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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아이들은 다행히 금세 카리나에게 마음을 터주었다.

    훈련장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카리나를 바라보며 대원들은 한마디씩 했다.

    “과연, 얼굴이 최곤가.”

    “엘프들은 다 저렇게 예쁩니까…….”

    “엘프도 못생긴 사람은 못생겼어. 카리나도 엘프면서 키 작잖아.”

    “너무하십니다!”

    키는 아무리해도 163 이상으로 크질 않는데 어찌하란 말인가.

    숲지기치고 꽤 작은 키인건 분명하지만…….

    억울하기는 하다.

    “카리나, 애들이랑 그만 놀고 식사하자.”

    “네, 알겠습니다!”

    카리나는 엘프식을 받고, 아이들에겐 적당히 인간의 식사를 덜어준다.

    배식이라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 잘 먹었다.

    배가 고팠던걸까.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대장이 한마디 한다.

    “내일 시설로 가는데 너무 친해지면 헤어질때 힘들지 않겠냐.”

    “아, 연락처는 말해줬으니까 가끔 연락도 할겁니다.”

    “그래?”

    그렇다면야, 할말은 없다.

    ———

    철컥, 철컥.

    평소대로 장구류를 점검하는 순간이다.

    이번엔 소리에 균형이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만족스럽군.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 지팡이를 점검하는 카리나의 손이 빠르다.

    그러고보니 이번 작전은 전에 그 아이들을 구했던 작전과 연계되는 작전이었다.

    자금줄을 조사해서 머리를 찾았고, 그곳을 치는게 이번 작전이니까.

    생각해보니, 그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만다.

    처음 만났을때는 꼬질꼬질했지만, 씻겨놓고 보면 꽤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몰랐는데, 씻고보니까 그제서야 접혀있던 귀가 드러났다.

    아무래도 수인이었던 모양이다.

    분명 잘 지내고 있겠지?

    그러던 중, 한 대원이 손을 들며 말했다.

    “대장님 이번 일 이후로는 마음 놓고 휴가 써도 되겠습니까?”

    “그래, 마음대로 써라. 내가 허락한다.”

    “오오!”

    그가 해냈다는 듯이 주먹을 들어올리자, 그에 호응하듯 몇명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왜 그렇게 휴가에 집착하냐? 이번에 휴가 받으면 뭐하려고?”

    “제 딸내미랑 놀이공원이라도 가렵니다.”

    “그것 참 원대한 꿈이구만.”

    딸과 놀이공원은 중대한 문제지.

    “그러고보니, 그때 구한 애들이랑 연락은 잘 되나?”

    카리나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카렌이랑 아이렌 말씀이십니까? 몇주전에 입양된다고 연락 왔었습니다.”

    “그건 다행이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

    참 오랜만에 휴가다.

    도대체 몇주만인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받은 휴가로 카리나가 가장 먼저 가기로 한 곳은 고향인 베리튼이 아니라 한 고아원 시설이었다.

    카렌과 아이렌이 입양되기 전, 얼굴이라도 한번 볼 생각이었다.

    “흐음, 여기였던 것 같은데.”

    카리나는 도착한 건물에 살짝 압도당했다.

    마나가 잘 드는 숲 속에 위치한 시설. 

    생각보다 꽤나 넓고 컸다.

    뭐,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정원도 있고 꽤 괜찮아보이는 시설이다.

    한켠에는 놀이터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뭔가 꺼림칙하다.

    “보통 시설은 다 이런가.”

    뭔가 낡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왠지 담장도 높은 느낌이고……. 경비의 모습도 꽤 인상적이다.

    착용한 지팡이가 몇클래스까지 허용된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강력한 위력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숲이니까……. 몬스터를 경계하려는건가?’

    숲은 마나가 무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몬스터가 출몰한다라는 단점도 있다.

    뭐, 선택은 고아원을 세운 사람이 한거니까.

    카리나는 스스로 납득하며 걸음을 걷는다.

    그러다 문득, 경비에게 입장을 제지당한다.

    “잠깐, 방문자이십니까?”

    “반갑습니다. 카리나에요.”

    “카리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요. 예약은 하셨습니까?”

    “예약이요? 해야하는 거였는지 몰랐네요.”

    “흐음. 그렇군요…….”

    남자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들어 안쪽에 연락을 보냈다.

    “네, 한명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잠시의 통화가 끝난 후,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시설 담당자께서 나오실겁니다.”

    “알겠어요.”

    경비의 말대로 잠깐 앉아서 기다리니, 안쪽에서 회갈색 머리의 건장한 남성이 미소를 띈 채로 나왔다.

    “환영합니다, 저희 딜런트 고아원에 오신걸. 저는 시설의 담당자……. 딜런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딜런트. 저는 카리나라고 합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딜런트 역시 흔쾌히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여 손을 맞잡고 위 아래로 한두차례 흔들었다.

    카리나는 내심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놀랐다.

    ‘손이 굉장히 단단한데…….’

    느껴지는 굳은살이 굉장히 거칠었다.

    숲지기인 자신보다 더…….

    아이들을 다루는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까.

    안쪽의 사무실까지 안내받은 카리나는 적당한 소파에 앉을것을 종용받았다.

    “잠시 기다려주시면, 마실것이라도 내오겠습니다. 차는 어떤걸…….”

    그가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주머니로부터 방해가 들어온다. 

    -띠리릭, 띠리릭.

    “아, 이런. 전화가…….”

    딜런트는 살짝 미소를 지은채로 ‘잠시,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라는 말을 하며 사라졌다.

    카리나는 뭐,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깊숙히 몸을 뉘었다.

    인조가죽 향기가 꽤 별로다.

    “흐음…….”

    스윽, 둘러보니 사무실은 꽤 정신이 없었다.

    그중에도 눈에 띄는것은, 장식장에 전시된 온갖 종류의 트로피와 상장들이다.

    ‘이런 낡은 시설에 상장이라…….’

    날짜를 보면 고작 2년정도밖에 안된 상도 있었다.

    최고의 시설상이라…….

    ‘넓은건 맞지만.’

    아무래도 심사원이 대충 심사한것같다.

    아니면, 눈속임을 그만큼 잘 했던가.

    대청소를 잘 하면 받을 수 있는걸까?

    ‘음…….’

    시선을 돌려보면 뭔가 높으신 분들이랑 찍은 사진도 보이는 것 같고 말이다.

    아이와 함께 찍힌걸 보면 입양보내기 전에 찍은 사진인 것 같았다.

    ‘귀족인가?’

    뭐, 좋은 집으로 입양가는 거면 분명 좋은 일이니까.

    카렌과 아이렌도 그런 집으로 입양되는 거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소파의 기분나쁜 냄새를 맡던 중이었다.

    ‘딜런트씨가 늦네.’

    한참을 혼자서 기다리다보니 꽤 심심했다.

    소파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때문에 더이상 앉아있기도 싫었고 말이다.

    카리나가 몸을 일으켜 잠깐 환기라도 시킬까 해서 문을 연 순간 들려오는 조그만 대화소리가 그녀의 신경을 끌었다.

    ‘멍청한 놈아. 용량을 틀렸잖아. 어떻게 너는 포장도 제대로 못하냐?’

    ‘이상하다……. 분명 적당히 쓴 것 같은데.’

    ‘젠장. 하나는 못 쓰게 되었군. 다른거 가져와.’

    ‘알겠어.’

    누가 실수라도 한걸까?

    티격태격 하는 소리다.

    처음에는 카리나는 뭐,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 하며 대수롭지않게 넘길 생각이었다.

    이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키이이이잉–! 카가가가각, 칵.

    이 소리는 분명히 자동톱으로 무언가를 잘라내는 소리였다.

    뭔가 공사라도 진행중인걸까.

    그때였다.

    “카리나씨. 안에서 기다리시래도……. 왜 나와계신가요?”

    “잠깐 안이 답답해서요.”

    “이거 죄송합니다. 제 전화가 길어지는 바람에……. 남은 이야기는 안에서 하시죠.”

    딜런트의 제안에 카리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 딜런트가 가져온 차를 따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카리나씨. 무슨일로 오셨다고 하셨죠?”

    “그냥, 고아원의 아이들을 좀 보려고요.”

    “찾으시는 아이라도?”

    “카렌이랑, 아이렌이요. 이 시설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녀에게 다 따른 차가 건네어진다.

    “음, 그 아이들은 지금 입양준비를 하느라 볼 수 없습니다. 하하, 꽤 절차가 복잡하거든요. 급하게 끝낼게 한두개가 아닙니다. 내일이 입양이라.”

    “그런가요?”

    카리나가 차에 감사를 표하며 차를 받아들어 입가로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꺄아아악–!’

    멈칫.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나요?”

    “음……? 글쎄요. 전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요.”

    카리나는 딜런트의 표정을 살핀다.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차의 향기를 맡자, 이상함은 더욱 증폭되었다.

    ‘차에 뭔가 탔군.’

    그냥 차가 저질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10살때부터 차를 마셔온 그녀로서는, 차에 무슨 짓을 했는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모든 꺼림칙했던 단서들이 한데 뭉쳐지고있다.

    판단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찻잔을 딜런트에게 집어던졌다.

    퍽, 챙강!

    “크윽, 이 년이!”

    타닥, 카리나는 곧바로 몸을 튕기듯 일으키며 무릎을 딜런트의 안면에 박아넣었다.

    빠각-!

    타격은 완벽하게 제대로 들어갔다.

    “젠…….”

    앉아있던 소파가 뒤로 넘어갈 정도의 충격량에, 그는 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털썩. 

    ———-

    이상한점이 너무 많았다.

    아이들이 실제로 쓰긴 하는지 의심스런 녹슨 놀이기구, 이상하게 경계심과 장비수준이 높은 경비원, 지하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음과 비명, 그리고……. 자신에게 먹이려 한 수면제.

    모든 단서가 이 시설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가리켰다.

    카리나는 딜런트의 품에서 열쇠뭉치를 꺼냈다.

    이것으로 지하실의 문을 열 수 있을까.

    ‘지팡이가 없는건 아쉽지만…….’

    그건 아무리 숲지기라도 마음대로 반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다.

    카리나는 코트 주머니속의 포켓나이프를 만지작거린다.

    이런거라도 있으니 다행인걸까.

    이것도 사실은 딜런트에게서 빼앗은 것이다.

    날이 조그매서 사람을 해치기엔 역부족인 것 같은데, 뭔가 잘라내기엔 충분한 예리함이었다.

    만약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면…….

    생각만해도 오싹해진다.

    그렇게 몰래 지하실로 내려온 순간, 카리나는 코를 찌르는 불쾌한 비린내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냄새는…….’

    안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시발, 너 진짜……. 둘이 용량이 바뀌었네.”

    “……이거 좆됐네.”

    “아 몰라. 시발, 보스한텐 네가 말해.”

    “…….”

    둘이 바뀌었다니, 뭐가?

    카리나는 어질어질해질 정도의 불쾌감을 꾹 참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철컹-.

    카리나의 발에 묵직한 무언가가 걸렸다.

    “헉, 보스?”

    “누구……?”

    뚱뚱한 남성이 기겁했고, 비교적 마른 남성이 묻는다.

    하지만 카리나는 대답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이, 양동이속의 물체에 고정되어버렸으니까.

    반지같은 점.

    저 손이 왜 저기에 담겨져 있을까.

    “침입자다!”

    다행이다.

    그들은 안도했다.

    최소한 침입자를 죽인다면, 벌의 수위가 낮아질지도 모르니까.

    허나,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

    “……미안해, 미안해.”

    시설을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냥 정부에게 넘겨선 안됐는데.

    -충격적인 유착관계, 합법적으로 인증받은 시설에서 공공연히 벌어진 인신매매…….

    삑.

    -해당 사건의 여파로 새로운 시설 관리법 개정안이 발의…….

    삑.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인권이란 없었…….

    삑.

    -거짓정보로 꼬리자르기를 한 정황까지…….

    콰앙!

    카리나는 급기야 TV를 부쉈다.

    어떤 방송을 틀던지, TV에선 계속해서 그 사건만이 방송되고 있었으니까.

    그야 충격적인 일이리라.

    저 사건에 연루되어서 줄줄이 끌려나간 귀족이 벌써 10명이 넘으니까.

    물론 그런 대형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 방송사는 없겠지.

    하지만, 그런 방송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난다.

    부서진 TV에서는 치지직 거리는 소음만이 들렸다.

    소음이 도리어 편안해지는건 왜일까.

    카렌과 아이렌……. 

    그 아이들은 내가 죽인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조금 더 빨랐더라면.

    내가 더 빨리 눈치챘더라면.

    내가 더 깊게 생각했더라면.

    딩동-.

    벨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비척비척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선 자는 우체부.

    그는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는 말했다.

    “예르나씨 되십니까?”

    “……네.”

    우체부가 우편과 택배를 건넸다.

    티에른 숲에서 보낸 우편….

    볼것도 없다. 사표가 수리됐다는 내용이겠지.

    같이 보내진 택배는 아마 자신의 개인물품일거고.

    “여기에 사인해주세요.”

    그녀는 평소처럼 ‘카리나’라고 적으려다가 손을 멈춘다.

    “사인 잘못했는데……. 잠깐 이거 지워도 되나요?”

    “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그녀는 사인을 고쳤다.

    ‘예르나 리스핀드’

    증인보호프로그램으로 얻은 새 신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르나의 집에 TV가 없는이유

    혼자서 망상을 너무 깊게 진행시키는 이유

    시설을 믿지 못하는 이유…..

    이제 대충 설명이 될까요?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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