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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6

       무투제의 본선은 시답잖던 예선과 달리 제대로 된 비무였다.

       

       주변을 둘러싼 관중석.

       

       그 안에 큼직하게 마련된 두 개의 비무대.

       

       한 번의 두 쌍의 비무를 치르고 이긴 자가 다음으로 올라간다.

       참 간단하면서 편리한 방식이었다.

       

       “시작.”

       

       심판의 낮은 목소리에 즉시 열기가 몰아친다.

       

       “흐아앗!”

       

       “흐읍!”

       

       쿠웅-!!

       

       강기와 강기가 부딪히며 파장이 터졌다.

       

       와아아-!

       충격이 몰아칠 때마다 환호가 짙어진다.

       

       어디 가서 쉬이 볼 수 없는 절정 무인들의 싸움이다.

       

       관중들은 그 속도감과 힘에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부터 강렬하구만.”

       

       “누구라고 했지? 저 사내가 무풍쌍도(武風雙刀)라고?”

       

       철퇴를 든 거한이 거칠게 몸을 날리지만, 쌍검을 든 사내는 유유히 빠져나간다.

       

       무공을 모르는 이가 봐도 여유로운 몸놀림이었다.

       

       “무풍쌍도? 처음 듣는 별호인데…?”

       

       “호북에서 조금씩 유명해지고 있는 인물이오.”

       

       조금씩 시선이 쌍검의 사내에게 향한다.

       

       “대단하구만. 저 대철흑태(大鐵黑兌)를 아무렇지 않게 상대하다니.”

       

       철퇴를 든 무인은 절정 무인으로 사천 쪽에서 나름 알려진 인물이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걸 자주 쓴다고 하던가.

       

       그런 인물이 상대를 제압하기는커녕 저리 볼품없게 당하고 있다니.

       관중들이 흥미롭다는 듯 상대를 쳐다본다.

       

       이름이 잘 안 알려진 인물.

       한데 예상치 못하게 강한 힘을 선보인다.

       

       이는 구경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인이었다.

       

       “무풍쌍도라. 필히 기억해놔야겠소.”

       

       “앞으로 크게 될 인물일 것 같은데.”

       

       무인 한 명이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으면 무풍쌍도라는 고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식될 것이었다.

       

       칭-!

       

       무풍쌍도의 검에 살벌한 감각이 스민다.

       

       “큭!”

       

       그걸 본 대철흑태가 급히 철퇴를 크게 휘두르려 하지만.

       

       “늦었소.”

       

       이미 무풍쌍도가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탁-! 휘리릭-!

       

       철퇴는 끝내 무풍쌍도에게 닿지 못했고.

       서늘한 검 끝은 대철흑태의 목 끝에 먼저 닿아있었다.

       

       “…끄윽…! 제기랄!”

       

       상황을 확인한 거한이 부들부들 떨며 몸에 힘을 풀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본 심판이 손을 들며 말했다.

       

       “시합 끝. 십육 번 승리.”

       

       “좋은 승부였소.”

       

       “…가르침에 감사드리오.”

       

       비무는 무풍쌍도의 승리로 끝나고 관중들은 아쉬운 기색을 터트렸다.

       

       아직도 옆 비무대에선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만큼 무풍쌍도가 보여준 모습이 대단했다는 뜻이다.

       

       “아쉽소. 더 보고 싶었는데.”

       

       “본선에 올라갔으니 더한 걸 보여주지 않겠소?”

       

       “맞습니다. 제 조카가 일류 무인이라 좀 아는데, 저 정도면 아직 힘을 다 안 보여준 것 같습니다.”

       

       조카가 일류 무인인 것과는 무슨 상관인지 의문이나 이를 지적하는 이들은 없었다.

       

       “확실히 맹이 준비를 열심히 하긴 했나 봅니다. 첫날부터 이리 풍족할 줄이야.”

       

       “첫날이라고 기대를 별로 안 했는데…. 무풍쌍도도 그렇고 아까 본 군정검(珺正劍)도 그렇고. 예상치 못한 수확이지 않소?”

       

       “대단한 무인들이 이리 많았다니.”

       

       유명하지 않던 옥석들의 등장.

       이보다 중원의 인물을 뜨겁게 만들 것은 또 없으리라.

       

       어쩌면 앞으로 새로운 중원 십대 고수가 될 재목들을 보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무인의 역사를 함께 시작한다. 이를 꿈꾸며 관중들이 모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다음! 십칠 번 십팔 번.”

       

       두 사람이 내려간 자리로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난다.

       

       대철흑태와 비슷할 만큼의 덩치를 지닌 인물과 비교적 작고 훨씬 마른 체구를 지닌 무인이었다.

       

       이 중에서 거한을 본 누군가가 크게 외쳤다.

       

       “푸, 풍림위탄권이다!”

       

       “뭐라!?”

       

       “풍림위탄권이라고?”

       

       풍림위탄권 명청석.

       

       광동명문의 직계제자이자 현재 새로운 고수라 불리는 인물이다.

       

       경지는 마흔이 넘기 전에 절정을 넘어 완숙한 절정에 닿은 뛰어난 무인이라 했다.

       

       팔 척 가까운 키에 사내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구릿빛 피부의 미남.

       야성미를 지닌 이를 보며 관중석의 여인들이 무릇 홀린 듯 쳐다본다.

       

       “풍림위탄권이 벌써 나올 줄이야….”

       

       “이거 횡재로군.”

       

       여인이 아닌 사내들 또한 유명한 고수의 등장에 침음을 흘렸다.

       

       “하면, 상대는 누구지? 젊어 보이는데?”

       

       “젊은 수준이 아니라, 어린 것 아니오?”

       

       “상대가…아!”

       

       상대도 나름 알려진 인물이었다.

       

       “소염라. 저 청년은 소염라요.”

       

       “소염라?”

       

       그 소리에 사람들이 청년을 쳐다본다.

       

       약관을 간신히 넘은 외형에 사나운 눈매. 

       거기에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소염라라면…. 호협의 자식이 아니오.”

       

       “그 신룡관 사건의….”

       

       어렴풋이 아는 듯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풍림위탄권에 비하면 소음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이마저도 많이 달라진 것이리라.

       

       “소염라면 유탄검과 다툼이 있었다는 청년 아니오?”

       

       “맞소. 유탄검과 검을 나눴다고 하였지.”

       

       “…아니, 고작 약관을 넘은 인물이 유탄검과 합을 나눴다고?”

       

       중원 백대 고수 유탄검.

       

       그와 소염라가 맞붙었었다는 소문이 며칠 전 퍼진 적이 있었다.

       

       “당연히 유탄검이 봐준 것이겠지.”

       

       사람들은 유탄검이 배려를 한 것이리라 판단했으나 일각에선 이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아무리 봐주었다 한들, 후기지수가 유탄검과 검을 나눴다는 건 수준이 입증됐다는 것 아니겠소.”

       

       “그것도 맞소. 심지어 본선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 가치를 입증한 것이지.”

       

       소염라라는 별호를 받으며 후기지수에서 멀어졌다고는 하나.

       그래 봐야 약관의 청년. 여전히 사람들에겐 후기지수 취급이었다.

       

       “쯧….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게요. 운 좋게 여기까지 왔을 터인데….”

       

       “하필이면 상대가 풍림위탄권이라니….”

       

       절정을 넘어 완숙한 절정이라는 풍림위탄권.

       

       조금 있으면 화경에도 닿는 건 물론, 백대고수 반열에도 금새 오를 거라는 평이 있는 노련한 인물이었다.

       

       약관을 넘은 청년이 마주하기엔 너무나 큰 벽이다.

       

       “저 청년에겐 좋은 경험이 되었겠지.”

       

       “암, 선배와의 대련은 후배에게 엄청난 기연이라던데. 저 청년에겐 좋은 선물이 될 것이오.”

       

       누구도 소염라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다.

       세간의 인식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마주섰다.

       

       “준비되었소?”

       

       “예.”

       

       “준비됐어요.”

       

       풍림위탄권이 자세를 잡으며 말했고.

       소염라가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그 태도에 심판이 문득 미간을 찌푸리나. 우선은 비무가 먼저였다.

       

       “…그렇다면 시작하겠소.”

       

       손을 낮게 뻗었다.

       

       “비무.”

       

       이어 말을 뱉으며 심판이 뻗은 손을 들어 올렸다.

       

       “시작.”

       

       그렇게 심판이 말을 내뱉은 순간.

       

       쿠우우우우웅—!!!

       

       “…!!”

       

       “헉!?”

       

       풍림위탄권의 육체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투기(鬪氣).

       

       형체를 띈 묵직하고 거친 투기가 사방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큭!?”

       

       옆에서 비무를 벌이던 다른 이들이 멈칫하며 움직임이 꼬인다.

       

       나름 거리를 벌려놓았건만. 다른 비무대까지 영향이 간 것이다.

       

       엄청난 압력.

       공기의 흐름까지 뒤바꾸는 지대한 기운.

       

       점차 풍림위탄권을 기점으로 균열이 이르는 걸 보며 관중석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화, 화경이야…! 풍림위탄권은 화경의 무인이다!”

       

       그 외침은 곧이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화경이라고…? 풍림위탄권은 분명 완숙한 절정이라 하였는데…?”

       

       “힘을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저건 화경급의 기세였다.

       

       일반인들이야 잘 모를 수 있으나. 관중석엔 무인도 섞여 있었기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풍림위탄권은 경지를 감추고 있었고.

       그대로 비무제에 들어와 본선부터 자신을 선보인 것이다.

       

       “말, 말도 안 돼…. 새로운 화경무인의 탄생이라니.”

       

       “이걸 두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새로운 역사의 시작.

       

       마흔도 안 되어 화경에 닿았다는 건, 훗날 십대 고수 반열에 오르기 충분하다는 소리다.

       

       풍림위탄권의 가치가 급속도로 폭등하기 시작했다.

       

       그그그극-!

       

       기세를 계속 끓어 올리며 풍림위탄권이 자세를 잡는다.

       그러면서 앞에 청년을 보며 말을 꺼내 들었다.

       

       “…미안하게 되었소.”

       

       “음?”

       

       거한의 말에 청년, 구양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말입니까?”

       

       “적어도 한참 어린 후배 앞에서 이러고 싶진 않았으나. 끝내 상황이 이리되었음을 사과하오.”

       

       참고 참아왔던 제 힘을 모두 보여주었다.

       

       맹에 자신을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그 여파로 인해 모든 이들이 풍림위탄권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그걸 들은 구양천이 피식 웃으며 답하길.

       

       “괜찮아요. 그런 거면 사과 안 해도 됩니다. 오히려 고맙죠.”

       

       “…”

       

       구양천의 태도에 풍림위탄권이 낮게 웃었다.

       

       이미 자신의 힘을 보고 포기라도 한 걸까?

       풍림위탄권은 다소 씁쓸한 감정을 느껴야 했다.

       

       명성을 위해 선보였거늘, 그게 하필이면 한참 후배의 앞이다.

       

       창피한 감각이 물씬 올라온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미안하오.’

       

       부디 자신의 빛이 저 청년의 앞을 가리지 않길.

       

       앞으로의 노력 앞에 벽이 되질 않길 바라며 그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적어도.

       

       ‘최선의 일격을 보여주어야겠지.’

       

       자신이 벽을 넘으며 얻어낸 절기를 보여주어야겠다.

       

       많은 이들에게 보여줌과 동시에, 가르침이라 포장해 청년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풍림위탄권이 서서히 기운을 뭉쳐냈다.

       

       “후우우!”

       

       구구구궁-!

       기운이 압축되며 풍림위탄권의 육체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이, 이 정도의 기운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대로만 가면 풍림위탄권은 먼 훗날 중원 십대 고수에 오를 것이다.

       

       삼존이 하늘이라면 그들은 땅을 지배한다고 했다.

       

       무인들에겐 절대격인 존재들.

       

       그런 위치에 오를 인물의 탄생이었-.

       

       “꺽.”

       

       쿵.

       

       당장 환호를 내지르려던 이들이 몸을 딱딱히 굳힌다.

       

       “응…?”

       

       “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릎을 꿇었다.

       

       그리 많은 기운을 터트리던 풍림위탄권이 비무대 위로 갑자기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스으으.

       

       서서히 거한의 육체가 바닥을 향해 쓰러지고.

       쿠웅-!!! 지면과 맞닿아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어…어어? 어?”

       

       풍림위탄권이 쓰러졌다.

       방금까지 관중석을 꽉 채우고 있던 소리 또한 사라졌다.

       

       그곳에 울리는 건 오로지 하나뿐이다.

       

       뚜벅.

       

       작은 발소리.

       

       쓰러진 풍림위탄권을 지나쳐 누군가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구양천이다.

       

       어느새 그의 옆에 있던 청년은 천천히 걸어가 원래 있던 자리에 섰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구양천이 쓰러지던 풍림위탄권 옆에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원래 자리로 돌아간 구양천은 천천히 예를 갖췄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그는 기절한 풍림위탄권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

       

       “…”

       

       관중석에서 흐르는 건 온전한 무음(無音)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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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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