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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2

        

         

       테러라는 것은 미국에게 있어서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어쩌면 그들이 자신의 힘을 깨닫고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공포, 외부에서 행하는 그들을 흔들려는 시도는 충분히 많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유럽 쪽에서 보낸 첩자들, 남미 쪽에서 행하는 공작들, 공산주의자들이 행하는 국가 전복 시도 및 간첩 투입 및 회유….

         

       미국은 항상 외부의 위협과 위험과 함께해왔다.

       미국은 그러한 위협에 대하여 의연하게 대처하곤 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프론티어 정신’에 걸맞게, 개척 정신을 한껏 발휘하여 용기를 내고 용맹하게 앞으로 나아가며 그렇게 대처를 해왔다.

         

       하지만 평화의 시간 동안 그 대처가 무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검집에 꽂아두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은 검에 녹이 스는 것처럼, 그냥 서랍 속에 처박아둔 채 잊고 있던 총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력이 떨어지고 근육이 약해지는 것처럼.

       테러에 대한 대처 역시 마찬가지인 법이다.

         

       “여행하러 왔습니다.”

         

       자신들만 있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그들의 믿음.

       세계의 경찰이니 뭐니 하면서 돈과 국력을 낭비하는 짓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미국 시민들의 의견.

       그렇게 만들어진 폐쇄적인 국경선.

       이제는 괴멸적인 수준에 다다른 외부에 관한 관심도.

         

       “흐음. 하와이안 셔츠라….”

         

       그리고 높게 쳐올린 울타리 덕분에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 착각까지.

         

       그렇기에 그들은 너무나도 쉽게 외부의 위험을 통과시켰다.

       그들이 철저하게 쳐놓은 울타리와 감시 장비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이미 신앙과도 다름없는 수준의 믿음과 평화 속에서 어느새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그들의 검문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기에.

         

       그렇게 박진성이 보낸 무인들이 하나둘 미국으로 입국하기 시작한다.

         

       물론 아예 들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유독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들 역시 뭔가 있어 보이는 부적이나 신비로워 보이는 동상 같은 것을 보여준다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신비로운 동양의 물건이라서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구나, 오리엔탈리즘이 담긴 물건이구나 하는 납득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통과한 사람이 셋이었다.

         

       어쩌면 이것은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겠지.

       귀신을 몸 안에 잔뜩 숨겨두고 있음에도 들키지 않고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던 것이니까.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기도 하였으니.

         

       “…이봐요 당신. 이상한데?”

         

       네 번째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행운이 끝나버리게 되었음이라.

         

       적당한 근육에 배가 뽈록 튀어나와 있는 중년인이 검문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뭔가,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보시다시피 X레이에도, 다른 장치에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는데….”

         

       “으음. 잠깐 기다려봐요. 이런 느낌 옛날에도 받아본 적이 있었는데…?”

         

       히스패닉 혼혈로 보이는 직원은 뭔가 수상해 보이는 남자를 세워두고 자신의 기억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꺼림칙하고 뭔가 오싹한 듯한, 가만히 보고 있으면 뭔가 기이한 느낌이 드는 듯한 감각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아. 기억났다.”

         

       그리고 그는 기억해낼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혹은 운이 나쁘게도.

         

       “하이스쿨 다닐 때. 위자 보드로 강령술 했을 때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

       정말 안타깝게도, 네 번째 사람은 들켜버렸다.

       하필이면 그 시간에 검문검색을 맡은 이에게.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라 할 수 있겠다.

         

       세 번째까지도 멀쩡하게 통과되었는데 굳이 네 번째에 걸린 것도.

       네 번째 무인의 위화감을 눈치챈 직원의 조상에 집시가 있었고, 집시에게서 영적 능력을 물려받아서 영감이 있었던 것도.

       심지어 학창 시절 철없이 강령술을 시도해 봤다가 큰일을 치를뻔했던 경험까지 있었던 것도.

         

       참 얄궂은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네 번째 무인을 보냈던 사람은 그러한 ‘얄궂은 우연’에도 대비가 되어있었으니.

         

       아.

       참으로 운이 없고도 없었다.

         

       “끅. 끄극. 끄그그그극.”

         

       명백하게 들켜버린 상황.

       이미 수상함을 느낀 이상 직원은 그를 독방으로 데려가서 철저하게 조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철저한 조사가 따를 것이고, 철저하기는 해도 인권침해 요소 때문에 일부러 다운그레이드가 되어있던 장비들 대신에, 정말로 정밀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들을 가져와서 철저하게 검사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들키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

       박진성이 수를 썼다고 할지라도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검사를 하게 된다면 들키지 않을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무인은, 아니 무인의 안에 있던 영체들은 활동하기 시작했다.

       박진성이 심어놓았던 트리거대로.

       자신들의 정체가 들켰을 때 발동하는 그 트리거대로 말이다.

         

       “끅. 끄그그그그그극!”

         

       “뭐, 뭐, 뭐야!”

         

       『 아불라피아 가로되 영혼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영혼을 묶고 있는 매듭을 풀어야 함이라. 전혀 다른 시야와 시선으로 볼 수 없던 풍경을 목도하고 감각적 인식을 넘어 개념을 초월하여 매듭을 만져라. 복잡하게 꼬여있는 매듭을 더듬어 움직이고 그것을 느슨하게 만들어 풀지어다. 그리하여 저변을 넓히고 봉인을 풀어 문을 열 준비가 되었다면 너는 문고리 없는 문을 붙잡아 그것을 열지어다. 』

         

       『 꼬인 매듭은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엉켜있는 것이니 그 실타래 하나하나가 복잡하게 꼬여있음이라 그것은 잘리지도 아니하고 늘어나고 줄어들되 그 길이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며 그것은 불멸이되 언젠가 필연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요 그것은 그 자리에 있으되 그 형상이 자유로워 너희는 그것을 차마 너희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보고 맛보았던 감각으로는 그것의 형(形)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니 너희는 세속에서 벗어나 조합하고 분리하며 하나이자 여럿인 매듭을 풀어서. 』

         

       『 도약하고 건너뛰며 말하라. 』

         

       “열려라.”

         

       신비주의자의 각인으로 만들어진 영혼의 문이여.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한마디의 말.

       가슴을 찢어버릴 듯 쥐어뜯고 있던 중년남성은 고개를 높이 쳐든다.

       그러고는 천장을 바라보며, 입가를 위로 향한 채 쩌억 벌린다.

       턱이 빠질 정도로 크게.

       입가가 찢어져 버릴 정도로 크게.

         

       하지만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손을 들어 올려 입가에 가져다 대고, 윗입술과 아랫입술에 손가락을 건다.

         

       그러고는 숨을 하나 둘.

         

       쫘아악!

         

       제 손으로 입을 위아래로 찢어버리는 우악스러움이라니!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검지를 갈고리처럼 만들어 왼쪽과 오른쪽 입가에 걸고.

         

       쫘아악!

         

       옆으로도 찢어 입을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턱을 완전히 빼버리는 저 미치광이 같은 몸짓이라니.

         

       아.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차마 믿기 힘든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광경인지라.

         

       그래서 직원은.

       눈앞의 남자가 뭔가 이상했음을 깨달았던 직원은 공포에 질려서 얼굴이 하얗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포는 이어지는 남자의 행동에 더더욱 커져 버렸으니.

         

       웨에에에엑!

         

       남자의 몸에 있던 것들이 분수처럼 솟구쳐오른다.

       피도 아니고 음식물도 아니고 위액도 아닌 것이 분수처럼 솟구친다.

       마치 남자의 몸에 잠들어 있다가 이 순간을 기다려오기라도 한 것처럼, 목구멍에 폭죽이라도 설치가 되어있었다는 것처럼 그렇게 솟구쳐오른다.

         

       희끄무레한 무언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고 소름이 돋는, 가만히 보고 있자면 연기 비슷하기도 하고 끈적거리는 물처럼 보이기도 한 무언가.

       플라스마도 아니고 액체도 아니고 불꽃도 아닌데 위로 솟구치고 있는 그것들.

       그러면서도 하늘하늘 움직이고, 땅에 물방울처럼 떨어지기도 하고, 서로 모였다가 분열되기도 하면서 생리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는 기괴한 형상을 만들어내는 그것들.

       길게 늘어선 연기는 촉수처럼 하늘하늘한다.

       떨어지는 물방울은 괴물이 떨구는 침처럼 혐오스럽다.

       불꽃처럼 보이는 것은 사람의 얼굴처럼, 혹은 괴물의 형상처럼 어른거린다.

         

       기괴함.

       공포스러움.

       역겨움.

         

       그 모든 그것이 혼재되어 있으니.

         

       직원은 남자의 몸에서 튀어나온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아, 아, 악령이다-!”

         

       위이이이이이잉-!

       삐이이이이이-!!!

         

       직원은 공포에 질린 채 소리치면서 버튼을 눌렀다.

       공항 전체에 경보를 알리는 버튼을.

         

       상황마다 다르게 울리는 알람은 길게 울려 퍼지고, 사람의 귀청을 떨어뜨릴 기세로 울려 퍼진다.

       곤히 자고 있는 사람조차도 단번에 깨울 정도로 자극적인 소리.

       그렇기에 ‘사람을 홀리는 귀신’의 위험을 알리고 사람들을 대피시키기에는 가장 알맞은 경보음의 소리다.

         

       삐이이이이이익-!!!!

         

       귓가를 찢어버릴 듯한 소리.

       바람을 가르는 소리.

       새의 비명과도 닮은 소리.

       귀가 반쯤 멀어버린 사람조차도 명확하게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대한 소리.

         

       소리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박진성이 보낸 택배가 일으킨 소리.

       한국에서 쏘아 올린 화살이 드디어 사람에게 발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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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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