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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 와앀ㅋㅋㅋㅋㅋ

        – 드래곤에게 시비걸다닠ㅋㅋㅋ

        – 용자다! 용자야!

        – 아아…… 그렇게 새로운 자살 희망자는 갔습니다!

        – ㄹㅇㅋㅋ

       

        웃어대는 시청자들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직 어린아이지 않았느냐.”

       

        원래 어릴 때는 상대가 무시무시한 포식자라고 하더라도 잘 모를 때다.

        이 세계에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같은 속담이 있지 않던가?

        물론 이 속담의 근원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온 것이지만…….

       

        –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 반쯤 죽였나요?

        – 운석 떨어뜨렸나요?

        – 북한한테 한 것처럼 했나요?

        – 빨리 말씀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요놈들! 재촉하지 말거라!”

       

        시청자들을 따끔하게 타이른 후 목을 풀었다.

        아바타인 나의 몸은 오래 말한다고 하더라도 목이 상하는 일은 없지만, 인간들은 이런 제스쳐로도 의사를 표현한다고 하니까.

        그리고 인간의 대화법에 따르면, 여기서 한 번 끊어가는 것이 더 궁금증을 유발한다고 했다.

       

        – 빨리이이이이!!!

        – 헥헥헥!

        – 다음화 나올 때까지 숨참음! 흡!

        –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꼴깍! 꼴깍!

       

        과실 주스를 마시며 시청자들의 아우성을 재미있게 바라본다.

        하여간에…… 지성체는 역시 재미있다니까.

       

        = 이 몸 질림!

       

        그 순간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과자를 폭식하고 있던 슈르네가 벌떡 일어난 것이다.

       

        = 심심하다! 이제 언니에게 가야…… 뛝?!

       

        헤니시아에게 가려는 슈르네의 목을 확 낚아챘다.

        그리고 재빨리 슈르네의 온몸을 주물주물 문지르기 시작했다.

        최후의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엄마의 비기!

        인간들에게서 배운 ‘점혈’을 변형해서 만들어 낸 비기! ‘드래곤 안마’다.

       

        “흐야아아아아앙~!”

       

        순식간에 인간의 형상이 된 슈르네가 내 품속에서 스르륵 무너졌다.

        극락에 가 버린 표정으로 잠들은 슈르네를 품속에 안고, 다정하게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 자렴. 깨지는 말고.

       

        – 뭐임?

        – 방금 뭐였음?

        – 뭔가 이상한 광경을 본 것 같기도?

        – 신음 소리 뭐임?!

        – 라디오 대용으로 틀다가 가족한테 들림!

        – ㄹㅇㅋㅋ

       

        “크흠! 이야기를 계속해 주마.”

       

        나는 이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빨리 입을 열었다.

       

       

        *            *            *

       

       

        미소를 짓는 레일라 영애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다.

       

        ‘시비를 거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상대의 호흡, 혈압, 심장 박동, 얼굴에 드러난 감정 등의 모든 정보를 조합해 본 결과.

        레일라라는 이름의 인간은 지금 나에게 시비를 걸고 있을 확률이 99%다.

        즉, 지금 나에게 싸우자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에게 시비를 건다고?

       

        ‘마녀라고 알고 있을 텐데, 시비를 건다고?’

       

        겁이 없나?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가?

        방금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마녀는 저주를 잘 쓴다고?

        화난 내가 자기에게 저주를 쓰면 어쩌려고 지금 시비를 거는 것일까?

       

        당연하게도 마녀가 저주를 잘 쓴다는 말은 이 세계의 미신이나 헛소문에 불과하다.

        일단 나는 이 세계에서 단 한 번도 저주를 쓴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쓸 생각은 없다.

        저주를 쓰는데 시간과 자원을 들이는 것보다는, 그냥 저주하고 싶은 상대의 머리 위에 불덩어리를 떨어뜨리는 것이 더 확실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압도적인 무력이 있으면, 괜히 자잘하게 시간을 끌 이유가 없는 법이다.

       

        상대의 시비를 받아줄지, 아니면 한 번 더 기회를 줄지 고민을 해 본다.

        어쩔까…… 일단은 한 번 봐줄까?

       

        “어떤 저주를 말하는 건가요?”

       

        “네?”

       

        내 말에 레일라 영애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내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나?

       

        “모르셨군요. 저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답니다.”

       

        저주를 크게 분류해 보면, 일단 개인용과 다인용으로 나눌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용은 하나의 개체에게만 거는 저주. 다인용은 다수의 인원에게 거는 저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저주를 거는 방식에 따라 직접식, 운명식, 잠복식, 잠식식 기타 등등의 여러 분류로 나뉜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저주를 사용할 때 사용되는 매개체에 따라 또 나뉘고…….

       

        “영애가 말씀하신 저주는 이 중 어느 분류인가요?”

       

        “…….”

       

        생각지도 못했는지, 주변 영애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저건 반쯤은 경악한 얼굴이고, 절반은 이해를 못 한 얼굴이다.

        하긴…… 보아하니까 아직 어린아이들 같은데, 이런 전문지식은 잘 모르겠지?

       

        “쉽게 말씀을 드리자면, 검술에서 중검과 쾌검으로 나뉘는…….”

       

        “그, 그런 걸 제가 왜 알아야 하죠?!”

       

        레일라 영애가 갑자기 내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차분하게 레일라 영애를 바라보니, 영애는 얼굴을 빨갛게 붉힌 채 나를 삿대질하며 버럭 소리 질렀다.

       

        “저, 저주 따위의 불결한 것을 제가 알 리가 없잖아요!”

       

        “역시 사악한 마녀라서 그런가? 저주에 대해 잘 아는군요.”

       

        소곤소곤…….

       

        쑥덕쑥덕…….

       

        레일라 영애가 소리치고, 그 옆에서 에이니 영애가 추임새를 넣는다.

        그리고 주변의 영애들이 나를 바라보며 소곤거리기 시작한다.

        그렇구나. 이것이 바로 따돌림이라는 것인가?

       

        ‘따돌림은 정말로 오랜만이구나.’

       

        조금 신기한 기분으로 주위를 살핀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따돌려지는 나는 멀쩡한데, 나를 따돌리는 저들의 얼굴에는 미약한 공포심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나를 무서워할 것이라면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 당장 이 자리를 떠나야 하지 않을까?

       

        “아, 아니…… 여러분…….”

       

        포이 백작 부인이 당황해한다.

        아무래도 그녀는 이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귀족들은 이런 파티를 망치면 안 된다던데…… 불쌍한 아이로구나.

       

        느긋하게 옆에 손짓해 차를 새로 리필 받는다.

        맛은 씁쓸해서 별로 좋지는 않지만, 향기는 좋다. 나도 돌아가면 조금 사볼까?

       

        “마녀! 뭐라고 말이라도 해 보시죠?!”

       

        “음?”

       

        어느새 완전히 나를 적대적으로 대하기 시작하는 레일라 영애.

        나를 향해 쏘아붙이기 시작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후훗!”

       

        나는 웃었다.

       

        “우, 웃었어요?!”

       

        “아니, 재미있지 않으냐.”

       

        이미 예법이고 뭐고 따질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하에.

        예법 선생님에게서 배운 귀족 어법이 아닌, 나에게 익숙한 말투로 되돌린다.

        솔직히 이쪽이 더 나에게 맞기도 하고.

       

        당황해하는 레일라 영애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해봤자, 그다지 겁나지 않는데 말이다.”

       

        “뭐, 뭐라고요?!”

       

        오! 이번에는 분노의 감정이 그녀의 얼굴을 가득 채운다.

        아무래도 순간적인 분노가 공포를 몰아낸 듯하다.

       

        “가, 감히! 이번 일은 저희 아버지께 말씀드리겠어요! 각오하시는 게…….”

       

        “말하면? 뭘 할 수 있느냐?”

       

        “……네?”

       

        어안이 벙벙해진 레일라 영애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앉아 있는 모든 영애를 한 번씩 돌아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이들이 속속 고개를 돌린다.

       

        “내가 수도에 온 후에 보였던 힘을 다들 알고 있겠지?”

       

        “…….”

       

        “…….”

       

        “…….”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내가 리온에게 붙잡혀(?) 수도로 왔을 때.

        마녀인 나를 차기 황후로 지정한 리온의 행태에 다른 인간들은 당연하게도 반발했다.

        근본도 없는 마녀에게 황후가 웬 말이냐, 천한 핏줄에게 황후는 어울리지 않는다, 황제가 마녀에게 홀렸다 기타 등등.

        별의별 소문이 돌았고, 여러 반대가 리온에게 날아갔다.

       

        사실 그때 나는 그들을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내 처지에서도 아들처럼 키운 리온과 결혼하는 것보다는, 그냥 세계 정복을 도와주는 쪽이 더 나았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인간과 결혼하는 것도 좀 그렇기도 하고…….

       

        ‘그런데 나에게 암살자 보내고, 독살 시도 하고, 납치 시도까지 하는 것은 선을 좀 넘은 게 아닐까?’

       

        곧바로 수도 옆에 새로운 산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거기가 원래 어떤 귀족의 사유지였다는 것은 난 모르겠고.

       

        나는 이곳에서도 똑똑히 잘 보이는 ‘강철 산’을 바라보며, 이곳에 있는 영애들에게 물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이 잘 볼 수 있도록 크게 만들어 주었는데, 저것을 보고도 나를 적대할 생각이 드느냐?”

       

        “그…….”

       

        그제야 다시 공포가 몸을 잠식했는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레일라 영애.

       

        “그래. 내가 저것을 만들어 내는 광경을 너희들이 직접 본 것이 아니니,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생물체는 본인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면 제대로 믿지 않는 법이다.

        더군다나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전부 성인이라고 하기 애매한 어린아이들이다.

        아직 세상 경험도 부족한 마당에, 실수 좀 할 수 있지.

       

        “헌데, 네가 방금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 마녀들은 저주를 잘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앙심을 품은 내가 저주를 건다면 어쩌려고 했느냐?”

       

        저주의 악랄한 점은, 시전자를 죽인다고 저절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저주는 ‘매개체’를 이용해 ‘대상’에게 거는 것이고, ‘매개체’를 어떻게 하지 않는 한 술자를 죽인다고 해서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시전자를 죽이면 풀리는 종류의 저주도 있긴 하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전자가 자신을 매개체로 저주를 걸기에 그렇다.

       

        “저 강철의 산을 만들어 낸 것이 내가 아니라고 가정해 보자. 앙심을 품은 내가 너에게 저주를 건다면, 그때는 어쩌려고 했느냐?”

       

        “저, 저주 따위…… 마, 마법사들을 이용한다면…….”

       

        “그래. 마법사들이라면 저주를 건 술자가 나라는 것 정도는 알아낼 수 있겠지.”

       

        이 세계의 마법사들 수준이 아무리 낮아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더라.

        그래서 궁정 마법사 같은 직위가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황족 중에서 누군가가 저주에 걸리면, 적어도 범인은 알아야 처리하니까.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이지,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저주의 악랄한 점 두 번째.

        저주 과정도 까다롭지만, 해주 과정도 까다롭다.

       

        “저주가 악랄한 이유는, 저주에 걸린 대상을 거의 반드시 나락으로 끌고 들어간다는 점이다.”

       

        해주 하려고 해도 해주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해주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해주 전에 죽거나 저주가 이루어진다.

        게다가 해주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피해자가 입은 손해는 어떻게 벌충할 것인가?

       

        “즉, 너는 반드시 죽거나, 혹은 죽는 게 나은 꼴을 당하겠지.”

       

        “히이익!”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은 레일라 영애가 나를 올려다보며 덜덜 떨기 시작한다.

        암모니아의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오줌도 지린 모양이다.

        이러면 조금 마음 약해지는데…….

       

        본래는 좀 더 따끔하게 타이르려고 했지만, 아이가 이러니 마음이 약해진다.

        그렇기에 레일라 영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아이야. 좋은 수컷…… 아니,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니, 당연한 일이지.”

       

        “힉! 히익!”

       

        “허나, 그보다는 상대를 보는 안목을 좀 더 키워야 하겠구나.”

       

        “헥! 힉! 히익!”

       

        내가 어깨를 두드릴 때마다 이상한 신음을 내는 레일라 영애.

        슬쩍 살펴보니까 눈이 풀려 있다.

        음…… 어린아이에게 너무 겁을 줬나? 아니야. 어릴 때 따끔하게 혼내야 나중에 커서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식은 찻물을 마법으로 빠르게 데운 후 조용히 한 모금 마신다.

        음…… 역시 향기가 좋은 차란 말이야.

       

        “…….”

       

        “…….”

       

        “…….”

       

        침묵과 레일라 영애의 훌쩍거리는 소리만이 남은 티파티장.

        그 안에서 조용히 차를 음미하던 나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이번 파티의 주최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어린아이를 훈계한다고 주최자를 무시하는 일을 벌였다.

        이건 예법에 따르면 굉장한 무례라고 했으니, 이제라고 사과를 해야겠지.

       

        “……백작 부인. 실례했습니다.”

       

        “아, 예. 네. 죄, 죄송합니다!”

       

        “???”

       

        아무 잘못도 안 한 네가 왜 죄송해?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인 백작 부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보면, 주인공은 결코 험한 말도, 욕도, 소리치지도 않음.

    시종일관 조곤조곤 타이르는 말투였음.

    그런데 이제 저 멀리 ‘가이아 스피어’를 솟아오르게 한 후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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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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