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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1

       

        

        

        

        

        

        

       “당소 드래곤 1-1, 시티 칼리지 오브 뉴욕에 집결한 라이커들을 드론으로 관측 중이다. 대략 200명 가량의 숫자다. 현재…크립스 갱단이 보유하고 있던 화기와 인프라를 회수 중인 것으로 추정됨.”

        

       “상륙한 지 두 시간도 안 되서 500명을 쓸어버리고 복귀하다니, 센트럴 파크에 있는 친구들도 할 땐 제법 하잖아.”

        

       “다들 표정이 싸그리 박살났군. 코미디가 따로 없구만…도청기는 큰 문제 없이 작동 중이다. 분석팀은 스크립트에 집중하라.”

        

        

        

        오전 6시 55분, 어퍼 맨해튼.

        

        어슴푸레한 하늘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사이, 클리너가 운용하는 한 대의 드론이 참혹한 학살이 벌어진 시티 칼리지 오브 뉴욕의 상공 위에서 주변을 관할한다.

        

        지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다채로웠다. 대학교 내부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시체가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하는 탈옥수 갱단들의 반응은 실로 가관 그 자체였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숫자라고 해도 500명. 그러나 갱단원들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시체의 수가 아니었다.

        

        

        

       -이, 이 씨발…살아남은 새끼들이 단 한 명도 없어, 이게 도대체 어떻게…말이 안 되는 거잖아.

        

       -이딴 미친 짓거리를 1시간 안에 했다고? 도대체 누가? 클리너 새끼들도 이딴 짓은 못 해.

        

       -나, 나는…더 이상은 못 해, 난 돌아갈 거야!

        

        

        

        고작해야 한 시간, 혹은 그 이하의 시간 동안 소규모 갱단 하나가 말 그대로 통째로 으깨졌다.

        

        심지어는 범인이 누군지를 확인하기 위해 근방을 돌아다니던 30명 가량의 정찰대 역시 태스크포스의 탈출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뭉개져버렸다.

        

        갱단끼리의 지저분한 싸움이 아니었다. 극도로 훈련된 군인이 중무장한 채 상대를 말 그대로 짓밟아버린 것이었다. 바닥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탄피의 종류도 갱들이 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물어볼 수조차 없었다. 시체밖에 없었다. 거의 절반 이상이 머리에, 그리고 심장에 구멍이 뚫려 죽은 것이었다. 또는 폭발물에 휘말려 넝마가 되었거나.

        

        목소리에서부터 묻어나오는 원색적인 공포심. 그것을 들은 드래곤 스쿼드의 두 명은 큭큭 웃으며 중얼거렸다.

        

        

        

       “기껏해야 비무장한 민간인들한테 총알 갈기는 법이랑 차 타고 돌아다니면서 권총 쏴대는 거만 할 줄 아는 놈들이 할 수 있는 게 있을 리 없지.”

        

       “소문 자체는 금방 퍼져나갈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일지 모르겠군. 센트럴 파크에 있는 그 친구들이 저렇게 네다섯 번만 더 뒤통수를 때려주면 여한이 없겠어.”

        

        

        

        원색적인 조소가 섞여있는 말.

        

        실제로도 딱히 다를 바 없었다. 갱단 및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 이후로 합류한 범죄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범죄에 대한 심리적 역치를 대거 낮춘 것에 불과했다.

        

        남을 죽이는 데 드는 정신적 결심은 가면 갈수록 낮아지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실력이 늘어났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유사-강자들을 정통으로 후려친 것은 국가가 직접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여 양성한 특수부대원들 –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효과적으로 사살할 수 있을지만을 고민하는 인간병기들이었다.

        

        그 결과는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한 번 시작된 감청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비단 시티 칼리지 오브 뉴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브루클린에서 넘어온 탈옥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통신기를 타고 흐르는 말이라면 전부 잡히고 있었다.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탓에 누구도 접근할 생각을 하지 않는 맨해튼과는 별개로, 광활한 뉴욕 시를 돌아다니는 라이커 연합들의 구성원들은 실로 제멋대로이기 짝이 없었다.

        

        

        

       “저 오염체들이 저 상황으로부터 뭔가 배우는 게 있기나 할까요?”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지능이라면 진즉 조디악인가 하는 그 놈처럼 센트럴 파크에 고개 숙이고 들어갔겠지.”

        

        

        

        브루클린 랭온 병원, 로어 맨해튼, 포트 해밀턴, 그리고 어퍼 맨해튼.

        

        근 몇 개월 가량 불벼락이 쏟아진 뉴욕에서 신명나게 두들겨 맞으며, 파편으로라도 여전히 남아있는 미군의 압도적인 역량을 알고 있는 탈옥수들은 극히 소수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기 열거했던 모든 곳에서 전부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고, 2만 명 가량이나 되었던 브루클린의 라이커는 고작 2개월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그 규모가 무려 절반으로 축소되었다.

        

        전멸이라기보단 차라리 소멸에 가까운 엄청난 타격. 바로 그 때문에 라이커들은 갱단들이 가득한 브롱스 방면으로 넘어간 것이었다.

        

        이는 다시 말해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혼재된 상태임을 의미했다.

        

        

        

       -브루클린에서 넘어온 놈들은 깡다구가 쥐좆만하시구만. 쫄아버린 건 알겠지만 여기까지 겁쟁이 냄새를 풍기진 말지? 잭팟 한 번 터졌답시고 다시 쑤시러 오면 전부 잡아서 죽여버리면 그만인 것을.

        

       -…그 놈들을 무시하지 마라. 여차하면 폭격까지 가능한 놈들이야.

        

       -이런 석조 건물 가득한 동네에 폭격? 아주 코미디가 따로 없구만. 애시당초 공권력이고 군대고 싸그리 도망친 덕분에 우리만 여기서 살판난 게 아닌가? 별의별 걸 다 걱정하시는구만.

        

        

        

        하도 호되게 얻어맞아 어떻게든 브롱스 갱단들을 끌어들이려 올라온 탓에, 험한 말은 못하고 경고만을 줄 뿐인 라이커들.

        

        단 한 번도 얻어맞아본 적 없었기에 기고만장하다 못해 웃음마저 터뜨리는 브롱스 일대의 갱단 카운슬까지.

        

        물론 그걸로 끝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당장 라이커 측에서도 네 번의 큰 타격 중 한두 사건만을 겪은 이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있어 협력이라는 단어는 물 한 방울조차 없이 모래를 뭉쳐 공을 만드는 것과 엇비슷한 난이도라고 할 수 있었다.

        

        

        좌우지간, 그것과는 별개로, 클리너 정찰대는 지도를 펼쳐 어퍼 맨해튼 및 브롱스 일대를 확인했다.

        

        복잡하고도 빽빽하게 표기된 십수 개의 갱단 영역.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드래곤 1-2는 색연필을 꺼내 도심을 관통하는 구불구불한 선을 그렸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낙서처럼 보였지만, 맨해튼과 브루클린, 뉴저지 등등의 노선도를 잘 아는 이는 그것이 일종의 노선도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비하이브, 신디케이트, 더 넘버즈…길을 틀어막고 있는 갱들이 많구만. 쟁쟁한데.”

        

       “걸림돌입니다. 아시잖습니까?”

        

       “그렇지.”

        

        

        

        나아가는 노선도 사이에 몇 번이고 겹치는 갱단 영역들.

        

        드래곤 1-2는 그것이 겹칠 때마다 해당 갱단에 X 표식을 그렸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었고,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은 기어코 100km 가량 동쪽으로 떨어진 뉴헤이븐에 닿았다.

        

        헨리 대통령은 가장 먼저 철도를 정상화시키기로 마음을 먹었고, 메사추세츠 보스턴부터 워싱턴 D.C까지를 잇는 북동 간선(NEC)을 최대한 빠르게 고칠 예정이었다.

        

        현 시점의 센트럴 파크에 존재하는 사람 수는 얼추 1개 연대 가량, 아직까지는 수송기만으로도 어떻게 물자 충당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철도를 틀어막는 순간 센트럴 파크의 목줄도 틀어막힌다는 소리.

        

        

        

       “맨해튼 북부가 시체로 넘쳐나겠어.”

        

       “어느 쪽도 사활을 걸었습니다. 센트럴 파크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브롱스를 피바다로 만들어서라도 해당 과업을 완수하려고 들겠죠.”

        

       “그 점만은 마음에 드는군.”

        

        

        

        텁.

        

        드래곤 1-1은 노트북을 닫았고, 몇 분 가량을 들여 하늘에 떠있던 드론을 회수했다.

        

        아침햇살이 주변을 비추고 있었고, 이 주변은 여전히 범죄자들로 가득했기에, 두 명으로 이뤄진 정찰조는 구태여 관측지점이었던 아파트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 무전기를 꺼내들었고, 그것을 작동시키기 전 중얼거렸다.

        

        

        

       “현재 우리 본거지가 랜달스 아일랜드니까…센트럴 파크에서 반드시 안전을 확보해야만 하는 곳은 지하 노선도가 지상 노선도로 바뀌는 바로 이 지점들이겠지.”

        

       “그렇습니다. 병력 투입 명령이 내려지면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찜찜한 놈들도 전부 끌어안은 건 두고봐야만 하겠지만, 일처리 하나는 마음에 드는군. 그러면 센트럴 파크의 친구들에게 힘을 좀 실어주자고. 앞으로 우리 목표는 지상 노선도 인근에 있는 갱단을 싸그리 소각해버리는 거다. 괜찮지 않나?”

        

       “재미있겠군요.”

        

       “센트럴 파크가 제대로 호응해주기만을 바라자고.”

        

        

        

        방침이 결정된 이상 망설일 것은 없었다.

        

        그는 랜달 아일랜드 – 센트럴 파크로부터 동쪽으로 3km 가량 떨어진 강에 세워진 섬, 대형 정수장과 뉴욕 소방국 양성 아카데미가 있다 – 에 위치한 클리너 본부에 통신했고, 앞으로의 방침을 전달했다.

        

        오메가 바이러스의 가장 큰 피해자들, 시체를 소각하다 사람을 태워죽이는 행위 이외에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마지막 선은 넘지 않은 변절자들.

        

        그런 무장 집단의 다음 목표는 브롱스 일대를 버젓이 돌아다니는 쓰레기들의 소각이었다.

        

        

        

        

        

        

       “…무언가 크게 터뜨려주면 누군가는 반응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인가. 잠깐 발을 빼고 있던 클리너가 떡밥을 다시 물었다. 친절하게 작전 결행 시간까지 알려준 걸 보니 앞으로 자주 마주치게 되겠어.”

        

       “당분간 밤에 자는 건 글렀군요. 이런 식으로 낮밤이 바뀌는 건 체감하고 싶지 않았는데.”

        

       “별 수 없지.”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자고 일어난 대거 팀은 편지봉투에 한가득 쌓여있는 다음 일거리를 보게 되었다.

        

        훗날 토탈 킬카운트 – 공식과 비공식 집계를 전부 합쳐서 – 최소 9만 명이 넘는 적들을 사살하게 되는 이들의 첫 번째 단추가 끼워지고 있었다.

        

        

        

        

        

        

        

        

        

        

        

        

        

        

        

        

        

        

       “공기 중 황화수소와 암모니아 가스의 양이 미미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게 감지된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두렵군.”

        

        

        

        5월 말, 맨해튼.

        

        살을 에는 것만 같은 추위는 진즉 물러간 지 오래였지만, 얼음장같은 냉기는 적어도 시체를 썩지 않도록 보존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굉장한 어드밴티지가 있었다.

        

        엄청난 추위와 눈보라, 그에 반비례하는 공기 중 습도. 사람의 시체에서 수분을 빼앗아 미라로 만들어버리기에는 괜찮은 날씨였다.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며 수분이 싸그리 날아가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5월 말에서 6월로 넘어가는 맨해튼의 평균 기온은 영상 20도에서 25도 사이를 넘나들었고, 뉴욕의 날씨는 추워지기는커녕 계속해서 더워질 뿐이었다.

        

        시체가 부패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온도였다.

        

        

        작전이 끝난 지 고작해야 열두 시간 언저리가 지났을 즈음, 시티 칼리지 오브 뉴욕을 향해 엄청난 수의 파리와 쥐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것을 수습해주지 않을 예정이었다. 같은 패밀리가 아닌 이상 – 설령 같은 패밀리라도 – 시체를 치워주지는 않을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후처리’는 보기보다 훨씬 끔찍한 중노동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 크립스 갱단원이었던 500명 가량의 시체는 최소 수 년 이상 그 자리에 방치되어있을 것이었다.

        

        라과디아 공항에서 라이커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수만 명 가량의 민간인들처럼.

        

        

        

       “걸어갈 수밖에 없는 가시밭길이라면 기꺼이 걸어야지. 전부 으깨버린다.”

        

       “클리너와의 조율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서너 시간 후면 작계 최종본이 나올 겁니다..”

        

       “좋아. 그래야지. 아직 갈 길이 먼데, 조국의 재건 방해하는 친구들은 척추를 거꾸로 접어버려도 합법이거든. 적어도 지금은 그래도 날 잡아갈 헌병 친구들이 없기도 하고.”

        

       “저는 오히려 권장할 겁니다, 하하.”

        

        

        

        그 말대로였다.

        

        센트럴 파크는 그 어떠한 탈옥수 및 갱단에게도 동정을 품지 않았다.

        

        이들이 유일하게 호의 비스무리한 감정을 가진 범죄자는 오직 조디악 정도였고, 그마저도 완전한 호의도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녀는 몇 번의 휘슬블로어 역할을 했다고 해서 자신에게 아무런 대가 없는 호의가 올 거라는 말랑말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바로 그 때문에 조디악은 이곳에 와서도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는 서서히 센트럴 파크에 녹아들고 있었다.

        

         

        그녀는 반 정도는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브롱스와 브루클린, 어퍼 맨해튼에서 시행될 예정인 온갖 작계에 대해 남들보다도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전직 라이커, 거기에 하이에나 카운슬에 소속된 적이 있다는 점까지. 바로 그 이유로 인해 그녀는 적들의 행동원리 추측을 위해 몇 번이고 동원되었고, 그 과정에서 현 상황이 어떤지를 파악했다.

        

        결론은 단 하나였다.

        

        일절의 가감 없이, 센트럴 파크는 라이커와 갱단들을 대상으로 절멸 작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걸 그녀에게 말해주는 이유 또한 존재했다.

        

        그리 중얼거리던 선임작전관은 사무실 한쪽 구석탱이에 앉아있는 늑대를 닮은 변이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쪽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하는 건 절대 아니야. 알겠지?”

        

       “…지금 와서 저를 라이커랑 다시 엮는 게 절 더 불편하게 만들 거란 생각은 안 하십니까?”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어. 미안하구만.”

        

       “괜찮습니다. 작전관도 아닌데 여기 앉아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아니겠습니까.”

        

        

        

        그 말대로.

        

        작전관 – 오퍼레이션 오피서 – 이 아닌데도 조디악은 지휘통제실에 머물러있었고, 이것이 그녀를 작전관 비슷한 무언가로 육성하기 위함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알파급 변이자는 아무런 일도 맡기지 않기에는 너무나도 귀한 인력이었으므로.

        

        그녀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고, 말로는 툴툴대면서도 틈날 때마다 작전관이 되기 위한 테스트를 치르기 위해 교범을 읽고 있었다.

        

        

        다시 돌아와서.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것은 한때 조디악이 몸을 담고 있었던 세력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일소하고 교두보를 구축할지에 대한 작전의 초안이었다. 남은 것은 아직 조율되지 않은 몇몇 부분이었다.

        

        조디악은 그 내용에서부터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꼈다.

        

        어제 보았던 바디캠 화면과 센트럴 파크를 스쳐지나가는 바람 속에서 미약하게 느껴지는 끔찍한 부패의 악취까지.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문득 토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변이자로 변하면서 과도할 정도로 좋아진 후각이 문득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절반도 보지 않은 작전 초안을 덮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백린인가 하는 그거 쓸 겁니까?”

        

       “필요하다면 써야지. 대신 지난 번처럼 앞뒤 안 가리고 싸그리 집어던지지는 않겠지만. 이번에는 그만큼 넓은 면적을 태울 필요도 없고, 가장 큰 이유는…지난 번 폭격으로 비축분이 거의 다 사라졌거든.”

        

       “그러고 보니, 라플란드 씨. 요즘 고기 잘 안 먹든데, 설마 그것 때문에….”

        

       “….”

        

        

        

        숨기고 싶었지만 이미 들켜버린 상황.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고, 건물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쓸데없이 싱그러운 낮의 센트럴 파크를 눈에 담았다. HQ로 공원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모든 나무를 전부 들어내지는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다시금 눈동자가 돌아간다. 오후 4시 21분. 바깥은 마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싱그러웠다. 지금이라도 바깥을 나가면 사람과 자동차로 가득찬 맨해튼이 반겨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은, 적어도 최소 반 세기가 흐르기 전까지는 그 광경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작전 진행까지 9시간 49분 전…작전 끝낸 지 고작해야 하루도 안 지났는데, 벌써 다음 작전 준비해도 되는 겁니까?”

        

       “그게 현장 오퍼레이터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다.”

        

        

        

        선임작전관은 아무렇지도 않게, 혹은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다는 체념에 가까운 말투로 덧붙였다.

        

        

        

       “작전안을 제출하고, 그것이 통과된 이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저 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죽어 나자빠지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뿐.”

        

       “….”

        

       “아무리 저 사람들이 작전 와중 입맛대로 그것을 뜯어고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현장 오퍼레이터가 우리가 제시한 적 병력의 위치와 규모, 화력 수준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덤덤하게 말을 끝맺었다.

        

        

        

       “우리가 타이핑하는 글자 하나, 숫자 하나에 저들의 목숨이 달려있다. 그걸 잊지 마라, 조디악.”

        

       “…명심하지요.”

        

       “그래. 그 정도면 됐다. 세세한 부분은 알아서 업데이트될 거니 신경쓰지 말고, 그쪽은 이 모든 과정들이 어떤 시스템을 기반으로 돌아가는지를 파악해두는 게 좋을 거야. 한시바삐 익숙해져달라고.”

        

        

        

        그런 말만을 남긴 채 선임작전관은 방을 슝 하고 나가버렸다.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라플란드는 선임작전관이라는 사람이 뭘 하고 지내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한 번 나갔다 들어오는 순간 몸에 담배 냄새가 쩔어있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뱉으며 바깥을 쳐다보았다.

        

        날은 여전히 좋았지만, 이곳으로부터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어딘가에서는 현장 오퍼레이터들이 몇 시간 후에 있을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무언가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준비 중이리라.

        

        

        

       “…후.”

        

        

        

        변이자가 되면서 끊었지만, 문득 그녀는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란한 햇빛으로도 몰아낼 수 없는 중압감과 무기력감이 감도는 5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리고-

        

        

        

        

        

        

        

        

        

       “풍속 초속 3m, 구름 없음, 월광 90%, 이카루스 시스템 올 그린. LZ와 150마이크 떨어진 곳에서 화염방사기 불꽃을 식별. 클리너 친구들의 마중을 확인했다.”

        

       “좋군요, 어디 한 번 신나게 놀아봅시다. 작전 종료까지 48시간, 현 시간부로 작전 범위 내의 모든 적군과 교전을 허가합니다.”

        

       “내려, 내려! 1시간 안에 링컨 메디컬 센터를 정리하고 교두보를 건설한다!”

        

        

        

        오전 02시 07분, 센트럴 파크로부터 5km 떨어진 링컨 메디컬 센터로부터 북쪽으로 600m 가량 떨어져있는 한 미식축구 경기장.

        

        열한 명의 오퍼레이터들이 또다시 핫 존에 쏟아졌다.

        

        갱단과의 전면전, 아니, 절멸전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껌칼인데 이제 껌을 떼는 게 아니라 지도 위의 적을 떼어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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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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