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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3

       

        

        

        

        

        

        

        

        

        

        

       “…저기. 포덤 대학교 방면이죠? 엄청 난장판인데. 왜 불이….”

        

       “교전 끝나고 나와서 처음으로 본 게 백린 맞아서 불타고 있는 웨스트 브롱스라니, 운치가 쓸데없이 넘치는군요.”

        

       “그걸 보통 운치있다고 표현하나요…?”

        

        

        

        오전 4시 22분, 링컨 메디컬 센터.

        

        건물 내부에 비릿한 혈향과 타는 냄새가 가득했다. 나중에 여기의 시체를 전부 치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죽인 사람들의 몸에 전부 특유의 문신이 있었다는 점 정도.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전투가 끝나고 나자 머리가 아팠다. 심지어는 나보다 한참이나 전투 경험이 풍부한 대거 팀의 오퍼레이터 분들조차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태어나서 이렇게나 많이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을까…아니. 엄밀하게 따지면 이런 일을 한 게 이번이 두 번째, 혹은 세 번째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행동 자체가 일반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중죄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고작해야 두어 시간 가량 안에 수백 명 가량을 사살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 걸까.

        

        보통 이런 타이밍에는 보통 엄마라고 장난삼아 부르던 올리비아 씨가 와서 날 위로해주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이 분도 정신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던 듯했으니까.

        

        비단 올리비아 씨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같이 투입된 오퍼레이터 분들이 전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상당히 피곤해보이는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지난 번에도 그렇긴 했다. 격렬한 교전 이후의 탈력감이라고 말해야만 할까, 아니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현자타임이라고 말해야만 할까.

        

        

        이카루스 기어는 교감신경계를 억제해 과도한 양의 아드레날린이 방출되는 것을 막았다.

        

        그 덕분에 전투 후에 있을 격렬한 부교감 신경 반발을 억제하고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한다. 그 덕분에 나처럼…소위 응애들도 전투 후의 필연적인 정신적 고통이 매우 덜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투 후 피드백 및 멘탈 케어가 무사히 이뤄졌을 때의 일이었다.

        

        

        

       ‘….’

        

        

        

        나는 문득 내가 이런 상황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느꼈다. 

        

        다른 분들은 링컨 메디컬 센터를 차후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열심히 시설 내부를 누비고 있었지만, 나와 로렌티나 씨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는 옥상에 올라온 상태였다.

        

        청명한 별빛조차 마음을 위로해주지 못했지만, 머잖아 상냥한 목소리가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꽤 힘든가보군요, 우리 막내.”

        

       “…그, 조금 어지러워가지고.”

        

       “힘들어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러고 보니 올리가 그런 건 잘 하든데, 다른 사람들도 안 오는 김에 좀 도와줄까요?”

        

       “아, 그, 그게…웁!”

        

        

        

        …아쉽게도, 로렌티나 씨도 그렇고 다들 장구류를 벗고 있지는 않았다.

        

        요컨대 내가 원하는 그…말랑말랑 같은 상황은 불가능했단 소리. 엄밀하게 말하자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근데 지금 와서 ‘방탄복 벗어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하기는 좀 많이 그렇잖아.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로렌티나 씨의 키는 188cm, 나와 무려 16cm 가량 차이가 난다. 과장 좀 보태서 머리 하나 차이 정도. 날 안아주기엔 충분하고도 남는 키였다.

        

        몸에서는 피와 화약 냄새가 났다. 아마 나한테도 나고 있겠지.

        

        이 분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이제 와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신체적 접촉이 PTSD에 탁월할 줄은 저조차도 몰랐단 말이죠. 기분이 좀 나아졌나요?”

        

       “…네에.”

        

       “걱정하지 말아요, 막내. 지금은 좀 어지러워도 금방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요. 특히나…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저 친구들은 갱단이지요. 죽어도 싼 놈들이란 겁니다.”

        

       “…그렇죠오.”

        

       “막내가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에서 죽이지 않았다면 또 다른 피해자들을 계속해서 양산해냈을 테지요. 그리고 우린 그걸 막은 거고요.”

        

        

        

        …확실히.

        

        첫 번째 교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조금 머리가 잘 안 돌아갔었는데, 잘 생각해보니…이 망할 놈들 때문에 내가 브루클린에서 무슨 고초를 겪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없던 분노가 치솟는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내 뇌가 점차적으로 죽은 적들을 ‘그래도 싼 놈들’이라고 생각하게 될 즈음, 두근거리던 심장이 길들여진 말처럼 빠르게 온순해지고 두통이 조금씩 가신다.

        

        이리 말하긴 뭐했지만…이제는 다음 교전을 맞닥뜨려도 머리가 아프거나 불안해지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이카루스 기어 만만세다.

        

        

        내 표정이 아까에 비해 훨씬 나아지자, 로렌티나 씨는 포옹을 풀었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제가 나중에 남들에게 떳떳하게 오퍼레이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면, 저도 이렇게 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쪽이 마음 속의 남성성을 얼마나 열심히 깎아가면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죠, 막내?”

        

       “앗, 엣. 잘모태써요오….”

        

       “언뜻 보기엔 괜찮아보여도, 이 모습은 제 나름대로의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지요. 적응에 의한 결과랍니다. 이 몸뚱아리가 교전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저도 정신적으로 상당히 곤란했을 거예요.”

        

        

        

        …역시 그러려나?

        

        어쩌면 나도 그랬을 것 같다. 내가 사태 초 브루클린 메이모니즈 병원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던 건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체감했기 때문이었으니까.

        

        실언 때문에 볼따구를 실컷 만져지게 되었다.

        

        

        아무튼 그리 생각하면서,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불지옥을 쳐다보았다.

        

        올리비아 씨와 함께 갔었던 로어 맨해튼에서 구경도 하고, 직접 맞아보기도 했던 백린 화염이 포덤 대학교라는 곳에서 마구마구 터져나오고 있었다.

        

        저기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 주머니에 들어있는 초코바 하나를 냠냠 먹어치웠다. 그제야 힘이 좀 도는 듯했다.

        

        내 입이 열렸다.

        

        

        

       “앞으로 언제쯤 집에 돌아갈 수 있으려나요.”

        

       “그거야 아무도 모르는 법이지요. 실제 작전이니.”

        

       “로렌티나 준위님 정도면 아실 것 같은데…이잉, 알려줘요.”

        

       “애교 부려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랍니다, 신입. 작전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해야 돌아갈 수 있는 거죠. 명확한 작전 기간이 정해져있는 건 아닌 거니까요.”

        

       “…알고 있어요. 그냥 쉬고 싶어서으아아앙…!”

        

        

        

        당연하겠지만 즉시 볼이 꼬집혀버렸다.

        

        너무해. 너무해…하지만 그런 내 불평불만은 가볍게 무시되었고, 어느덧 시간은 오전 4시 30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작전이 시작된지는 대략 2시간 반이 지났지만 그 시간 전부를 전투로 보내진 않았다.

        

        첫 20분 가량의 교전으로 병원 내에 있는 모든 적들을 전부 몰살하고, 그 다음 센트럴 파크와의 통신체계를 확립한 뒤, 다음 작전투입지가 정해지기 전까지 대기하며 재정비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다시 말해 지금은 일종의 쉬는 시간이었고, 동시에 내부를 정리할 타이밍이었다.

        

        몸에서 화약 연기 말고 타는 냄새가 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후, 씨발. 그냥 밖으로 던져버리면 참 좋겠는데.”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되겠지요. 이 정도로 뒤가 없는 타격작전을 진행해본 게 몇 번 안 되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체 처리 문제가 참…끔찍하기 그지없군요.”

        

       “20분 후 클리너가 해당 시설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그 친구들한테 맡기면 안 되나?”

        

       “걔네들은 사람을 산 채로 태워죽이는 게 목적이지, 화장(火葬)은 하나도 관심 없을 걸. 안 치우면 안 되는 시체들만 처리해.”

        

        

        

        로렌티나 씨와 아래로 내려왔을 즈음, 병원 내에는 불쾌한 단백질 타는 냄새로 가득했다.

        

        다들 1도 신경쓰지 않는 걸 보니 진즉 후각 차단 기능을 작동시킨 듯했고, 나 역시도 그러했다.

        

        이 분들이 말하는 ‘처리’방식은 상당히 간단했다. 시체를 쌓아놓은 후, 센트럴 파크가 보내준 백 킬로그램 가량의 테르밋을 터뜨려 소각하고, 남은 잔해는 산화제로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인간의 존엄성이 여기까지 떨어졌구나 싶었지만,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카루스 기어에 데포르메 기능이 있단 게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별도로 들어온 내용은 없나요?”

        

       “포덤 대학교에 머물던 다수의 폭도들 머리 위에 백린을 쏟아부었으니, 그에 대한 피드백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면 좀 더 있어야겠지.”

        

       “센트럴 파크가 보유하고 있는 종이의 양이 별로 없어. 듣자 하니 투항권유서 살포 대신 드론으로 메시지를 재생할 예정이라나 뭐라나…이게 그 전문이고.”

        

       “어디…투항할 인원들은 근처에 존재하는 스포츠경기장 등에 집결한 후 무기를 소각하거나, 철도 구간을 기준으로 반경 500m 이상 떨어진 위치에서 대기하십시오…라. 쉽지 않겠는데.”

        

       “딱히 기대도 안 하고 있군요.”

        

        

        

        그 말대로.

        

        센트럴 파크는 폭도들이 제대로 투항할 거라는 말랑말랑한 예상 따위는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반대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투항 의사를 보이는 사람들이라면 최소 한 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을까.

        

        물론 그 부분은 내가 신경쓸 것이 아니었다. 만약 저들이 진짜로 백기를 흔들 작정이었다면 진즉 라플란드 씨처럼 숙이고 들어왔을 테니까.

        

        아니라면…내가 알아야 하나, 그런 걸. 자기들 팔자지.

        

        

        난 그리 생각했고, 대충 근처에 있는 환자용 침대에 앉았다.

        

        그걸 본 로렌티나 씨가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것 같은데, 다들 다음 행동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쉬는 건 어떨지.”

        

       “…그래야지. 후, 눈 좀 붙여야겠구만.”

        

       “오웬스 팀장님, 같이 담배나 피러 갑시다. 남은 거 있습니까?”

        

       “들고 다녀라, 이 자식아.”

        

        

        

        기다렸다는 듯 각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동하는 분들을 뒤로 한 채, 나는 분명 오늘 작전 준비를 위해 한참을 자고 왔음에도 마치 거짓말처럼 쏟아지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몸이 노곤해지고, 생각이 파편이 된다. 공포영화에도 안 나올 것 같은 끔찍한 장소에서 취하는 잠은 무서울 정도로 달콤했다.

        

        여전히 세상은 어두웠다.

        

        

        

        

        

        

        

        

        

        

        

        

        

        

        

        

       “철도의 많은 부분이 상당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지상 철도 라인은 대개 엇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하는 손상 정도가 약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민간인들이 대거 존재합니다.”

        

       “철도 보수는 그렇다고 쳐도, 지하철역과 지하 통로 등등에 민간인이라. 그건 그것대로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로군. 일단 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작전구역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현재 3시간 42분 가량 지속적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드론을 통해 전달 중이고, 어퍼 맨해튼의 찰스 영 소프트볼 경기장에 15명 가량의 인원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그 친구들한테는 드론 한 대 보내주면 되겠고, 대거 팀은?”

        

       “클리너와 작전 지역 조율 중입니다. 상기 언급한 소프트볼 경기장 방향으로 갈 듯합니다.”

        

       

        

        오전 6시 58분, 센트럴 파크.

        

        HQ의 아침은 다른 곳보다 늦었다. 어느덧 떠오르기 시작한 햇살이 센트럴 파크를 둘러싸다시피 한 고층 빌딩에 가려진 탓에 어둠이 다른 곳보다는 조금 더 오래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 아래, 전술작전본부(TOC)에선 취침이 박탈당해 피로에 찌든 수많은 작전관들이 바쁘게 돌아가는 화면을 보며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래쪽부터 서서히 올라가는 중인 클리너와 조금씩 이동 중인 대거 팀, 불타는 포덤 대학교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대는 다수의 폭도들까지. 어떤 의미로는 실로 잔혹한 희극 그 자체였다.

        

        

        통제실 한쪽 벽면, 아니, 그보다도 많은 벽면을 메우고 있는 수많은 스크린들은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작전을 일제히 브리핑하고 있었다.

        

        작전의 일환으로 인해 쏟아부은 백린의 여파로 폐허가 된 로어 맨해튼과 여전히 탈옥수들이 다수 남아있는 브루클린에 대한 감시화면 일부, 브롱스 화면 대다수, 그리고 뉴헤이븐의 핵잠수함 두 척의 위치까지.

        

        그야말로 미국 북동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전 전부를 총괄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광경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쉴틈없이 물자를 나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으, 힘들어…!”

        

       “여차하면 빈 자리 들어가야 하니 너무 늘어져있지 마라.”

        

       “예에, 그렇겠지요.”

        

        

        

        이전 코드네임 조디악, 현 코드네임 라플란드.

        

        아직 정식 작전관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맡겨진 일은 잡무 – 그것도 다른 작전관들의 간식 등을 나르는 역할이었다 – 였지만, 그녀는 그닥 신경쓰지 않은 채 에너지 음료 박스를 내려놓았다.

        

        마치 별세계를 보는 것만 같은 비주얼. 작전관이 되기 위해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평시가 아닌 전시, 그것도 여러 작전을 동시에 총괄하며 서포트를 이어나가는 서포트 오퍼레이터들의 역할은 상상 이상으로 막중했다.

        

        평소라면 그녀가 돌아다닐 때 한두 마디 정도 말을 거는 등 아는 척을 하던 사람들도 오늘만큼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본업에 집중할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라플란드 역시 섣불리 말을 걸 수 없었다.

        

        

        

       “….”

        

        

        

        마치 혼자만이 세상에서 동떨어진 것만 같은 느낌.

        

        그녀는 씁쓸함을 느끼며 TOC의 바깥으로 나왔다. 모두가 각자의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두텁게 쌓아올려진 벽 위에는 터렛과 초병들이, 식당에는 요리사들이, 작전본부에는 서포트 오퍼레이터들이….

        

        오로지 라플란드만이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힐끗 둘러보다가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한 햇살이 손등을 어루만지듯 일렁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 가만히 있기에는 아까 들은 말이 걸렸기에, 그녀는 이윽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표정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것은 그녀의 장기였고 – 엄밀하게는 장기’였’었고 – , 이윽고 얼굴 위로 떠오른 평정은 누가 보아도 딱히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한 표정의 형성을 도왔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금 작전본부 내부로 들어간 순간, 평정은 엉망진창으로 깨지고 말았다.

        

        할 일이 생겼다.

        

        

        

       “때마침 잘 왔구만. 대거 팀이 어퍼 맨해튼 방면으로 막 이동을 시작했다. 저고도 스캔용 무인기 한 대가 배정되었어. 빨리 앉아서 헤드셋부터…자네는 귀가 4개인가?”

        

       “아잇, 빨리 주기나 하십쇼. 거.”

        

       “수십 년 살면서 별의별 광경을 다 보는구만…아무튼 인터페이스에 보이는 적색 영역이 작전구역, 그리고 아래쪽에 보이는 녹색 삼각형 열한 개가 아군이다. 네 목표는 이들의 작전 진행을 돕는 거고.”

        

       “…제가 해도 되는 겁니까?”

        

       “해야 할 일이 몇 개 정도 있다. 차분히 설명해주지. 첫 번째는 길거리 정찰, 두 번째는 건물 내부 정찰, 세 번째는 중요한 사안들을 대거 팀에게 빠르게 알려주는 것이다.”

        

        

        

        들어도 하나도 모르겠다.

        

        인터페이스가 부속된 헤드셋을 착용함과 동시에 눈 앞에 떠오르는 수많은 홀로그램들을 보자마자 더더욱 그러했고, 라플란드는 힘껏 숨을 참았다 내뱉으며 긴장을 완화하려고 시도했다.

        

        마치 20대 때 했던 콘솔 게임을 보는 것만 같은 광경. 무인기를 조종하는 컨트롤러를 느슨하게 쥐어든 그녀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대거 팀과 연결된 통신망을 개폐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저고도 정찰용 무인기에 장착된 펄스 스캔 장치의 가동법이었다.

        

        

        

       ───피이잉!

        

        

        

        이제 막 햇살이 비춰지고 있는 어퍼 맨해튼.

        

        열한 명으로 이뤄진 대거 팀은 철도를 따라 가다가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할렘 강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라플란드는 화면에 떠오르는 대거 팀의 예상 기동 경로를 확인했다.

        

        다리 건너편으로 보이는 여러 아파트 단지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옥상과 창가에서 여러 움직임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숫자는 대략 40명 가량. 거기에 더불에 화면을 확대한 순간 보이는 가지각색의 총기들. 조준경이 달려있지 않은 군용 자동소총 혹은 반자동 라이플 등등으로 무장한 갱단원들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라플란드는 저도 모르게 스캔 버튼을 눌렀고, 이내 덧붙였다.

        

        

        

       “…대거 팀. 여기는 조디악…아니, 라플란드입니다. 감명도 괜찮습니까?”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같더니, 이젠 서포트 오퍼레이터 역할도 하는 건가요? 재밌군요. 아무튼 무슨 일인지?

        

       “어…예상 기동루트 인근의 리버턴 스퀘어 건물과 애셜 아미노프 건물에 40명 가량의 적이 있습니다. 반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갱단입니다. 아마, 음. 블러드후드 같은데….”

        

       -흐음. 공중지원 가능한가요?

        

       “…알아보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고, 필사적인 표정으로 다른 선임 작전관을 호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 위로 떠오르는 연동이라는 글자. 이어 다른 목소리가 통신에 끼어들었다.

        

        

        

       “해당 기체에 8발의 LGB – 레이저 유도 폭탄 – 이 장착되어있습니다. 이쪽에서 해결하지요. 라플란드가 레이저 유도 장치 발사한 뒤 조준할 겁니다.”

        

       “그걸 어떻게…아.”

        

        

        

        마치 거짓말처럼, ‘이것을 누르라’는 듯 반짝거리기 시작한 여러 버튼들.

        

        그녀는 그것을 꾸욱 눌렀고, 그와 동시에 푸슈웅 하는 소음이 퍼져나갔다. 기체에서 분리된 작은 드론 한 대가 아래로 느릿하게 내려가더니, 대략 1천 미터 상공에서 호버링하며 아파트 옥상을 바라보았다.

        

        그 다음으로의 일은 간단했다. 라플란드는 적이 많은 지점을 레이저로 계속해서 겨누었고, 다음 순간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발의 폭탄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낙하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벌어질 일은 간단했다.

        

        

        

       ───콰아아앙!

        

        

        

       “…이런 미친.”

        

       “타깃 무력화. 레이저 위치 전환하세요.”

        

       “…옙.”

        

        

        

        눈 깜빡이는 짧은 시간 동안 10명이 사라지는 것.

        

        그것이 현대전이었다.

        

        라플란드는 문득 구역질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푸슈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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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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