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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2층, 불장난.

   3층, 사로의 문.

   4층, 백 개의 포화.

   5층, 천연 함정.

   6층, 기사의 나라.

     

   그리고 약 한 달.

   어느덧 도달한 6층.

   앞선 모든 층을 최단 거리로 설립한 크라슈와 세 명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전투가 꽤나 있었기도 하고, 마성궁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던 만큼.

   크라슈와 셋 모두 옷이나 이래저래 꽤 해진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외견적인 것뿐.

   크라슈와 라크라디온은 맨 선두에서 달려 나가 무기를 쥔 채 몰려오는 거대 개미 군단과 둘이서 맞서고 있었다.

     

   “저 둘은 괴물인가? 체력이 지치지를 않는구먼.”

     

   크라슈와 라크라디온의 전투를 보며 데릭은 질린 말투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저 두 사람은 6층까지 오며 거의 쉬지도 않고,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저 둘은 뭐에 쫓기길래 저토록 전투에 미쳐 있는 걸까.

   조금의 시간도 아깝다는 양, 두 사람은 쉴 줄을 몰랐다.

     

   “보기는 좋잖아요. 라크 언니가 저렇게 의욕 있는 거, 저 오랜만에 봐요.”

     

   데릭은 부정하지 않았다.

   지난날, 라크라디온은 매일 같이 검을 휘두를 뿐 모든 의욕이 꺾여 있었다.

     

   평소 감정 표현은 잘 안 하는 그녀지만, 데릭은 그녀가 줄곧 매너리즘에 빠져 있음을 잘 알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달랐다.

     

   크라슈와 함께 6층까지 돌파해오며 그녀는 점차 예전의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그녀의 활기를 가장 복 돋아 준 것은 중간중간 휴식 시간에 있었던 크라슈와의 대련이었다.

     

   「라크라디온, 나랑 대련 좀 하자.」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데릭과 페니첼리는 순간 그가 미친 건가 싶었다.

     

   마성궁을 공략하기 바쁜 마당.

   휴식을 둬야 할 시간에 대련으로 체력을 빼겠다니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왜인지 라크라디온은 응수했다.

   둘 다 황당했지만, 본인이 하겠다 한 마당에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두 사람은 잠자코 둘을 지켜보았다.

     

   「힘을 너무 쓰면 안 되니, 오러 없이 순수한 검으로 괜찮을까.」 

   「예, 그러시죠.」 

     

   다행히 둘 다 생각은 있는지 오러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작된 전투에서 결과는 크라슈의 완전한 패배였다.

     

   사실 예상된 결과라 하기에는 언짢았다.

   데릭과 페니첼리는 그가 펜달을 압도적으로 꺾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못해도 비등하겠거니 생각했더니 설마 저렇게 쉽게 패배할 줄이야.

   두 사람이 의문을 보이지만 라크라디온의 두 눈은 커다랗게 변했다.

     

   크라슈의 검은 솔직하게 말해 평범했다.

   정확히는 둔재의 검에 가까웠다.

     

   펜달을 상대로는 수많은 변수와 비술, 상황 예측 같은 것을 섞어 이뤄낸 결과지.

   크라슈 본인 스스로가 검에 정진한 길은 그리 수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크라디온은 깨달았다.

   본인이 지닌 재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그가 자신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발버둥 쳐 아득바득 여기까지 올라왔음을 말이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크라슈는 그녀에게 대련을 청했다.

   라크라디온은 그때마다 크라슈의 대련에 응수했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크라슈는 매번 바닥을 굴렀고, 패배했다.

     

   그러나 라크라디온은 점차 느꼈다.

   마치, 자신을 베끼기라도 하듯, 크라슈가 자신의 기본기를 몸에 담기 시작했음을 말이다.

     

   ‘라크라디온은 기본기 하나만큼은 정평이 난 인물이야.’

     

   너무 정직한 검을 가졌기에 때로는 파훼 당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 정직함만을 단련해 마스터 초입에 이르렀다.

     

   크라슈는 수많은 천재를 보았다.

   그들은 하나 같이 대단했고, 뛰어났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재능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지.

   범재가 간신히 넘어서 끝 벽에 마주한 마스터 초입의 바탕과는 달랐다.

     

   크라슈는 천재가 아니다.

   그러니 범재가 쌓아 올린 기초를 참고할 만한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라크라디온이 가장 적합했다.

     

   천재는 아무리 참고해 봤자 결국 그 밑바탕이 다르니 말이다.

   그렇기에 크라슈는 그녀의 검을 베끼기로 한 것이었다.

     

   자신에게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라크라디온의 기본기를 베껴서 라도 성장하겠다는 의지.

     

   그 의지가 대련 때마다 고스란히 느껴져 라크라디온은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독종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자존심도 없었다.

     

   남의 것을 훔쳐 익힌다는 건 검사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니까.

   하물며 최강이라는 발하임의 직계다.

     

   자신보다 훨씬 대단한 이가 많을 텐데도 구태여 자신의 기본기를 훔치겠다니.

   얼마나 어이가 없는가.

     

   그러나 그 눈에서 느껴지는 집념만큼은 진심이었다.

   기필코 모든 걸 얻어내겠다는 집념.

     

   그것은 무서울 정도로 강렬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라크라디온은 깨달았다.

   그가 어떻게 펜달을 낮은 경지로도 꺾을 수 있었고, 여기까지 강해질 수 있었는가.

   그리고 왜 그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 라크라디온이 느꼈는가.

     

   ‘자존심이라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이렇게 깨닫게 된다니.’

     

   그리고 라크라디온은 그 눈을 보았기에 그녀도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크라슈가 자신에게 배워 가겠다면.

   자신 또한 크라슈에게 그가 지닌 변칙성을 배워 가겠다.

     

   비록 대련에서는 크라슈에게 기본기를 전수하는 모습이었지만.

   마성궁의 공략 때는 도리어 라크라디온이 크라슈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그야말로 변칙투성이였다.

   온갖 잡다한 것을 다 익힌 그는 그 하나하나를 모조리 꺼내 그때, 그때 반영하며 싸웠다.

     

   그 모습은 데릭과 페니첼리도 감탄할 지경이었다.

   벽면을 타고 뛰어넘어 흑염을 휘두르는 크라슈는 압도적이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니 라크라디온은 그런 크라슈를 보며 정직함만을 추구하지 않게 되었다.

     

   강함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

   오로지 올곧은 직진만이 때론 답이 아니다.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녀에게 있어 벽을 넘기 위한 한 걸음이기도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라크라디온은 즐거워졌다.

   까마득했던 벽을 고작 한 발자국 올랐지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검사에게 있어 그 한 줌의 깨달음만큼 값진 것이 없었으니까.

     

   「크라슈 님,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6층 초입에 들어왔을 때 라크라디온이 크라슈에게 질문했다.

     

   「그토록 강해지기 위해 달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자신도 같은 목표로 한다면 더 나아갈 수 있을까.

   그렇기에 그녀가 묻자 크라슈는 그녀를 힐끗 보곤 대답했다.

     

   「세계 멸망, 한 번 막아보려고.」

     

   라크라디온이 눈을 깜빡였다.

   너무나 허무맹랑한 말이었지만 크라슈에게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세계 멸망이라니.

   멀쩡한 세계가 왜 멸망하나 싶기도 했지만.

   과연, 그 정도 목표는 잡아야 저토록 강해질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때로는 어린 나이에 지닌 커다란 상상이 앞으로 정진할 수 있는 큰 목표가 될 수 있구나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 말의 전부가 진심이었다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말이다.

     

   어쨌든 그 덕분에 크라슈와 라크라디온은 거의 휴식 시간 없이 마성궁을 계속해서 내려왔다.

   그렇게 어느덧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마성궁 6층, 수호자의 방이었다.

     

   각종 석상이 벽과 한 몸이 된 채 즐 비어 서있는 광장.

   그 중심에 6층을 지키는 수호자 석상이 거대한 방패와 언월도를 등에 멘 채 말 석상을 탄 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푸르륵-

     

   네 사람의 등장에 말 석상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투레질하였다.

     

   이 녀석만 뚫으면 7층.

   앞으로 한 층만 더 가면 낙천과 마주하게 될 크라슈 네였다.

     

   “크림.”

     

   크라슈가 슬쩍 부르자 크림슨가든이 천천히 날갯짓하며 광장 위로 날아올랐다.

   그것을 보며 크라슈는 주위를 스윽 훑었다.

     

   여기까지 오며 크라슈와 모두는 누군가 앞서 지나간 흔적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흔적은 다름 아닌 펜달로드의 것이었다.

     

   펜달이 선언했던 것처럼 펜달로드는 크라슈보다 일찍 마성궁에 들어와 도전하고 있었다.

   지름길을 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닌지 그는 엄청난 속도로 마성궁을 돌파하고 있었다.

     

   애초에 8층 직전까지는 매일 같이 자주 드나들던 펜달로드다.

   그들로서는 식은 죽 먹기였겠지.

     

   ‘대놓고 함정을 팔거라 생각한 건 조금 과했나.’

     

   펜달이 그리 정직한 녀석은 아니니 수작 정도는 부려 놨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여기까지 오는 길까지는 펜달이 부린 수작이 없었다.

     

   생각보다 정정당당하게 낙천에게 도전할 생각이기라도 한 걸까.

     

   ‘그런 녀석이었으면 진작 마성궁에서 뭔가 해냈겠지.’

     

   아쉽게도 크라슈는 펜달은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크라슈 님.”

     

   그러는 순간 라크라디온의 부름을 듣고, 크라슈가 고개를 돌렸다.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 보이는 그녀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빛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마치, 이것이 원래 그녀가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는 듯.

   그녀의 빛은 광명과도 같았다.

     

   “그래, 이제는 7층으로 가야지.”

     

   크라슈는 그렇게 말하고, 멸화침식을 서서히 끌어 올렸다.

   그러자 크라슈의 몸 내부를 열기가 훑고 지나가며 그의 육체 능력이 극단적으로 올라갔다.

     

   다그닥!

     

   그 순간 수호자와 함께 석상으로 된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보다도 몇 배는 더 큰 말의 달리기에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크라슈와 라크라디온이 동시에 바닥을 박차 뛰어올랐다.

   지난, 한 달간 6층까지 내려오며 호흡을 맞춘 크라슈와 라크라디온이다.

     

   두 사람은 달리는 석상 말보다도 먼저 놈의 앞에 도달했다.

     

   당황한 말의 주인인 수호자는 급히 방패와 언월도로 두 사람을 무찌르려 했으나 둘은 물 흐르듯 피했다.

     

   서걱, 화륵!

     

   베어가는 소리와 타들어 가는 소리가 일순간에 울려 퍼졌다.

   이그니스로 흑염을 두른 크라슈의 검과 오러 블레이드를 두른 라크라디온의 검이 말 석상의 앞다리를 갈라 버린 것이었다.

     

   쿠웅!

     

   순식간에 사라진 앞다리 탓에 말석상이 머리 째로 고꾸라지며 수호자가 추락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과 달리 수호자는 낙마했다 해서 죽는 일이 없었다.

     

   그는 돌 부스러기를 좀 떨어트렸을 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언월도를 두 사람을 향해 뻗어왔다.

     

   돌로 된 언월도는 그야말로 위협적이었다.

   무기 요새에 걸맞은 강함이었으나 상대는 크라슈와 라크라디온이었다.

     

   둘의 검이 합을 이루듯 교차하며 언월도를 동시에 받았다.

     

   쿠웅!

   

   

   

   

     

   석상의 힘은 사람을 아득히 넘어선 수준이라 크라슈와 라크라디온의 발아래 바닥이 꽈드득하고, 균열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러나 둘은 그 힘에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오러를 끌어 올렸다.

     

   휘익!

     

   라크라디온과 크라슈의 검이 동시에 하늘로 솟구친 순간 석상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웅하니 언월도가 떴다.

   벌어진 틈 사이.

     

   석상은 급히 방패를 앞으로 모았으나 라크라디온이 그사이를 먼저 파고들었다.

   정직함을 담은 라크라디온의 검이 방패를 정면에서 막아섰다.

     

   “크라슈 님!”

     

   그리고 그 부름을 따라 크라슈가 순식간에 열기와 함께 수호자의 안에 도달했다.

     

   위로 올라간 언월도, 라크라디온이 막고 있는 방패.

   텅 빈 그의 몸을 지켜줄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수호자의 내부 그를 움직이고 있는 동력원을 향해 크라슈의 검이 전력을 다해 내질러졌다.

     

   꽈드드드드드득!

     

   돌로 된 석상을 갈라 버리며 동력원과 함께 수호자의 몸이 그대로 절단되었다.

   동력원을 잃은 수호자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라크라디온과 크라슈는 발 빠르게 수호자에게서 멀어졌다.

     

   그야말로 환상의 호흡이라 봐도 무방했다.

     

   “다시 느끼지만 길 안내 말고는 나는 크게 필요 없구먼.”

     

   그걸 보며 데릭은 배를 두드린 채 너털웃음을 지었다.

   원래도 라크라디온 혼자서 6층 공략쯤은 가볍게 하는 수준이다.

   거기에 크라슈까지 더해졌으니 당연히 그가 나설 이유가 없었다.

     

   “저도 크게 할 거 없긴 하네요.”

     

   중간중간 부상이 없지는 않은 만큼 신성 마법을 몇 번인가 쓴 그녀지만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다.

     

   곧 얼마 안 가 만나게 될 낙천을 상대로는 이렇게 편하게 싸우지 못할 거란 것 정도는 말이다.

     

   [ 아이야. ]

     

   크라슈가 멸화침식을 꺼트려 나가며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사이.

   크림슨가든이 그의 어깨 위에 내려왔다.

     

   그러는 순간 크라슈는 그녀의 눈이 어딘가로 향해 있음을 눈치챘다.

   그건 다름 아닌 6층의 수호자가 죽으며 열린 7층의 문이었다.

     

   “크림?”

     

   크라슈가 의아하게 반응하자 크림슨가든이 살짝 언짢은 기색을 담았다.

     

   [ 함정의 기운이 아주 물씬 나는구나. ]

     

   그 순간 크라슈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크라슈는 곧바로 7층의 입구로 몸을 옮겼다.

     

   당연하지만 크라슈가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단지, 수많은 세월을 살아온 크림슨가든이라면 느끼고도 남으리라는 것.

     

   크라슈의 입가에 스산한 웃음이 걸렸다.

   그 함정을 준비한 이가 누구인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시작됐나.’

     

   펜달의 짓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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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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