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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3

    <703 – 불쌍한아이(3)>

     

    정당한 사유로 분노하는 자는 마음에 한 점 거리낌 없는 떳떳함을 지닌다.

    교수를 향한 하극상.

    모두가 한 번쯤 상상은 해보았으나 이어질 뒷감당이 두려워서 감히 행동에는 옮기지 못할 미친 짓을 대범하게 저지를 수 있을 정도로.

     

    콰앙!

     

    사다코 교수의 실험실 겸 거주지로 알려진 지하거대 공동묘지 <카타콤>.

    언뜻 들으면 시체안치소를 떠오르게 만드는 이 시설의 실체는 언데드대군 양성소였다.

    적어도 카타콤에 쳐들어간 아카디아와 981기 동기들은 그렇게 느꼈다.

     

    “무슨 언데드가 이렇게 많아?!”

    “이 해골병사, 검술 기능을 가지고 있어.”

    “생전의 기능이 살아있다니, 이거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어야 가능한 거 아니야?”

     

    모험학부 소속 학생들은 다양한 기능에 대한 학습을 통해 사령술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지식을 갖출 수 있었다.

    시체의 수준과 경지가 높다고 한들, 이를 일으키는 당사자의 사령술이나 실력이 부족하다면 생전의 경지를 온전히 수복할 수 없다.

    설령 운 좋게 매개체나 시운이 따라주어서 생전의 경지를 얻었다고 한들, 사령술사를 순순히 따라주거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

    [해골병사 – 전직 검사]

    [이 해골병사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온전히 술사에게 복종한다.]

    [복종조건1 : 검술기능이 150을 넘는다.]

    [복종조건2 : 전투분야 기능총합 경험치가 1500을 돌파한다.]

    ━━━

     

    주인을 가리는 신병이기처럼 자신의 충성을 받을 술사를 골라서 따르는 언데드들!

    그런데 놀랍게도 카타콤에는 해골검병, 해골창병, 해골궁수라는 병졸시리즈부터 시작해서 좀비견, 좀비지네, 좀비박쥐 등으로 구성된 좀비시리즈, 리빙아머, 리빙웨폰, 리빙성적표 등으로 구성된 타락한 에고시리즈까지 줄지어 나타났다.

    대체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기에 이토록 다양한 존재들이 모두 복종하는지 경이로움마저 느껴지는 대규모 군세였다.

     

    “아카데미에서 죽은 생명체는 모조리 여기에 묻힌 거 아니야?”

    “카타콤의 문 열다섯 개를 겨우 넘었을 뿐인데 이 지경이라니, 너무 빡세잖아.”

    “심지어 안으로 갈수록 점점 더 강한 녀석들이 몰려나오고 있어.”

     

    재단 장학생 출신의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조직원들마저도 기가 질린 기색을 드러냈다.

    특히나 리빙성적표가 걸어대는 지식 저하의 저주나 기억력 감소의 저주는 저주받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성적표에 어린 한이 얼마나 깊은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어? 잠깐만… 나 오늘 듣는 강의가 뭐였지?”

    “어제 외운 유도술식의 삼원칙이… 생각나질 않아!”

    “미친. 지능저주다. 일점사 시작해!”

     

    까딱 잘못했다간 낙제생이 될 처지였기에 리빙성적표가 마력반응을 일으키거든 자쿠의 지시하에 모든 학생이 최우선적으로 공격을 쏟아부어 성적표를 갈가리 찢었다.

     

    “아니, 진짜 수가 왜 줄지를 않는 거야!”

     

    화염마법으로 대량의 언데드를 불사르며 하드캐리를 하던 로지니도 지친 기색을 보이건만, 언데드들은 끝을 모르고 계속 몰려나왔다.

     

    “재생이야.”

    “재생?!”

    “사다코 교수님의 ‘지형’은 기믹을 지니고 있어. 지형에 완벽히 적응하고 숨은 기믹을 공략하지 못하면 정공법으로는 절대로 못 뚫어.”

     

    이들 중에서 사다코 교수의 강의를 들은 유이한 존재 즈앙의 충고에 아카디아가 이를 갈았다.

     

    “비겁한 교수 같으니라고! 불쌍한 애는 잘만 괴롭혔으면서 막상 다른 학생들의 불만은 들을 자신이 없어서 언데드 뒤에 비겁하게 숨는 건가요?!”

    “와… 우리 영애님 오늘만 사시네.”

    “역시나 서귀연이 품지 못한 여장부다워.”

     

    아카디아의 용맹함에 거침없이 달려들던 언데드들의 좌우로 갈라졌다.

    물밀듯이 몰려들던 언데드의 물러섬이란 마치 바다가 갈라지는 광경처럼 웅장했으나, 저편에서 다가오는 것이 언데드 대군에 필적하는 강력한 단일개체의 등장이라는 사실은 상급반 실력자들을 일제히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여러분은 예의도 없으십니까? 남의 집에 우르르 몰려와서 부수고 고함을 지르고 난동을 부리다니, 층간소음도 이 정도면 살인 납니다.”

    “사다코 교수나 데려와요!”

    “그분의 새로운 교관으로서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 같군요. 마드모아젤. 춤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TPO에 맞춰서 시간과 장소, 상황을 가려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불길한 곳에서 할 일이 토벌 말고 뭐가 있는지 제 짧은 식견으로는 모르겠군요!”

     

    아카디아에게서 발산되는 마력으로 옆트임 차이나드레스가 흩날리자 남학생들의 시선이 일순 그녀의 다리로 흔들렸으나, 해골교관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성욕조차 상실된 죽은 자는 이성의 외모에도 어떠한 관심을 지니지 않았다.

    그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욕망이란 나태.

    그저 해골답게 널브러져 있는 것.

    무사안일주의뿐이었으니까.

    그 욕망이 깨진 지금, 교관은 단단히 화가 났다.

     

    “어? 근데 아카디아 백작영애는 원래 한 손으로 총 쏘지 않아?”

    “두 손은 위력을 감당 못 하는 비마력사용자들이나 다루는 자세지.”

    “그럼 아카디아 영애가 위력을 감당 못 할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네?”

     

    마력으로 모든 반동을 흡수할 수 있어 샷건도 한 손으로 발포할 수 있는 총잡이가 양손사격자세를 취하는 행위의 의미를 깨달은 학생들.

    근처에 있던 모두가 기겁하며 아카디아로부터 간격을 벌리기 무섭게 포성에 육박하는 굉음이 울렸다.

     

    카앙!

     

    눈부신 불똥이 새로운 해골교관이 출수한 검끝에서 터져나왔다.

    이번 교관의 주특기는 검술.

    그것도 자그마치 <참격>의 이중극의에 도달한 교수급의 경지에 도달한 초고수였다.

     

    “순간적으로 체내를 순환가속하며 위력을 증강한 사격에 탄두가 깨지며 터져 나오는 산성부식술식. 마무리로 고열에 의한 기화 및 화형술식이라. 연계는 훌륭했지만 도저히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저지를 짓이 못 되는군요. 교관으로서 여러분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야겠습니다.”

     

    해골교관의 걸음이 춤추듯이 부드럽게, 그러나 압도적으로 빠르게 공간을 성큼성큼 건너뛰듯이 다가오자 놀란 근접 직군 학생들이 앞으로 나섰다.

     

    <하이퍼 템페스트>

    <흩날리는 민들레씨의 걸음>

     

    작은 바람에도 한껏 떠올라 자유롭게 세상을 유영하는 가벼운 씨앗처럼 학생들의 공격 사이를 넘나드는 교관이 슬쩍슬쩍 검면으로 툭툭 건드린 학생들이 아카디아의 장총에서 났던 격발음에 필적하는 굉음을 내며 학생들을 날렸다.

     

    “저, 저게 교관이라고?”

    “거짓말하지 마. 훈련실에서 4학년 선배와 한 번 겨뤄본 적도 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다고. 교관도 재학생을 뽑아서 시키는 거면 저 정도는 아니잖아.”

    “경악이나 하고 있을 때야? 앞줄 다 뚫리면 우리 차례잖아!”

     

    다크노디의 특훈을 받고 강해진 롯토와 헤스티아가 동시에 달려드니, 한없이 가볍던 교관의 걸음걸이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무변일보>

    <만년거석의 굳건한 자태>

     

    정지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춰선 교관에게 적중한 두 상급반 학생의 협공.

    한 걸음이라도 뒤로 물러나고 저 괘씸한 검과 갑옷이 찌그러지나 싶었건만, 타격이 100% 되돌아오는 충격에 손이 찌르르 울리고 숨이 턱 막히는 학생들에게 시커먼 궤적이 날아들었다.

     

    쾅!

     

    검집에 실린 막대한 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울혈을 토해내는 롯토와 달리, 메이드용 마나연공법과 신체압축을 거듭 단련해 온 헤스티아는 어떻게든 고통을 견뎌낼 수 있었다.

     

    “무투의 길을 걷는 자에게 가장 큰 절망이란 넘을 수 없는 경지의 벽. 여러분은 무례함의 대가로 밤잠을 설칠 재능의 벽을 며칠이고 곱씹게 될 겁니다.”

     

    일격. 간혹 운이 좋아도 이격을 넘기지 못했다.

    혈비객과의 교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압도적인 무언가가 이 교관에게도 있었다.

     

    “후퇴해. 우리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교관이 아니야. 그리고… 사다코 교수님은 당연히 교관보다 더 강한 사람이고.”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카타콤 1차 원정대는 쓰디쓴 고비를 삼키며 물러섰다.

    다행히도 그들에게는 대군의 추격을 물리치며 후퇴할 시간을 벌어줄 결전병기가 있었다.

     

    “티토솔라빔!”

     

    빛의 출력과 방향을 조절할 수 있게 된 티토소가의 개량조명술!

    성녀의 칭호까지 얻고 한층 강해진 그녀의 빛 앞에서 언데드들은 내면의 어둠과 암흑마나마저 밀려나는 감각에 크게 두려워하며 물러섰다.

    빛을 가르며 달려들던 교관은 돌연 얼어붙어 떨어지지 않는 걸음과 의지와 행동의 간극 사이에서 생긴 틈을 파고드는 즈앙의 암격을 감지했다.

     

    <프렐류드의 한 걸음>

    <신포니아의 두 걸음>

    <증강일보>

     

    아이린의 군중제어기나 즈앙의 암격이나 밀려나는 모습은 마찬가지였으나, 교관은 다름을 느꼈다.

     

    ‘깊지 않았군. 간격을 읽었어. 많은 경험이 개화하기 직전까지 차올랐는가.’

     

    저 두 학생의 영역은 981기 2년생임에도 이미 4학년의 경지를 넘보고 있다.

     

    ‘다시 돌아오면 그때는 밤잠을 설치겠군.’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

    적어도 삼개월.

    저들이 마주한 벽을 넘어서기까지는 그 정도의 시간은 걸리리라.

     

    [서귀연 총동문회]

    [980기 상급반 일동]

    [학생회 집행국]

     

    “귀족 영애의 인싸력을 얕보지 말아요!”

    “…참 많이도 데려왔군.”

     

    하룻밤 사이에 선배들로만 이루어진 지원군을 우르르 끌고 온 아카디아의 인싸력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싸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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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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