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03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엑토플라즘.

       사람의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형상을 이루는 무언가.

       끈적이는 촉수와 닮은 것들이 손을 뻗는다.

         

       스으윽 스으윽.

       칠판에 적혀있는 낙서를 지우개로 지우는 듯 자그마한 소리와 함께 공기와 마찰하며 움직이는 촉수의 움직임. 뚝뚝 방울져 몸체 일부가 떨어지지만, 그 물방울이 바닥에 닿아 소리를 내는 일은 존재하지 아니하고, 공기에 녹아들었다가 분해되고 다시 촉수에 합류되기를 반복되기를 몇 차례.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그 기이하면서도 기괴한 현상에 가만히 두 눈을 집중하게 된다. 두 눈을 부릅뜨고 깜박이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대로 동결이 되어버리고, 한겨울에 지붕 끝에 얼어붙어 있는 고드름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반투명한 몸체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 촉수의 안에 있는 두 눈.

         

       아.

       눈! 눈동자!

         

       현혹하듯 다가오는 눈동자와 마주친다.

       촉수 안에 있는 눈동자에, 연기로 만들어지고 엑토플라즘으로 빚어진 그 눈동자에 홀리고 만다.

       그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면- 바라보고 있자면-

         

       아.

       촉수가 가까이 근접하였다.

       듣기만 해도 팔에 닭살이 올라오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가르며 온 촉수가 가까이 왔다. 저 반투명한 촉수는, 안에 눈알이 들어있는 저 촉수는 어느새 목에까지 다가왔고 이윽고.

         

       타아앙-!

         

       “허, 허어억!”

         

       촉수가 닿기 전에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줌의 숨을 머금은 채 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가쁘게 숨을 쉬는 사람처럼 직원은 괴로운 소리를 내었다. 그리곤 자신이 악령에게 어느새 홀려버렸음을, 목에 악령을 휘감긴 채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다는 사실에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다.

         

       “나, 나 홀릴 뻔?”

         

       파편화된 생각들.

       인식이 제대로 조립되지 않는다.

       위기를 벗어났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본능과 이성이 괴리가 되어있는 느낌이다.

         

       빠득.

         

       직원은 한 발의 총성에 구원받은 후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머리를 원망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곤 머리보다는 본능에 맡긴 채 몸을 움직인다.

         

       최대한 멀리.

         

       저 악령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말이다.

         

       [ 프로텍트 작동. 소금 블록 격벽을 작동합니다. ]

         

       철컥.

       쿠우웅-!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직원이 사라지자 격벽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화재를 막기 위한 일반적인 방화벽과는 다른, 새하얀 순백의 벽이.

         

       뼈대는 금속으로, 그 위에는 축복받은 소금을 굳혀서 만들어진 소금의 벽.

       불과 연기가 아닌 악령과 악귀를 막기 위한 공항의 시설.

         

       그렇게 내려온 소금 벽은 악령을 가두는 감옥의 창살이 되었다.

         

       [ 성수 스프링클러 작동합니다. ]

         

       치이이익-

         

       이윽고 감옥은 처형장으로 변모한다.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에서는 일반적인 물이 아닌 축성 받은 성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고, 바닥에서는 수도관이 터지기라도 한 듯 물이 뿜어져 나온다.

         

       파앙-!

       파앙-!

       파앙-!

         

       소금 벽이 아닌 곳에서는 미리 설치되어 있는 소금이 터진다.

         

       “끄아아아악-!”

         

       캬아아악-!

         

       남자의 몸에서 나온 귀신들은 연신 비명을 질렀다.

       자기 몸에 흩뿌려지는 성수는 염산처럼 그들을 태웠고, 터지는 굵은 소금 알갱이들은 귀신들의 몸을 찢거나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금물은 그들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그들을 약화하며 그들이 도망을 가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시설에 얼마나 공을 들인 것인지.

       흩뿌려지는 소금 알갱이와 성수는 끝이 보이질 않을 지경이다.

         

       결국 귀신들은 유일한 활로를 선택했다.

         

       “끅. 끄극. 끄그그극!”

         

       위험이 가득한 공간에서의 유일한 안전지대.

       그들의 안락한 보금자리.

       그들을 이곳까지 옮겨준 운송수단.

         

       무인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끄극. 끄그극!”

         

       그것 역시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앞서 들어가 있었던 것은 귀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누군가의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제는 그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미 주술은 사용되었고, 신비의 문은 열렸다.

       그들을 뱃속에 얌전히 보관할 수 있었던 안식처는 이미 파괴되었다는 이야기다.

       공항에 귀신을 풀어놓는다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귀신은 남자의 몸에 안전하게 안착할 수가 없었다.

         

       “끄아아아아아악-!”

       끼에에에엑-!

         

       차라리 흔적이라도 남아있지 않았다면 좋았으련만.

         

       한 번 사용되고 사라져버린 주술은 남자의 몸에 하나의 흔적을 남겨놓았고, 마치 장애물처럼 남은 채 귀신들이 쉽게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그것은 유리로 만들어진 집과 같은 것.

       멀쩡할 때는 머물기 좋은 안식처였을지는 몰라도, 파괴되고 깨져버린 후에는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의 산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끼에에엑-!

         

       그렇기에 찢겨나간다.

       온갖 에너지를 품은 주술흔은 감히 자신에게 접근하는 영체를 찢어버리고, 장애물을 지나 안으로 파고들려는 귀신을 조각낸다. 그리고 찢긴 영체가 제 몸을 수복하는 것을 방해하고, 갈기갈기 찢긴 다른 영체와 붙어먹게 만든다.

         

       그렇게 영체는 찢기고, 파괴되고, 기워진다.

         

       누더기처럼.

         

       그렇게 누덕누덕 기워진 영혼 하나만이 남아 남자의 몸에 자리를 잡고.

         

       “아.”

         

       박진성이 무인의 몸에 남긴 마지막 안배가 발동한다.

         

       『 감미로움과 기쁨이여. 선과 악의 표현이여!

       실존하는 세계의 너머에서 유일한 가치를 이루는 것은 내재한 믿음이요 보이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하나의 보석일지니.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도록 하라! 』

         

       “부족함을 생각하였으나 없음을 깨달았으니.”

         

       일그러진 표정의 무인은 말한다.

       박진성이 혀에 심어놓은 기생충의 움직임을 따라서.

       성대에 심어놓은 기생충이 만드는 진동으로 소리를 내면서.

         

       “당신의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폐부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피비린내가 섞인 숨결.

         

       “저는 회복될 수도 있고 파괴될 수 있으니.”

         

       불길한 주언에는 피와 썩어버린 시체의 냄새가 존재한다.

         

       “저는 당신의 그릇입니다.”

         

       울리히 츠빙글리(Ulrich Zwingli)의 기도문.

       페스트에 걸린 후 무력감에 젖은 채 신의 자비에 매달렸을 때 읊었던 짧은 기도문.

       역병가라고 불리는 기도의 일부가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기존의 기도문과는 전혀 다른 불길함을 품은 채.

       뒤집히고 뒤틀리고 썩어버린 채로 행하는.

         

       부마자(付魔者)의 기도.

         

       그렇게 그릇은 만들어진다.

       안에 엑토플라즘을 담은 그릇이.

       엑토플라즘은 찢기고 기워져서 탁해져 있으며, 그것은 사악한 것들이 자리 잡은 솥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들과 닮아있는 것이니. 존재만으로도 악취를 풍기고 시체의 냄새를 한껏 풍기며 사람을 홀리는 하나의 원동력이요 오염물이라.

         

       그 오염물을 안에 품은 그릇은 얼마나 더러울 것인가?

       내용물을 모두 버리고 깨끗하게 씻는다고 할지라도 채 사라지지 않을 악취를 가진 그릇이란!

         

       무인은.

       부마자는 움직인다.

         

       쿠웅-!

         

       그가 가장 먼저 행한 것은 발구르기.

       몸에 탄성을 부여하고, 특정 행동에 힘을 싣기 위한 예비 동작.

         

       그리고 발구르기와 함께 그의 몸에 에너지가 순환하기 시작하니.

       그것은 그가 몸에 쌓아 올린 기존의 기(氣)와는 묘하게 다른 에너지.

       말하자면 타락하고 뒤틀린 형태로 가공해서 사용하는 내공이라 할 것이라.

       무인들 사이에서도 익히는 것이 금지된 무공으로 얻는 내공만큼이나 더러운.

       말하자면 탁기(濁氣)라 할 수 있는 것.

         

       혈맥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오염시키고, 건강을 위협하는 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독물과도 다를 것이 없을 기운.

         

       하지만 그렇게 더럽고 탁하기에 쓸모가 존재하기도 한다.

         

       더러운 것은 다른 것에도 그 더러움을 옮기고 싶어 하는 법이니까.

         

       꿈틀.

         

       근육이 요동친다.

       허리가 움직이며 회전을 싣는다.

       굽혀져 있던 관절이 회전의 힘을 담은 채 움직이며 허공을 가른다.

         

       뻗어진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파앙-!

         

       혼탁한 기운을 품은 일격을 소금 벽에 날린다.

         

       콰앙!

       콰앙!

       콰앙!

         

       제 몸을 갉아가며 날리는 주먹질이다.

       소금 벽에 한 번 칠 때마다 몸속의 탁한 기운이 요동치고, 단단한 소금 벽이 그의 주먹에 상처를 입힌다.

         

       콰앙!

       콰앙!

         

       남자의 몸과 소금 벽이 검게 물든다.

       숙주마저 갉아 먹는 내공은 양날의 칼이나 다름이 없음이니.

       이는 남자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콰앙!

       콰앙!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소금 벽에 계속해서 주먹질한다.

       자신을 가둬놓은 증오스러운 창살을 뚫어야 한다는 것처럼.

       이 소금으로 만들어진 벽을 통과해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처럼.

       남자는 제 몸에 자리 잡은 누더기 영체의 지령을 받으며 움직인다.

       시키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인형처럼.

         

       콰앙!

       콰앙!

         

       이러한 남자의 노력이 보답받은 것일까?

         

       마침내 소금 벽에 구멍이 뚫렸다.

       크지는 않지만, 소금 벽 너머- 공항의 풍경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남자는 그 사실에 히죽 웃으면서 구멍을 넓히기 위해 반쯤 으깨져 버린 주먹을 다시 들어 올렸고.

         

       타앙-!

         

       벽 너머에서 들려온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침묵하였다.

         

       꿈틀.

         

       도대체 얼마나 커다란 총탄일까?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머리가 절반 가까이 날아가 버렸다.

         

       꿈틀.

         

       하지만 그런데도 남자의 몸은 꿈틀거린다.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식지 않은 열망을 품은 채로.

         

       꿈틀.

         

       머리가 반쯤 사라진 몸이건만 비틀거리면서도 몸은 바닥에 쓰러지려 하질 않고, 들어 올린 주먹은 내리려 하는 대신 움찔움찔 전기자극을 주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그 집요하면서도 기괴한 모습이란!

         

       타앙-!

       타앙-!

       타앙-!

         

       하지만 그 집념 역시 이어지는 총탄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전차를 뚫기 위해 만들어진 총탄 여러 발이 남자의 몸에 꽂히고, 그의 몸을 걸레짝처럼 만들어버렸으니까.

       아무리 집념이 강하다고 한들 그 집념을 담을 그릇 자체가 부서져 버리는 것에는 어찌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남자는 완전히 침묵하였다.

         

       안에 들어가 있는 누더기 영체와 함께 말이다.

         

       [ 스캔합니다. ]

         

       [ 전자파 수치- 급속도로 하락 중입니다. ]

         

       [ 자기장- 정상입니다. ]

         

       [ 영체 간섭을 찾을 수 없습니다. ]

         

       [ 상황 종료. ]

         

       [ 부마자를 제압하였습니다. ]

         

       남은 것은 구멍이 뻥 뚫린 소금 벽.

       난장판이 되어버린 격리구역.

         

       “후우. 좀비 새끼가 따로 없군.”

         

       그리고 한 저격수의 한숨 섞인 한탄.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