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706

       

        

        

        

        

        

        

        

        

        

       “비 오네요.”

        

       “얼마 전에도 비가 몇 번 내렸지요. 막내는 표정이 꽤 좋아보이는데.”

        

       “저야 그, 보통 비 오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몸이 이렇게 되면서 조금 그렇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으음.”

        

        

        

        오전 11시, 뉴욕 시 전체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벌써 작전에 투입된 지 12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구름이 낀 탓에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하늘과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까지. 다행히도 나는 비가 너무나도 좋았다.

        

        코가 아파올 정도의 짙은 혈향이 비에 쓸려내려간다.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대거 팀이 첫 8시간 동안 사살한 적의 수는 천 명이 넘어갔으니까.

        

        온전히 대거 팀만을 카운트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고, 클리너의 킬카운트까지 포함한다면 글쎄다, 대략 한 1800명 가량 되지 않을까. 거의 1개 연대가 증발해버린 셈이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브롱스의 모든 폭도들 대가리에 납탄…아니, 철갑탄을 박아줄 것만 같던 대거 팀의 행보는 어쩔 수 없이 잠시 멈춰서야만 했다.

        

        이유야 여럿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비와 타이탄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미친 놈이 대놓고 넓은 대로로 접근했기에 망정이었지만, 피할 공간도 협소한 좁은 골목이나 복도에서 마주친다면 대거 팀 역시도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만 한다.

        

        

        

        음, 논리적이면서도 명철하고 지적인 지적이다.

        

        솔직히 나 역시도 좀 많이 부담스럽긴 했다. 하마터면 여기서 한두 명 정도는 그다지 좋지 못하게 될 뻔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그걸 로건 씨가 정면에서 받아내버린 것은 조금 많이 놀라웠지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또 로건 씨가 그걸 막아줄 수 있냐고 묻는다면…그건 절대 아니지 않을까. 막을 수 있단 거랑 방어 전담이 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잖아.

        

        게다가 로건 씨는 지금 꽤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었으니까.

        

        

        

       “후, 씨발. 이렇게 될 것 같긴 했는데.”

        

       “손목이 아주 탱탱 부었잖아. 자가치유기능 작동 중이니 금방 괜찮아질 거야. 파스 좀 뿌리고 대기하자고.”

        

       “손가락이랑 손목 뼈가 전부 산산조각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이 미친 놈아. 어떻게 거기서 달려드는 곰 새끼 얼굴에 카운터 펀치를 박을 생각을 하냐?”

        

       “그럴 수도 있지, 망할…아무튼 죽였으니 됐다. 자동차를 던지는 미친 놈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래도 팔뚝은 멀쩡해서 다행이구만.”

        

        

        

        상남자 중의 상남자가 따로 없다, 진짜.

        

        그래도 어떻게 보면 그럴 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같은 곰이잖아. 내가 아나콘다가 아니라 곰이었더라면 한 번쯤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

        

        물론 로건 씨의 앞에서 그런 말을 입에 담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아마 그랬다면 지금쯤 헤드락에 걸려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열두 시간 가량의 작전 동안 수많은 교전이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대거 팀이 입은 가장 큰 손실은 지금 보다시피 로건 씨의 손목 정도.

        

        물론 나를 포함해서 다들 몸에 십수 발씩 총알을 얻어맞았지만, 이카루스 기어의 실드는…말 그대로 무안단물이 따로 없었다. 단 한 발의 총알도 몸을 관통하지 못한 것이었다.

        

        실드가 없었더라면 다들 진즉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갱단의 추산치가 얼마라고 했지?”

        

       “어림잡아 1만 4천에서 5천 정도. 거기에 라이커까지 좀 끼어들었으니 무난하게 1.6만이라고 하자고.”

        

       “그럼 대략 8명 중 1명 정도 사살한 셈인가. 나쁘지 않은데. 이 정도면 어디 처박혀있는지도 모르는 폭도 놈들 부랄을 싸그리 쪼그라들게 만들기엔 충분할 것 같긴 하지만….”

        

       “그걸로는 안 되죠. 싸그리 잡아버려야 후환이 없을 텐데.”

        

        

        

        그러던 와중에도 다른 쪽에서는 뒤숭숭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물론 놀랍지는 않게도 나 역시 저 분들의 대화에 찬성하는 측이었다. 까놓고 말해 나는 브루클린에서…탈옥수에게 강간당할 뻔했기도 하고, 엄밀하게 따지면 갱단이나 탈옥수나 거기서 거기잖아.

        

        다 죽여버려야 마땅한 놈들이다.

        

        그리고 좀 더 대국적인 부분을 살펴본다면, 거의 모든 갱단들이 꼬리를 싸그리 내려버리지 않는 이상 – 설령 그것도 확실히 믿을 수 없을 것이다 – 철도를 원활히 운용할 수 없게 되겠지.

        

        누가 IED라도 철도에 깔았다간…어떻게 되겠어. 그 순간 대참사가 나는 거다.

        

        

        로건 씨도 딱히 여기서 전투를 멈출 예정은 아닌 듯했고, 탄환과 전투보조장비들은 드론이 계속해서 날라준 덕분에 문제도 아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폭도들의 전투력은 그리 썩 좋다고 하기도 뭐했다. 우리는 적어도 탄은 빵빵하게 지급받잖아. 근데 저쪽은 다른 곳에 흩뿌려진 물자를 또 털거나 하지 않는 한 탄환도 별로 없겠지.

        

        게다가 전직 군인도 아닌 이상 사격술을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닐 거고, 그런 사람들이 조정간을 단발과 연발로, 때에 맞게 조정하며 싸울 리가 있기나 할까.

        

        

        

       ‘아무튼….’

        

        

        

        말이 길어졌다.

        

        굳이 요약할 필요도 없었다. 적은 숫자만 많은 멍청이들이고, 우리는 저들을 싸그리 으깨버릴 것이었다. 더 이상은 힘들어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로건 씨도 대충 비슷하게 생각한 듯했다.

        

        

        

       “다음 작전 지역은?”

        

       “확인 중. 아마 철도 있는 방향으로 다시 가게 될 것 같아. 보수 여부 확인하고 클리너랑 합류해서 지하철 역 내부로 돌입하게 되겠지.”

        

       “방패는 오른손 팔뚝에 고정하고, 왼손으로 권총 들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후, 같은 곰도 때려잡은 북극곰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오른손 줘. 부목 댈 테니까.”

        

        

        

        올리비아 씨는 한숨을 내쉬며 톤 단위 무게의 타이탄을 때려잡았다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얇고 가느다란 로건 씨의 손목을 붙들었다.

        

        손목 비틀기 한 번에 단번에 굽어져버릴 것만 같은 얇은 부목을 대고 붕대로 감는다. 거기에 추가적인 조치 몇 개까지. 로건 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뭐어, 별 수 있나.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이카루스 기어가 진동하더니, 이내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대거 팀이 있는 방 근처에 쿵 하고 떨어졌다.

        

        아까 말했던 탄환과 전투보조장비들이었다.

        

        

        

       “손상이 심대하지 않다면 1300부터 다시 작전을 시작하라는 명이 내려왔다.”

        

       “그 즈음이면 손목도 거의 정상으로 되돌아오겠지. 조금만 쉬어야겠어….”

        

       “타이머 맞춰줄까요?”

        

       “징그러, 이 자식아.”

        

        

        

        로건 씨는 한숨을 내쉬며 병원 침대 매트리스에 몸을 기댔고, 머잖아 작은 숨소리만을 내며 그대로 잠들었다.

        

        주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도 상관은 없을 터였다. 이카루스 기어는 소음 차단 기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사방팔방이 시끄러워도 얌전히 잠들 수 있다는 소리였다.

        

        필요한 탄환의 갯수를 정확히 산정하기도 했고, 그 때문에 박스 안에는 딱 그만큼만이 들어있었다. 그 때문에라도 다들 서플라이 박스에 목을 메는 일은 없었다.

        

        조용한 날이었다.

        

        더군다나 비까지 내린 탓에 마치 ASMR을 듣고 있는 듯했다.

        

        

        

       “아으음, 졸려어….”

        

       “세상 편한 하품 소리구만.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 작전이 오래 이어지면 졸린 게 당연하거든. 막내도 더 쉬어.”

        

       “무릎베개 해주세요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임마!”

        

       “끼약!”

        

        

        

        당연하겠지만 딱밤을 맞아버리고 말았다.

        

        너무해, 알파급 변이자 숙소에선 자주 해줬으면서…라고는 하지만, 지금 와서 말하기엔 쪼끔 그런가. 나는 실컷 볼을 꼬집히게 되었고, 올리비아 씨가 아무 때나 이런 걸 해주는 건 아니란 걸 배웠다.

        

        뭐어, 창피한 게 당연할지도 모르고. 나는 하는 수 없이 로건 씨처럼 적당히 누웠고, 다시금 오고 있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잠 자체가 조금 부족했기에 졸음은 금방금방 왔다.

        

        생각이라는 개념 자체가 머릿속에서 녹아내리며 세상은 무아지경이 되었다.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몸은 할렘 어딘가의 병원에 박혀있었지만. 여전히 브루클린의 어딘가를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한국은 멀쩡할까. 부모님은 잘 계실까…그런 모든 생각들이 전부 잠이라는 도가니에 담겨 형체도 모를 정도로 녹아 흩어져 사라졌다.

        

        태양이 중천에 떠오르고 있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다.

        

        내 마음처럼.

        

        

        

        

        

        

        

        

       “…볼 때마다 참 안쓰럽네.”

        

       “이러니까 애를 가만히 놔두고 배기겠어? 포옹도 해주고 그럴 수 있는 거잖아.”

        

       “아니, 그건…그럴 수 있긴 한데, 아직 내가 조금 부담스러운 거지. 난 아직 그 뭐냐, 마음의 준비가 좀 덜 됐다니까.”

        

       “쓰읍.”

        

       “…망할, 날 쓰레기로 만들려고 하네, 이 나쁜 놈들아. 알았다고!”

        

        

        

        한편, 유진이 눈물을 흘리며 잠든 방 안.

        

        한 시간 정도 취침한 로건이 먼저 깨어났을 즈음, 그녀는 다른 변이자들에 의해 쓰레기가 될 위기에 처했다.

        

        로건의 인생 첫 번째 변이자-포옹이 있기까지 얼마 전이었다.

        

        

        

        

        

        

        

        

        

        

        

        

        

        

        

        

        

        

        

        할렘 병원의 위, 제42지원연대의 건물을 장악하고 있던 블러드후드 갱단을 완전히 으깨버리고, 할렘 강을 가로지르는 145th 다리를 건넌 뒤,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철길의 주변 건물을 샅샅이 훑는다.

        

        13시부터 재개된 교전. 이미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아직 한참은 센트럴 파크로 돌아갈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열한 명은 브롱스를 컨트롤하기엔 무척이나 부족한 숫자였고.

        

        

        다행히 클리너들은 무자비하고 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북상했다. 그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건물 하나하나를 밀어버리는 속도도 엄청났고, 드래곤이란 이름의 정신나간 병기도 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거 팀은 그렇지 못했고, 메트로폴리탄 안에 숨어있는 폭도들을 전부 찾고 잡아내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상부는 완전한 절멸전을 시행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는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물론-

        

        

        

       “…센트럴 파크, 당소 대거 팀. 현재 신 시티 캬바레라는 한 나이트클럽에 있고…이곳에서 갱단에 의한 민간인 다수 살해의 현장으로 보이는 광경을 육안으로 식별했다.”

        

        

        

        적을 반드시 말살해버려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다면, 그것이 곧 원동력이었다.

        

        이카루스 기어의 수많은 기능 중 하나인 에코 기능. CCTV의 시각 및 청각 데이터를 분석한 후, 특정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홀로그램으로 형상화하는 기능.

        

        그것이 작동된 순간, 대거 팀은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어떻게’ 죽어나갔는지를 아주 잘 알게 되었다 – 물론 다 썩어가는 시체들 위에서 보았단 소리였다. 한참은 오래 지난 일인 듯했으니까.

        

        

        

       -겁낼 것 없어. 룰도 간단하지. 술을 더 많이 마시는 놈이 살아남는다. 이 얼마나 자비로운가. 그럼 빨리 시작하라고, 하하!

        

       -씨, 씨발…나는 집에 아이가 있어, 돌아가고 말…우웨에엑, 쿨럭, 이건 락스잖아, 웨엑…!

        

       -아, 그랬나? 미안하구만. 근데 뭐, 이런 상황에서 더럽게 비싼 술을 어떻게 준비해주겠어? 그냥 락스로 참으라고. 그래서 안 마시겠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친구?

        

        

        

        하나.

        

        

        

       -제, 제발, 살려줘! 제발! 앞으로 이 근처에 다시는 안 얼쩡거릴 테니까!

        

       -손바닥은 5점, 팔과 다리는 10점. 복부는 15점. 그리고 머리는…20점? 하하, 재밌는데! 내가 또 한때 레크리에이션 강사였지.

        

       -표창, 수리검, 단검이라. 내가 이런 거 좋아하는지는 또 어떻게 알고. 어디 한 번…하하! 15점이다, 새끼들아!

        

       -흐어억, 아아아악…! 그만, 그만해! 제발-!

        

        

        

        둘.

        

        

        

       -파티에 음악이 빠지면 쓰나. 자꾸 피아노가 멈추는데, 이러면…곤란하지!

        

       -흐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가아…!

        

       -와우, 대퇴동맥을 통째로 끊어버렸구만. 분수가 따로 없구…이봐. 누가 멋대로 연주를 중단하라고 했지? 허벅지에 칼 좀 박힌 걸로 징징대지 마.

        

       -끄, 끄어억…끄극….

        

        

        

        셋.

        

        물론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이었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던, 그리고 바이러스 사태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무런 존엄성도 지키지 못하고 죽어나간 것이었다.

        

        그러나 대거 팀의 분들은 그 사실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당장 그 자리에 주저앉아 구역질을 하고 있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결코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사망한 지 적잖아 4일이 넘게 지났어. 형체가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대충 느낌이 오는군.”

        

       “마라 살바투르차의 짓이다. 이런 짓거리를 벌일 놈들은 갱단 중에서도 수가 그리 많지 않지.”

        

       “정확히 어디에 어떤 갱단이 얼마나 분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두 명 정도 살려놓고 물어보면 되려나 모르겠구만.”

        

       “막내, 집에 돌아가기까지 꽤 걸릴 것 같군요…물론 이해하리라 믿어요.”

        

       “네에….”

        

        

        

        이해하지 못할 수가 있을까.

        

        이 사람들은 나였다. 내가 파쿼슨 대위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브루클린에서 총을 맞아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버린다면, 브루클린에서 제107헌병중대와 같이 퇴각하지 못했더라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엔딩이었다.

        

        그 사실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날수록 끊임없이 드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 이런 특수한 상황이기에 상부는 절멸전을 원했고, 그것이 옳은 게…아니,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게 맞았다.

        

        

        

       “…로렌티나 씨. 만약 이 폭도들을 전부 지워 없앤다면…좀 더 좋은 세상이 될까요?”

        

       “우선, 그런 건 막내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것부터 먼저 알려줘야겠군요. 지금 이행하고 있는 건 명령이고, 대거 팀은 이 명령의 타당성을 몇 번이고 심사숙고했으며, 충분히 타당하다고 평가했어요.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마세요.”

        

       “…역시 그렇겠죠?”

        

       “물론.”

        

        

        

        …뭐라고 해야만 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것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었다. 끔찍한 광경을 보고 나가버릴 뻔한 내 정신을 갈무리해준 거니까.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더 이상 이상한 생각을 하기 전에 밖으로 나갔다.

        

        슬프게도, 잠깐 거기 있었다고 이미 몸에서는 끔찍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후각 차단을 풀지 말 걸 그랬어. 아무튼 옷은 돌아가면 무조건 빨아야만 할 것 같았다.

        

        …신원도 모르는 수습되지 않은 시체들 백수십 구 이상을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이곳에 온지 고작해야 몇 개월, 전투원으로 뛰게 된 지 그 절반밖에 안 지났음에도 벌써 이런 생각을 하고….

        

        

        머리가 아팠다.

        

        그러고 있자니 어느 순간 뒤에서 익숙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막내.”

        

       “…바쁘실텐데 따라오셨네요.”

        

       “심리치료도 팀장이 해야 하는 무수한 일거리 중 하나죠. 오늘 일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걱정하지 마요. 상부가 저 광경을 전해받은 이상 결과는 절멸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겠죠…?”

        

       “당연한 말을.”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다.

        

        이런 걸로 위안을 받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로렌티나 씨는…다분히 무언가 의도가 느껴지는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제가 이렇게까지 챙겨주는데, 부디 잊지 않기를. 후후후….”

        

       “…아유, 물론이죠. 제가 로렌티나 언니 아니면 누굴 믿는, 앗.”

        

       “언니…언니라. 살면서 한 번도 들을 일 없을 호칭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로군요. 그래요. 저 아니면 누가 우리 귀염둥이를 챙겨주겠어요?”

        

        

        

        그러더니 이 분은…내 손에 트라이던트 휘장 하나를 쥐여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건 분명…해군 오라는 신호가 아닐까. 당연하겠지만 그게 아닐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나는 그런 의도는 아님’을 어필하는 것까지 여러 의미로 완벽했다.

        

        삽시간에 묘해지는 내 표정을 뒤로 한 채 로렌티나 씨는 느긋하게 다른 곳으로 걸어갔고, 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과연 내가 어디로 가게 되려나.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중의 나는 차라리 해군으로 가야 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상어는 여러 의미로 뒤끝이 있었다.

        

        

        

        

        

        

        

       -당소 그린우드, 30초 내로 맨해튼 북부에 도착할 예정이다. 동부방공구역(EADS)은 여전히 침묵 중. 당분간은 작전 진행에 큰 차질 없을 것으로 확인됨.

        

       -알겠다, 그린우드. 도착하는대로 최대한 빨리 갱단들과 접촉해 ‘재활용’을 시작하도록.

        

       -확인. 자리를 잡으면 다시 연락하겠다.

        

        

        

        뚝.

        

        끊어진 통신을 뒤로 한 채, 그린우드라 불린 이는 수송기에 가득찬 무인기와 드론, 수백 정에 달하는 총기와 오만가지 정체모를 기계 등등을 훑어보았다.

        

        그의 머리와 척추에는 아르테미스의 문양이 선명하게 각인된 장치들이 달려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라리바렛의조끼…라모스경사…렉뺑이…큭…머리가…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