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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파스텔은 신문부로 향하며 열심히 억울해했다. 정장 차림의 악마가 따라 걸었다.

         

       “제가 검은돈을 먹여 신문부의 입을 막았다니! 말도 안 돼요! 어떻게 하지도 않은 일을 보도할 수가 있을까요? 테러 조장 혐의까지 덧붙여서 말이에요!”

         

       손을 휘저었다.

         

       “게다가게다가! 항상 학생회에서 절 지켜본 엘리조차 기사를 읽고 절 의심하다니요! 그리고그리고! 마비독을 보여줘서 사악한 독극물 같은 건 없다고 증명했는데 더스틴까지 눈빛이 묘해지고!”

         

       그런데 되짚고 보니 그건 의심할만했다고 생각한 파스텔은 말을 하다 말았다.

         

       으잉.

         

       머뭇거리다가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우는 척했다.

         

       “우아앙!”

         

       연기 톤 목소리를 높이며 양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악마님! 악마님!

         

       위로! 위로가 필요해요!

         

       아카데미를 사리사욕 없이 안전하게 지켜줄 뿐인 훌륭한 사병이 복도에서 순찰하다가 후작 각하를 발견하곤 경례했다.

         

       파스텔은 멈칫한 다음 멀쩡한 얼굴로 경례를 받아줬다.

         

       그리고 다시 우는 척하며 걸어갔다.

         

       “우아앙!”

         

       울음소리 울음소리.

         

       같이 걷는 악마를 몰래 힐끔 살폈다.

         

       악마가 미묘한 표정으로 내려봤다.

         

       으이잉.

         

       어서 위로 안 해주고 뭐 하세요?

         

       이러다 저 진짜 삐져요?

         

       빨랫감이 늘어나는 광경을 보고 싶으신 건 아니죠?

         

       흉흉한 생각이 모락모락 났다.

         

       악마님이 목욕하고 누우라고 하든 말든 진흙 묻은 몸 상태로 침대에 다이빙이라거나.

         

       허억.

         

       딱 피곤할 때 푹신푹신 침대에 다이빙이라니.

         

       완전 좋을 거 같아!

         

       침대가 더러워지겠지만 어차피 악마님이 세탁해 주잖아.

         

       파스텔은 눈이 반짝였다.

         

       혹시 나, 천재?

         

       『흠? 뭔가 소름이 돋는군.』

         

       악마가 주변을 살펴봤다.

         

       앗.

         

       들킨 파스텔은 어색한 휘파람을 불었다.

         

       악마가 의심스럽게 내려봤다.

         

       『휘파람은 왜 부는 거냐? 무슨 짓을 꾸미는 중이지?』

       “뭐, 뭐가요?”

         

       착한 파스텔은 모르겠어.

         

       일부러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악마님까지 절 의심하시는 거예요?”

       『……아니다.』

         

       고민하던 악마가 찝찝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여튼 나야 거의 하루 종일 지켜보고 있으니 신문부 기사를 보고 오해는 안 하겠다만……. 방금 같은 이중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하지도 않은 악행도 의심을 살만하다.』

         

       으잉.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방금요? 제가 뭘요?”

         

       악마가 뒤편을 가리켰다. 멀어진 사병의 등이 보였다.

         

       『이런 교내 상황에 네가 평소처럼 생기발랄한 행동을 보이면 남들에겐 이중적인 연기로만 느껴질 뿐이다. 여기에 자각이 없으면 없는 대로 문제지. 네 행동과 태도의 간극을 좀 줄여봐라.』

         

       오잉.

         

       파스텔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간극이요?”

         

       난 그냥 사는 대로 사는 건데.

         

       악마가 복도의 전신거울 앞으로 파스텔을 데려갔다. 손짓이 거울을 가리켰다.

         

       『무엇이 보이지?』

         

       파스텔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몸을 기울이자 분홍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분홍 눈동자가 모습을 살피듯 마주 봤다.

         

       무엇이 보이는가.

         

       “권력자요.”

         

       파스텔은 입꼬리가 헤실헤실 풀렸다. 몸을 비비 꼬았다.

         

       “권력자 파스텔!”

         

       너무 좋아.

         

       완전 짜릿해.

         

       헤헤.

         

       바라던 대답이 아닌지 악마가 당혹스러워했다.

         

       『아니.』

         

       푸푸푸.

         

       “무슨 간극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보이는 그대로인데~.

         

       파스텔은 헤헹 좋아하며 팔짱을 꼈다. 그리고 권력 뿜뿜! 한 태도로 거울 속 악마를 오만하게 살폈다.

         

       “오잉? 감히 사용인이 내려보는 시선이라니!”

         

       소녀는 보호자를 삿대질했다.

         

       “당장 아카데미의 위대한 지배자 후작 각하께 존댓말을-”

       『하아, 이 말괄량이가.』

         

       악마가 손바닥으로 분홍 머리통을 눌렀다.

         

       꾸우욱.

         

       “우와악!”

         

       파스텔은 가차 없이 눌려 버둥거렸다.

         

       “헤어스타일 망가져요! 헤어스타일!”

         

       분홍 머리카락이 헤집어졌다.

         

       으아아!

         

       까치집 직전!

         

       악마가 픽 비웃었다.

         

       『어차피 내가 빗겨주니 상관없다.』

         

       파스텔은 경악했다.

         

       그럴 수가!

         

       그럴 수가……!

         

       아침에 꾸벅꾸벅 졸며 만든 헤어스타일을 자기 멋대로 망쳐놓고 하는 말이 겨우 그런 말이라니!

         

       그런데 너무 맞는 말이었다.

         

       오잉.

         

       파스텔은 반박할 말을 못 찾고 버둥댔다.

         

       “사악한 악마! 슈퍼 울트라 사악한 악마!”

         

       악마가 반박 없이 픽 비웃었다.

         

       타격량 제로.

         

       으아아!

         

       이미 악마라니!

         

       비겁해!

         

       완전 비겁해!

         

       그럴 거면 저도 악마시켜 주세요……!

         

         

         

       #

         

         

         

       머리를 다시 세팅한 파스텔은 신문부에 들이닥쳤다.

         

       나쁜 신문부를 착한 신문부로!

         

       마왕을 처치하는 용사 이야기가 그렇듯이 기사를 날조하는 사악한 신문부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됐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파스텔은 신문부 고학년생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과자를 받아먹을 수 있었다.

         

       오잉.

         

       마석 가루를 후추후추.

         

       우물우물.

         

       고학년생은 중금속 마석 가루를 과자에 뿌려 먹는 크래프트 각하를 복잡미묘하게 보다가 긴장한 얼굴로 고개 숙였다.

         

       “미안해. 신입 부원들에게 가상의 상황을 창작해서 재밌게 기사 작성을 연습해 보라 했는데 실수로 인쇄됐어.”

         

       신문부의 부장은 아니고 그 아래 부부장이라는 고학년생이었다.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인쇄 실수요?”

         

       부부장 뒤편의 부원들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정정 기사도 낼게. 이미 준비도 하고 있어.”

         

       부부장이 정정 기사에 사과문까지 실린 샘플을 보여줬다.

         

       에이 뭐야.

         

       별거 아니었잖아.

         

       휴우!

         

       “아이참! 전 또 뭐라고요! 제가 신문부에 돈을 쥐여줘 입을 막았다느니 테러 조장까지 했다느니 지어내자 화들짝 놀랐다니까요!”

         

       파스텔은 손으로 양 옆구리를 짚고 살짝 단호한 얼굴을 했다.

         

       “선배님들! 후배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깜짝!”

         

       너무 깜짝한 나머지 학생회실에서 마비 독가스를 퍼트릴 정도로!

         

       “미안해. 네가 얼마나 충격받았을지 상상도 안 가. 말뿐인 사과로는 부족하겠지만 정말 미안해.”

         

       부부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파스텔은 손사래 쳤다.

         

       “괜찮아요! 다 이해해요! 신문부니 연습 삼아 보도문을 작성하다가 인쇄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죠!”

         

       부부장이 눈치를 보다가 부원들을 돌아봤다. 시선끼리 무언의 신호가 오갔다.

         

       오잉.

         

       “사과하는 김에 말인데…….”

         

       파스텔은 고개를 갸웃했다.

         

       순진한 반응에 부부장이 민망해했다. 손짓이 부실을 가리켰다.

         

       어디서 주워 온 듯한 스크래치 많은 나무 테이블엔 값싼 황색 종이 뭉치와 깨진 잉크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구석 바닥엔 뭐가 담겼는지 모를 빵빵한 포대 자루들도 보였다.

         

       “알다시피 신문부는 정식 동아리가 아니거든. 학교 예산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고 우리 사비로 운영되는 거라 활동에 차질이 많아.”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신문부가 예산 지원을 못 받아요? 학생을 위한 학교에 학생의 목소리가 핍박받고 있다니!”

         

       부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너도 잘 알고 있구나! 우리가 곧 학생의 목소리인데 생활비도 아껴가면서 활동하고 있어.”

         

       그럴 수가!

         

       파스텔은 경악했다.

         

       새로운 깨달음이 왔다.

         

       어쩐지! 어쩐지!

         

       학교가 학생을 지키지 않고 실적에 열중한다 했더니 학생의 목소리가 핍박받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흐윽.

         

       학생을 위해 밥도 굶으며 활동하다니.

         

       이분들이야말로 정의로운 언론인이야.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스스로를 척 가리켰다.

         

       “제 이름을 걸고 학생의 목소리를 정상화시키겠습니다!”

         

       흐아압!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힘껏 들어 올렸다.

         

       창문 햇살을 받고 수표가 반짝였다.

         

       빠바밤~!

         

       반짝반짝.

         

       “그것은……!”

         

       부부장과 부원들이 경악하더니 수표를 홀린 듯이 바라봤다.

         

       파스텔은 뿌듯해졌다.

         

       비록 먹고살기 위해 벌어온 돈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리사욕 없이 활용되고 있었다.

         

       수표를 척 건넸다.

         

       “신문부 활동에 보태세요!”

         

       부부장이 떨리는 손으로 수표를 받았다. 감격한 얼굴로 수표를 살피더니 액수를 보곤 두 배로 감격했다.

         

       부부장과 부원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억누른 환희가 표정에 번졌다. 뭔가 계획대로라는 반응이었다.

         

       “반드시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할게!”

         

       파스텔은 으스댔다.

         

       “부족하시면 더 말씀하세요! 공정하고 정의로운 언론 활동에 차질이 생겨선 안 되니까요!”

         

       뿌드읏.

         

       오늘도 학교를 정상화시켰어!

         

       헤헤.

         

       나, 이렇게 일을 잘하다니.

         

       완전 권력자 체질인 듯?

         

       문득 부실 구석에 박혀있던 포대 자루 중 하나가 엎어졌다.

         

       자루 속에서 고학년생의 얼굴이 삐죽 튀어나오더니 누구보다 정의로운 언론인의 눈빛으로 외쳤다.

         

       “어용 언론 결사 반-!”

         

       가까이 있던 부원이 순식간에 달려들더니 포대 자루를 다시 묶었다. 얼굴이 들어가고 조용해졌다.

         

       오잉.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잠잠해진 포대 자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방금 뭐였지……?

         

       계속 쳐다봤지만 미동도 없었다.

         

       잘못 봤나 봐.

         

       응응.

         

       그때 다른 포대 자루가 엎어졌다.

         

       학생 얼굴이 삐죽 튀어나오더니 아까 쓰러졌던 포대 자루를 보곤 비명을 질렀다.

         

       “부장……!”

         

       불의에 맞서다가 희생당한 동료를 부르는 듯한 절규였다.

         

       근처의 부원이 달려들더니 자루를 다시 묶었다. 목소리가 단번에 사라졌다.

         

       오이잉.

         

       파스텔은 다시 눈이 동그랗게 됐다.

         

       부부장과 부원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오잉오잉.

         

       파스텔은 눈을 비볐다.

         

       포대 자루들을 다시 쳐다봤다.

         

       지이잉.

         

       지이이잉.

         

       그냥 포대 자루다.

         

       움직일 기색은 보이지도 않았다.

         

       아하!

         

       잘못 봤나 봐!

         

       설마 저기에 사람이 있겠어?

         

       응응!

         

       파스텔은 고개를 돌렸다.

         

       손으로 양 옆구리를 짚고 뿌듯해했다.

         

       나는야 파스텔!

         

       오늘도 학교를 정상화시켰어!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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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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