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0

    <70 – 신궁의후예 스콜라 vs 괴력의궁수 오크노디>

     

    모브의 뜨거운 주행은 선두에서 달리던 두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저 녀석들, 점점 쫓아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말도 안 돼! 도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이렇게 빠른 속도로 따라잡힐 수가 있지?!’

     

    모든 걸 포기한 남자의 반칙으로 이루어진 전력질주와 그것에 찐한 감동을 받은 오크노디의 진심달리기가 만들어내는 맹추격.

    트랙 하나를 넘어설 때마다 점점 줄어드는 격차에 스콜라와 라이브는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거듭 느꼈다.

     

    “돌아보지 마세요!”

    “너도 궁금하지 않아, 스콜라?”

    “앞만 보고 달리기에도 힘든 시합입니다!”

     

    오크노디가 동료를 구하고자 뒤로 갔을 때, 스콜라는 생각했다.

    전장에서 뒤처진 아군을 구하는 일 따위, 스스로도 위태롭게 만드는 짓이라고.

    그렇기에 결심했다.

    뒤늦게라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아서 동료를 버리고 혼자 달려 나온다고 한들, 저런 어리석은 자에게는 2등조차 허락하지 않겠다고.

    스콜라의 조언에 라이브는 애써 불안을 억눌렀다.

     

    ‘신궁의 후예가 내 페이스를 맞춰주고 있어. 분명 내게 기대하고 있는 거야!’

     

    981기 학생 사이에서 스콜라보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스콜라의 조언은 이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에서만큼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아카데미 1위.

    가장 앞서나가는 인재가 자신을 챙긴다.

    그 말은, 자신을 2위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저 A그룹의 수석.

    쟁쟁한 변방귀족들을 넘어선 최연소 천재 오크노디마저도 능가할 수 있다고!

     

    <제 3 코스>

    <절벽타기>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절벽.

    도처에 튀어나온 발을 딛거나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흠.

    위에서부터 내려온 로프와 안전하게 몸에 설치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늘어선 코스.

    과녁은 아래에서 쏠 수 있는 것도 몇 개 있지만 일부는 저 위에서 쏘지 않으면 맞출 수 없는 극히 까다로운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무리라면 안전장치를 사용해!”

     

    스콜라는 그렇게 말하며 달리는 속도 그대로 날래게 절벽에 매달리며 민첩하게 절벽을 올라갔다.

     

    ‘빠, 빨라!!’

     

    궁수에게 민첩함이란 기본소양 중 하나.

    작은 틈에 손가락을 끼워 넣고 온 체중이 실려도 버틸 수 있는 악력도 마찬가지다.

    가슴은 말하고 있다.

    나도 저렇게 달려 오르고 싶다고.

    그러나 머리는 말한다.

    너 저런 거 무리잖아.

     

    ‘제기랄, 저놈들도 실컷 무리해서 쫓아왔잖아!’

     

    라이브는 오기를 부렸다.

    안전장치 없이 억지로 튀어나온 돌을 손으로 붙잡으며 빠르게 절벽을 타고 올라갔다.

    로프를 허리에 묶지도, 안전장치를 몸에 장착하지도 않고 맨 몸으로 나섰다.

     

    파바밧

     

    그런데도 느껴졌다.

    라인 두 개 옆에서 피부가 저릿할 정도로 뜨거운 기운이, 마치 230cm는 되는 것처럼 커다란 거인에게 쫓기는 압박감이.

    돌아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덧 그의 고개는 오크노디의 5번 라인을 돌아봤다.

    그 순간, 오크노디가 저만치 위로 올라갔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건 무리구나.’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재능의 한계 앞에서 라이브의 손이 얼어붙었다.

    라이브의 조별경쟁 2위의 꿈이 눈앞에서 멀어졌다.

     

     

    * *

     

     

    라이브는 조별경쟁 3위로 밀려났다.

    그는 포기했다.

    자신을 앞서나가는 자에게 맞서는 것을.

    오크노디는 달랐다.

    아주 조금, 자신의 앞에서 절벽을 오르는 스콜라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나갔다.

     

    ‘크읏, 분해. 팔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그럼에도 좁혀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간격은 조금씩 벌어졌다.

    팔다리가 모두 길쭉하며 키도 큰 스콜라와 달리, 비율은 좋아도 길이가 짧은 오크노디의 몸으로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간격차이가 있었기에.

     

    “오오오!”

    “5번 녀석, 꽤 하잖아!”

    “1번, 따라잡히지 마!”

    “추격해, 5번!”

     

    선배들의 외침 따위, 전부 머릿속에서 지웠다.

    지금 그녀가 달리는 이유는 저깟 선배들의 포인트 배팅을 위해서가 아니다.

    동료가 앞서나가기를 바라던 한 남자.

    은혜를 갚기 위해 모든 벌점을 각오한 사나이의 뜨거운 의지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매 회차마다 근육은 과할 정도로 많고 키도 쓸데없이 커다란 거인스러운 플레이만 했던 오크노디는 이런 뜨거운 열정을 누구보다도 동경했다.

     

    ‘몸은 작아도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크다고!’

     

    절벽을 오르자마자 재빨리 몸을 전환하며 다섯 발을 연속으로 쏘아버리는 스콜라.

     

    <1번 라인, 3코스 통과!>

    <5번 라인, 3코스 통과! +0.08.61>

     

    그보다 8초 늦게 등반에 성공한 오크노디가 활에 시위를 매겼다.

    눈에 보이는 조준점 따위는 없다.

    편리하게 자동으로 생기는 마력화살도 없다.

    쌓아온 지식과 훈련된 감각을 총동원해서 한 발 한 발 손수 화살을 걸어 쏜다.

     

    [제 3 코스를 한 번의 멈춤도 없이 단숨에 정복했습니다.]

    [대담함 경험치+10]

    [등반 경험치+5]

    [지형파악 경험치+2]

     

    [제 3 코스의 모든 표적을 명중시켰습니다.]

    [빠른사격 경험치+3]

    [집중력 경험치+3]

     

    시간은 한층 더 벌어졌지만 이어지는 4번 코스를 보니 웃음부터 절로 나왔다.

     

    <제 4 코스>

    <리프트 액션>

     

    절벽 꼭대기부터 저 아래 숲으로 비스듬하게 이어지는 하강리프트.

    로프와 비클로 엮인 리프트는 충격적이게도 발판이 없이 손으로 붙잡아 매달려야 하는 막대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화살을 쏘려면 손이 필요하다.

    이 리프트는 당당하게 도발을 하는 것이다.

    날 손으로 잡지 않고도 이동하면서 활로 표적을 맞출 수 있겠냐고.

    자신 없으면 그저 매달려서 지나가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이얍!”

     

    재빨리 도약해서 막대에 매달리자 덜컹, 하는 느낌과 함께 5번 라인 하강리프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강리프트에 매달렸습니다.]

    [대담함 경험치+3]

     

    덜컹, 드르르르륵!

     

    안전장치 없는 내리막길 롤러코스터처럼 거칠게 요동치며 내려가는 하강리프트.

    떨어지더라도 교관이 받아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장이 콩콩 뛰는 오싹한 긴장감이 들었다.

    두려움도 잠시.

    두 다리를 손잡이에 감아 리프트에 거꾸로 매달린 자세를 유지하던 도중, 저 멀리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절벽으로 향하는 모브의 모습을 보았다.

    번쩍.

    널 보고 있다고 말하듯이 주먹을 번쩍 치켜드는 모브의 모습에 마주 손을 들어주었다.

     

    ‘저렇게 멋진 사람인 줄 알았으면 깃발 값은 후하게 쳐줄걸.’

     

    용기 충전 완료.

    순간의 망설임으로 시간차가 줄어든 스콜라와 하강리프트에서의 역기승 공중이동사격 대결에 돌입했다.

     

    파바밧!

     

    역시나 마법화살로 무서울 정도의 연사력을 발휘하는 스콜라.

     

    파앙!

     

    그에 맞서 이쪽은 수수하게 완력으로 장전해서 한 발 한 발을 힘껏 쏘아내는 파워샷이다.

    공중에서 맞춰야 하는 표적은 도합 열 개.

    리프트가 내려가는 속도를 감안하면 표적 하나당 들일 수 있는 시간은 한 번뿐이다.

    연사쏘개 녀석은 세 발을 쏴도 한 발만 맞으면 되지만 파워샷 구사자인 내게는 그만한 여유가 없다.

     

    휘이잉

     

    ‘이런.’

     

    공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덜컹 흔들리는 리프트.

    조준점이 흔들리며 순간 사격타이밍을 놓쳤다.

    스콜라 역시 세발의 화살을 모두 놓치기는 마찬가지.

     

    ‘당황하지 마. 한 번 템포를 놓쳤다고 무너지면 그때부터는 남은 과녁을 전부 놓치게 돼.’

     

    정신이 아찔해지는 초고난이도 전투 중에는 이깟 리프트 따위가 우습게 보일 정도로 정신 나간 짓도 더러 존재한다.

     

    [강철 같은 정신력으로 순간의 실수를 재빨리 수습해내었습니다.]

    [정신력 경험치+10]

    [집중력 경험치+10]

    [이동사격 경험치+5]

    [곡예사격 경험치+5]

    [공중사격 경험치+5]

     

    좋았어.

    10개 중에 아홉발은 맞췄어.

    마지막 화살을 쏘며 그렇게 생각하려는데 측면에서 날아온 화살 한 발이 내 화살을 쳐냈다.

     

    “이런 미친.”

     

    저 독한 녀석.

    지 표적 사격에 집중하기도 벅찬 공중에서 견제까지 시도하고 심지어 그게 성공해?

    욱해서 저놈 리프트 로프에다가 화살 한 방 먹여주려다가 말았다.

     

    ‘모브는 그런 시합을 원하진 않을 테니까.’

     

    활과 화살통을 모래밭에 던져 측면으로 몸을 구르며 착지, 그대로 몸을 일으켜 활과 화살통을 회수하고 마지막 골인지점을 향해 전력질주 한다.

     

    <1번 라인, 4코스 통과!>

    <5번 라인, 4코스 통과! +0:01:57>

     

    도착 시간은 조금 느렸지만 몸을 일으키는 동작은 이쪽이 더 빨랐다.

     

    <제 5 코스>

    <전력질주>

     

    다리는 후들거리고 몸은 욱신거리지만 최선을 다해서 달렸다.

     

    “큭!”

     

    몸이 마음대로 따르지 않는 답답함을 표하듯 스콜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을 돌아보는 일도 없이 전력으로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골인까지 앞으로 50m. 10m. 한 걸음.

     

    <골인!>

     

    스콜라와 오크노디.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골인지점에 도달했다.

     

    “우와아아아!”

    “둘 다 대박이잖아!”

    “디~! 먼저 끝나고 보고 있었어요. 완전 멋졌어요!”

    “암살자답지는 않았지만. 뭔가 멋졌어.”

    “으캬캬. 육지 놈들도 가끔은 제법이잖아?”

     

    아카디아와 즈앙, 지고쿠까지.

    다른 무기를 연습하던 학생들까지 모두 모여서 구경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명승부.

    이제 그 결과를 발표할 차례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테디베어는 이 시험 낙제할 자신이 있어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