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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0

    <700 – 충격고백(18)>

     

    “그럼 도로 가져가지.”

     

    아발론이 조금 시무룩해진 얼굴로 영혼을 삼키려고 하자 뒤에서 무뚝뚝한 목소리가 이를 만류했다.

     

    “주장. 크루엘은 필요 없으면 자신에게 영혼을 양도하라고 요구합니다.”

    “저거 가지고 머하려고요?”

    “성장. 조나를 순순히 다크노디에게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크루엘은 더욱 강력한 힘을 얻어 사악한 오크노디와 다크노디, 더블노디들을 무찌를 것입니다.”

    “본인 앞에서 본인을 무찌른다고 하는데 어떻게 선물해요!”

    “교환. 크루엘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조나와의 도피를 위해 계획한 재단주요시설 침공계획, 핵심시설의 위치 및 공략법을 전수할 수 있습니다.”

     

    시종일관 얌전히 내 뒤를 따라다니던 크루엘의 발언은 나조차도 깜짝 놀랄 정보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걸 어케 알았어요?”

    “자랑. 기프트 아카데미에는 고참 장학생이 있습니다. 그들의 정신을 지배하여 정보를 축출, 관련인물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각 장학생의 관리자 및 감독관, 지부 위치를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조나와의 데이트에 이 정도로 진심이었다니!”

     

    세 번째 아가씨, 써드third 크루엘을 너무 얕보았나 보다.

    한때 아카데미를 발칵 뒤엎었던 세뇌능력자의 수완은 내 상상 이상으로 재단에도 깊이 뻗어있었다.

    980기 학년수석 만델라 카스테라 후작영애가 아니었다면 내가 아는 미래가 싹 변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응? 그럼 평화의 세대인데도 전쟁세대마냥 가끔 멤버에 대격변이 일어나있고 유독 억까가 쉽게 터지던 만델라 선배가 없는 회차는 크루엘이 만델라를 이기고 학년 정복에 성공한 회차인가?’

     

    갑자기 크루엘이 괘씸해지기보다는 이 아이를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중요한 문제를 잊고 있는 것 같군. 그렇게 한눈을 팔고 있어도 되는가?”

    “머가요?”

    “위어드 교수. 전에 없이 두려움을 보이던 상대가 아니었는가?”

     

    잊고 있던 악몽이 이불 밑에서 스윽 몸을 타고 기어오르는 섬뜩한 감각에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히에엑! 깜빡했다!”

    “마지막 거래로 그대의 걱정을 지울 수 있겠군.”

     

    황금의 상인 아발론이 기회를 틈타 마지막 딜을 걸었다.

     

    “뭐든지 들어드릴게요! 말만 하세요!”

    “내 세계정복에 협력한다면 그 조건으로 위어드 교수로부터 영구적으로 회피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앗, 그건 좀. 어차피 엔딩 보려면 나중에 다시 강의 들어야 하는데요.”

     

    아발론의 영혼수집함에 들어오라는 우회적인 권유를 자연스럽게 걷어내자 아쉽지도 않다는 태연한 얼굴로 아발론이 답했다.

     

    “그럼 이건 나의 충복 <리스크>와 예비신체가 저장된 황금의 도시를 파손하지 않을 대가로 여겨주길 바라네.”

     

    아발론의 계획을 들은 나는 몹시 감탄했다.

    제아무리 위어드 교수라도 눈앞의 응애 오크노디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훌륭한 계획이었으니까.

     

     

    * * *

     

     

    서로가 신체가 터질 정도로 부풀어 오른 힘을 소모하고자 안간힘을 쓰던 돈 네무조아와 황금거신상의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결.

    끝을 모르는 소모전은 도시의 마나밀도가 격변하는 순간, 단숨에 해소되었다.

     

    <자연의 강림>

     

    뛰어난 나무정령 드라이어드는 자연의 힘을 되살리며 잿빛 토양에서 푸르른 싹을 일으키고, 오래되고 쇠약해진 죽음의 숲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런 드라이어드의 끝판왕 수준인 위어드 교수가 황금의 도시에 발을 딛는 순간, 황금의 마나에 짓눌려 정체되어 있던 초목들이 황금의 마나를 듬뿍 머금고 강제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황금수호병을 생산하던 구멍 뚫린 건물에서.

    통과자에 황금표식을 새기고 통과비를 징수하던 황금의 다리에서.

    사방에서 자라난 식물들이 자신이 비롯된 건물이 지닌 속성을 일제히 담아내었다.

     

    <격납고 식물>

    <효과 : 대량의 식물을 저장해서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하다가 동시에 일제 사출을 한다.>

     

    <강제징수식물>

    <효과 : 씨앗에 적중된 대상이 지닌 재화를 황금마나로 치환해 약탈하며, 치환할 재화가 없을 시 마나를 강제로 약탈한다. 생체마나도 예외는 아니다.>

     

    <황금식물>

    <효과 : 재화를 소모하여 스스로 회복하고 성장하며 다른 식물의 회복과 성장에도 관여한다.>

     

    재화가 있는 한, 스스로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

    재화가 고갈되면 재화가 있는 곳을 추적할 수 있다.

    생명체와 마주치면 이를 재화로 변환할 수 있다.

     

    황금의 도시 아발론이 지닌 속성을 모조리 흡수해버린 살벌한 식물들.

    속칭 황금식물군락지가 위어드 교수가 그 자리에 도달하여 일견하는 것만으로 탄생했다.

    세인들이 목격하거든 황금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홀려 다가갔다가 식물의 양분으로 전락할 정도로 흉험한 이동형 마경식물군락지의 탄생!

     

    모험가길드가 목격하거든 한 치의 주저도 없이 은패급 지역대피령을 발령하고, 초기진압에 실패하여 확산되거든 금패급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세계각국의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극도의 위험성을 지닌 신종식물몬스터의 탄생이었다.

    그런 괴물의 위험성을 한눈에 알아본 돈 네무조아는 넘쳐나는 마나를 발산하여 단숨에 식물군락지를 찢어발기려 시도했다.

     

    “드라이어드는 식물들의 친구. 제게 사랑받고자 태어난 아이들을 해치는 모습을 지켜볼 수는 없지요.”

     

    위어드 교수가 벌인 일은 지극히 간단했다.

    헐벗은 몸을 감싼 잎사귀 하나를 소모하여 위력이 증강된 <넝쿨 조이기>와 <급속 성장> 마법을 발동한다.

    전투 도중 발목을 붙잡는 넝쿨.

    가벼운 견제기에 불과했을 기술.

    그 기술은 규모의 거대화가 실현되자 차원이 다른 효력을 발휘했다.

     

    <황금마나초의 넝쿨>

     

    하늘을 뒤덮으며 그림자가 드리우고, 황금거신상조차도 하늘을 우러러보아야 할 정도로 거대하게 솟구친 황금색 넝쿨.

     

    “맙소사.”

     

    돈 네무조아의 무엇이든 탐을 내는 <탐식의 갑옷>조차도 두려움에 덜덜 떨렸다.

    갑옷에 내장된 수많은 아티팩트가 힘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하늘 저편에서부터 내리치는 넝쿨에 짓눌림과 동시에 즉사했을 것이다.

     

    “4학년 상급반 실습재료 수준이군요. 좋은 재료를 얻었습니다.”

     

    큐브스테이크처럼 잘게 부서진 황금거신상의 너머, 위어드 교수의 몸체에서 뻗어나온 넝쿨에 목이 졸린 돈 네무조아가 짐짝처럼 질질 끌려갔다.

    도시의 중심부로 향하던 위어드 교수는 문득 도시 전체의 마나가 한곳에 밀집하며 시공을 왜곡시킬 정도로 강대한 마나들이 한 자리에서 소모되는 현상을 감지하였다.

    잠시 후, 그 현상의 주인은 제 발로 위어드 교수에게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오크노디의 소개를 받고 찾아왔다. 내게 당신의 강의를 들을 기회를 베풀어 주겠는가?”

     

    위어드 교수가 변질시켜 지배했던 황금식물군락지가 기이하리만치 노출이 많은 치렁치렁한 황금빛 옷을 입은 소녀의 시선에 닿자마자 고개를 조아렸다.

    이 세상 모든 황금마나가 그녀에게 복종하고 따르며 자신이 지닌 욕망을 토로하는 것처럼.

     

    황금식물군락지는 그녀에게 알려주었을 것이다.

    위어드 교수의 욕망마저도.

     

    괴경Tuber.

     

    세계에 도사리는 드루이드들의 은밀한 비밀조직.

    세계수를 능가하는 식물을 탄생시켜 모든 차원계에 거대한 뿌리를 내리자는 원대한 계획.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재단과 아카데미에 싹을 심어두자는 자연마법 구사자들의 정점에 있는, 황금의 상인 아발론과는 다른 형태로 꿈꾸는 세계정복마저도.

     

    이 사실을 황금식물군락지를 지배하고 있는 위어드 교수 또한 즉각 눈치 챘다.

    자신에게 배움을 청하는 학생이 세계정복을 진심으로 소망할 정도의 야심가이자 실력자라는 사실을.

    세상의 모든 황금이 그녀에게 황금에 깃든 욕망을 속삭이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욕망을 지닌 존재는 그녀 앞에서 비밀을 지닐 수 없으며, 자신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실로 흥미로운 현상까지도.

     

    “잘 왔습니다.”

     

    재미있는 아이였다.

    오크노디를 순순히 놓아줄 마음이 생길 정도로.

     

    “방황의 시간이 아무리 길다고 한들 만물은 자연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마련이죠. 오크노디에게는 짧은 방황을 허락하고 당신에게는 수석조교의 자리를 허락하겠습니다. 자, 편입 시험을 치르러 가죠.”

     

    황금의 상인 아발론은 아카데미 침투라는 목표와 오크노디의 자유라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위어드 교수의 제자가 되어 아카데미에 편입한다는 충격적인 선택을 저질렀다.

    그것이 현명한 거래였을지, 인생을 담보로 치명적인 오판을 저지른 우행일지는 훗날 오크노디가 아카데미에 돌아가면 알 수 있으리라.

     

     

    * * *

     

     

    리스크는 인생이 허망하고 우울했다.

    주인님이 떠나버렸다.

    늠름한 남자의 모습도, 충복과의 단란한 세계정복의 나날도 모두 저버린 채로.

    그 영혼이 같다고 한들 자신이 함께할 수 없다면 수천 년의 헌신에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없이 울적한 얼굴로 반파된 황금의 도시를 올려다보던 그녀에게 이 모든 재앙의 원인 다크프린세스가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까치발로 다가왔다.

     

    “화났어요?”

    “그저 슬플 뿐입니다. 형태가 다르다고 한들 주인님을 향한 연심이 이어질 수만 있다면 족하다고 여겼거늘, 끝내 저를 도구로만 바라보며 떠난 주인님의 매몰참이. 이렇게 될 것을 알고도 수천 년의 헌신이라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은 어리석음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리스크에게도 기회가 남아있는걸요?”

     

    다크프린세스가 밀린 숙제를 떠넘기려는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며 급히 그녀를 달랬다.

     

    “아발론이 아카데미에서 죽거나 크게 다치거든 부활장치가 가동하고 아발론 2호가 나오잖아요!”

    “…그렇다고 한들 다시금 제 곁을 떠날 뿐이라면 제 빛바랜 충성과 보답받지 못할 헌신에 어떤 의미가 남게 됩니까?”

    “의미는 남지 않아요. 스스로 만드는 거죠!”

    “…스스로 만든다?”

    “황금의 도시의 새로운 주인이 되세요! 비어버린 마경보스의 자리를 물려받고 새로운 거악후보가 되어서 이번에야말로 당신만의 도시를 운영하는 거예요.”

    “거기에 무슨 의미가 깃들죠?”

    “아발론에게 바칠 재화와 지식이 그녀의 힘과 지식, 마음을 변형한다면 리스크의 연심과 지배만을 위해 투입한 힘과 지식은 아발론 2호를 크게 바꿀 수도 있잖아요?”

    “…!”

    “이건 리스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는 딜이에요. 결코 다크노디가 수집할 거악후보자를 실수로 풀어주고 재화도 대신 먹어 치운 실수 때문에 급히 땜빵할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에요!”

    “…….잠깐이나마 고마움을 느꼈던 스스로가 수치스러워지는군요. 하지만 도움이 되는 유익한 충고였습니다. 조금은 삶에 의욕이 생기는군요.”

     

    주인이 떠나간 반파된 황금의 도시.

    찬란했던 영광만이 유적처럼 남은 도시에 다시금 황금의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수천 년간 부활을 기다려 왔던 아발론이 아닌 그의 부활을 바라며 도시를 운영해 왔던 또 다른 주인, 황금의 무희 리스크의 뜻을 따라서.

     

    “주인님만큼은 아니지만 저 또한 거래에는 일가견이 있는 몸. 저와 거래를 하죠, 다크프린세스.”

    “어떤 거래요?”

    “쾌락의 도시를 탄생시킨 마왕군 사천왕을 당신이 피난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욕망을 흐릿하게나마 읽었어요.”

    “!”

    “도움을 드리죠. 마왕군 사천왕이 다른 누군가에게 잡히지 않을 은신처를 황금의 도시가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대신, 그를 제게 복종시켜 주세요.”

    “아니 사천왕을 데려가서 머 하려구여?”

     

    리스크의 눈에 커다란 욕망이 이글거렸다.

     

    “주인님 2호는 제 말을 듣고 복종할 때마다 극상의 욕망이 충족되는, 오직 저만을 바라보고 제게만 헌신하는 저만을 위한 주인님으로 만들겠어요. 그러기 위한 지식과 재보를 마왕군 사천왕을 이용해서 탄생시킬 거예요.”

     

    황금의 도시와 쾌락의 도시.

    두 도시의 콜라보 이벤트 제안이었다.

     

    “쌉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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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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