런 얄팍한 공격이 내게 통할 리가 없었다.

         

        [「구음백골조」를 일시적으로 획득합니다.]

         

        코카트리스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방향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다섯 손가락이 놈의 대가리를 박살 냈다.

         

        “크르륵….”

         

        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만약 죽었다면, 레벨 업이 바로 됐겠지.

         

        하지만 빈사에 다다른 건 사실일 거다.

         

        기회를 주지 말고 끝장을 내버려야 한다.

         

        놈의 대가리는 곤죽이 되어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숨이 붙어 있다는 건, 꼬리에 있는 뱀의 머리 때문일 거다.

         

        저것만 죽인다면 이 전투는 끝나게 된다.

         

        꼬리에 달린 뱀을 죽이기 위해 손을 치켜든 순간이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엑!”

         

        엄청난 굉음이 들림과 동시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투드드득.

         

        점차 돌로 변해가는 내 몸.

         

        여태껏 당했던 석화의 시선과 격이 다른 공격이었다.

         

        대체 어떻게, 저 상태에서 이런 공격을 한 거지?

         

        내 의문이 곧 해결되었다.

         

        “꼬끼오오오오오!”

         

        곤죽이 된 머리 사이에서, 또 다른 머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붉은 벼슬. 새하얀 털.

         

        영락없는 수탉의 머리였다.

         

        …제대로 당했구나.

         

        뱀의 머리가 아닌 완전한 새의 머리.

         

        아마도 새의 왕에게 받은 새로운 능력일 거다.

         

        뱀 여왕도 모르고 있던 능력이니까.

         

        징글징글하다.

         

        패를 전부 봤다고 생각했는데, 하나 더 있다니.

         

        …코카트리스의 머리가 세 개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새롭게 튀어나온 머리는 석화의 시선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즉 방금 사용한 석화가 최대의 출력이라는 거다.

         

        몸이 점점 굳어간다.

         

        그래도 끝난 게 아니다.

         

        생각해라.

         

        팔과 다리가 안 움직이는 현재,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역린 lv1」을 사용합니다.]

         

        역린, 습득하지 못한 스킬이나 무공을 재현하는 기술.

         

        떠올려라.

         

        팔과 다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그래, 그게 남아 있었지.

         

        새의 왕이 사용했던 그 기술.

         

        스치기만 했음에도 날 빈사로 만들었던 그 기술.

         

        파괴광선.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뭐?

         

        처음 보는 메시지였다.

         

        그동안 계속 성공했기에, 역린이 실패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인면조의 파괴광선은 내가 따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긴, 한 번 본 걸로 어떻게 따라 할 수 있겠나.

         

        그 원리조차 모르는데.

         

        코카트리스가 내게 점점 가까워진다.

         

        머리가 바뀌었지만 몸은 그대로라 속도가 느리긴 하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는 나를 죽이기엔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끝나는 걸까.

         

        돌로 변해, 저 괴조에게 박살이 나는 걸까.

         

        …….

         

        아니.

         

        [「역린 lv1」을 사용합니다.]

         

        인면조의 파괴광선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뱀 여왕과 볼파이톤이 구사한 기술이라면 어떨까.

         

        입을 크게 벌렸다.

         

        몇 번이고 본 그 자세를 따라 하기 위해서.

         

        삐약거리면서 뱀 여왕에게 광선을 쏴댄 쉭쉭이.

         

        날 훈련시키기 위해 파괴광선을 쏜 뱀 여왕.

         

        그들의 모습을 상기했다.

         

        [뱀 여왕이 당신에게 미소를 짓습니다.]

         

        [「파괴광선 lv1」을 일시적으로 획득합니다.]

         

        그래.

         

        이렇게 하는 거구나.

         

        이 한방으로 놈을 끝내야 한다.

         

        두 번은 없다.

         

        빗나가기라도 하거나, 놈의 목숨을 끊지 못한다면 내가 죽고 말 거다.

         

        [당신의 신성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시야 한구석에 아까 봤던 사내가 들어왔다.

         

        도망가지 않고 내게 절을 하고 있었다.

         

        [당신의 신성이 「파괴광선 lv1」에 반응합니다.]

         

        [「개객데스빔 lv1」을 일시적으로 획득합니다.]

         

        …이름하고는.

         

        스으으으읍.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내공을 한곳에 모았다.

         

        단전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세찬 기세의 내공들.

         

        내 모든 힘이 한 점으로 모아졌다.

         

        내가 할 행동은 단 하나였다.

         

        이 압도적인 힘을 방출하는 것.

       

       숨을 내쉬듯, 아주 자연스럽게.

       

         

       

       개객(塏揢)데스빔.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