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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비방으로 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채팅이 눈에 걸렸던 걸까.

       

       《오해입니다. 잠시만요.》

        

       중대한 문제를 설명하듯 목소리에 힘을 주며 띄운 아군 목록에는, 과연 0킬 4데스 – 아니, 이제 0킬 5데스를 – 기록 중인 도적이 한 명 존재했다.

       

       《도적이 겹쳐서 양보한 거예요. 보이시죠?》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으나-

        

       마우스로 아군 도적의 초상화를 서너번씩 강조한 그녀는, 이제 충분한 해명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 만족스러운 미소까지는 방송에 송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다행이었다.

        

       『지금 그게 문제야?』

       『아 진짜 혈압이 아 』

       『해 명 해』

       『해 명 해』

       『해』

       『나』

       『명』

       『해』

       『락』

        

       –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얘는 도적을 해서 미친거냐 아니면 미친년이라서 도적을 하는 거냐 】

        

       그런 추가 장작 없이도, 채팅창에 발생한 화재의 규모는 충분히 거대했으니까.

        

       –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래서 노방송 챌린저 달리던 이유가 뭔데 무친련아!!!!】

        

       그러나 늘 그렇듯 채팅은 나오지 않는 이예나의 방송은, 그로부터 약간은 동떨어진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급소를 노리며 쇄도해오는 상대 광전사의 도끼를 힘겹게 피하고 쳐내기를 몇 차례.

       

       화면 너머로도 느껴지는 섬뜩한 예기와, 쇠와 쇠가 맞부딪히는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소리에서 느껴지는 긴박감은,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정신을 차츰차츰 게임으로 넘겨버리기에 충분했다.

       

       급격한 움직임에 화면이 흔들리고- 달려오는 광전사를 보며, 어느새 치열한 교전에 이입해버린 시청자들이 탄식을 내뱉던 순간.

       

       호쾌하게 휘둘러진 검이 상대 광전사의 오른쪽 허벅지를 찢어내듯 양단하고 있었다.

        

       반격을 고려하지 못한 채 어설프게 거리를 좁힌 광전사가 치루는 뼈아픈 대가.

        

       일견, 후열로 물러나려는 듯이 뒷걸음질치는 기사의 페인트에 속아넘어간 광전사의 미스플레이로도 보였으나-

        

       그에 앞서 셀 수없이 깔아 두었던 포석들이 모두 광전사의 스태미너를 아슬아슬한 선까지 깎아내기 위한 것이었음을 눈치챈 자라면,

       

       기사가 몇 걸음을 물러나며 거리를 벌린 순간, 소름끼치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함정의 아가리가 벌어지고 있었음을 알아보았으리라.

        

       그러나 손에서 도끼를 놓치며 바닥을 구르는 광전사로서는, 한계에 몰린 듯이 보였던 기사가 어떻게 그 타이밍에 그런 역습을 내밀 수 있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를 쓰러트린 기사에게, 이를 설명해줄 기회가 없듯이.

        

       비참하게 널브러진 적의 목에 역수로 쥔 장검을 꽂아 넣음으로써 길었던 교전을 마무리 지은 기사가, 피묻은 손으로 성호를 그으며 상대의 성채를 올려다보았다.

        

       제법 장엄하고- 어딘가, 신성하게까지 보이는 장면이었다.

        

       [GP Minsik (광전사)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성기사)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따먹(성기사) → GP Minsik(광전사)]

        

       《……자꾸, 손이 잘 안 풀렸어요. 왤까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나지막히 대답하는 그녀의 설명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았지만.

        

       우측 상단의 8 0 4 라는 숫자와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고.

        

       『아 예 그러셨어요』

       『손을 왜 본캐로 푸는데……』

       『손 풀기도 본캐면 그냥 게임이랑 대체 뭐가 다름?(진짜 모름)』

       『와 방금 개쩌네 ㅋㅋㅋㅋ』

       『손 안 풀려서 방송 못함(8킬 0데스 4어시)』

       『크 씨발 이게 나오나지』

       『전형적인 골딱이 광전사식 돌격ㅋㅋㅋㅋㅋ』

       『GP단 닉은 그냥 과학이네』

       『마스터나 다이아나 플레나 골드나 실버나』

       『손을 대체 어디까지 풀어야 만족을 하는 건데』

       『카운터 한 방으로 무력화시키고 처형…이 맛에 장검쓰지 ㄹㅇ』

       『로망 그 자체』

       『나오나는 성기사가 맞아』

        

       그럼에도, 이예나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어느새 3할 이상 줄어들어 있었다. 아무렴, 성기사 유저라면 누구나 로망으로 삼는 플레이를 보여준 직후 아닌가.

        

       모두가 한껏 기대를 품은 채, 기사의 움직임에 집중하던 그 때.

        

       절그럭거리는 판금 갑옷의 소리와 함께 다음 희생양을 향해 빠르게 달려나가던 기사의 뒷모습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화면은 조금 전 기사가 올려다보던 성채에 꽂힌 붉은 깃발을 크게 비췄다. 끄트머리부터 불타기 시작한 깃발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참하게 떨어졌고-

        

       시청자들의 탄식과 함께, 첨탑이 붕괴하는 장면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승리!=

        

       게임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자,

        

       이예나가 마스터 741점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아ㅏㅏㅏㅏㅏ왜 ㅅ ㅓ렌이야』

       『다음판도 기사 할 거지?』

       『마스터들 근성 개없네 시1팔』

       『티어 높을수록 칼서렌 너무 심함 ㄹㅇ』

       『40분게임이 일상인 브실골을 본받아라』

        

       현재 챌린저 500등이 784점이었으니, 목표까지의 거리는 고작 3연승.

        

       대부분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던 챌린저가, 정말로 코앞이었다.

        

       * * * *

        

       “음……손, 이제 다 풀린 것 같네요.”

        

       –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 컨셉 진짜 맞아? 확실해?】

        

       ……컨셉이라니.

        

       나오나처럼 가혹하게 손목과 손가락을 골고루 혹사시켜야 하는 게임에서, 손의 감각은 너무나 중요하다.

        

       고티어로 올라갈수록 승부가 찰나의 반응으로 갈리는 경우가 잦아지기에 더더욱.

        

       지금부터는 12명중 10명은 전현직 챌린저가 잡히는 구간이니- 방송까지 하며 등반을 하려면, 흠잡을 곳 없는 최상의 컨디션이 필요하리라.

        

       고지를 코앞에 두고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미끄러지는게 챌린저 등반이니까.

        

       “큐……잠시만요. 마지막 점검만 하고, 다시 가볼게요.”

        

       아직도 아우성치고 있는 채팅창을 달래며, 빈 사용자설정 게임을 만들어 연계기를 서너 차례 연습해보았다.

        

       쉬운 연계기부터, 캔슬과 선입력이 다양하게 가미된 연계기까지. 쉐도우복싱을 하듯 몇 사이클을 돌리며, 머릿속으로 교전의 흐름을 그려보았다.

        

       괜찮네.

        

       정말로, 이제서야 손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느낌.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마지막으로 채팅창을 잠시 살폈다.

        

       “챌린저 달성하면 뭐 할 거냐……글쎄요. 뒤풀이……조촐하게, 축하파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추전……아, 좋은 생각이네.”

        

       그래.

        

       축하파티……정도는, 해야겠지.

        

       * * * *

        

       저격을 하기에는 과하게 높은 구간이었던 탓에 이예나의 게임 매칭은 제법 시간이 걸렸으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플레이는, 그만큼의 흡입력이 있었기에.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던가.

        

       아무리 완벽한 테니스 서브라고 해도, 상대가 비슷한 서브에 당하는 모습만 계속 보는 것이 재밌을 리는 없다.

        

       모름지기, 경기란 랠리가 이어지고, 땀이 흘러야 보는 맛이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일방적인 처형이 아닌 결투가 보고 싶어 응집한 구경꾼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예나의 첫 수에 허탈하게 허물어져가던 마스터 초중반의 유저들과는 달리, 고일대로 고인 챌린저들은 그 기량을 끝까지 끌어낼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었고-

        

       그 교전 하나하나는 프로 경기의 하이라이트에 버금가는 화려함을 뽐냈다.

        

       칼날을 번뜩이며 몰아치는 듯하더니, 뒤로 구르며 상대의 역습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 있고,

       상대의 추격기에 당했다 싶으면 사각에서 들어가는 카운터를 찔러 넣는다.

        

       그렇게 1인칭 액션영화라도 보는 기분으로 그 움직임을 넋 놓고 보고 있다 보면, 뜬금없는 순간에 익숙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걸렸네.》

        

       그러면, 그로부터 30초. 길어도 60초 내에, 화면은 어김없이 상대의 급소에 파고들고 있는 그녀의 단검을 비추는 것이었다.

        

       『와씨1발;;』

       『지렸다 ㄹㅇ』

       『와』

       『아따먹 그만 잘해!』

       『방금 카운터는 프로도 못할거같은데』

       『챌린저 상대하니까 더 잘하네 ㅆ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몇 판을 비방으로 혼자 한 거지 ㅈㄴ 화나네 갑자기』

        

       화려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그녀는 때로는 전열을 뚫어내고, 때로는 빗겨내며, 상대의 전의가 꺾일 지점만을 집요하게 노려서 후벼팠다.

        

       =승리!=

        

       그 결과는,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에 불과했다.

        

       《판단이 빨라서 좋네요. 못이기는 게임은 보내줘야지.》

        

       그리고 그렇게 압도적인 플레이에 이어, 오만하다고도 할 수 있는 한 줄 평을 남기며 두 차례의 게임을 가벼이 승리한 그녀는,

        

       –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챌린저 미리 축하합니다 선생님!!! 갈 줄 알았습니다!!!】

        

       《아……만 원, 감사합니다. 아직 아니고……미리라니. 아직 아니에요. 지금부터 7연패해도 이상하지 않은게 랭큰데. 다시 넣어두세요. 환불 되나?》

        

       – 갓따먹킹따먹황따먹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무슨 영화보는거 같아서 개설렘진짜ㅜㅜㅜ 실력도 완벽하구 언니 목소리도 완벽하구 모든 게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발 나랑 결혼하자】

        

       《언니……는 사전적으로, 연하의 여성이 연상의 여성을 부르는 호칭이에요. 앞으로 참고해주세요.》

        

       어째서인지, 칭찬에는 면역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 첫사랑기억조작범아따먹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언니 그냥 한마디 하고 갈게 진짜 사람이 아니야 완벽해 오늘부터 내 첫사랑은 언니로 기억하기로 했-】

        

       특히, 어느 틈인가 생겨난 여성 팬들의 후원이 문제였다.

        

       《첫사랑기억조작범아따먹님, 후원 감사합니다. 죄송한데 후원 내용은 스킵할게요. 그……아이들 정서상 안 좋을 것 같아서. 이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우는 거야?》

        

       처음 도착한 주접 도네이션 몇 개는, 정말로 그녀의 목소리와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플레이, 그리고 높은 티어에서도 캐리를 해내는 모습에 반한 여성 팬들의 팬심이 담긴 것이었으나-

        

       《……후원 감사합니다. 그, 도적이 좋은……하아.》

        

       그녀의 반응을 확인한 후 쏟아지기 시작한 도네이션들은, 난공불락이었던 요새의 약점을 드디어 발견한 시청자들의 기쁨어린 장난에 다름 아니었기에.

       

       주접을 떨며 그녀를 칭송하는 후원이 하나 도착할 때마다 사정없이 흔들리며 방황하는 마우스포인터가, 그녀의 심경을 강아지의 꼬리마냥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감사…감사합니다. 아니, 방송을 잘못 찾아오신 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넘길게요.》

        

       무슨 아이돌 쇼츠 영상에나 댓글로 달릴 법한 찬양 도네이션이 울려퍼지다가, 1초도 지나지 않아 스킵 당하기를 몇 차례.

        

       -까드득.

        

       『???』

       『저기 선생님 친숙한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칭찬에 멘탈이 나가는 스트리머는 또 처음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챌린저 승급 걸린 막판인데 이거 맞아?』

       『팩트) 평소에도 술 쳐마시고 해서 상관 없다』

       『물인거같은디 ㅋㅋㅋ 따르는 소리가 길자너』

       

       그녀의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아듣는 몇 가지의 소리에 이어,

        

       《……좀 낫네요. 도네이션 잠깐만 멈추고……나머지 도네이션은 게임 끝나고 한 번에 틀어드릴게요. 그러면, 가볼까요?》

       

       

       약간 편안해진 목소리와 함께, 챌린저 등반의 마지막 한 걸음이 될 수 있는 게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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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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