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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7

    <707 – 불쌍한아이(7)>

     

    학생들이 흔히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교관은 무조건 교수의 편이고 학생의 적이라는 편견.

    그 편견이 때로는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럼 너희가 걱정되지 않았으면 피해의 대부분을 내 몸으로 받아가면서 기술을 썼겠냐? 밖으로 다 분출하면 속도 편하고 시원했을 텐데.”

    “맞는 말씀이시군요.”

     

    아스타로트가 솔직히 수긍했다.

    교관을 쓰러뜨린 당사자의 동의에 눈치가 느린 학생들이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다.

     

    “뭐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적이 아니었어?”

     

    아카디아 영애가 굳은 얼굴로 나섰다.

     

    “실은 학생들을 걱정하는 착한 교관이었다. 그런 말이라도 하시는 건가요?”

    “너희는 모르겠지만 사다코 교수는 현재 안식기를 지니고 있다. 나는 이 시기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목숨이 여러 개라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성급한 성격이 된 데드캣이 불쑥 물었다.

     

    “그럼 오히려 기회 아니냐? 안식기에는 딜이 300% 들어가는 약점이 생겨서 몸을 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냐.”

    “데드캣 선배의 말도 그럴싸하군. 상식적인 추론으로도 고수들에게 안식이란 보통 심신의 피로가 가득해 휴식이 필요한 시기라고 들린다.”

     

    1학년의 상식인 포지션 자쿠의 어시스트에 많은 학생이 솔깃해하자 해골교관이 혀를 찼다.

    진실이 들켜서 난처해진 범인의 태도가 아닌, 세상물정 모르는 핏덩이들의 헛소리에 기가 막혀서 나온 사회생활 선배의 답답함이 고개를 내밀었다.

     

    “사다코 교수가 안식기를 지니는 까닭은 심신의 피로 때문이 아니다. 그분의 안식기는 마음이 흉포하고 내면의 악마성이 깨어나려는 시기에 가지시지.”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에 한참 들썩거리던 희망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난리를 틈타서 나 부활해도 되니? 하고 달그락거리며 조립되던 해골병사가 싸해진 분위기를 읽고는 제 손으로 뼈를 다시 분질러 흩어졌다.

    아카디아가 재학생 대표로 물었다.

     

    “…사다코 교수님이 악마셨나요?”

    “아니. 소싯적에는 악마들도 진로상담을 받고 갈 정도로 대단한 분이셨지. 그런 분이 아카데미 밖에서 살던 대로 막 살거든 기프트 아카데미는 진즉에 언데드 양성기관이 됐을 거다.”

    “……그럼 교관님은 지금 우리에게서 사다코 교수님을 지키느라 열심히 싸우신 게 아니라 반대로…”

    “너희처럼 죽고 싶어 환장한 것들을 곱게 지상으로 되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지.”

    “아……”

    “심지어 초과근무에 새벽근무, 대청소 및 시설정비, 물자보급, 병졸영혼조율의 업무까지 총괄하면서.”

     

    듣기만 해도 끔찍한 기분이 드는 구체적인 내역에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아카디아가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

     

    “후배들을 배려해 주신 교관님께 이토록 폐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아앗!”

     

    정말 고개를 들 낯이 없는 상황이었다.

     

    “괜찮다. 내가 학생이라도 전후사정을 몰랐으면 화가 나서 교수님에게 쳐들어갔을 상황이니.”

    “그래도 저희가 틀리지 않았다는 건 알아주시는 건가요?”

    “친구가 생매장을 당한 것도 모자라서 흙 속에서 언데드들이 사령마법을 가득 실은 손으로 사지를 붙잡아 점점 지하로 끌고 내려가는 걸 받아쳐 가면서 저항하느라 기진맥진해서 돌아갔는데 그걸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으면 친구라고 부를 수도 없겠지.”

     

    알던 것보다 더 심각한 강의 내용에 3학년 선배들까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아하핫. 아카데미에서 절대로 강의를 들어서는 안 되는 교수목록에 사다코 교수를 추가해야겠네요. 이런 중요한 사실을 왜 지금껏 몰랐을까요?”

    “애초에 수강생을 찾기 드문,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 비인기 교수니 그럴 만도 하다냐.”

    “그게 중요하니?”

     

    또각.

     

    많은 대화가 있고, 많은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지금.

    변치 않은 것은 벨벳 선배의 걸음뿐이었다.

     

    “오랜만의 몸풀이에 교수를 향한 하극상까지. 이토록 재미난 일을 하러 와놓고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

     

    교관은 잠자코 벨벳의 앞에서 문 옆으로 비켜섰다.

    위풍당당한 벨벳은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교관의 곁을 지나쳤다.

    처음부터 교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처럼.

    지근거리에서 그녀를 보낸 해골교관은 느꼈다.

    오만한 자기 확신?

    그런 게 아니다.

    저 학생에게는 그만한 자격이 있다.

    마치 ‘그녀’, 사다코 교수와의 첫 만남에 느꼈던 감동과 경악,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생명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생명의 신비에 경외감을 느끼듯이 감정이 절제되지 않았다.

    언데드의 이미 죽어버린 심장을 대신한 인공기관조차 설레는 기분에 마나를 피처럼 돌려댈 정도로.

     

    ‘영역 4단계의 각인영역. 그런 각인을 상시 제 주변에 두르고 있구나.’

     

    고수들조차도 격전 도중, 필요한 적재적소의 순간에 꺼내어 사용해도 마나가 급속도로 고갈되는 영역 4단계의 강함을 상시발동한다.

    벨벳에게는 그것을 가능토록 할 마나제어술과 특대량의 마나가 존재했다.

    단순히 양만 많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순도.

    마나의 질 자체가 뛰어나 유지력과 가성비가 뛰어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마나의 가성비는 보통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 자리에는 해골교관을 제외하면 단 세 명의 사람만이 그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하나는 차세대 용사 아스타로트.

    전쟁세대의 주역이었다.

    그의 빛나는 재능은 벨벳의 경지를 온전히 꿰뚫어 보았다.

    이는 그가 벨벳을 인정하며 집행국 및 학생회에 발을 들였던 이유이기도 했다.

    띠또와 함께 환경미화국이라는 학생회 산하 신설국을 받았음에도 띠또에게 환경미화국 국장 자리를 넘겨주고 집행국 차기국장을 노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어설픈 권력보다는 저 여자의 아래에서 더 높이, 더 멀리 성장할 수 있다.

    어떤 고수는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워갈 것이 많았다.

     

    또 하나는 만델라 카스테라.

    980기 학년수석이자 학년최강자였다.

    소리의 파장에 마나를 실어 다양한 상태이상을 발현시키는 음공의 고수에게는 필연적으로 고도로 정제된 고순도의 마나와 마나제어술이 필요하다.

    지난 일년, 오크노디와 981기 후배들의 강함에 자극받아 절치부심했던 학년사천왕 가운데 만델라만큼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은 없었다.

    크라켄 소동으로 자신의 음공의 무력함을 체감하기까지 한 만델라는 <동귀어진의 상시발현>이 가능해진 데드캣보다 더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 그녀이기에 벨벳 선배가 걸음마다 발산하는 파장이 그녀에게 도로 수렴하며 마나의 소모값이 한없이 낮아지는 것을 느꼈다.

    마나파장의 완전지배.

    공격으로 사용하면 상승효과는 예측도 되지 않는다.

     

    마지막 하나는 즈앙.

    981기의 유일한 깨달은 자였다.

     

    “공간적성이 1000점을 넘으면 따라할 수 있어!”

    “그 적성은 어떻게 올리는데?”

    “공간적성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으면 돼!”

    “…재능이 없으면?”

    “다른 속성내성을 올리듯이 관련된 환경을 경험해야겠지? 공간적성이라면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고.”

     

    바로 어제 대화를 나눈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대화는 피도둑 테트라포스 선배를 벨벳이 거대화 구두로 묵사발을 내었던 무렵의 대화였다.

     

    “그런 공간을 몇 개나 접해야 하는데?”

    “최소 1000개!”

    “최대는?”

    “10만 개!”

    “포기할래.”

     

    당시의 즈앙은 강자 앞에서 버텨보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여우가면을 꾹 눌러쓰기 바빴다.

    지금은 달랐다.

    가면에 얹어야 할 손에는 어떠한 떨림도 없이, 본능적으로 암기를 수납한 암기장갑의 스위치에 손가락을 얹으며 상시 임전태세를 유지했다.

    교관이 합리적인 이유로 자신들을 방해했듯이 벨벳도 어떤 이유로 돌변할지 모르니까.

     

    “두렵다면 돌아가렴. 겁먹은 새끼양들을 이끌고 나가는 목동이 될 생각은 없으니. 내게는 그런 지도자의 자질까지는 없어. 애초에 이 너머는 각오 된 자만의 영역이니까.”

    “무엇에 대한 각오죠?”

    “한때 세계의 거악이라 불렸던 전대거악의 제어되지 않는, 배려심 없는 무자비한 강함을 진심으로 맛보려는 각오.”

    “…!”

    “흥미롭지 않니? 그 ‘오크노디’는 이미 한 번 ‘혁명가’를 쓰러뜨리며 맛본 강함일 텐데, 어째서 사다코 교수 앞에서는 이토록 무력한지.”

     

    관점 자체가 달랐다.

    그녀는 오크노디의 구원을 위해 온 것이 아니다.

    그녀의 강함에 의구심을 품었다.

    혁명가의 명성이 허울뿐은 아니었는지 의심했다.

    혹은 사다코 교수가 특별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 쪽이든 하나는 명백했다.

    이 여자는 거악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초절고수다.

    괜한 물음에 마음이 꺾이려던 아카디아의 옆구리를 작은 손가락이 쿡 찔렀다.

     

    -디아 언니. 무슨 생각해요?

     

    마치 오크노디가 그랬던 것처럼.

     

    “멍청히 서있지 마. 모두가 당신만 기다리고 있어.”

    “즈앙.”

    “…아무리 오크노디가 아니어도 대놓고 아쉬워하는 건 너무하지 않아?”

    “미, 미안해요. 왠지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

    “당신이 따라가지 않아도 난 계속 갈 거야. 그러니 결정해.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다른 동기들을 위해서라도. 나아갈지, 물러설지. 이미 목적은 이뤘어.”

     

    오크노디를 위해 사다코 교수를 찾아가 항의한다.

    이는 벨벳이 호승심을 품은 것으로 ‘자동’적으로 달성될 일이다.

    단지 그 역사적인 순간에 자신들이 함께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따라가고 싶어요. 벨벳 선배의 말씀이 마음에 걸렸으니까요.”

     

    현시대 삼대거악 중 하나인 초대혁명가를 토벌할 정도로 강력했던 오크노디가 왜 사다코 교수 앞에서는 이토록 무력한가.

    사다코 교수가 그만큼 특별하고 잘난 교수라면 왜 오크노디에게 저리 못되게 구는가.

    오크노디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그녀의 말에 오크노디 엄마입후보자 헤스티아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도 아카디아 영애를 따랐다.

    모두가 나서지는 않았다.

    남은 것은 고작해야 10%.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숫자였다.

     

    “얼른 가야해! 벨벳 선배가 멀어지면서 해골들이 조립되어서 다시 몰려들려고 하고 있어!”

     

    도로시가 숲지기의 본능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재빨리 길을 나설 것을 재촉했다.

    급히 벨벳 선배의 뒤를 따라나서는 일행 사이로 티토소가만이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오크노디라면 와! 특별수련! 하고 좋아할 텐데 왜 그렇게 요 며칠간은 지쳤던 걸까?’

     

    오크노디도 수련이 지겨워졌나?

    그래서 꾀병을 부리는 건 아닐까?

     

    ‘에이, 설마. 꾀병은 아니겠지! 그래서 오크노디는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담?’

     

    아카데미에 교수는 사다코 교수 혼자가 아닌데.

    하지만 그 말을 입에 담았다가는 선두의 벨벳을 필두로 서귀연의 역대 고수들과 아스타로트나 만델라 선배, 아카디아 영애나 즈앙을 비롯한 상급반 강자들까지 모두의 마음이 꺾일 것 같았다.

    오크노디와 즈앙과 응애트리오를 이루며 단련된 눈치가 티토소가의 입을 합죽이가 되도록 만들었다.

     

    ‘몰랑. 일이 많으면 일단 남들에게 떠넘기면 된다고 오크노디도 늘 보여줬는걸!’

     

    사다코 교수부터 어떻게 하고 난 다음에 어쩔 거냐고 슬쩍 물어보면 되겠지!

    친구들과 선배들이 깨닫거든 마음이 꺾일 무시무시한 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올리고 또 덮어버리는 티토소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의 사악함이 물든 티토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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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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