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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1

    <701 – 불쌍한아이(1)>

     

    마왕군 사천왕 레드타이드는 와이히엠하이 재단 이사장 직속삼장의 일원 집사장에게 쫓기는 신세로도 모자라 오크노디에게도 쫓기는 불쌍한 처지에 놓였다.

    특히나 사천왕의 도주를 돕던 오크노디가 체포하기로 변심한 사실은 사천왕의 신변에 더욱 큰 위협이었다.

     

    “잠깐, 우리도 데려가 주세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다. 버리지만 말아다오!”

    “이대로 가버리면 우린 황금의 무희의 실험재료로 전락할 거야!”

     

    오크노디 상대로는 주인님의 주인님이 되도록 도와주실 은사 대우를 깍듯이 하며 황금도시 특산품 황금코코넛주스와 사금함박스테이크를 대접하는 리스크였으나, 일개 모험가 따위들에게는 냉장고에서 알아서 밥 꺼내먹으라며 시큰둥한 10년 차 아내보다 더한 냉혹함을 보이고 있다.

    오크노디가 사천왕을 잡으러 떠나는 즉시 자신들의 신상이 어찌 될지는 예지마법이 없어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모험가들이었다.

     

    “관리가 번거롭다면 내게 맡겨라. 널 도와서 대신 관리해줄 수 있다.”

    “와! 자동관리! 중간관리자! 근데 누구세요?”

    “기프트 아카데미의 졸업생이자 위어드 교수에게 쫓기는 신분이었던 논문도둑이다.”

    “세상에, 논문을 훔쳐? 훔칠 물건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논문을 훔쳐요? 특허도둑도 아니고. 이 백해무익한 쓰레기!”

    “…”

    “그래서 누구 논문을 훔치셨는데요?”

    “위어드 교수.”

    “세계평화를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악이 되어야 하죠. 의적 브론즈 교수님의 제자로서 정의로운 도둑질이 계속될 수 있도록 축복해 드릴게요!”

     

    배낭배낭에 있던 유니크 요리까지 하나 갖다바칠 정도로 오크노디의 논문도둑에 대한 호감도는 무서운 속도로 수직상승 했다.

    게임오픈 n년차에 신규유저 유치를 위해 딸칵 버튼 한 번만 누르면 100레벨 점핑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이벤트처럼 호감도를 점핑하는 논문도둑.

    그 괘씸한 행보에 <원점영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고 존재감을 세계로부터 한없이 멀리 격리했다가 돌아오는 <공간절단>과 <숨기>의 연계발동을 하던 싱이 모습을 드러냈다.

     

    “논문 하나 훔쳤다고 섣불리 사람을 믿지 마라. 만일 나중에 네 졸업논문도 탐이 난다고 훔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다크노디 시켜서 하나 만들라고 시킬 건데요?”

    “…다크노디가 울어버릴 거다.”

    “헉 그건 좀.”

     

    오크노디의 눈에 어떻게 그런 심한 짓을 할 수 있냐는 매도가 섞이자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도둑질의 책임을 느낀 논문도둑이 사과했다.

     

    “미안하군. 그래도 나는 아무 논문이나 훔치는 논문도둑이 아니다.”

    “그럼요? 무슨 논문이 취향이신데요?”

    “사람한테 돌을 먹이고 괴롭히면서 실험데이터를 뽑아 저 혼자만 이득을 보는 괘씸한 교수의 논문을 훔치는 논문도둑이다. 이런 부정한 연구방법으로 얻어낸 결과물이 마도과학의 위대한 한 걸음 취급받는 꼴은 내가 살아있는 한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오크노디가 아는 졸업생은 유령호텔과 수집도시의 VIP 접수원 발레포르 와사비 선배뿐이었지만, 조금 전의 용기 있는 선언을 듣고 그녀의 졸업생 카테고리에 새로운 얼굴이 저장되었다.

     

    “선배 이름이 머에여?”

    “키호테.”

    “그럼 키호테 선배님이 저기 뉴비 모험가들 관리해주세요!”

     

    공들여 키우기엔 나이도 너무 먹고 성장가능성도 작은 뉴비들을 맡기기엔 제격인 선배였다.

    이제 내게는 몇 가지 선택지가 열렸다.

     

    마왕군 사천왕 레드 타이드를 잡아와서 황금의 무희 리스크에게 납품하기.

    크루엘의 비밀정보를 캐고 재단비밀시설 순회하기.

    전대용사파티의 전사 알파의 과거담을 더 캐고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의 비밀에 다가서기.

     

    스르륵.

     

    덤으로 오빠가 언니가 되어서 혼란스러운 가짜 린에게 이 사람이 싱이 맞다고 인지시켜주기!

     

    “저 사나운 눈매에 우중충한 표정을 봐. 싱 맞지?”

    “…!”

     

    가짜 린이 안심하고 싱의 주변을 얼쩡거렸다.

     

    “…내 이미지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거냐.”

    “그런 걸 챙기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요!”

     

    정작 지금 걱정인 건 싱이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지내고 있을 친구들이다.

     

    ‘다크노디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

     

    조금 더 생각해보니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를 다크노디보다 다크노디 본인이 더 걱정된다.

    날 찾으며 교내를 헤집고 다니던 플라톤 교수나 위어드 교수가 다크노디를 발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위어드 교수는 황금의 마법소녀 아발론이라도 주워서 당분간 괜찮겠지만 플라톤 교수님은 저런 매력적인 장난감을 줍지도 못했다.

     

    ‘잡혀서 신체단련만 줄창 하다가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 시절로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사실상 근력에 미친 올인괴물을 만든 당사자나 다름없는 교수님을 떠올리니 원본이 지닌 지식과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다크노디의 태도가 더욱 마음에 걸렸다.

    230cm으로 우락부락해진 다크노디와 팔다리에 매달린 일회용 방패친구들…

    상상만으로도 두려워진다.

     

    역시 방치는 안 되겠어.

     

    엉겁결에 내가 다크노디의 먹이였던 거악후보 하나를 해방시킨 것처럼 다크노디도 아카데미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지도 모르는걸!

     

    “잠깐 보물고에서 남는 템 하나 써도 돼여?”

    “허가하겠습니다.”

     

    리스크의 허락을 받아 쓸모 없는 보물 하나를 해체, 마도구가 파괴되며 발산되는 대량의 마나를 이용해서 원거리 관측마법을 발동했다.

    기프트 아일랜드의 자연마나는 마경 구역심처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수준이었고, 섬의 주인인 오모시로이 교장님의 시선을 피하기는 더욱 어려웠지만…

     

    [뭐냐, 쥐방울. 별 이상한 곳에서 아카데미를 들여다보기나 하고. 차원난민이 된 4학년도 거기보단 깨끗한 곳에서 구조요청을 하겠다.]

     

    몰래 보기 힘들면 당사자의 허락을 받으면 되잖아?

    대놓고 교장님의 감지범위에 들어가서 술식으로 똑똑 노크를 하며 접근권한 허가를 받으려고 하니 교장님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몇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더라?

    국제전화보다 말끔한 음성에 어딘지 모르게 맥이 풀린다.

     

    “교장님! 아카데미에 두고 온 분신이 저보다 이상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지 걱정되어서 관측을 하고 싶은데 관측허가 좀 주실 수 있나여?”

     

    [분신에 자아가 있냐?]

     

    “있죠?”

     

    [감정은 느끼냐?]

     

    “삐지기도 해요!”

     

    [수강신청을 그렇게 해놓고 분신한테 다 떠넘기고 튀었다고?]

     

    앗.

    교장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 이번 학기도 왕창 신청했지.

     

    [3학년 강의 열두 개에 더해서 친구들이랑 같이 들을 강의도 네 개나 더 신청해 놓고 그걸 분신한테 짬을 때려?]

     

    악룡이라 불리는 교장님조차도 내 의도치 않은 혐성짓에 혀를 내둘렀다.

     

    [네 악마적인 지혜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지 궁금하기는 하군. 같이 봐도 좋다면 엿보기를 허가하마.]

     

    교장님은 순순히 허가를 내려주셨다.

    내 프라이버시가 궁금했는지 싱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내 시선을 느낀 싱이 제 가슴을 콕콕 찌르는 린을 불편한 얼굴로 떼어놓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가짜 린이 응애를 보고 싶어 한다. 같은 방 식구라서 신경 쓰이는 것 같다.”

    “그럼 머 같이 보세여!”

    “주장. 크루엘은 조나가 보고 싶습니다.”

    “크루엘도 일로 와!”

    “…그 영상, 나도 흥미가 생기는군.”

     

    알파까지 보고 싶다고 조르고 로시난테도 서열경쟁에서 밀려서 탑승물로 전락한 주제에 호기심이 생기는지 연료로 콧김을 뿜어댔다.

     

    “그냥 다 같이 볼래요?”

     

    하나하나 허락하기도 귀찮아서 200인치 가로세로 443cm×249cm 대형와이드 스크린에 관측마법을 송출하였다.

    졸지에 십여 명이 나란히 앉아서 관람하는 영화 신세가 되었지만, 까짓것 원본이 궁금하면 분신 일상을 엿볼 수도 있지!

    모두가 나란히 앉아서 영상을 트는데 화면이 왠지 모르게 새카맸다.

     

    “모지? 밤인가?”

    “아카데미의 조명시설은 비교적 잘 갖추어진 편이 아니었나? 아무리 밤이라도 이건 이상하군.”

     

    싱의 지적대로였다.

    비리를 저지르려고 작정한 학생회가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조명이 없는 암실을 갖출 수는 없다.

    다른 목적과 상위권한을 지닌 사람이 아니고서야 쉬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학생회보다 상위권한을 지닌 사람은?

    보통은 교수님이지.

    교수님이 지닐법한 목적은?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은 강의가 되겠지…

    갑자기 한여름에 공포괴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다크노디는 대체 지금 누구한테 무슨 강의를 듣고 있는 걸까?

     

    드드드득…

     

    희미한 진동이 시야를 흔들며 점차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알이 깨지고 병아리가 태어나듯이 새카만 시야가 갈라지며 시야가 급변했다.

     

    “새, 생매장?!”

    “저거… 땅 속이었던 거야?”

    “경악. 크루엘은 저런 강의를 모릅니다.”

     

    그야 모를 수밖에 없겠지.

    저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학생은 손에 꼽으니까…

     

    창백한 손에 붙들려 초주검이 된 채 흔들리는 사람은 다크노디가 맞았다.

    콜록콜록 기침을 할 때마다 흙을 뱉는 다크노디를 한 손으로 쥔 사람은… 아니나 다를까 위어드 교수님 못지않은 위험인물 사다코 교수님이었다.

     

    “너, 너 때문에 아카데미에 남았는데…. 멋대로 강의를 째고 도망 다니고…. 용서 못 해. 내일도 두 시간은 수면시간에 특훈시킬 거야. 도망치면… 다시는 태양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미역줄기처럼 길고 시커먼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이는 새빨간 안광은 심연에서 기어 나온 괴물도 주소지를 잘못 찾아왔다며 심연구덩이로 돌아가 문 닫고 사라질 흉험함이 어려있었다.

     

    “그만 볼까요?”

    “알고 싶던 정보가 아니었군…”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건 옳지 못하지.”

     

    우리는 만장일치로 다크노디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기로 다짐하며 관측마법을 종료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크노디 너무 불쌍해…

    700화 축하 감사합니다. 다음 고지는 800화입니다!
    전작 무림계 귀환자의 게임방송은 706화 완결이었지만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는 더 멀리, 더 오래 쓸 수 있어서 뿌듯하네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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