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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우···”

       

       죄를 지은 사람처럼 경직되어있는 레비나스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혼이 날까 봐 겁에 질린 모습이 안쓰러웠다.

       

       “레비나스는 아무 말 안 하고 있는 거야. 알았지?”

       

       “응···”

       

       터덜거리는 레비나스의 손을 붙잡고 거실로 이끌었다.

       거실에는 한여름과 정유나 최진혁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냥 용서 없이 보내 버리자고?”

       

       “응. 아무래도 박민규 그놈은···”

       

       박민규?

       지금 박민규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조심스레 거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 겨울···”

       

       한여름이 말을 잇다 말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축 가라앉은 나와 레비나스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연 것은 몇 초가 더 지나서였다.

       

       “겨울아,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조금 걱정 돼서요.”

       

       “무슨 걱정?”

       

       나쁜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여름이 직접 알아챌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제가 최근에 투자란 걸 했거든요?”

       

       “투, 투자?”

       

       “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눈썹을 치켜세운 한여름이 뒤를 돌아보았다.

       정유나와 최진혁이 있는 곳을 향해서.

       그들은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나 싶더니, 동시에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겨울이 투자도 할 줄 알았어?”

       

       한여름의 물음에 움찔 몸을 떨었다.

       내가 레비나스에게 했던 질문과 똑같은 탓이었다.

       그녀에게 무슨 답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그냥 레비나스처럼 답하기로 했다.

       

       “아뇨, 투자는 잘 몰라요···”

       

       모르는데 투자를 한다니 이상하겠지.

       괜스레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어디에다 투자했는데?”

       

       “저번에 돈 많이 불려준다는 메시지가 왔거든요.”

       

       주머니에서 레비나스에게 건네받은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돈 불려 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화면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어?”

       

       스마트폰을 바라본 한여름과 정유나 그리고 최진혁이 동시에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레비나스를 위해 거짓말을 해야만 했으니까.

       모두를 속여야 한다는 사실이 편치 못했다.

       

       “겨울아, 그거···”

       

       “으아.”

       

       한여름이 입을 떡 벌렸고, 정유나가 경악스레 머리를 쥐어뜯었다.

       최진혁은 마른 세수를 하며 두 눈을 꾹 감고 있었다.

       

       조금 부끄러웠으나, 레비나스를 안심시켜줄 수는 있었다.

       지금은 그걸로 만족하고 싶었다.

       

       

       **

       

       

       ‘겨울이가 사기를 당했구나···’

       

       한여름이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겨울이 어른스럽다고 해도 본질은 어린아이였다.

       

       어른으로서 조금 더 주의 깊게 돌봐주어야 했는데.

       겨울이가 너무 어른스러운지라,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착각해 버리고 말았다.

       

       “겨울아, 얼마 투자했어?”

       

       “저, 백만 원이요.”

       

       “백만 원···”

       

       다행이다.

       그리 큰돈은 아니었구나.

       물론 그마저도 겨울에겐 굉장히 큰돈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돈 백만 원을 뜯겨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겨울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여름은 그 모습을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쯧.’

       

       사기꾼을 향해 분노가 치밀었으나, 감정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화난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이 겁에 질릴 테니까.

       지금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겨울아, 아무래도 겨울이가 사기를 당한 거 같거든?”

       

       “사, 사기요?”

       

       “응. 아마 돈 안 돌려줄 확률이 높을 거야.”

       

       “저런.”

       

       사기를 당했다는 발언에도 겨울의 태도는 의외로 담담했다.

       오히려 옆에 있는 레비나스가 몸을 덜덜 떨 뿐이었다.

       

       ‘응?’

       

       뭔가 태도가 바뀌지 않았나?

       한여름은 의아했으나, 일단 겨울을 먼저 달래주기로 했다.

       상실감이 굉장히 커서 무덤덤하게 보인 걸 수도 있었으니까.

       

       “이건 겨울이 잘못 절대로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알았지?”

       

       “···저, 안 혼내요?”

       

       “언니가 겨울이를 왜 혼내. 사기 친 사람이 잘못한 거지.”

       

       돈을 벌기 위해 매일같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사기를 당했다고 혼을 내는 어른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군요··· 전 꿀밤이라도 맞을 줄 알았는데.”

       

       “어, 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겨울이 안 때려! 알았지?!”

       

       “네, 네에···”

       

       잘못 했으면 맞는다는 걸 기본으로 깔고 가는 건가.

       영상을 통해 겨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고 있는 여름은 씁쓸함을 느낄 뿐이었다.

       

       “겨울이가 아직 어려서 세상 경험이 부족한 것뿐이야. 겨울이 잘못이 절대로 아니니까 맞는다는 말은 하지 말자. 알았지?”

       

       “네···”

       

       어리고 세상 경험이 부족하다.

       그 발언에 겨울이 고개를 숙였다.

       어리지도 세상 경험치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상황이니까.

       겨울은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잘못해도 맞는 건 절대로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잘못 해도 안 맞아요?”

       

       이상하네.

       잘못하면 맞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겨울과 레비나스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름이가 너네 때리면 말해. 내가 가만 안 둘 테니까.”

       

       최진혁이 모두를 향해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 모습에 한여름이 당황스레 손을 저었다.

       

       “아니, 나 절대로 애들 안 때리니까···”

       

       한여름은 겨울과 레비나스의 눈치를 살피면서, 최진혁의 어깨를 툭툭 공격했다.

       정유나가 입을 연 것이 그때였다.

       

       “범인은 내가 한 번 추적 해 볼게.”

       

       정유나가 겨울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가라앉았던 겨울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내가 이런 거 잡는 전문가야.”

       

       “그, 그래요?”

       

       “응. 메시지를 보낼 때 발생하는 마나를 추적하면 되거든.”

       

       “아하···”

       

       이 세계는 인터넷을 마나로 하는구나.

       겨울은 또 하나 새로운 상식을 배울 수 있었다.

       

       “범인은 꼭 찾아 줄 테니까 겨울이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두 발 쭉 뻗고 있는거야. 알았지?”

       

       “네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정말로 범인을 찾아낼 수 있는 건가?

       겨울은 기대감이 들었지만,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소극적으로 있기로 했다.

       모든 건 레비나스를 위해서였다.

       

       

       **

       

       

       하루 그리고 이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음에도 레비나스는 기운을 차리지 않았다.

       

       좋아하는 당근도 깨작깨작 먹고, 초콜릿도 거부한다.

       언제나 활발하던 그녀가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게 상당히 안쓰러웠다.

       

       “레비나스.”

       

       “응···”

       

       연못 근처 벤치에 레비나스가 앉아있다.

       고개를 떨군 그녀의 주위에 줍지 않은 빈 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병 주워야지. 레비나스가 병 안 주워서 공원이 더러워진다.”

       

       “응···”

       

       레비나스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병을 줍지는 않았다.

       대체 얼마나 상실감이 컸으면 귀한 빈 병마저 마다하는 건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옆에 가 앉았다.

       

       “다 지난 일이잖아. 왜 그래.”

       

       “레비나스가 한심해서 그래···”

       

       “뭐가?”

       

       “도움도 안 되고 잘못만 저지르잖아···”

       

       레비나스가 도움이 안 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레비나스의 허벅지를 두드려 주었다.

       

       “레비나스가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

       

       “레비나스가 도움이 돼?”

       

       “응. 레비나스 덕분에 집 분위기가 더 좋아지잖아.”

       

       “좋아···?”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허리춤에 매여 있는 주머니를 레비나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소피아 어르신은 항상 진지하고, 나도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잖아.”

       

       “응. 둘 다 조용한 편이다.”

       

       “응. 그래서 집 분위기가 많이 우중충했거든? 근데 레비나스가 온 뒤로는 집에 생기가 넘쳐서 난 굉장히 좋았어.”

       

       “그, 그러냐?”

       

       그렇지.

       레비나스 특유의 활발함 덕분에 하루하루가 더욱 즐거워 졌으니까.

       혼자서 고독하게 살 때와는 차원이 다른 행복함이었다.

       

       “그리고 이거.”

       

       나는 주머니 속에서 돈뭉치를 꺼내 들었다.

       만 원짜리 지폐가 정확히 백 장.

       레비나스가 사기 당한 돈의 전부였다.

       

       “이, 이게 뭐냐?”

       

       “오늘 범인 잡아서 돈 돌려받았대. 이거 레비나스 거야.”

       

       “헉···!”

       

       지폐 다발을 건네받은 레비나스가 태양 빛을 향해 지폐를 비춰 보였다.

       어쩐지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돈도 돌려 받았고 혼나지도 않았고, 레비나스 덕분에 완전 나쁜 범인도 잡았네?”

       

       “레비나스 덕분이냐?!”

       

       “응.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 볼일도 사라진 거야.”

       

       내 말에 기분이 좋아졌을까.

       레비나스가 가라앉았던 어깨를 폈다.

       평소의 활기찬 레비나스의 모습이었다.

       

       “레비나스가 도움이 됐다?!”

       

       “엄청 큰 도움이지.”

       

       “와!”

       

       벤치에서 일어난 레비나스가 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내 꼬리가 절로 살랑거렸다.

       

       “근데 이건 전부 비밀이다?”

       

       “왜 비밀이냐?”

       

       “내 잘못으로 되어 있잖아. 다른 사람한테 절대로 물어보거나 말하면 안 된다?”

       

       “으, 응···!”

       

       끄덕끄덕.

       레비나스의 잔상이 생길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이제 빈 병 주울까? 공원이 많이 더러워졌거든.”

       

       “응! 레비나스 병 주울래!”

       

       저만치 달려나간 레비나스가 빈 병을 하나씩 주워 나갔다.

       나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아직 범인은 잡지 못했고, 그녀에게 건네준 백만 원은 내 돈이었으니까.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민들레를 뜯어 먹어야 할 테지.

       

       빈곤한 나날이 될 테지만, 기분은 좋았다.

       레비나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이거면 된 거지 뭐.’

       

       평생 모두와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흔들리는 꼬리를 느끼며, 레비나스를 쫓아 달렸다.

       오늘은 공원에 있는 빈 병을 전부 다 주울 생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늦잠 자버렸습니다 ㅜ.ㅜ
    지각 공지를 쓰는 것 보다 한 글자라도 빨리 글을 쓰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알리지 못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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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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