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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4

        

       공항에 나타난 악령에게 홀린 자.

       지역에 따라서 빙의자, 마주눈(مجنون), 부마자(付魔者) 등 여러 표현으로 불리는 존재.

       그 존재가 나타난 여파는 그리 작지는 않았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나타났다면 모르되 유동 인구가 많은 공항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난리를 피웠으니까. 심지어 조용히 처리한 것도 아니고 격벽을 내리고 총을 쏴 가면서까지 처리했으니…. 공항에 있는 사람들의 목격담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카메라 기능이 있는 핸드폰 정도는 누구나 들고 다니는 시대가 아닌가.

         

       공항에 나타난 일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범람하기 시작했으며, 제대로 대처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물론 뒤늦게나마 그것을 검열하거나 통제하기 시작했지만….

         

       그게 제대로 되었겠는가?

         

       나라 하나의 네트워크조차 통제하기 힘든 시대다.

       하물며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내용은 오죽하겠는가.

         

       그렇게 공항에서 일어난 사건은 널리 널리 퍼졌다.

         

       최초의 유포자의 손을 지나 흥밋거리를 찾은 네티즌에게로.

       인터넷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기삿거리를 찾아 헤매는 기자에게로.

       인터넷 언론에서 공중파와 라디오 뉴스로.

         

       그렇게 공항에서 일어난 일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 * *

         

         

         

         

       공항에서 일어난 일은 하나의 사건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사건·사고들 중 하나이자 가십거리로.

       사람들이 ‘공포’라는 감정을 소비하게 만드는 일종의 간식과도 같이 그렇게 소비되어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공포라는 것은 진정 피부로 느끼지 않으면 소비되기에 딱 좋은 감각이었으니까.

       당장 놀이기구만 하더라도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물건이지만, 안전이 보장되어 있기에 사람들은 그것을 ‘스릴 넘친다’라며 오히려 좋아하지 않던가?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공포, 안전이 보장된 공포란 그런 것이다.

       거실에서 가만히 TV로 공포영화를 보다가 귀신이나 살인마를 보고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영화가 끝나면 ‘아 영화 재밌었다.’, ‘점프 스케어 장면 빼고는 별로네.’ 등의 감상을 태연하게 남길 수 있는 것.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잠을 설치거나 불을 켜놓고 자거나 누군가와 함께 자는 등의 후유증은 있을 수 있어도 트라우마로 남기는 어려운 것.

         

       단지 그뿐이다.

       남의 일이고, 그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항에서 일어난 소동은 참으로 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정신병자나 테러리스트 같은 민감하고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귀신’이라는 초자연적 존재. 일단 존재하는 것은 맞는데 몇몇 특정 지역이나 환경이 아니고서야 보거나 느끼기도 쉽지 않은 그러한 존재.

       그렇기에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에서 주술사보다도 더 많이 사용하는 ‘친숙한 공포’에 속하는 소재.

         

       공항에서 직접 공포와 당황스러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 처지에서는 그것이 ‘진짜 심각한 상황’으로 와닿기는 어려웠으리라.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느낌의 공포영화나 위험천만해 보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 느낌에 가깝게 느꼈겠지.

         

       어쩌면 이것은 안전불감증에 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악령과 악귀 소굴인 이북 지역과 접해있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안전불감증.

       악령이나 악귀를 머리 위에 두고 살고 있기에 어느새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져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통일 대한민국의 사람들과는 다른, 평소에 접할 일이 없기에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있기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안전불감증.

         

       그래.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테러’에 대한 위험성이나 공포가 크지 않듯이, 미국에서 ‘귀신’에 대한 공포를 크게 느끼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겠지.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 일을 꽤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가장 먼저 미국 연방정부(Federal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그중에서도 안보와 관련된 이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이번 일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 아니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노리는 테러리스트들이 행할 수 있는 ‘또 다른 테러의 방법’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지금 당장 이번 일을 보고 영감을 받은 테러 조직들이 많을 것이고, 그들이 좀 더 진화된 방법을 통해 귀신을 쑤셔 박은 조직원들을 미국으로 보내서 테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다.

         

       『 이것은 폭탄이나 총기 난사보다도 더 위협적인 방식의 테러입니다.

       폭탄과 총기 난사는 많은 경험을 통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으며, 설령 예방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수십에서 수백 정도의 피해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귀신을 사용한 테러는 지속적인 위협이 될 것입니다.

       드넓은 미국에는 행정력이 투사되기 힘든 오지들이 존재하며, 강력한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들도 많습니다. 당장 교외로만 나가도 경찰이 출동해서 도착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지역이 많고, 이웃의 도움조차도 바라기 힘든 곳이 많습니다.

       거기에 한 곳에 주거하지 않고 캠핑카를 거처로 삼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히피나 집시, 노숙자까지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의 몸을 뒤집어쓰고 미국에 잠입한 귀신은 이러한 사각지대에 숨어서 사람을 잡아먹고 죽이면서 힘을 기를 것이고, 그것은 미지의 공포가 되어 사람들을 위축시키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사악한 귀신들이 진화하여 악귀나 악령, 더 나아가 대악령이나 대악귀에 이르게 된다면 폭탄 테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피해와 공포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

         

       『 지금 막아야 합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인명, 행정력, 시간, 돈까지.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나도 많을 것이기에. 』

         

       그들은 말했다.

       이것은 지금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라고.

       총구가 이마에 겨눠지고 있는 것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 미국은 개척 정신이 함께하는 나라입니다.

       그깟 귀신 따위에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

         

       『 귀신? 그까짓 것은 소금탄이 있으면 그만입니다.

       공항에서도 소금이랑 성수만으로 물리치지 않았습니까?

       우리 아메리카의 시민들도 할 수 있습니다!

       강도조차도 능숙하게 총으로 제압하는 아메리카의 시민들이라면 실체조차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귀신 따위는 가볍게 무찌를 것입니다. 』

         

       『 귀신에게 홀린 사람이 위험한 것은 일부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위협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너무나도 많군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게다가 여러 번 일어난 것도 아니고 고작 한 번 일어난 일인데, 괜히 과민반응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 한 번 일어난 일에도 제대로 대응한다…. 나쁘지는 않지만…. 흠. 필요한 금액을 본다면…. 글쎄요? 이런 금액을 투자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잡아낼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구체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

         

       『 한 가지 묻겠습니다. 이러한 예산을 사용하고 청문회에 불려 간다면 당신은 박수 세례를 받을 수 있습니까?

       저는 그럴 것 같지 않군요. 』

         

       안타깝게도 위협으로 느끼는 이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 괜히 예산을 더 쓰는 것보다는 그냥 귀신에게 효과가 있는 소금탄을 개발한 뒤 총포상에서 팔아치우는 게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더 옳다는 사람, 귀신에게 겁을 먹다니 그러고도 미국 시민이냐면서 비아냥거리는 네오콘, 청문회에서 호되게 당할 미래가 훤히 그려진다면서 반대하는 사람 등….

         

       어떤 의미에서 아주 훌륭한 혼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또 다른 위협을 느낀 이들은 바로 공항 측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느낀 위협은 정부와는 좀 다른 위협이었으니.

         

       귀신 그 자체의 위험성보다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공항의 이미지가 실추하고, 관련 책임자들의 모가지가 우수수 떨어지는 것을 위협으로 느꼈다. 참으로 자본주의에 걸맞은 공포의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때문에 이들은 한마음으로 뭉쳐서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섰다.

         

       『 아메리카에서는 귀신도 힘을 쓰지 못합니다! 』

         

       『 그 어떠한 위협도 대처할 수 있는 아메리카의 첨단 기술! 』

         

       오히려 이번 사건을 기회로 삼겠다는 듯 광고를 만들어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범인 말고는 사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자랑은 기본이었고,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용맹함과 강함’을 주제로 삼은 캐치프레이즈나 홍보물을 뿌림으로써 이번 사건을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게 만들었다.

       심지어는 인터넷 여론 조작을 주로 삼는 업체에 접촉해서 이번 일을 희화화하기까지 했다.

       온갖 합성물을 만들면서 이번 사건을 밈(Meme)처럼 만들어 친숙하게 여기고 공포심을 희석해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넣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문에 진지한 위협으로서의 공포가 아닌, 즐길 거리로서의 공포로의 변환이 좀 더 빨라지게 되었다.

         

       게다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이라 했던가?

       소금 벽을 만든 업체에서도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웃돈을 줘 가며 ‘우리는 그 어떠한 위협이 찾아와도 안전하다.’라는 광고를 순식간에 만들어 홍보하기 시작했으니….

         

       어떻게 보면 현명하고, 어떻게 보면 이번 일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거품을 물게 할 짓을 했다고 볼 수 있겠지.

         

       그리고….

         

       “늙은 지빠귀여 늙은 지빠귀여 잿빛으로 물든 기도를 올리니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나에게 답을 알려주오 희고 맑은 색은 사라지고 온전히 남은 것이 하나도 없이 방황하고 또 방황하게 되어버린 불쌍한 이에게 답을 알려주오.”

         

       이름 모를 나무가 가득한 숲.

       담쟁이넝쿨과 이끼가 무성한 반쯤 무너진 집의 담벼락에 기대어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물었다.

         

       “영혼이 안길 무덤이 구름의 형태로 나에게 당도하였는가? 잿빛의 불길한 칼날이 빗방울처럼 나에게 쏟아지게 될 것인가?”

         

       이 소동에 자신이 얽혀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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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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