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704

       

        

        

        

        

        

        

        

        

        

        

       “대거 팀, 적의 강력한 공세에 직면! 현재 뉴욕 소방서 16번째 스테이션에서 교전 중입니다!”

        

       “적이 군용 자동소총과 기관총, 유탄발사기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현재 일련번호 스캔 시도 중입니다.”

        

       “저런 망할 동네에서 벌어지는 교전을 지원할 가장 좋은 물건이 백린이라니, 이딴 상황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나. 빌어먹을….”

        

       “파쿼슨 대위가 도착했습니다.”

        

        

        

        오전 7시 05분, 센트럴 파크 작전본부.

        

        익숙한 아침의 공기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미묘한 표정을 지은 채, 군복을 입은 한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견장에는 대위를 나타내는 두 개의 백색 작대기가 박힌 상태였다.

        

        에드워드 파쿼슨, 제107헌병중대의 지휘관 – 그리고 오늘 대거 팀이 마주하게 된 상황의 일부분을 설명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사람.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카락과 군복 너머로도 얼핏 보이는 탄탄한 신체. 그러나 그것과는 그닥 연관이 없는 피곤한 발걸음으로 사람이 가득한 TOC에 도착한 그는 즉각 테이블의 의자에 앉았다.

        

        

        벽면을 통째로 가릴 듯한 스크린들의 향연 속, 그는 적색으로 표기된 할렘 강 옆의 어퍼 맨해튼을 눈으로 확인했고, 정확히 어디에서 어떤 형태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어째서 이 자리에 와야만 했는지를 눈치챘다.

        

        두 잔의 커피와 함께, 선임작전관 한 명이 그가 앉은 의자의 반대편에 앉으며 덧붙였다.

        

        

        

       “이런 일로 불러내서 미안하군요, 에드워드 대위님. 현재 어퍼 맨해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전에 대해서 간략하게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갱들이 위에서 설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화면들을 대충 보아하니…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전이 잘 안 풀리고 있겠지요. 군용 총기들이 갱단의 손에 들려 있으니 그럴 수밖에요.”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계시군요. 이야기가 빨라 다행입니다. 보다시피 저 친구들이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몰라도 아주 엿같은 물건을 들고 있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던 선임작전관이 덧붙였다.

        

        

        

       “현재 대거 팀이 작전 중인 구역에서부터 고작해야 5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제42지원여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지원여단 하위 대대인 제104헌병대대 산하, 제107헌병중대의 지휘관이고요.”

        

       “그렇습니다. 알고 있는 거라면 최대한 말하지요.”

        

       “별 건 아닙니다. 현재 작전본부는 폭도들이 보유한 총기들이 제42지원여단 본부 및 근방에 있는 무기고에서 기인한 물건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정확히 얼마나 많은 수량이 풀렸는지에 대한 어림짐작이 필요합니다.”

        

        

        

        그는 이해했단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미련한 질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식적으로 브루클린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중대장한테 ‘연대본부에 비치된 무기랑 탄약 수가 얼마인가?’를 묻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하지만 반대로 말해서, 그런 작은 파편에 매달려야만 할 정도로 상황이 급했다. 랭온 병원에 있던 제104헌병대대의 대대장인 헴록 중령과 연대장인 베드뤽 대령은…살아있었다면 그들이 먼저 불렸을 터.

        

        그는 필사적으로 과거의 기억 일부를 되살렸다. 연대본부에 간 적은 그닥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휘체계 및 그것이 돌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병사들의 수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대략 100명 가량. 최소 30정 가량은 풀렸다고 봐야할 겁니다 거기에 더불어 치안 안정이랑 통신 확립 등을 위해 가장 먼저 투입된 게 뉴욕 주방위군이었으니, 제101원정통신대대랑 연대 직속 제187통신중대, 제719운송중대도 근방에 있었을 거고….”

        

       “…그렇겠군요. 그렇다면 최소 100정 이상은 무조건 풀렸다고 봐야겠군요.”

        

       “아무리 적어도 그 이상일 겁니다. 대거 팀의 교전지, 그리고 그 근방 갱단의 무기 수준을 감안하면 42지원연대의 본부를 갱단이 통째로 집어먹은 게 아닐지.”

        

       “충분히 있을 법하군요.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선임작전관은 빠르게 그 사실을 알렸고, 머지않아 스크린 위에 업데이트된 작전지도가 떠올랐다.

        

        그 이후에도 대화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방금과는 다르게 정보 습득 과정 자체는 무척이나 지지부진했다.

        

        브루클린을 활동처로 삼은 파쿼슨 대위와는 달리, 현재 필요한 것은 브루클린에서 북쪽으로 20km 이상 떨어진 어퍼 맨해튼에 대한 정보였으니.

        

        

        그는 군 네트워크를 통해 아는 것을 최대한 말해주었고, 이어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현재 대거 팀에 포함되어있는 인원들의 목록. 최고기밀로 분류되는 데이터였지만 센트럴 파크의 군인들 중 그걸 모르는 이들은 없었고, 파쿼슨 대위 역시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가 화면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명예 제107헌병중대의 일원인 유진은 어느새 대거 팀의 전투력을 일부 책임지는 견습 오퍼레이터로서 어퍼 맨해튼을 누비고 있었다.

        

        그녀를 어떤 경위로 만나게 되었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오로지 걱정 뿐이었다.

        

        

        

       “…작전 진행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이카루스 기어의 생존성과 화력을 감안하면 교전은 무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폭도들 역시 무난하게 격퇴되고 있고….”

        

       “진행 상황을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그야 문제는 없지요.”

        

        

        

        뚜벅거리는 군홧발소리 두 개가 아주 작게 들려왔다. 정확하게는 소리는 컸으나, TOC 내에서 울려퍼지는 수많은 말소리, 기계소리에 묻혀버린 것에 좀 더 가까웠다.

        

        그는 벽면 가득한 스크린에 비치는 가공된 데이터들을 화면에서 끄집어낼 것만 같은 눈길로 바라보았고, 대위라는 직위까지 오르기 위해 공부했던 수많은 전술 및 전략 이론을 기반으로 상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런 이해를 기반으로 현 작전을 표현한다면…최대한 희망적으로 말하더라도, 대거 팀이라는 경이적인 무력을 보유한 태스크포스의 존재에 모든 걸 건 기형적인 작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흡사 미 정부라는 이름의 난파선을 이끌고 가는 예인선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 친구들이 얼마 전 핵잠수함을 두 척이나 나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소드 크루가 뉴헤이븐에서 적 잠수함 승조원들을 밑천까지 탈탈 털어 잠수함 운용법을 익히고 있겠지요.”

        

       “대단하군요.”

        

        

        

        그 사이에 어떻게 그 뱀 꼬마가 끼어들어가있는 걸까.

        

        과거 헤어지기 전, 영어공부 열심히 한 후 다시 만나자고 했었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떻게 고작해야 몇 개월만에 이렇게 되었을까.

        

        센트럴 파크에 변이자의 존재를 알릴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될 거라고 어림짐작하고 있었지만…거기까지 생각하던 파쿼슨 대위는 흐릿하게 숨을 뱉어내었다.

        

        기분이 실로 묘했다.

        

        

        그리고 그렇게 스크린들을 보고 있었을까, 그의 눈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들어왔다.

        

        꼬질꼬질한 털을 연상하게 만드는 탁한 백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머리 위에 난…마치 늑대의 귀를 연상하게 만드는 무언가. 파쿼슨 대위는 자연스럽게 이질적인 외형의 사람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 존재는 의자에 앉아있었기에 전신을 훑었다는 말은 어폐가 좀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굽니까?”

        

        

        

        쫑끗.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 달려있는 개의 귀 비스무리한 것이 움직이고, 의자 사이로 튀어나온 꼬리가 느긋하게 움직였다. 사람과 늑대의 형상을 섞었는지, 혹은 늑대를 사람의 형태로 빚은 것인지.

        

        다행히도 그는 이미 인간과 동물이 섞인 형상을 한 사람들을 여러 번 마주친 적이 있었고, 그 때문에라도 작전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변이자를 충분히 이해 가능했다.

        

        그리고 대답은 금방 나왔다.

        

        

        

       “견습 작전관입니다. 얼마 전에 브루클린에서 온 친구죠. 현재 코드네임은 라플란드입니다. 이전 코드네임은 조디악이고요.”

        

       “…조디악이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전직 라이커였죠. 라이커 의회의 작전계획을 센트럴 파크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다양한 함정 정보들을 같은 탈옥수에게 흘려 소탕 작전 때 상당한 공로를 세웠습니다.”

        

       “흐음….”

        

        

        

        라이커라는 단어에 홀스터로 무심코 올라가던 오른손이었지만, 이어지는 설명은 파쿼슨 대위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 가령 공작원이라든가.

        

        그로서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얼마 전까지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가 고용한 PMC에서 활동하던 ISA 소속 공작원 호프먼 빈슨이 그 예시였다. 물론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공작원들도 많지만.

        

        하지만 설령 공작원이었다면 굳이 견습 작전관이라고 할 이유가 있을까. 그는 거기까지 판단하고는 진짜로 전향한 탈옥수라는 사실을 얼추 짐작했다.

        

        그리고 그 즈음, 라플란드가 불안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파쿼슨 대위와 눈을 마주쳤다.

        

        

        

       “…그, 무슨 일 있습니까?”

        

        

        

        그는 대꾸하지 않았고, 선임작전관은 파쿼슨 대위가 브루클린을 탈출하던 와중 라이커가 끌고 온 대대급 병력과 교전을 했단 사실을 깨닫고는 황급히 덧붙였다.

        

        

        

       “교차검증 결과 저 친구는 브루클린에서 대개 통신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맡았다고 하더군요. 함께 온 민간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자자, 마침 또 아침 먹을 시간이 아닙니까. 얼마 전 도넛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친구가 들어왔습니다. 군인 분들은 조식을 거르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식사라도 하시지요.”

        

        

        

        실로 자연스러운 화제전환.

        

        파쿼슨 대위 역시도 소란을 일으키기 싫었는지 선임작전관의 말에 응해 나갔고, 변이자 특유의 민감한 감각으로 찰나의 순간 등 뒤에서 쏟아지던 분노와 증오를 느끼던 라플란드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꼬리와 귀가 축 처졌다.

        

        과거는 바꿀 수 없었고, 족쇄가 되어 언제든지 발목을 잡을 것이었다.

        

        

        

       “…씨발….”

        

        

        

        한 발짝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멀었다.

        

        그녀는 화면을 바라보았고, 작전관 업무를 할 수 있는 한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 분명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스크린의 밝기가 오늘따라 너무나도 강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잠깐만. 저게 뭐야. 대거 팀, 북북동 방향, 250마이크 떨어진 곳에서…신장이 2.5m라고? 말도 안 돼, 뭔가가 온다!”

        

       -도대체 뭐가 온다는…와우, 빌어먹을. 하긴, 어쩐지 남자 변이자가 없다 싶더니…!

        

        

        

        물론, 그런 절망감은 고작해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말 그대로 깡그리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제42지원연대의 본부였던 건물에서부터 상상 이상의 무언가가 걸어나온 순간, 심지어는 대거 팀조차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훗날 ‘타이탄’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릴, 남자 변이자 – 모델 회색곰의 첫 등장이었다.

        

        

        

        

        

        

        

        

        

        

        

        

        

        

        

        

        

       “링컨 메디컬 센터, 리버턴 스퀘어에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할렘 종합병원이 다음 목표인 것 같습니다!”

        

       “많이도 빠져나갔군.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이 한심한 새끼들…건물 안에 있는 게 제일 낫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못 들어처먹는 놈들부터 머리 위에 폭탄이 날아드는 법이지.”

        

        

        

        한편, 그로부터 몇 분 전, 브라더후드 갱단이 점령한 제42지원연대 군사 시설.

        

        바깥에서는 끊임없이 총소리가 들려왔고, 몇 개 가지고 있지도 않은 무전기에서는 끔찍한 내용만 연달아 들려오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몇 시간 전부터 그러했다.

        

        회동을 위해 포덤 대학교에 모였던 갱단의 우두머리들은 백린 폭격에 셀프-긴급화장을 치뤘고, 남은 것은 대가리가 사라진 채 날뛰고 있는 몸뚱이들 뿐.

        

        그리고 그 중 하나인 블러드후드 갱단의 상황 역시도 좋지 않았다.

        

        

        어둠으로 가득했던 하늘은 완전히 밝아졌으나, 공중을 떠다니는 수백 대의 드론은 여전히 깜빡거리며 영어 문장을 – 대충 투항하거나 죽거나 하나를 택하란 내용의 – 만들어내고 있다.

        

        건물 투성이라는 점으로 인해 폭격조차 무서워하지 않고 기세등등하던 단원들은 시가전이라는 특수한 전장조차 무시해버리는 적들 앞에서 말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갔다.

        

        제대로 된 명령체계조차 없었기에 본격적인 화력이 투사됨과 동시에 개미떼처럼 흩어지는 단원들. 그 꼴을 어처구니없단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조차 느리지만 확실하게 다가오는 죽음은 두려웠다.

        

        

        하지만, 마지막 방법은 있었다.

        

        마지막 방법이라 하기에도 애매했지만.

        

        

        

       ‘…폭격이 멎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라이커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경고했던 로어 맨해튼과는 다르게, 폭탄인지 뭔지를 그리 많이 떨어뜨리지 않았다.

        

        블러드후드 갱단의 오른팔은 그것만으로도 미군이 그닥 여력이 많이 없다는 것을 짐작했고, 계단을 타고 차례차례 내려가기 시작했다.

        

        혈향과 대마초 향이 점차 진해진다. 그는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몸이 자동으로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지금 만나러 갈 ‘존재’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절그럭거리는 쇠사슬 소리가 들려왔다.

        

        

        

       ───철컹!

        

        

        

        감옥을 연상하게 만드는 방.

        

        그러나 누군가가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워둔 철근 다발은 엿가락처럼 휘어져있었고, 방 근처에는 핏물과 매캐한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방 안, 방이 좁아보일 정도의 거구가 거기 있었다. 덩치가 움직일 때마다 쇠가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몸 곳곳을 덮고 있는 두꺼운 철판 아래에서 흑갈색 털이 들썩거렸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이었던 이 존재는 1월 언저리를 기점으로 말 그대로 곰에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계절이 지날수록 이성은 점차 흐릿해졌다.

        

        원래도 거대했던 체구를 가지고 있던 행동대장이었던 그가 타이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그는 약물의 힘 없이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진정계열 마약인 마리화나 냄새가 주변에 진득하게 퍼져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젠 그럴 필요도 없나.”

        

        

        

        갱단의 존립조차 불투명해졌으니, 이제는 더 이상 그를 가둬둘 필요가 없었다. 갱단의 오른팔이었던 이는 해당 기지에서 훔친 수류탄의 핀을 느긋하게 빼었고, 그것을 복도를 향해 휙 집어던졌다.

        

        앞으로 그 자신이 어떻게 될지는 몰랐으나, 스테로이드까지 맞은 – 갱단 멤버들은 전반적인 약물을 싸그리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 변이자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조금 궁금했다.

        

        그는 수류탄이 터지기 직전 계단을 다시 올라 사라졌다.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으르렁거리는 분노에 가득 찬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콰아앙!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정문이 부서짐과 동시에 온 몸과 머리에 용접된 철판을 두른 곰의 형상을 한 변이자, 타이탄이 울부짖었다.

        

        지면을 밟을 때마다 바닥이 무너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우락부락한 대퇴사두, 수천 년 자란 고목을 연상하게 만드는 허리통과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연상하게 만드는 두께의 팔뚝까지.

        

        인간인지 곰인지 알 수 없는, 혹은 그 장점만을 적당히 섞어 – 거기에 치사량을 훌쩍 넘은 스테로이드까지 – 만들어낸 변이자가 울부짖었다.

        

        

        그가 소음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지역을 – 한창 대거 팀이 모든 갱단을 지워 없애고 있는 바로 그곳을 – 향해 달려나가기까진, 그리고 그 광경이 UAV에 잡히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아니, 망할, 저게 도대체…쏴! 머리를 쏴! 점착폭탄!”

        

       “이런 미친, 누가 저런 몸뚱아리에 철판까지 용접을…저거 설마 곰이냐!?”

        

       “씨발-!”

        

        

        

        그동안 수많은 끔찍한 광경을 보며 조금씩 그 상황에 적응하고 있던 대거 팀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달려오던 타이탄은 길바닥에 널려있던 차량 한 대의 옆구리에 팔을 박았고, 차량을 말 그대로 던져버렸다.

        

        허공을 부유한 것은 아니었다. 흡사 물수제비처럼 반쯤 지면과 평행하게 던져진 그것은 다른 차량들과 마찰하며 빠르게 속도를 잃었지만, 그마저도 대거 팀이 있는 곳에 도달할 즈음엔 시속 50km 가량이었다.

        

        

        이카루스 기어는 던져진 자동차를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반응속도를 주었지만, 주변에 팀원들이 가득하고, 이들 전원이 별도의 동작을 하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길의 정면에는 로건이 있었고, 그녀는 뒤에 이제 막 전투보조장비를 수납하고 있는 오웬스 팀장을 확인하고는 이를 악물며 흡 하고 전신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카가가가각!

        

        

        

        끔찍한 소리와 함께, 로건은 자신을 들이받은 자동차의 물리력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이카루스 기어의 실드가 치명적인 물리력을 상쇄하고, 남은 에너지는 알파급 변이자의 완력으로 상쇄한다 – 이 과정에서 바닥의 아스팔트가 깎여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 빌어처먹을 새끼가 진짜 뒤질라고.”

        

        

        

        로건은 자동차를 멈춰세웠고, 찌그러진 그것을 옆으로 치워버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당연하지만, 그녀 역시도 곰이었다.

        

        숙명적인 대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곰대곰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