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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동침…? (2)

       

       

       

       

       

       

       달이 중천에 떠있는 야밤

       깔려있는 이부자리. 

       촛불 하나의 겨우 의지한 방안의 작은 불빛.

       

       그리고 남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전생에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단지, 상대가 문제였을 뿐이다.

       

       “…왜 이러고 있어요?”

       

       남궁비아는 내 물음에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무리 봐도 그런 상황을 의도하고 준비한 모습이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남궁비아다.

       저 맹한 것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상황을 만들었을 리 없었다.

       

       나는 남궁비아에게 물었다.

       

       “방을…두 개 줬을 텐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죠?”

       “…방…없다고 했는데?”

       “누가요?”

       “장문인께서….”

       

       매화선이? 

       화산이 어디 동네 작은 문파도 아니고 별채가 하나밖에 없을 리가 없는데?

       내 의문이 무섭게 신 노야가 치고 들어온다.

       

       [대대로 화산의 장문인은 눈치가 빨랐지, 행동도 빠르고 말이야.]

       ‘…당장 아까는 화산파가 뭐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인생은 자고로 다 그런 것이니라.]

       

       남궁비아를 보니 옷도 갈아입고 머리도 살짝 젖어있었다. 

       달빛을 받아 안 그래도 새하얗던 피부가 빛이 나는 듯 보인다.

       

       상황 탓인지 더 그렇게 보였다.

       

       “…후.”

       

       그렇다고 얘는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아무리 맹하다지만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정말 모르고 이러는 걸까.

       앞에 남궁비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예쁘긴 진짜 더럽게 예쁘네.’

       

       태평하게 이부자리에 다소곳하게 앉아 달빛을 받고 있는 남궁비아는 정말 과하게 아름다웠다.

       전생에 마검후에게 풍기던 잔혹하면서 차가운 분위기 또한 압도적이라 느꼈었지만.

       

       현생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청초함과 미려함은 그것대로 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다.

       

       ‘얼굴이 무기지.’

       

       죄다 부정해도 딱 한 가지, 남궁비아가 아름답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하물며 시선을 마주한 상태라면 더더욱 말이다…

       

       전생의 내가 이 나이즈음에 이런 식으로 남궁비아와 마주하고 있었다면,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했겠지.

       홀라당 넘어가서 헤실헤실 웃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은?’

       

       지금이라고 유지하고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그 만큼 지금 남궁비아가 고혹적이었으니까.

       

       자꾸만 스치는 생각 탓에 인상을 찌푸리고 등을 돌렸다.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문제가 있었던 듯하니, 소저는 여기서 주무시고, 저는 호위들 쪽에서 자겠습니다.”

       

       내일 방 하나 더 달라 하면 되겠지, 그래도 남궁인데 설마 안 줄까.

       

       [미친….]

       

       신 노야가 뭐라 할지 뻔했기에 귀담아들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자, 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꾸욱.

       

       옷소매를 잡아끄는 감각에 뒤로 휘청였다.

       뒤를 돌아보니 남궁비아가 내 소매를 꽉 잡은 상태였다.

       얼마나 꽉 붙들고 있는지 빼려 해도 쉽지가 않았다.

       

       “뭐하는….”

       “가지마.”

       

       그렇게 말하는 남궁비아의 눈은 단호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대체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럼, 같이 자기라도 해야….”

       “안돼?”

       “되는 이유는요…?”

       “약혼자…니까.”

       

       남궁비아는 말을 하면서도 확신이 안 가는 모양인지 표정이 오묘했다. 

       한참 이유를 생각하고 있는지 고민에 빠져있던 남궁비아가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손…만잡고 잘게….”

       “예?”

       

       뭐라고? …잘못 들었나?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내가 큰 충격에 빠진 것 마냥 돌이 됐는데, 정작 말을 뱉은 남궁비아는 평온해 보였다.

       보통은 반대입장에서 해야 하는 말 아니었나 이거…?

       

       자기가 생각해도 뭔가 이상한지 남궁비아가 되묻는다.

       

       “…이게 아닌가?”

       “소저, 그 말 어디서 듣고 온 겁니까…?”

       “…홍와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는데.”

       

       홍와라면 위설아랑 붙어 다니던 시종의 이름일 텐데?

       대체 어느새 친해진 거지…?

       

       말이 하나도 통하지 않은 탓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남궁비아의 모습이 살짝 웃겼다.

       뜻도 모르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은 것도.

       그걸 들은 게 나라는 것도 말이다.

       

       그 탓에 나도 모르게 픽 하고 소리를 내니 남궁비아의 눈이 커진다.

       

       “웃었어….”

       “…죄송, 순간 좀 웃겨가지고.”

       “나 보고 웃었어.”

       “아니….”

       

       기분 나빴을 수도 있으니 뭐라 변명이라도 하려는데. 

       그대로 내가 입을 다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궁비아가 웃고 있었으니까.

       아주 조금이지만, 확실하게 보일 만큼 미소를 얼굴에 띠고서 말이다.

       그걸 보고 무언가에 홀린 듯 남궁비아의 뺨에 내 손이 닿았다. 

       내가 직접 손을 뻗은 탓이었다.

       

       이 미친놈, 왜 이러지?

       나도 모르게 벌인 행동에 화들짝 놀라 곧바로 손을 빼려 했지만, 손을 빼지는 못했다.

       남궁비아가 살포시 자신의 뺨에 닿은 내 손을 감싸 잡았기 때문이다.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남궁비아의 뺨은 차가웠지만.

       내 손은 몸에 담긴 심법탓에 항상 뜨거웠다.

       

       헌데, 차가운 얼굴과는 다르게 내 손을 감싼 그녀의 손은 그보다 뜨거웠다.

       그녀의 얼굴에서 보이는 미세한 감정은 애써 무시하던 나조차 비틀거리게 만든다.

       

       내 손에 뺨을 기대던 남궁비아가 말했다.

       

       “…같이 자자.”

       

       그리 말하는 뺨은 평소와 다르게 붉어져 있었다.

       

       

       

       

       

       ******************

       

       

       

       

       

       축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다.

       온종일 뛰어다니고 휩쓸려 다녔던 탓에 몸이 상당히 피곤했지만, 쉬이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살짝 열려있는 창 밖으로는 달빛이 새어 들어온다. 

       그 옅은 빛은 얌전히 자고있는 남궁비아의 머릿결을 훑고 지나갔다.

       

       나는 그런 남궁비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빠르게도 잠들었구나.]

       

       한동안 입꾹 닫고 조용히 있던 신 노야가 나타났다. 

       그 소리에 내가 소리 없이 웃었다.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가긴 어딜 가, 그냥 잠깐 자다 온 거지.]

       ‘푹 주무셨나 봅니다.’

       [그래, 아주 잘 잤지.]

       

       신 노야는 잠을 자지도 않고 어딘가 숨을 수도 없다.

        그저 조용히 있었을 뿐.

       

       그걸 알고 있으니 고마워 해야 할지 어이없어 해야할지 모를 부분이었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자마자 조용히 눈치껏 빠져있던 신 노야지만, 그가 바라던 상황은 없었다.

       애초에 남궁비아의 의도 속에 다른 속뜻이 숨어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남궁비아는 정말 단순히 같이 자자고 했을 뿐이다.

       실제로 남궁비아는 눕자마자 재빠르게 잠이 들었다. 

       이럴거면 실상 따로 자도 되는 게 아니었을까?

       

       ‘…좀 많이 빠르게 잠들긴 하네.’

       

       평소의 맹한 표정은 사실 잠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뭐가 말입니까.’

       [네 옆에 잠든 아이 말이다.]

       

       갑자기 툭 하고 들어온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쉬이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까.

       

       신 노야는 그런 걸 느끼고 있을텐데도 모른척 말을 계속 이어나간다.

       

       [이 아이에게 애정보다는 죄책감을 더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다.]

       ‘…’

       [네 나이에 뭐 그리 죄를 지었기에 안고 가는 게 무거운지 모르겠으나, 아이가 널 보는 눈에 담겨있던 이야기를 네가 모르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감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점점 알게 모르게 다가오는 남궁비아의 행동에서, 날 보며 가끔 나타나는 눈빛에서 조금씩은 알 수 있었으니.

       

       어째서.

       어째서일까.

       

       남궁비아는 왜 굳이 다음 생에 와서까지 나와 엮이려 하는 걸까.

       구태여 아무것도 없었던 네게 묘한 마음을 품기 시작했는가.

       

       고롱고롱 숨소리를 내고 있는 남궁비아에게 손을 천천히 뻗었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치워주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머릿결에 손이 닿을 때쯤.

       

       -…달은 떠 있어…?

       

       지겹도록 떠오르던 목소리가 들렸다. 

       심장을 난도질 하는 목소리에, 닿으려던 손은 그대로 내 품에 돌아온다.

       그때 내리던 비는 아직 내리지 않았고.

       

       나는 그런 상황 또한 오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창 밖으로 비추는 달은 여전한 모습이다.

       

       밤이 되면 그걸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녀가 떠오른다.

       마지막에 내 품에서 숨을 거두던 모습도 선명했다.

       

       ‘아직까진.’

       

       남궁비아가 전생과 다른 이라는 걸 천천히 체감하고 있었다.

       더불어 말하자면.

       

       그럴수록 이제 더는 마검후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얘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애초에 마음을 품었느냐 하면, 그 또한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누군가를 들여놓을 상황도 아니었으며, 다른 것만으로 벅찼었으니.

       

       ‘그럼 지금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도 그때와 같냐고.

       물음에 답은 금방 떠올랐지만, 생각을 정립하진 않았다.

       

       어떻게 봐도 망설여지는 것은 여전했다.

       모든 걸 놓쳤었기에 무엇이든 잡기 꺼려졌으니.

       

       ‘…아직도 겁을 먹고 있는 건가.’

       

       겪어온 일들 탓에 지레 겁먹은 걸지 모르는 일이다.

       그게 무엇이든지 함부로 확신하지 말아야 했다.

       

       그랬다가 또 놓칠 게 뻔했으니까.

       하물며 지금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들었기에 더욱 그랬다.

       

       움찔.

       

       옆에서 남궁비아가 몸을 뒤척였다.

       뭔가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듯 미간이 살짝 구겨져 있길래 내가 손가락으로 콕 하고 미간을 눌러줬다.

       

       “…으음.”

       

       그러자 이상한 소리를 내며 한 번 더 뒤척인다.

       그걸 보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이제 회귀한지 고작 몇 달.

       아직은 어려운 얘기였다.

       

       

       

       

       

       ******************

       

       

       

       

       

       어느덧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저 멀리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시점.

       

       남궁비아가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워낙 아침잠이 많은 몸이라 항상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몽롱한 정신과 흐릿한 시야 틈으로 누군가 보인다.

       

       “일어났어?”

       

       구양천이 문 밖 마루에 앉아있었다. 

       

       ‘…아.’

       

       남궁비아는 그걸 보고 어제 구양천과 같이 잠에 들었던걸 깨달았다.

       그 덕에 이번에도 악취 없이 잠들 수 있었다.

       

       항상 꾸던 악몽도 꾸지 않았고, 평소보단 아침에 일어나는게 쉬운 느낌이었다.

       이는 그와 만나고 나서 겨우 가질 수 있는 평온함이다.

       

       평소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잠에 들어서 그런지 오늘은 유독 그 느낌이 강했다.

       구양천이 남궁비아를 보며 말했다.

       

       “그렇게 바로 잠들 줄 몰랐는데.”

       “…졸렸어.”

       “눈곱부터 때.”

       “…!”

       

       그 말에 남궁비아가 다급히 눈을 비비지만, 이상하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구양천이 그걸 보며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거짓말이야. 아무것도 안 묻어있어.”

       “…?”

       

       아침부터 뭔 이상한 장난인가 구양천을 살짝 노려보던 남궁비아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평소랑 무언가 달랐다.

       

       느낌인가? 아닌데….

       뭐가 다른 거지?

       

       고민에 빠진 남궁비아에게 구양천이 물었다.

       

       “밥 먹을 건데, 먹을래?”

       “먹을…아!”

       

       그제야 뭐가 남궁비아는 뭐가 이상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반말.

       언제부턴가 구양천이 자신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 느껴지던 날 선 느낌이나 억지로 밀어내는 듯한 거리감도 사라져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말이다.

       

       남궁비아는 그걸 깨닫고 나니 가슴 속에서 뭔가 쿵쿵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왜지?’

       

       이게 무슨 느낌일까. 

       남궁비아는 알 수 없었다.

       

       “왜.”

       

       구양천의 물음에 남궁비아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혹여 걸고 넘어지면 금방이라도 말투를 바꿀까 굳이 꺼내지도 않았다.

       

       이어 구양천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밥을 먹는다 하였으니 그 때문일 것이다.

       

       남궁비아도 그걸 보고 따라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도련님! 저 왔….”

       “아….”

       

       어제 안 보였던 위설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났다.

       위설아는 해맑게 뛰어들어오다 두 사람을 보더니 그대로 굳었다.

       

       마찬가지로 구양천도 위설아와 눈이 마주치자 바위처럼 굳어버렸다.

       구양천은 이마에 살짝 식은땀까지 흐르는 게 보였다.

       

       그 알게 모르게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남궁비아의 얼굴은 평온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_ _ )

    19 관련 외전이나 본편은, 조금 더 있으면 애들이 성장하게 되는데.
    이후에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쓰려고 마음 먹고 있기도 하구요.

    사실…한 번 써볼까 해서 오늘 3~4천자 정도 써보긴 했는데.

    쓰는 동안 느껴진 현타와, 자괴감이 엄청나더라구요. 심지어 꼴리지도 않게 써버려서…
    좀 더 연습을 통해서 준비 해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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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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