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05

    <705 – 불쌍한아이(5)>

     

    벨벳의 거대화 킥으로 시작된 카타콤 2차 원정대는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 허덕이던 1차 원정대와는 차원이 다른 진격속도를 보였다.

     

    “시작은 우리부터 하죠.”

     

    980기 학년사천왕 중 한 명인 백색의 성기사 루가 자신의 축성받은 검을 높이 치켜들며 검의 축복을 모두에게 나누었다.

     

    <축복 전파>

    <언데드 특효 공격력 상승 축복>

    <유령 특효 공격력 상승 축복>

     

    신의 힘을 빌리지도 않고 자체적인 신성주문을 사용하는 루의 모습을 보며 981기 학생 중에서 지젤의 표정이 굳었다.

     

    ‘성기사 루는 세 선신의 힘을 빌려 정의집행의 힘을 사용하는 신앙메타에 충실한 자. 그런 그가 신의 도움 없이도 일정수준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하다니…’

     

    이는 추후 있을 아카데미 내부 각종 행사에서 980기와의 학년대항전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신들의 권능을 재해석하여 체득한 신성주문의 위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981기에서도 걸림돌 수준으로 뒤처지는 머릿수만 채우던 하급반 조직원조차도 수수깡 베듯이 언데드를 쓸어 넘겼다.

     

    “인류는 신의 자비로 안온한 삶을 구사할 수 있었으나 부모의 품을 벗어나는 자식처럼 인간 또한 신의 품을 벗어나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때가 찾아옵니다.

    이 주문은 인류의 어버이, 선신들을 향한 존경과 감사를 담아낼수록 강해지는 주문이자 그들 없이도 인류가 옳은 길을 걸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증표입니다.”

    “잘난 체하지 말라냐. 발전한 건 모두가 같다냐.”

     

     

    목숨스택이라고도 불리는 환상스택 <나인 라이브즈>.

    여분의 목숨을 여덟 개까지 저장할 수 있는 학년사천왕 데드캣.

    대군전투에서 별반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던 그녀의 진가는 갑자기 카타콤의 벽이 뚫리며 우르르 나타나는 언데드 매복군단이 나타날 때 발휘되었다.

     

    <동귀어진>

    <발동조건 : 생명의 위기를 무릅쓰고 적과 목숨을 교환하는 공격의사를 지닌 행동을 펼친다.>

    <효과 : 해당 행동의 공격력 계수 초특급 상승>

     

    <고양이의 저주>

    <효과 : 자신에게 사망 혹은 그에 준하는 치명상을 입힌 적에게 정신을 파괴하는 강력한 정신쇠약의 저주를 건다.>

     

    <죽은 고양이의 영안>

    <효과 : 죽음의 계에 달한 시야로 상대의 영육을 꿰뚫어 보며 그 형상에 해를 입힐 수 있다.>

     

    <매직클로>

    <효과 : 발톱공격을 전방으로 펼친다.>

     

    <멀티핸드>

    <효과 : 공격횟수를 증가한다.>

     

    <원격타격>

    <효과 : 멀리 있는 적에게 접근하지 않고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피해망상>

    <효과 : 받지 않은 피해를 망상으로 받았다고 자기세뇌를 걸어 부상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기술의 사용을 가능하도록 만든다.>

     

    언데드들의 영혼에 저주가 걸리며 그 위치가 드러나는 순간, 죽음을 불사하는 돌격과 무수히 분열되는 손의 타격이 수백의 언데드들을 일격에 갈랐다.

     

    콰드득.

    덜덜덜.

     

    카타콤 1차 원정대에게는 공포를 모르는 무한의 군단처럼 보였던 언데드군단은 놀랍게도 재합류의 속도나 규모조차도 전에 비해 줄었다.

    파괴된 시체와 영육이 그들의 혼과 신체를 찍어내고 영혼을 포집, 주입시키는 관으로 향하기도 전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지젤, 봤어? 저 선배, 방금…”

    “…쉿. 이 건은 누구에게도 언급하지 마십시오, 도로시 양. 동기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집니다.”

     

    죽음에 달하는 피해를 입지 않아도 자신이 그만큼의 피해를 입는다고 망상하는 순간, 데드캣은 자신의 목숨을 소모하지 않고도 죽음을 전제로 위력을 증강시키는 하이코스트 기술을 노리스크로 난사할 수 있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높은 비용의 기술을 난사하기 위해 스스로마저 속이는 기술을 펼치다니, 데드캣의 강해지기 위한 연구가 얼마나 치밀한지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심지어 대군공격의 방법마저 취득했으니, 지금의 그녀는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 981기 학생 천 명을 넘게 쓰러뜨릴 수 있는 강자다.

    오크노디의 무지개볼에 농락당하던 목숨이 조금 많을 뿐인 허접선배는 이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고수가 되었다.

     

    “으아아아아! 카타콤의 저주받은 석관으로 돌아와야 할 영혼들이 변질되어 제대로 돌아오지 않고 지하를 헤매다니, 사다코 교수님이 이 사태를 깨닫기 전에 수습해야만 한다!!”

    “저건 뭐지? 아까는 없었던 언데드인데.”

    “해골마법사야.”

     

    카타콤을 직접 드나들지는 않았으나 사다코 교수의 강의를 꼬박꼬박 수강하기도 하고 몇 안 되는 사다코 교수 강의를 듣는 선배들을 찾아가 개인적으로 앞으로 있을 진도를 미리 파악했던 즈앙.

    그녀가 암살자의 암습에 앞선 선행정찰결과를 가면에 튄 피를 손가락으로 슥 훑어 닦으며 말했다.

     

    “보통의 언데드군단은 총사령관이 지닌 생전의 지식과 기능에 의지해서 부리는 병종이 한 분야에 쏠리지만 사다코 교수의 언데드군단은 병종의 한계를 두지 않아.”

    “그건… 사다코 교수가 모든 분야에 그만한 지식과 기능을 지녔다는 의미입니까?”

    “아마도. 생전에는 뱀파이어 퀸으로, 죽은 뒤에는 언데드 퀸으로 불렸던 교수님이라면 우리도 모르는 특수병종이 더 튀어나와도 이상할 거 없어.”

     

    카타콤의 유지보수를 위해 후방에서 시설관리를 도맡던 언데드 마법사들이 지하시설을 정비하고 가다듬을 때 사용하던 마법들을 학생들에게 펼쳤다.

     

    <마나 태우기>

    <시체 폭발>

    <잔해 먹는 그림자>

    <뼈의 벽>

    <악령 부여>

     

    카타콤의 교전 지역에 남아서 질 낮은 마나를 흘리는 언데드 잔해에서 마나를 없애고, 시체를 확실하게 분해하며, 잔해를 그림자에 쓸어 담아 청소한다.

    강력한 사기가 깃들어 터지거나 청소되지 않은 뼈는 한데 모아 일으켜서 수집하고, 그릇을 잃고 떠도는 영혼은 강제로 한 곳에 담아 관까지의 운반을 쉽게 정리한다.

    일련의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한 카타콤의 언데드 마법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주문을 연달아 펼쳐내며 학생들이 시전하는 마법에서 마나를 태우고, 근처 시체를 폭발시키며, 걸음마다 달라붙는 그림자를 떨쳐내기 위한 추가마나사용을 강제했다.

     

    “아이스필드.”

     

    가뜩이나 서늘한 지하대묘지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간 것은 북부대공녀 아이린이 전투마법사용 완드를 뻗어 지면을 가리킨 이후였다.

    모두를 괴롭히던 시체와 그림자가 동시에 일제히 얼어붙는데 이어, 마나번을 외치던 사령마법사들이 당황할 정도로 보조주문을 외우던 학생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마나를 소각당하지 않았어.”

    “마법이 계속 펼쳐지고 있어!”

     

    적의 모든 공세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강력한 동결마법이 아군에게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유는 물론 아이린의 영역전개 때문이었다.

     

    ‘속성을 공간 전체에 실어 전개하면 영역전개. 전개한 영역을 더욱 멀리 펼치면 영역확장. 전개하고 확장한 영역을 가공하면 영역특화.’

     

    아이린은 그 너머의 영역4단계, 주변 일대 공간에 자신의 의지를 각인하여 의지의 속도로 자유자재로 공격을 펼치는 각인영역의 경지에는 닿지 못했다.

    하지만 오크노디의 수많은 장난과 용사 이슈타르의 가혹할 정도의 강함을 지켜보며 체득한 마나제어술이 그녀의 마법을 더욱 고등한 경지로 끌어 올렸으니…

     

    [영역 3단계 : 한빙영역]

    [조건부 제어술식 : 지정무효]

     

    언제 어디서나 원점을 설정하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원점을 이용한 싱의 3단계 특화영역 <원점영역>과는 다른 권능이 펼쳐졌다.

    언제 어디서나 공간에 깃든 한기와 냉기를 급증시킬 수 있지만, 모든 공간의 온도를 한없이 끌어내리기만 하는 본래의 영역과는 다른 사용법을 찾았다.

    항상 주변 병사들까지 얼어죽을 위험을 무릅써야했던 과거의 트라우마를 ‘무시’하면 벌어지는 아이린 암흑진화루트에는 혹한영역이 있다.

     

    접근하는 모든 존재를 얼려죽인다.

    최후의 숨결이 코와 입을 벗어나기도 전에.

     

    그런 혹한보다 빙결등급은 낮아지지만, 한빙영역은 원하는 곳을 정밀타격하는 컨트롤에 보다 특화된 아군보호를 염두에 둔 기술.

    그녀는 홀로 대단한 강자들과 맞먹으려 드는 대신, 군세를 보호하고 강자들과 협력하는 길을 택했다.

     

    <지정무효> <지정특효>

     

    두 가지 술식을 주축으로 하는 아이린 광휘진화루트인 한빙영역은 고도의 마나제어술과 그녀의 인지력을 기반으로 매 순간 발동범위와 형태를 조절한다.

    일정 범위를 보호하는 구체를 감싸는 매서운 북풍.

    일정 높이 이상의 거대한 종족에게만 피해를 끼치는 얼음칼날.

    지정무효 술식이 새겨지지 않은 존재만 집어삼키는 크레바스까지.

     

    <카타콤의 대마나>

     

    지형변동에 준하는 변화는 일으킬 수 없었지만, 해골마법사들을 동요시키기에는 충분한 보조기 덕분에 카타콤 2차 원정대는 초반부의 히든군단마저 순식간에 격퇴할 수 있었다.

     

    또각. 또각.

     

    “제법이네. 내 걸음을 늦어지지 않게 만든 건 칭찬해줄게.”

     

    그 난리통에도 후배들 솜씨나 보자며 느긋하게 전장을 일자로 가로지르며 걸어오던 벨벳이 말했다.

     

    “그런데, 따라잡혔네?”

    “…선배가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는군. 서귀연 선배들이 나서기 전에 우리도 실력을 발휘할 차례야.”

     

    안데르센 대공자의 981기 서부귀족연합, 지젤의 암흑상회, 오크노디 없는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쟁쟁한 조직들이 앞다투어 돌진하니 1차 원정에서 도달했던 문보다 더 많은 문을 순식간에 가로지를 수 있었다.

     

    “많이도 왔군. 숫자만 늘어난다고 극복할 수 없는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마법이 쏟아지고 병장기가 부딪치며 대마력공격이 시설을 요동치게 만든다.

    요란한 굉음에 끌려나온 흑색갑주의 해골교관.

    카타콤 1차 원정대에게 패배의 고비를 맛보게 한 당사자가 다시금 거대한 대검을 치켜들었다.

     

    <질풍난격>

    <전장의 사자의 돌진>

     

    붉은 궤적과 함께 공간을 찢어발기며 휘둘러지는 대검의 검면은 모든 학생의 형상을 밀치며 카타콤의 벽과 천장으로 날리고 바닥에 내리찍었다.

    어떤 학생도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지만, 해골교관은 빠르게도 이변을 알아차렸다.

     

    “뼈마디를 뭉개는 손맛이 부족하군.”

    “아앗~~핫핫핫하하━! 소중한 피드백 감사해요. 앞으로는 다른 학생들의 뼈마디를 부수는 감각도 아낌없이 체험해서 재현율을 올려두어야겠네요. 그러다가 악역영애가 되어버릴지도 모르지만요?”

     

    허깨비처럼 사라지는 굉음과 만신창이가 된 학생들의 모습 너머로 나타나는 수많은 마법진과 총공세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

    그 중심에 선 이색적인 웃음소리에 특징적인 드릴머리를 지닌 만델라 영애의 곁으로 적발당한 <음공마법>을 회수하였다.

    음파에 마력을 실어 <거짓교전음>을 홀로 모두 꾸며낸 연산력과 표현력, 이해력은 이미 학생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기에 가능한 기만이었다.

     

    “끝이다. 만델라 영애의 웃음소리는 길어질수록 승기가 결정적으로 기울어져 있지. 이 정도로 긴 웃음소리를 듣고 버텨낸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니 저 선배는 뭐 하는 것도 없이 갑자기 불길한 소리를 해대고 있어?”

    “선배, 다물어요!”

    “후배들한테 욕이나 먹고 싶냐? 뒤에 가서 후속으로 몰려드는 언데드나 잡고 짜져있어.”

    “…”

     

    후배들 앞에서 아는 체를 하고 싶었던 선배 한 명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난에 시무룩해져서 울상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불쌍한 교관과 불쌍한 선배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