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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아니, 부담스럽게 그렇게 인사 좀 하지 말라니까….”

       

       실비아가 한숨을 쉬자, 용병들은 즉시 허리를 폈다. 

       

       “죄,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어느 곳을 가도 한 따까리 할 것 같이 생긴 험악한 아저씨들이 군기가 바짝 들어 여리여리한 금발의 여자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다니.

       

       그걸 보는 내 머릿속에서는 인지부조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실비아 씨?”

       

       솔직히 어떻게 된 건지 대충은 짐작이 가긴 하지만, 본인 입으로 듣는 게 확실하겠지.

       

       “으음…. 그게. 레온 씨. 오해하지 마시고 제 말을 들어 주세요.”

       “걱정 마세요. 오해는 이미 말씀하시기 전에 많이 해 뒀고 이제 가만히 듣기만 하면 될 것 같으니까.”

       “히익.”

       

       실비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자, 그 모습을 본 용병들의 눈빛도 함께 흔들렸다. 

       

       “우리 누님이 저렇게 반응할 정도라니….”

       “저 분은 대체 얼마나 강자라는 거지?”

       “F급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했던 건가.”

       “어쩐지, B급과 F급이 아무렇지 않게 파티를 하고 있을 리가 없지.”

       “그럼 이제부터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점점 일이 커지자 실비아는 얼른 설명을 시작했다.

       

       “하하. 레온 씨. 사실은 제가 아침에 수련 나왔다가 아주 약간의 트러블이 생겨서요.”

       “아주 약간의 트러블이요.”

       “…네. 제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아서 아주 가볍게 보여 줬을 뿐인데 앞으로 저를 따르고 싶다고 그래서…. 거절했는데도 이렇게 돼버렸네요. 하하. 저한테는 아ㄹ…ㅔ온 씨밖에 없는 거 아시죠?”

       

       방금 내가 아니라 아르 이름을 부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오오오! 들었어? 레온 씨밖에 없다니.”

       “역시 우리 누님…. 실력에 낭만까지 챙기시고 말이야.”

       “응원합니다! 누님! 형님!”

       

       …진짜 저렇게 나보다 스무 살은 많아 보이는 아저씨들이 깍듯이 형님 누님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스무 살까진 아닌가. 이 바닥에 노안이 워낙 많아야지.’

       

       군생활 할 때 우연히 군수담당관님의 나이를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액면가를 절대 믿지 않기로 했다. 

       

       실비아 씨도 저런 얼굴에 마흔 살일지 누가 알아. 

       

       ‘뭐, 그 정도까진 아니긴 하겠지만.’

       

       아무튼.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실비아에게 말했다.

       

       “일단 들어가서 수련이나 하죠. 수련장 꽉 차기 전에 대여 신청해 놔야죠.”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형님! 저희가 다 알아서 비워 놓겠습니다!”

       “…….”

       

       ***

       

       결국 가장 크고 좋은 안쪽의 수련장을 대여하게 된 레온과 실비아는 쾌적한 환경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런 상태에서는 횡으로 베는 게 이득인 거죠.”

       “오호. 그렇군요. 이해했어요.”

       “정말요? 이렇게 이해가 빠르면 어제보다 훨씬 진도가 빨리 나가겠는데요.”

       “실비아 씨가 잘 가르쳐 주셔서 그렇죠, 뭐.”

       “헤헤. 그것도 맞긴 하죠. 그럼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면….”

       

       실비아는 설명을 이어 나가며, 자신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 레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말은 내가 잘 가르쳐 줘서 그랬다고 하시지만, 확실히 첫날에 비해 레온 씨 자체적으로 집중도와 이해도가 늘어난 게 느껴져.’

       

       가르치는 사람은 안다. 

       

       지금 듣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말을 진짜로 이해해서 이해했다고 답하는 건지.

       아니면 ‘전부 이해했어!(이해 못 함)’같은 느낌으로 답하는 건지.

       

       그리고 지금 레온의 반응은 단연코 전자에 해당했다. 

       

       제자가 가르치는 대로 쏙쏙 이해하면 스승도 신이 나는 법.

       실비아는 그 뒤로도 오늘 예정된 진도까지 이론을 술술 풀어 놓았다.

       

       “…오늘 배울 것의 이론은 여기까지예요. 이해는 다 하신 것 같으니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 볼까요?”

       “좋아요.”

       

       레온은 자신 있게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앞에 놓인 허수아비에게 오늘 배운 이론을 적용해 정교한 카운터 횡베기를 해 보였다. 

       

       “하압!”

       

       허수아비가 자신에게 내려치기를 했다고 생각하고, 옆으로 피하면서 허리를 꼬아 놓은 뒤 곧바로 반 박자 빠르게 횡베기.

       

       촤악!

       

       “오오! 바로 그거예요! 아주 조금 타이밍이 늦긴 했지만, 방금 정도면 웬만한 2~3성급 검사들도 공격을 허용했을 거예요. 이걸 조금 더 보완하려면….”

       

       레온은 그 뒤로도 실비아가 설명했던 동작들을 차례 차례 해 보였고.

       부족한 부분은 실비아가 직접 어제처럼 어떤 느낌인지 체험하게 해 주었다. 

       

       “좋아요. 이번엔 이 동작만 반복해서 익을 때까지 해 볼게요.”

       “네. 하아아압!”

       

       실비아는 레온이 열심히 동작을 익혀 가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력뿐만 아니라 습득력도 꽤나 올라간 게 보여. 레온 씨, 재능 있는데? 이대로면 일주일 안에 순수 기술 면에 있어서는 4성급으로 올려 놓을 수도 있겠어.’

       

       역시 첫날에는 피로도 아직 덜 풀렸을 때고, 저녁 때라 집중력도 떨어진 상태였던 모양.

       

       하지만 오늘 아침의 레온은 간밤에 목욕으로 피로도 싹 풀고 잠도 아주 푹 잔 상태인 데다가, 맛있는 치킨까지 먹고 나온 참이다. 

       즉 완전한 풀 컨디션이라는 말씀.

       

       ‘후후. 어제 내가 목욕물에 풀어 놓은 입욕제가 또 한몫 했구나.’

       

       어제 실비아가 잽싸게 먼저 욕실에 들어간 것도, 티 나지 않게 입욕제를 풀어 놓기 위해서였다. 

       

       입욕제 자체는 시중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상품이었지만, 거기에 실비아가 체내에서 잘 정제한 순도 높은 마나를 시간을 들여 녹여 냈으므로, 몸을 담근 레온과 아르는 아마 자기도 모르게 근육의 긴장도와 피로도가 상당히 줄어든 상태일 것이다. 

       

       이번엔 아주 소량만 풀었지만, 반응을 봐서 괜찮으면 좀 더 풀어 놓을 생각이었다. 

       

       ‘후후. 아르도 저렇게 아주 팔팔하게 뛰어 다니면서 놀고 있고.’

       

       아르는 이미 지루한 수련 시간을 한 번 겪은 뒤라, 오늘은 어떻게 놀지 아예 생각을 해 온 모양이었다. 

       

       “쀼우웃!”

       

       레온이 단검을 들고 동작 연습을 하는 것처럼, 수련장에 있는 비교적 빳빳한 지푸라기 몇 가닥을 모아 잡고 도도도 뛰어다니며 휘둘러 가상의 적을 용감하게 물리치기도 하고.

       

       “으응? 아르야. 뭐라고? 미끄럼틀? 잠깐만. 아이스!”

       

       잠시 휴식하는 레온에게 부탁해 얼음으로 만든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 두 손을 번쩍 들고 미끄러져 내려오기도 했다. 

       

       “쀼우우우우! 쀽!”

       

       그러다가 미끄럼틀 위에서 중심을 잃고 반 바퀴 빙 돌아 머리부터 짚더미에 파묻히기도 했지만….

       

       ‘푸흐…. 너무 귀여워.’

       

       그 모습도 실비아의 눈에는 너무나도 귀엽게 보일 뿐이었다. 

       

       “쀼우우…!”

       

       얼음으로 만든 미끄럼틀의 계단을 올라가다가 자꾸 미끄러지자 지푸라기를 가져와서 계단에 뿌려 놓고 그 위를 밟아 영차영차 올라가는 모습을 봤을 때는 너무 귀여워서 자동으로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어쩜 저리 영특할까.’

       

       당장 달려가서 내려오는 미끄럼틀 끝에서 기다린 다음 내려온 아르를 안고 뺨을 마구 부비고 싶….

       

       “실비아 씨…? 동작 잘 봐 주고 계신 거 맞죠?”

       “크, 크흠! 그럼요. 어, 어디까지 하셨죠?”

       “…….”

       

       여튼, 그렇게 레온의 수련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

       

       실비아에게 단검술을 배우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Lv.10 레온]

       힘: 15 민첩: 17 체력: 17 마력: 「55」 (6)

       고유 특성 : 「신뢰의 계약」, 「습득」

       스킬: 더블 스탭, 회피 태세, 「아이스」

       

       ‘이 정도면 일주일 만에 이룬 것치곤 엄청난 성과인데.’

       

       단검을 다루는 기본 실력이 엄청나게 성장한 건 물론이거니와, 비급서 없이 배우려면 암살자 클래스 2성 즈음은 되어야 하는 더블 스탭, 그리고 4성은 되어야 배우는 회피 태세까지 얻었다. 

       

       ‘암살자 관련 고유 특성도 없이 이 속도라니…. 역시 아르한테 공유 받은 이해랑 습득이 좋긴 좋네.’

       

       실비아에게 배우기 위한 ‘셋팅’.

       그건 바로 ‘특성 동기화’를 이용한 특성의 셋팅이었다. 

       

       ‘현재 내가 하루 안에 특성을 바꿀 수 있는 횟수는 단 1회.’

       

       그렇기에 나는 실비아의 이론 수업을 듣기 전날 밤 미리 「이해」로 공유 받는 특성을 바꿔 놓고, 다음날 이론 수업을 들을 때의 이해도를 높였다. 

       

       ‘그리고 이론 수업이 끝나고 실전으로 넘어갈 때, 그날치 특성 변경 횟수를 소모해 「습득」으로 바꾸는 거지.’

       

       그렇게 하면 이론 수업도 잘 이해하고, 그걸 실제로 할 때 익히는 속도도 빨라질 테니까. 

       

       그러고 다음날 밤까지는 동작을 완벽하게 익히고 지금까지 배운 것을 쭉 복습하면서 「습득」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시 그날 밤에 잠들기 전에 「이해」로 바꾸고 그 다음날 새로운 수업을 들으면 완벽한 사이클이 완성된다. 

       

       수업 방식을 이론을 먼저 쭉 배우고 실전으로 익히는 방식으로 한 것도, 이틀에 한 번씩 진도를 나간 것도, 그걸 염두에 두고 내가 실비아에게 제안한 방식이었다. 

       

       ‘다행히 실비아 씨는 딱히 수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고.’

       

       아르에게 공유 받은 「이해」와 「습득」이 좋은 건 확실하지만, 사실 아직 동기화 단계가 낮은 탓에 막 갑자기 바보에서 천재가 된 것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기에, 실비아 씨도 좀 더 내 집중력이 좋아졌나 보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지난번의 마나 친화 특성은 내가 워낙 마력이 낮은 상태여서 더 효과가 뛰어나게 느껴진 거였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진짜 엄청 열심히 수련했으니까.’

       

       이 짧은 시간 동안 스탯이 여러 번 오를 정도로, 나는 일주일 동안 실비아 씨마저 좀 더 쉬었다 하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수련을 했다. 

       

       ‘물론 실비아 씨가 잘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면 열심히 해도 스킬 하나 제대로 얻기 힘들었겠지만.’

       

       그런데 스승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렇지, 4성은 돼야 배우는 스킬을 벌써 배우는 게 말이 되긴 하는 건가?

       

       게다가 실비아는 암살자도 아니고 검을 메인으로 쓰는 검사 클래스인데.

       

       …사실 내가 암살자 관련 특성은 없지만 나름 이쪽에 재능이 있었던 거 아닐까?

       

       ‘뭐, 어쨌든. 이 정도 빡세게 수련했으면 이제 슬슬 돈이랑 경험치를 벌러 갈 때가 됐지.’

       

       사냥터 위치는 다 꿰고 있으니, 돈도 벌 겸 사냥터 쪽이나 그 근처에서 완료할 수 있는 의뢰를 받는 게 베스트일 거다.

       

       달칵.

       

       “오, 누님이랑 형님 오셨구만!”

       “오늘도 수련 하러 오셨나? 정말 열심이시라니까!”

       “아뇨, 오늘은 의뢰 좀 보러 왔어요.”

       

       나는 간단히 용병들과 인사를 나누고, 할 만한 의뢰가 있는지 찾기 위해 게시판 쪽으로 갔다. 

       

       ‘흐음. 아직 끌리는 건 없네.’

       

       한눈에 의뢰를 훑은 나는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두드렸다. 

       

       ‘어쩔 수 없지. 무난하게 저거나 수락할까.’

       

       의뢰 게시판에 손을 올리려던 순간.

       

       “…위험도를 고려하면 이 정도 보수는 주셔야 용병님들도 수락하실 거예요.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하, 하지만 그렇게 큰 돈은 없는데…. 일단 올려만 주시면 안 될까요…? 꼭 찾아 와야 해서요….”

       “안 될 건 없지만…. 만약 일정 기간 내에 아무도 수락하시지 않으면 의뢰는 내려가고, 수수료는 돌려받으실 수 없어요. 그래도 올려 드릴까요?”

       

       창구 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나는 잠시 손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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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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