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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저기, 로레이. 밖에서 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어?”

       

       “마탑주님. 제가 수인 도적 속옷 색깔까지 알려드리지 않았나요?”

       

       “그거 말구, 더. 뭔가⋯⋯ 다른 거.”

       

       “뭔가, 라⋯⋯.”

       

       후배님에 대한 모든 정보를 뽑아먹으려고 드는 자색 마탑주를 위해서, 일명 ‘얼굴흉터 선배’ 로레이는 시즌 n번째 회상을 거듭했다. 

       

       후배님 때문에 모험가 친구가 오우거 불방망이에 맞고 날아간 건 얘기했던 것 같은데. 슬슬 개인 연구를 하고 싶은데 나가주면 안 되나. 얘기 안 했던 부분이 있던가.

       

       아.

       

       로레이는 손가락을 튕겼다.

       

       “후배님이 골렘의 무서움을 모르는 눈치길래, 좋은 기회다 싶어서 청소 골렘과의 싸움을 주선했었는데요.”

       

       “헉⋯⋯! 왜 그랬어 로레이! 그러다가 애한테 트라우마라도 남으면 어쩌려구⋯⋯?!”

       

       “환상 마법사는 골렘에게 트라우마가 좀 있어야 합니다. 하여간, 모두가 예상한 대로 전투는 후배님의 패배로 끝났습니다만⋯⋯.”

       

       후배님의 마지막 영창.

       

       먼지털이개 어택에 끊겨버렸지만, 후배님은 골렘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했었다. 처음 듣는 주문이었기에 돌아오는 길에 넌지시 물어봤었다. 대체 무슨 마법을 쓰려던 거냐고.

       

       후배님은 즉석에서 짜올린 마법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구식 골렘에는 자아가 없어서 환상 마법이 통하지 않잖아요?”

       

       “대부분은 그치?”

       

       “그래서, 자아를 만들어서 넣어주고 패겠다⋯⋯ 고 했습니다. 후배님이.”

       

       “⋯⋯⋯⋯!!”

       

       마탑주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빳빳해졌다. 청색 마탑의 습격은 아닐 테니, 마탑주를 관통한 것은 영감의 벼락일 터. 이 자그마한 천재는 대체 무엇을 떠올려낸 걸까.

       

       사람의 속내를 읽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마탑주의 속을 읽어내는 건 쉬운 일이다. 주변을 맴도는 환상을 잘 관찰하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영감에 사로잡힌 마탑주의 주변으로 이런저런 환상이 솟아오르며 맴돌았다. 후배님의 데포르메 된 모습, 우주를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후배님의 머리를 열어서 뭔가를 꺼내, 스파게티 괴물에 넣는 모습⋯⋯?

       

       “이제 연구할 테니까 나가주세요.”

       

       로레이는 깔끔하게 못 본 걸로 하기로 했다. 성가시고 수상한 일에는 얽히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으니까. 마탑주를 질질 끌어내서 밖으로 쫒아내고, 문을 쾅 닫았다. 이걸로 안심이다.

       

       로레이는 자신만의 시간을 되찾았다.

       

       ===============================================================

       

       마탑주는 자신의 집무실을 정신없이 서성거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그래. 맞아. 몸이 없어서 때릴 수 없다면, 몸을 만들어주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발상. 여기에 실마리가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그것』은 아주 복합적인 마법-정신체였다. 사람의 기억을 지워내고, 성격을 극단적으로 변화시키며, 실체를 갖지 않고 개념적으로 존재하기에 건드릴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탄생했는지, 정확한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유나도 크게 아는 바가 없었다. 오랜 기간 관찰하고 기록을 수집한 끝에, 단편적인 부분만을 간신히 알아냈을 뿐.

       

       그러니 침식의 진행 속도를 늦추며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무언가’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정신체의 공통적인 특징 때문이었다. 그것은 믿음을 힘으로 바꾼다.

       

       그래, 그가 만들어 낸 환상 마법처럼. 생각하고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최대한 떠올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대처해야 한다는 모순. 실체가 없다는 모순. 그 복잡성 때문에 제국의 황제도, 마탑의 대마법사도 해결하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일 뿐이 아니었던가.

       

       마탑주 유나 또한, 결정적인 타이밍에 비장의 수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만들어서⋯⋯ 때린다.”

       

       『그것』에게 실체를 부여하고, 공격한다.

       

       어쩌면, 효과적인 선제공격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더라도, 『그것』의 힘을 어느 정도 빼놓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엇을 부여하느냐.

       

       그 실마리는 세션에 있었다.

       

       정신과 밀접하게 붙어있는 시뮬레이션 내부라면, 『그것』이 일으키는 현상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면서 대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환상 마법으로 구현된 시뮬레이션 세계. 그는 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크툴루 세션을 굴리고 있었다. 유나는 모습을 숨긴 채로 숨어들어, 그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어떤 사악한 악신의 영향을 받는 세계. 악신을 섬기는 광신도들과, 그런 세계를 구하려는 주인공. 이런 구조인 것 같았다.

       

       “⋯⋯이번에도, 나는, 이번에도, 늦었⋯⋯.”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실시간으로 박살 나는 중이었다.

       

       “피폐 맛있다. 소중한 사람도 잃었고. 동기부여도 제대로 맞물렸어. 생각보다 반응이 격정적이지만, 세션 소재로 시간여행도 넣어뒀으니까 좀 더 패도 되겠는데⋯⋯.”

       

       그는 고통받는 3인방을 바라보며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2황자 이리드에게 뽀뽀 못 시켜줬다고 애벌레가 되어 바닥을 기어다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래도 아직 모자라. 아직 안일해. 기자 npc를 접근시켜서 정을 어느 정도 쌓게 한 다음에 이벤트를 진행시킬까.”

       

       심지어 더 때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들 멘탈은 이미 가루가 된 지 오래인데, 후회를 천장까지 느껴야 제로부터 시작하는 두 번째 기회가 멋진 클라이막스가 된다면서.

       

       공감 능력이 상당히 옅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성녀 타라도, 니오레도, 눈이 맛이 갔다. 그런데도 그는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피폐 이후의 행복이 더 짜릿하다지만, 사람을 묵사발을 내놓고 반창고 하나 붙여주려는 건 정상이 아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유나는 세계를 둘러보았다.

       

       그럴 수 있다면, 『그것』에게 팔다리도 제대로 못 가누는 허약한 NPC를 부여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옴팡지게 패버리면 퇴치도 간단하리라. 

       

       그러나 아무 캐릭터나 부여할 수는 없었다. 『그것』과 공통점이 있어야 했다. 성격이든, 능력이든, 서사든, 믿음이든, 설정이든, 다양한 방면에서.

       

       유나가 준비한 마법은 본질적으로 『그것』을 ‘착각’시키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이라고 착각시킬 수 있는, 싱크로율이 높은 그릇이 필요했다. 

       

       용량도 고려해야만 했다. 용량이 클수록 『그것』을 더 많이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사악이라는 이름의 NPC가 눈에 띄었다. 중간보스로 설계된 것 같았다. 그녀에게 『그것』을 옮길까. 아니,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이사악에게 부여된 용량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교주는 어떨까. 최종보스로 설계된 NPC답게 용량이 제법 컸다. 『그것』의 2%가량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여된 설정도 『그것』을 끌어들이기 좋았다. 미치광이이며, 악신을 섬기고, 목적을 위해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여대니까.

       

       하지만 유의미하게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5%는 담아내고 싶은데⋯⋯.

       

       “⋯⋯아.”

       

       유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과 달이 빛나는 밤하늘이지만, 게임 마스터 권한이 있는 유나에게는 다른 것이 보였다. 무수한 거품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우주적 괴물. 허구의 코스믹 호러 소설에서 차용한 가상의 악신.

       

       “⋯⋯이거라면.”

       

       악신에 『그것』을 담아낸다면, 7%는 구겨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싱크로율도 상당히 높았다. 시공간을 다루며, 인간을 개미나 먼지처럼 여기는 불가해한 악신.『그것』이 탐을 낼 만한 아바타였다.

       

       악신을 그릇으로 삼으면 여러 부가적인 효과도 있었다.

       

       지워진 건 그의 기억이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의 기억에도 영향을 주던 것처럼. 『그것』이 일으킨 변화는 세상으로 확산된다. 정확한 매커니즘은 유나조차도 알 수 없었지만,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만은 알았다.

       

       시뮬레이션 세계 안에서 일을 벌이려는 이유도 그 현상을 염려해서였다. 가상 세계였으니까. 바깥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만약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만약 교주의 아바타를 그릇으로 썼을 때, 현실 세계의 교주랑 닮은 사람에게 난데없이 사고가 터질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악신.

       

       존재하지도 않고,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도 없는, 완전한 허구의 존재를 그릇으로 쓴다면. 퇴치만 해낸다면 이번 일을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

       

       이 방법에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조사원이 언급했던 비밀 안가로⋯⋯ 10분 뒤에 출발할 거다.”

       

       “이걸 이제야 가게 되다니.”

       

       안 그래도 열심히 구르는 세 사람이 좀 더 고생하게 될 거라는 점이었다. 세션 난이도가 치솟을 거다. 텅 빈 데이터 덩어리 악신이 아니라, 『그것』이 탑재된, 실제로 사람들을 조지려고 드는 진또배기 악신이 될 테니까.

       

       “⋯⋯⋯⋯.”

       

       양심이 쿡쿡 찔렸다.

       

       하지만 이번 일은, 가엾은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정신체에게 가장 강력한 피해를 입히는 방법은, 마음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정신 수행을 갈고닦은 사제에게 몽마가 감히 침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의 용기, 우정, 사랑, 분노 등의 의지 가득한 감정은⋯⋯ 정신체를 패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래도.

       

       그가 완전히 잠식되어 미쳐버려서, 온 세상에 끔찍한 환상 마법을 갈겨댄 끝에 제국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것보다는⋯⋯ 세 명이 총대를 메는 게 낫지 않을까⋯⋯!

       

       “미, 미안해 베네트. 미안해 타라, 미안해 니오레⋯⋯. 하지만 나, 나도 열심히 할 테니까⋯⋯!”

       

       서브 게임 마스터의 힘을 있는 대로 발휘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선의를 갖고 모험에 뛰어든 이들에게, 더한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히 비도덕적인 일이다. 유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자색 마탑주는 소중한 것을 위해서라면, 덜 소중한 것을 잘라낼 수 있었다. 

       

       유나는 욱신거리는 양심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계획을 추진해 나갔다. 

       

       

       그로부터 『그것』을 추출해, 외신에게 주입하는 과정을 위해서는. 그가 시뮬레이션 세계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유나는 세션 종료 시점에, 그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 마탑주님?”

       

       “아, 응. 나야⋯⋯.”

       

       “얼마만이에요, 이게.”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뒤에, 웃었다. 반가움이 가득 담겼다. 순수하게, 간만에 볼 수 있어서 기쁘다는 감정이 다이렉트로 전해져 왔다. 『그것』에 잠식당하고 있는 상태인데도, 유나를 소중하게 여겨주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몰래 오신 거예요? 아니,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제가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유나는 말을 쏟아내려는 그를 한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고 모자챙을 집고 살짝 내려, 눈가를 가리면서 물었다.

       

       “저, 있지. 아직도⋯⋯ 날 믿어?”

       

       “그럼요. 뭔가, 하시게요?”

       

       “널 재울 거야. 한⋯⋯ 이주일 정도.”

       

       “쓰읍⋯⋯ 개인사정으로 세션 일정 박살내는 건 강호의 도리가 아닌데.”

       

       이주일 재우겠다는데, 그는 왜 재우냐, 어떻게 재우냐 대신에 다음 세션 일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많이 재밌었던걸까.

       

       “그, 내가⋯⋯! 내가 GM을 맡을게. 세션은 계속 진행 될 거야.”

       

       “남이 정성껏 준비해 둔 맛있는 부분을 강탈해가다니⋯⋯!”

       

       “그, 그런 속셈은 아니고⋯⋯! 애초에, 나는 절망과 고통이 아니라, 사랑이 좋으니까!”

       

       그는 한참이나 궁시렁댔다. 많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연출을 못하고 가버리는 건 아쉽다느니, 플레이어들의 기를 제대로 살려줄 수 있겠냐느니, 갑자기 억빠하는 건 안된다느니.

       

       유나가 일생일대의 부탁이니 얌전히 당해줄 수 있겠느냐고 하자, 그는 유나로부터 소원권 하나를 양도받는 조건으로 고집을 꺾었다.

       

       “긴 휴가가 되겠네요. 음, 뭐⋯⋯. 핑발레즈한테는 말 좀 전해주세요. 이번 주 토론회는 불참이라고. 그리고 또, 이게 앞으로의 전개가 적힌 거거든요. 짜둔 게 많아서 냅둬도 알아서 세션이 돌아가긴 할 텐데, 돌발행동이 워낙 많으니까. 그리고 다음 강의 시간에 제가 뭘 하려고 했냐면요. 이번에는 아무래도 촉수 미궁을⋯⋯.”

       

       그는 이것저것 준비하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초보 마스터도 할 수 있다! : 플레이어의 돌발행동을 유도하는 11가지 방법’이라는 소책자도 유나의 손에 꼭 쥐여준 후에. 

       

       “풀었어요, 정신방벽.”

       

       유나에게 모든 것을 맡겨오는 것이었다. 사족이 좀 길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믿어주는 그의 모습이, 마음을 울려서. 유나는 조금 울먹거리는 상태로 손을 뻗었다.

       

       “⋯⋯고마워. 응. 그러면, 좀 있다가⋯⋯ 만나.”

       

       “로그 꼭 따 주세요.”

       

       “⋯⋯좀, 사람이 감동하고 있으면, 무드를 지켜주면 안 될까⋯⋯?”

       

       유나는 손짓 한 번으로 그의 의식을 흐려 둔 뒤에 깊은 곳으로 잠기도록 만들었다. 외부의 충격에도 깨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덕지덕지 방어 마법을 칠해놓은 뒤에.

       

       결의를 다졌다. 이번 계획을 성공으로 이끌겠다고.

       

       이후, 유나는 환상 마법을 뒤집어써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세 사람의 앞에 나섰던 것이다.

       

       ===============================================================

       

       유리 랜스터는 침대에 누워서 발끝을 까닥거리다가, 오늘따라 미적거리는 미친 마법사에게 툭 내뱉었다.

       

       “준비 안 하십니까?”

       

       “어⋯⋯ 어? 응? 무슨 준비?”

       

       “제가 공문서를 드렸을 텐데요. 이제 곧 던전 탐사 실습을 나간다지 않습니까.”

       

       “아, 아하하. 그, 그랬나?”

       

       “⋯⋯⋯⋯.”

       

       유리 랜스터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리고 미친 마법사의 옆으로 다가가 코를 킁킁거렸다. 평소에 나던 냄새가 아니라, 푹신 거리는 꽃향기가 났다.

       

       평소에 비하면 가까이 다가간 축에도 들지 않았건만, 미친 마법사는 웬일인지 엄청나게 쭈뼛거렸다. 심지어 두손을 가볍게 모으고 턱에 붙인 뒤에, 어깨를 움츠리기까지 했다.

       

       10미터 밖에서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암컷의 냄새가 났다. 유리 랜스터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진지하게 물었다.

       

       “미친 마법사님. 혹시 저 꼬시고 있는 겁니까?”

       

       “⋯⋯뭐, 뭣, 뭐라고?!”

       

       “제발 잡아먹어달라고 비는 꼴이군요. 제가 소극적인 여자 좋아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린 적 있었을 텐데요.”

       

       “으잇, 힉⋯⋯!”

       

       “그 목소리. 알 만큼 아는 당신이, 그런 교성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도발인가.

       

       서로 딜교를 주고받는 것은 일상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신사적으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였다. 유리 랜스터는 정장 재킷이라는 봉인구를 해제하지 않았다. 그건 선을 넘는 자극이었으니까.

       

       미친 마법사가 TS마법을 봉인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그건 선을 넘는 자극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냉병기만을 허용하던 전장에 미친 마법사가 갑자기 파이어볼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협약을 어겼다. 저쪽에서 먼저 선을 넘었다면, 이쪽에서도 선을 넘어 공격 태세로 나아가야 할 터.

       

       봉인을── 풀까? 꼬셔버릴까?

       

       아예, 입도 뻥끗 못 하게 도륙을 내버릴 수도 있다.

       

       유리 랜스터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내고, 목 끝까지 잠근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내려 손을 가져다 댄 순간. 미친 마법사는 세상에서 지워지듯이 허공에서 사라져 버렸다.

       

       “흣.”

       

       쫄튀할 거면서 선을 넘기는. 

       

       하지만 한 대 맞았으면 한 대 돌려주는 것은 오랜 전통. 유리 랜스터는 ‘오밤중에 얇은 차림으로 침대 속으로 숨어들기’라는 핵폭탄 한 발을 장전해 두었다. 죽여버리겠다 미친 마법사.

       

       다시 넥타이를 매고, 의복을 정돈한 뒤. 유리 랜스터는 협조 공문을 하나 새로 뽑아두었다. 아카데미 재학 중인 학생들이 순차적으로 나가 경험하게 되는 던전 탐사 실습. 그곳에 감시역으로 참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이 이용할 던전은 여러 모험가에 의해 안전이 확인된 곳이었으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교수진이 따라붙게 된다. 

       

       일정은 이틀 뒤. 일차적으로 편성된 학생들이 아카데미를 출발한다.

       

       공문에 적힌 명단을 흘깃 보았다. 베네트 힐튼, 니오레 레스트맨, 성녀 타라가 포함되어 있었다. 

       

       광신도들이 판치는 험난한 세계를 여행하고 나온 이들이니, 던전 정도야 산책에 가까울 터. 저번에 표정을 보니 안색이 나쁘던데⋯⋯.

       

       두 번째 세션이 시작되기 전까지, 얼마 안 되는 유예였지만.

       

       유리 랜스터는, 이번 던전 탐사가 그들에게 기분 전환이 되기를 빌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벌써 한주의 반이나 지났⋯⋯ 방금 뭐였죠?
    땡 소리가 났거든요.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데, 그, 아파트에 보면 보일러와 연결된 관이 있잖아요? 그쪽에서. 소리가.
    확인해보고 올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내일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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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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