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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마차의 밖으로 긴장감이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

       이제 곧 성에 합류할 때가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전투 중이라고 했었나…”

       

       갑자기 적들의 규모가 커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방어는 해내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의미 없는 소모전이 될 뿐이라는 소식도 함께.

       

       “골치 아픈 잡귀들이네.”

       

       먹지도 지치지도 않는 언데드.

       

       파라몬 영감의 말대로 의미 없는 소모전일 뿐이었다.

       

       나 하나 합류한다고 크게 바뀌기야 하겠냐만은….

       

       “빨리 온다고 오기는 했는데…”

       

       달리고 달렸다.

       ​

       며칠째 잠을 자거나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달리는 중이었다.

       ​

       그 쉬는 시간 조차 식사 시간을 빼면 길지도 않았다.

       ​

       지친 말들을 회복시키는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회복 조차도 순식간이었다.

       ​

       말에게 물을 준다.

       ​

       그리고 신성 마법으로 체력을 회복시킨다.

       ​

       이 두 과정이면 말들은 깔끔하게 회복이 되었다.

       ​

       “정신 나간 방법이네.”

       ​

       다들 바빴지만 나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

       루나를 돌봐주면서 쉬는 게 내 할 일이라고나 할까.

       ​

       편안한 마차와 때가되면 제공되는 식사.

       ​

       급박한 상황치고는 여유로웠다.

       

       이럴 때라도 쉬어야지….

       

       “아부으…!”

       ​

       “옳지. 그렇게 미간에 힘을 주는 거야.”

       ​

       “우으?”

       ​

       루나가 작은 이마에 힘을 주며 얼굴을 찌푸렸다.

       

       신안에 집중을 한다기보다는 내 표정을 따라 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아무렴 어떤가.

       

       아직 아기인데.

       ​

       “그렇지! 잘한다!”

       ​

       “꺄르륵!”

       ​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음을 터뜨리는 루나.

       ​

       덩달아 마차 안의 분위기도 훈훈해졌다.

       ​

       “성녀께서 크리스 경을 좋아하시는 것 같소.”

       ​

       루나는 다른 사람에게 안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잠시 옮겨 갔다가도 금세 나를 향해 팔을 버둥 거렸으니까.

       ​

       “아우…!우으..!”

       ​

       “…또?”

       ​

       정말 귀엽고 순수한 아이.

       ​

       문제라면 이렇게 자꾸 내 방울을 탐낸다는 것.

       ​

       딸랑 –

       ​

       “꺄륵!”

       ​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아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건강했다.

       ​

       벌써 옹알이가 능숙했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

       “방울은 경건한 마음으로 흔들어야 해.”

       

       츄읍 –

       

       “아니, 입에 넣는 게 아니라…”

       ​

       조기교육은 굉장히 중요하다.

       ​

       천재들은 어릴 때부터 잘 가르쳐야 한다.

       ​

       “정신을 집중하는 느낌으로 흔들어야 하는 거야.”

       ​

       말똥말똥 –

       ​

       정말로 내 말을 알아 듣는 걸까?

       ​

       루나의 눈이 과하게 반짝거렸다.

       ​

       저 눈은 분명 보이지 않을 텐데.

       ​

       “성녀는 눈이 안 보이는 게 맞나요? 눈이 너무 잘 움직이는데…”

       ​

       “안 보이는 것이 맞을 것이오. 전대의 성녀는 아예 눈을 감고 다녔소.”

       ​

       “…신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떻게 보인다고 하던가요?”

       ​

       “원래 외부에는 발설하면 안 되는 것이긴 하나…”

       ​

       교황아저씨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

       “형형색색의 빛으로 보인다고 하오. 성녀께서는 그 빛에 눈이 멀어 버린 것이라며 농담을 하곤 하셨소.”

       ​

       “빛이라…”

       ​

       방울을 만지작거리는 루나.

       ​

       그렇게 한참을 놀아 줬을까.

       ​

       교황아저씨가 굳은 얼굴로 나를 쳐다 봤다.

       ​

       “이제 도착할 것이오.”

       ​

       나도 알고 있다.

       ​

       아까부터 온 사방에서 악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으니까.

       ​

       대충 숫자를 느껴보니 지난번 보다 훨씬 많았다.

       ​

       하늘을 메우고 있는 잡귀들도, 땅을 기어 다니는 잡귀도 말이다.

       ​

       순간, 마차의 창문이 열리며 알루어드의 얼굴이 보였다.

       ​

       “성하, 곧 언데드와 부딪힐 것입니다.”

       ​

       “성의 상태는 어떠하더냐.”

       ​

       “치열한 격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도 성문의 근처엔 언데드가 없습니다.”

       ​

       교황의 시선이 나에게로 닿았다.

       ​

       “경께서 말한 장승이란 것 때문이오?”

       ​

       더없이 진지한 얼굴이었다.

       ​

       교황 역시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나는 대답을 해주려다 입을 닫았다.

       ​

       “…신께서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소?”

       ​

       교황의 모습이 온전히 눈에 담겼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배신자들에게서 신성력이 사라지고 난 후 처음으로 있는 큰일이니 말이다.

       

       성녀가 태어난 이 시점의 교단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리라.

       

       지금부터 하는 것이 교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했으니.

       ​

       움찔.

       ​

       내 눈을 본 것만으로 대답이 된 것일까.

       ​

       교황은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

       알루어드의 목소리가 들릴 뿐.

       ​

       “언데드를 뚫고 성으로 합류하겠습니다.”

       ​

       나는 가만히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다시 한번 알루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번에야말로….신관의 본분을 다하겠습니다.”

       ​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모를 말이 마차 안을 맴돌다 사라졌다.

       ​

       이윽고, 악취가 훅 풍겨 왔다.

       ​

       콰앙 –

       ​

       채앵 –

       ​

       병장기가 휘둘러지는 요란한 소리.

       ​

       그리고 커다란 함성 소리.

       ​

       사방에서 느껴지는 눈부신 빛들.

       ​

       나는 가만히 루나를 품에 안아 들었다.

       ​

       “…크리스 경?”

       ​

       스윽 –

       ​

       천천히 루나의 등을 쓰다듬었다.

       ​

       “아직은 너무 이르니, 조금 더 자고 있으렴.”

       ​

       콰앙 –

       ​

       마차 밖은 아까보다 더 시끄러워졌다.

       ​

       잠들어야 할 루나가 움찔거리며 놀라고 있었다.

       ​

       내가 입을 연것일까, 저절로 벌어진 것일까.

       ​

       입에서 편안한 곡조가 흘러나왔다.

       ​

       “자장, 자장 우리 아가.”

       ​

       채앵 –

       ​

       “잘도 잔다 우리 아가.”

       ​

       밖의 상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탁한 어둠을 가르는 빛.

       ​

       동요하는 감정들.

       ​

       어느새 언데드의 기운이 온 사방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

       이윽고, 하늘에서 귀를 찌르는 비명이 들려왔다.

       ​

       벤시의 울음소리이리라.

       ​

       “내가 막겠소.”

       ​

       신성력을 끌어모으는 교황.

       ​

       나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계속 입을 움직였다.

       ​

       스윽 –

       ​

       “앞집 개야 짖지마라.”

       ​

       움찔.

       ​

       마차 안으로 파고들던 섬찟한 비명이 뚝 멎었다.

       ​

       더 이상 이곳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

       “뒷집 개야 짖지마라. 우리 아가 잠들었다.”

       ​

       스윽 –

       ​

       신비한 일이었지만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마치 당연히 할 수 있었던 것을 하는 것처럼.

       

       방울이 가볍게 느껴진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영기의 움직임마저 아주 편안 했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

       교황의 경직된 몸이 느껴졌다.

       ​

       조금은 떨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렴풋이 강신을 느꼈을 것이다.

       

       스윽 –

       ​

       루나의 따듯한 체온이 손을 타고 흘러왔다.

       ​

       어느덧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변해 있었다.

       ​

       새근 –

       ​

       새근 –

       ​

       “걱정하지 마세요.”

       ​

       “….”

       ​

       “이번에는 마음에 드신 듯하니.”

       ​

       밖에서는 여전히 전투가 한창이었다.

       ​

       언데드를 무찌르고 성을 향해 나아가는 신관들.

       ​

       신성력을 다루는 자들 답게 맹렬한 기세로 언데드와 싸우고 있었다.

       ​

       단순히 전투만을 보여 주었다면 신령님의 기분이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

       “이번엔 마음을 잘 썼네.”

       ​

       공명심은 없었다.

       ​

       사람을 구하겠다는 의지.

       ​

       그것들이 주변에서 한가득 느껴졌다.

       ​

       “저게 신성력이 내려온 이유지.”

       ​

       스윽 –

       ​

       루나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크리스 경? 아직 밖은 위험하오. 정리가 된 뒤에 나가는 것이 어떻겠소?”

       ​

       지금이 나가야 할 때가 맞았다.

       ​

       이미 신령님이 흡족해 하는 듯했으니까.

       

       대지의 신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루나가 이렇게 편하게 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세레나, 좀 도와줄래?”

       ​

       루나를 등 뒤로 돌리자 세레나의 손이 조심스럽게 나를 거들었다.

       ​

       옆에 있던 커다란 천을 손에 든 나는 그것을 그대로 돌려 등 뒤에 감았다.

       ​

       질끈 –

       ​

       루나와 내 몸을 감싸며 묶이는 천.

       ​

       손을 뒤로 돌려 루나를 받치니 제법 안락한 자세가 만들어졌다.

       ​

       “이래서 자꾸 뒷짐을 지는 거 였구나…”

       

       요즘 들어 왜 강신을 할 때마다 뒷짐을 지게 되나 했더니….

       

       아기가 업히는 자리였을 줄이야.

       

       몸주신을 똑 닮은 자세였다.

       

       어쩌면 할머니의 습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

       “크리스 경! 조금만 기다렸다가….”

       ​

       나를 말리려는 교황 아저씨에게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

       걱정하는 마음이야 알겠지만, 딱히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기절해 있는 동안 변화가 있었던 건지, 그 전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무당으로서의 능력이 올라갔다는 것.

       

       그보다 아까부터 줄곧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

       “전 기사가 아니라서 경이라는 호칭은 안붙히셔도 돼요.”

       ​

       마땅히 나를 부를 호칭이 없다 보니 그렇게 부른 모양이지만….

       ​

       박수무당과 기사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

       “그럼 무어라 불러야 하겠소?”

       ​

       “흐음…”

       ​

       마땅히 정해 둔 이름이 없기는 하다.

       ​

       얼마 전까지 애동이었으니, 아직은 호칭을 쓰기도 애매했고 말이다.

       ​

       그래도 이왕 불러야 한다면….

       ​

       “도령이라고 부르세요.”

       

       이제는 이름을 지을 때가 되기는 했다.

       

       신당에 돌아가는 대로 간판도 하나 만들어야 하지 싶었다.

       ​

       철컥 – 

       ​

       마차의 문이 열리며 밖의 풍경이 보였다.

       ​

       땅을 딛는 발에서 느껴지는 감촉 역시 선명했다.

       ​

       고개를 드는 순간.

       ​

       주위가 일시에 고요해졌다.

       ​

       딸랑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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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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