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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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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돌려 앙쇼를 직시한 아이리스는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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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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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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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에게서 소름이 끼치는 새카만 기운이 넘실넘실 흘러나오고, 인간같지 않은 시선이 그를 직시하자 앙쇼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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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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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게 매달려 울부짖었던 노예들처럼 바닥에 주저앉은 앙쇼가 손으로 바닥을 밀며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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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지마! 가,감히 노예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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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반지가 끼워진 손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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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악,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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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손가락을 튕겨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앙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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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말도 안 돼. 그 목줄은 직접적으로 부수려고 하면 터져버린단 말이야! 그,그런 목줄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부서질 리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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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공포에 질렸는지 평소였다면 머릿속에 떠올렸을 말을 입에서 술술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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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얼굴과 달리 눈동자에는 무서울 정도의 탁한 분노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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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자,잠깐! 그래, 지금이라도 사과할게! 물어주면 되잖아! 노,노예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지? 그런 거라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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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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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리스의 검이 가볍게 앙쇼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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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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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아이리스는 검을 뽑아낸 후 다시 한 번 더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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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누가아악! 살려,살려줘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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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에 대한 소문을 최대한 막기 위해 그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노예들은 전부 집을 비운 상태였다. 그를 구원해줄 누군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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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직,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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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심장과 목을 피해 몇 번이고 검을 휘둘렀다. 앙쇼는 꺽꺽거리며 온몸이 난도질당하는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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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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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자, 아이리스는 말없이 검을 든 채 입구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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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전부 죽여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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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을 제공했던 앙쇼가 죽었음에도 그녀의 분노는 꺼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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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모든 것이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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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의 숙소를 빠져나온 아이리스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들고나와 복도를 걸었다. 그때, 저 멀리서 오뚜기가 헉헉 숨소리를 뱉으며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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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 목줄 중 하나가 상층부에서 부서져 버렸다는 걸 신호기를 통해 눈치챈 오뚜기는 당연히 목줄이 부서지면서 터져버렸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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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라면 별 생각 없이 멍청한 노예 놈이 죽었구나하고 넘겼겠지만, 하필 이번에 터진 목줄이 큰 손님의 숙소 안이었다. 손님이 노예 곁에 있었다면 크게 다쳤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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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치지 않았더라도 100%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뒤처리를 위해 겉옷도 입지 않고 달려 나온 오뚜기가 마주한 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든 채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아이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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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는 아이리스를 발견하자마자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아이리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 때문도 있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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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서 있는 곳이 목줄의 신호가 사라졌던 큰 손님의 방 앞이라는 점, 목줄이 사라져 드러난 흰 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이 온갖 상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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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네 년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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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뚜기가 떨리는 목소리로 정신이 돌아버린 아이리스를 부르는 미친 짓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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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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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오뚜기 쪽으로 몸을 틀자, 오뚜기가 몸을 파르르 떨며 허리춤에 매어둔 채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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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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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찍이 바닥을 거칠게 때리는 것과 동시에 오뚜기는 빠르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을 호출기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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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시선이 바닥을 때린 채찍을 향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제 오빠의 등을 내려치던 오뚜기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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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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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채찍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이곳저곳에 대기하던 실력자들이 오뚜기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오뚜기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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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년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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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들거렸다. 처음에는 손님을 죽인 아이리스가 두려웠지만, 이젠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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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기로 처형하는 게 좋겠지. 이왕이면 가장 끔찍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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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가 손님을 죽이는 일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대부분 그렇게 죽어간 이들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지, 동정의 대상이 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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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리어 손님을 죽인 노예가 더 큰 관심을 받게 된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하늘 위의 하늘을 공격한 노예는 처참하게 바닥을 기다가 끔찍하게 절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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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장의 즐거운 유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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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머릿속에 아이리스를 어떻게 처형할까를 그려보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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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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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순식간에 땅을 발로 차며 오뚜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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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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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부리부리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훅 다가온 아이리스를 인지하는 것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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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앵,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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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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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들고 아이리스의 앞을 막아선 노예가 검과 함께 몸까지 깊게 베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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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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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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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가 바닥을 뒹굴고 나서야 오뚜기가 정신을 차렸다. 아이리스가 무심한 얼굴로 칼을 허공에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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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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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핏물이 오뚜기의 얼굴과 그의 곁에선 다른 노예들의 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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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공포 앞에 오뚜기는 바지에 조금 지리며, 아이리스를 제압하여 이벤트의 제물로 써먹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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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아이리스를 덜덜 떨리는 검지 끝으로 가린 채 소리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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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히익..주,죽여! 죽여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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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명령을 듣지 않으면 목줄이 터지게 설정된 노예들이 이를 악물고 아이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아이리스는 가볍게 노예들을 베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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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에게 붙어 파리처럼 아양을 부린 끝에 온갖 사치를 누렸던 노예들은 차가운 시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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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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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중간에 마주치는 노예들을 전부 제물 삼아 미친 듯이 달렸다. 그만 알고 있는 비밀 통로가 있었기에 아이리스를 따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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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젠장!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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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뚜기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도착한 곳은 본인의 사무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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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소님께 연락을 넣,넣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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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입으로 읊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찾아 지소에게 짧은 내용의 편지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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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가 미쳐 날뛰어 투기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재미를 인생의 전부쯤으로 취급하는 그라면 분명 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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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만 된다면 망할 년을 죽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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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소의 존재를 떠올리자 점차 몸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는 까마귀의 다리에 편지를 달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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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으,흐…이제 좀 정신이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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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를 보내고 나자 반쯤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제 이마를 문지르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소리높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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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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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에게 도륙당한 노예보다 월등히 강한 강자들이 최상층에 머무는 상태였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이리스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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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싼 값을 하겠지만…지소님께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하면 받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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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곧바로 비밀 통로를 통해 최상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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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헉…젠장. 나중에 여기에도 엘리베이터를 만들어야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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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통로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진 장소라 전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뚜기는 연신 땀을 닦아내며 최상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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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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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올라가고 있는 층보다 네층 아래, 아이리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비밀통로는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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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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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좀 부탁하지.”
    “그 정도로는 계산이 안 맞는데?”
    “으득, 지소님께 잘 보일 수 있는 기회잖나?!”
    “그 점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잖아? 투기장의 신뢰를 지키는 막중한 일인데 고작 그걸로 퉁칠 순 없잖아. 안 그래?”
    ​
    ​
    화려한 금발 머리의 미남이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유들거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오뚜기가 몸을 떨며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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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그럼 뭘 원하나?”
    “흐음…우선 – ”
    ​
    ​
    요구 사항을 입에 담으려던 챔피언은 말끝을 흐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벽에 기대놓았던 검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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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거래하자더니 함정을 설치해놨군.”
   “뭐? 그게 무슨…”
    “그것도 아니면 너무 멍청해서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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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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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챔피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굳게 닫혀있던 숙소 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로 베어버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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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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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조각이 난 문이 떨어져 내리고 그 너머에서 아이리스가 걸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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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히이익! 어,어떻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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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경악하며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챔피언은 느긋하게 검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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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후불제면 가격 더 높아지는 거 알죠?”
   “뭐? 아니 아무리 그래도 -..”
    “싫으면 난 나갑니다?”
    “아니! 그래, 얼마든지 비싸게 받아먹어도 되니까 저년을 죽여!”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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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챔피언이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그가 무어라 중얼거리자 파지직거리는 일렉트로닉 볼이 그의 몸 주변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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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왕이면 순순히 죽어줄래? 내 몸값이 꽤 비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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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럽던 얼굴에 흉악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상대를 산산조각 낼 때까지 검과 마법을 날려대는 미친 광검사이자 마검사가 호기롭게 아이리스에게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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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후원해주신 익명 F님! 혈소연님! 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0’9
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챔/피언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몸을 돌려 앙쇼를 직시한 아이리스는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힉..!”

앙쇼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아이리스에게서 소름이 끼치는 새카만 기운이 넘실넘실 흘러나오고, 인간같지 않은 시선이 그를 직시하자 앙쇼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털썩!

그에게 매달려 울부짖었던 노예들처럼 바닥에 주저앉은 앙쇼가 손으로 바닥을 밀며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오지마! 가,감히 노예 주제에!”

그가 반지가 끼워진 손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딱!

아무리 손가락을 튕겨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앙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마,말도 안 돼. 그 목줄은 직접적으로 부수려고 하면 터져버린단 말이야! 그,그런 목줄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부서질 리 없잖아!”

얼마나 공포에 질렸는지 평소였다면 머릿속에 떠올렸을 말을 입에서 술술 뱉어냈다.

아이리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얼굴과 달리 눈동자에는 무서울 정도의 탁한 분노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자,자,잠깐! 그래, 지금이라도 사과할게! 물어주면 되잖아! 노,노예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지? 그런 거라면 내가…!”

푸욱!

아이리스의 검이 가볍게 앙쇼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앙쇼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아이리스는 검을 뽑아낸 후 다시 한 번 더 휘둘렀다.

“누가,누가아악! 살려,살려줘어억!”

본인에 대한 소문을 최대한 막기 위해 그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노예들은 전부 집을 비운 상태였다. 그를 구원해줄 누군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콰직,우드득!

아이리스는 심장과 목을 피해 몇 번이고 검을 휘둘렀다. 앙쇼는 꺽꺽거리며 온몸이 난도질당하는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야만 했다.

“…”

앙쇼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자, 아이리스는 말없이 검을 든 채 입구 쪽으로 향했다.

‘전부,전부 죽여버릴 거야.’

원인을 제공했던 앙쇼가 죽었음에도 그녀의 분노는 꺼질 줄 몰랐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모든 것이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앙쇼의 숙소를 빠져나온 아이리스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들고나와 복도를 걸었다. 그때, 저 멀리서 오뚜기가 헉헉 숨소리를 뱉으며 달려왔다.

노예 목줄 중 하나가 상층부에서 부서져 버렸다는 걸 신호기를 통해 눈치챈 오뚜기는 당연히 목줄이 부서지면서 터져버렸을 거라 생각했다.

평소라면 별 생각 없이 멍청한 노예 놈이 죽었구나하고 넘겼겠지만, 하필 이번에 터진 목줄이 큰 손님의 숙소 안이었다. 손님이 노예 곁에 있었다면 크게 다쳤을 수도 있었다.

다치지 않았더라도 100%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뒤처리를 위해 겉옷도 입지 않고 달려 나온 오뚜기가 마주한 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든 채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아이리스였다.

오뚜기는 아이리스를 발견하자마자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아이리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 때문도 있었지만 -…

그녀가 서 있는 곳이 목줄의 신호가 사라졌던 큰 손님의 방 앞이라는 점, 목줄이 사라져 드러난 흰 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이 온갖 상상을 만들어냈다.

“네,네 년 설마…!”

오뚜기가 떨리는 목소리로 정신이 돌아버린 아이리스를 부르는 미친 짓을 저질렀다.

슥.

아이리스가 오뚜기 쪽으로 몸을 틀자, 오뚜기가 몸을 파르르 떨며 허리춤에 매어둔 채찍을 잡았다.

촤악!

채찍이 바닥을 거칠게 때리는 것과 동시에 오뚜기는 빠르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을 호출기로 불렀다.

아이리스의 시선이 바닥을 때린 채찍을 향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제 오빠의 등을 내려치던 오뚜기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타닷!

아이리스가 채찍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이곳저곳에 대기하던 실력자들이 오뚜기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오뚜기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저년을 잡아!”

오뚜기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들거렸다. 처음에는 손님을 죽인 아이리스가 두려웠지만, 이젠 아니었다.

‘본보기로 처형하는 게 좋겠지. 이왕이면 가장 끔찍하게!’

노예가 손님을 죽이는 일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대부분 그렇게 죽어간 이들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지, 동정의 대상이 되진 않았다.

도리어 손님을 죽인 노예가 더 큰 관심을 받게 된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하늘 위의 하늘을 공격한 노예는 처참하게 바닥을 기다가 끔찍하게 절명한다.

투기장의 즐거운 유희 중 하나였다.

오뚜기가 머릿속에 아이리스를 어떻게 처형할까를 그려보고 있을 때.

팟.

아이리스가 순식간에 땅을 발로 차며 오뚜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억…?”

오뚜기가 부리부리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훅 다가온 아이리스를 인지하는 것과 동시에.

채앵,촤아악!

“끄아아악!”

오뚜기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들고 아이리스의 앞을 막아선 노예가 검과 함께 몸까지 깊게 베여버렸다.

털썩.

“그르륵..”

노예가 바닥을 뒹굴고 나서야 오뚜기가 정신을 차렸다. 아이리스가 무심한 얼굴로 칼을 허공에 휘둘렀다.

촤륵.

핏물이 오뚜기의 얼굴과 그의 곁에선 다른 노예들의 몸을 적셨다.

죽음의 공포 앞에 오뚜기는 바지에 조금 지리며, 아이리스를 제압하여 이벤트의 제물로 써먹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아이리스를 덜덜 떨리는 검지 끝으로 가린 채 소리쳣다.

“히,히익..주,죽여! 죽여버려!”

그의 명령을 듣지 않으면 목줄이 터지게 설정된 노예들이 이를 악물고 아이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아이리스는 가볍게 노예들을 베어 넘겼다.

오뚜기에게 붙어 파리처럼 아양을 부린 끝에 온갖 사치를 누렸던 노예들은 차가운 시체가 되었다.

“오,오지마!”

오뚜기가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중간에 마주치는 노예들을 전부 제물 삼아 미친 듯이 달렸다. 그만 알고 있는 비밀 통로가 있었기에 아이리스를 따돌릴 수 있었다.

“제,젠장! 젠장!”

오뚜기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도착한 곳은 본인의 사무실이었다.

“지,지소님께 연락을 넣,넣는거야.”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입으로 읊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찾아 지소에게 짧은 내용의 편지를 적었다.

노예가 미쳐 날뛰어 투기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재미를 인생의 전부쯤으로 취급하는 그라면 분명 와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망할 년을 죽일 수 있을 거야!’

지소의 존재를 떠올리자 점차 몸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는 까마귀의 다리에 편지를 달아 보냈다.

‘흐으,흐…이제 좀 정신이 드는군.’

편지를 보내고 나자 반쯤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제 이마를 문지르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소리높여 말했다.

“그래, 챔피언!”

아이리스에게 도륙당한 노예보다 월등히 강한 강자들이 최상층에 머무는 상태였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이리스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비싼 값을 하겠지만…지소님께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하면 받아주겠지!’

그는 곧바로 비밀 통로를 통해 최상층으로 향했다.

“허억,헉…젠장. 나중에 여기에도 엘리베이터를 만들어야겠군.”

비밀통로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진 장소라 전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뚜기는 연신 땀을 닦아내며 최상층으로 향했다.

터벅.

오뚜기가 올라가고 있는 층보다 네층 아래, 아이리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비밀통로는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

***

“이렇게 좀 부탁하지.”

“그 정도로는 계산이 안 맞는데?”

“으득, 지소님께 잘 보일 수 있는 기회잖나?!”

“그 점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잖아? 투기장의 신뢰를 지키는 막중한 일인데 고작 그걸로 퉁칠 순 없잖아. 안 그래?”

화려한 금발 머리의 미남이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유들거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오뚜기가 몸을 떨며 이를 악물었다.

“그,그럼 뭘 원하나?”

“흐음…우선 – ”

요구 사항을 입에 담으려던 챔피언은 말끝을 흐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벽에 기대놓았던 검을 잡았다.

“하, 거래하자더니 함정을 설치해놨군.”

“뭐? 그게 무슨…”

“그것도 아니면 너무 멍청해서 그런 건가?”

쩌적.

챔피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굳게 닫혀있던 숙소 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로 베어버린 것처럼.

후두둑.

조각조각이 난 문이 떨어져 내리고 그 너머에서 아이리스가 걸어들어왔다.

“히,히이익! 어,어떻게 여기까지!”

오뚜기가 경악하며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챔피언은 느긋하게 검을 뽑아 들었다.

“이거 후불제면 가격 더 높아지는 거 알죠?”

“뭐? 아니 아무리 그래도 -..”

“싫으면 난 나갑니다?”

“아니! 그래, 얼마든지 비싸게 받아먹어도 되니까 저년을 죽여!”

“접수.”

챔피언이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그가 무어라 중얼거리자 파지직거리는 일렉트로닉 볼이 그의 몸 주변을 맴돌았다.

“이왕이면 순순히 죽어줄래? 내 몸값이 꽤 비싸거든.”

부드럽던 얼굴에 흉악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상대를 산산조각 낼 때까지 검과 마법을 날려대는 미친 광검사이자 마검사가 호기롭게 아이리스에게 덤벼들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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