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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7

       

        

        

        

        

        

        

        

        

        

       -…완전히 좆됐어. 협상이고 뭐고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저 미친 놈들!

        

       -도망가는 놈들이 너무 많아. 우린 빠진다. 당분간 마라 살바투르차 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겠구만. 이 병신새끼들, 그러니까 민간인은 건들지 말라니까….

        

       -빠져? 빠지긴 뭘 빠져, 저 새끼들이 한 일 때문에 죄다 같이 쇠사슬 찬 꼬라지라고! 빠르든 늦든 여기서 다 뒈질 거야!

        

       -씨발, 그러면 뭔가 그럴싸한 방안을 내놔! 아가리만 털지 말고!

        

        

        

        6월 초, 맨해튼 북부 브롱스, 날씨 흐림, 갱단 사상자 다수.

        

        대거 팀에 의해 집도되는 정밀하면서도 우악스러운 갱단 축출 작전이 시작된 지 3일이 지났고, 브롱스는 – 아주 점잖게 표현하자면,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있는 실상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1만 5천에서 1만 2천 언저리로 줄어버린 브롱스의 폭도들은 마치 내일이라도 세상의 종말이 올 것처럼 연일 Auto K를 외치며 발만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사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특히 내일이라도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사실이 그러했다. 추상적인 종말보다도 훨씬 직관적인 절멸의 손길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물리적인 음성과 함께.

        

        

        

       -[현재 미 정부를 대표하여, 해당 음성을 청취 중인 모든 이들에게 전달한다.]

        

       -[미 정부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따라 이 지시는 변경되었다.]

        

       -[시민들의 생존 및 국가의 재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시설 재설립을 위해, 미 정부는 모든 적대적 및 반정부적인 세력을 물리적으로 근절할 예정이다.]

        

       -[추가적인 소통은 없을 것이다.]

        

        

        

        하늘에서부터 몇 번이고 들려오는 녹음된 목소리.

        

        몇 번이고 말했지만,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면 예상되는 결과는 하나 뿐이었다.

        

        현 상황은 엄밀하게 따지면 쥐한테 물린 고양이라기보단 악어에게 살짝 물린 코끼리가 악어를 마구잡이로 짓밟아 피곤죽을 만들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 코끼리는 이미 한참 두들겨 맞아 빈사에 빠진 상황.

        

        건드려선 안 될 최상위 포식자를 건드려선 안 될 타이밍에 건드린 순간 나타나는 결과란 보통 다 그 모양 그 꼴이었다.

        

        

        작전 시작 이틀, 그리고 3일이 지나며, 대거 팀의 칼날이 하루마다 적으면 백 명, 많으면 400명 가량을 관통하는 사이, 폭도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저항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투항이었다.

        

        전자는 보통 해외에서 온 범죄자들, 요컨대 외국 갱단 혹은 마피아 등등으로 구성되어, 말 그대로 ‘뒤가 없는’ 사람들의 방식이었고, 두 번째는 미국에 어느 정도 합법적인 기반이 있는 이들의 선택지였다.

        

        그리고 그 둘 중 아무런 곳에도 속하지 않은 폭도들이 선택한 방법은 말 그대로의 각자도생이었다. 개중에는 문신을 억지로 지우려다 과다출혈과 쇼크, 혹은 감염으로 죽어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어쨌든, 이들은 무려 1만 2천에 달하는 느슨한 폭도의 군집이었고, 그것이 한 번 꿈틀대면 원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닿기 마련이었다.

        

        안타깝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그 꿈틀거림을 감지한 곳은 센트럴 파크가 아니었다.

        

        그보다도 훨씬 음험한 곳이었다.

        

        

        

       -…이, 이게 다 뭐요?

        

       -보다시피, 자그마한 선물입니다. 저희 측은 당신들이…미 정부와 계속해서 교전해주기를 원하니까요. 여러분이 가장 원하는 ‘뒷배’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하루 내지는 이틀에 걸쳐, 말 그대로 ‘수상함’이라는 단어를 군인의 형태로 조형해놓은 것만 같은 중무장 병력 다수가 어마어마한 무기들과 함께 폭도들과 접선했다.

        

        그것도 어디 총포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엽총이나 샷건, 라이플 같은 것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미군, 혹은 그 이상에서나 사용할 것만 같은 최첨단 총기류였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 때문에 폭도들은 그 ‘뒷배’라는 곳이 얼마나 괜찮은 곳인지를 알게 되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낼름 받아먹는 일도 없었다. 누가 보아도 수상쩍기 그지없었으니.

        

        갱단이 원하는 것은 고작 하나였다 – 받아먹을 것만 받아먹고, 나머지는 일절 간섭당하지 않는 것. 극강의 청개구리 심보였다.

        

        

        물론 파워 밸런스는 폭도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았고,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완전한 예상 밖의 일이었다.

        

        하루가, 이틀이, 3일이 지나면서, 브롱스에서만 수백 명의 크고 작은 갱단이 ‘실종’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간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클리너 정찰대가 증발했다고?”

        

       “그렇다는군요. 꽤 영악한 수를 썼나 봅니다.”

        

       “그건 좀 곤란한데. 넋 놓고 멍하니 당할 친구들은 아니야. 정찰대조차도 최소 10명에서 20명 가량 단위로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무장 상태도 갱단들보단 훨씬 좋을 테지. 그런데도 그랬다는 건….”

        

       “뭔가 있겠군. 한 번 확인해보자고.”

        

        

        

        대거 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전을 시작한지 고작해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2천 명이 넘는 숫자를 사살한 이카루스 최초의, 그리고 최강의 칼날. 그 결과가 어떨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브롱스를 마치 쥐잡듯 헤집고 다닌 탓에 대거 팀의 작전 반경은 고작해야 분대 단위의 작전팀이라고 하기에는 엄청나게 넓어졌고, 이들은 큰 문제 없이 클리너가 인수했던 작전 구역으로 향했다.

        

        싸그리 타버린 시체들의, 그리고 연료를 태우며 나는 화염의 향기가 가득한 바로 그곳에서, 열한 명의 인원은 정찰대가 실종된 지점을 인계받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마치 브라질의 파벨라를 연상하게 만드는 좁은 골목길과 저층 아파트들이 가득한 한 낙후된 단지였다.

        

        

        

       “…아주 지형이 끔찍하게 생겨먹었군. 정찰대가 왜 여기서 산화해버렸는지는 대충 알 것 같은데.”

        

       “이젠 그렇게 안 될 걸. 펄스란 게 있으니 마음이 다 편해지는구만.”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마법에 한없이 가까운 권능.

        

        벽을 투과하고, 인간의 형태를 한 고차원적인 형태를 가진 모든 존재를 감지하는 기술력. 그것이 건물 전체를 훑자마자 적의 수와 위치가 손에 잡힐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태를 한 모든 것을 감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펄스는 시체마저도 확인해냈고, 이윽고 대거 팀은 이곳에 파견된 클리너 정찰대가 전부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마주치는 모든 적들을 파쇄하는 것만이 대거 팀의 목적이었기에.

        

        대거 팀은 클리너 정찰대를 으깨버린 이들에게 총알로서 죗값을 물을 예정이었다.

        

        

        

       “항상 하던 대로, 세 팀으로 나눈다. 보이는 적들을 전부 소탕하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은 회수한다. 알겠나?”

        

       “옙, 이해했습니다.”

        

       “유진은 항상 하던 대로 이글 팀과 동행한다.”

        

       “네.”

        

        

        

        그리고 이들은 건물 내부로 돌입했다.

        

        어림잡아 스무 동 가량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밀집 구역. 그나마 디자인적 다양성이라도 확보된 맨해튼의 마천루들과는 다르게, 말 그대로 똑같이 생긴 건물들이 천지에 널려있었다.

        

        하지만 대거 팀은 마치 적이 어디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최소한의 동선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설령 적이 벽 너머 다른 건물에 있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교전이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대거 팀은 기이한 ‘이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소 샤크. 무언가…느낌이 이상한데요, 저 친구들. 아예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군요.”

        

       “적의 내구성이 기이할 정도로 높다. 인지해라.”

        

        

        

        죽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전투 불능에 빠져야만 하는 대미지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도 모자라 반격을 가한다. 본래라면 쇼크사를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손상을 입었음에도 그랬다.

        

        그 사실을 선두에서 알아챈 변이자들은 처음에는 마약을 의심했지만, 곧 마약조차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총알에 맞아도 표정 변화가 없고, 움직임이 기계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마약을 통해 통증과 이성을 거세해버렸다면 보일 반응은 대개 엇비슷했다. 정신이 나가버린 탓에 흐느적거리거나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여 몸이 뻣뻣하거나.

        

        

        저들은 둘 다 아니었다.

        

        

        

       ───투웅! 투웅! 투웅!

        

        

        

       “…그래도 머리를 맞으면 죽는 건 동일하긴 한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쓰는 무기도 다르고 움직임도 달라. 마치…외형만 갱단인 군인들 같은데.”

        

       “정수리랑 목에 뭔가 우스꽝스러운 물건을 달고 있다 싶더니, 운동피질을 제어하고 통각을 차단하는 용도 비스무리한 것 같군요.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는데…교전 중인 사람이 있다면 한 번 확인해보시죠.”

        

       “당소 아울(Owl), 머리 위에 튀어나온 기계를 맞추니 무슨…실 끊긴 인형처럼 쓰러지는데, 아무래도 뭔가 수상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총알에 맞아도 바로 무력화되지 않으며.

        

        미군과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총기를 들고 있고.

        

        움직임도 이전과 다르게 상당히 좋아졌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다면 그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대거 팀은 그것이 이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수상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단초임을 그 자리에서 눈치챘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계속해서 교전을 이어나가던 로렌티나는 어느 순간 기이한 향기를 맡았고, 그것이 어디에서 나는지, 그리고 그 냄새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즉시 깨닫게 되었다.

        

        작전구역 바로 옆 아파트의 지하실에서부터 올라오는 기름과 폭약의 냄새였다.

        

        

        

       “이런 씨발, 다들 당장 왔던 길로 나가요-!”

        

        

        

       ───콰아아앙!

        

        

        

        하지만 그 순간, 건물을 뒤흔드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엄청난 화염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그것이 단지를 가로지르는 가스관 때문이라는 것을 이들이 알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대로 말하자면, 적어도 지금은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당소 SO(Support Operator) 1, 현재 외부에서 엄청난 수의 적군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대거 팀, 당장 거기에서 나오십쇼!

        

       “…그래. 아주 공들여 파놓은 함정이었구만…!”

        

        

        

        족히 500명에 달하는 적이 대거 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매복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생결단이 시작되었다.

        

        

        

        

        

        

        

       “…당소 발레리. 센트럴 파크 내부에 들어왔다. 현 시간부로 덱스터 박사의 위치를 찾고, 사보타주를 준비하겠다.”

        

        

        

        한편, 그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센트럴 파크.

        

        그곳에서도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덱스터 박사의 기척이 감지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이동하겠다.”

        

       -타이머 작동. 20분 안에 센트럴 파크를 빠져나와야 한다.

        

        

        

        스륵.

        

        피칠갑이 되어있는 하늘색 작업복을 벗어버리고, 센트럴 파크의 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사용했던 신분증을 쓰레기통에 적당히 던져버린다. 그와 동시에 남자는 손가락을 튕겼다.

        

        몸 위에 덧씌워진 홀로그램이 사라진 순간 체형과 골격, 성별이 통째로 변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 – 그녀는 센트럴 파크에 특수한 목적으로 잠입한 존재였다.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해 그녀는 HQ에 공식적으로 소속된 외부파견 수질검사원 한 명을 통째로 살해했고, 시설 내로 순식간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피난민으로 들어올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해당 절차를 밟는 순간 반드시 ID 등록 및 일정 기간의 구류 절차가 따랐기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녀는 센트럴 파크 내부의 시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덱스터 박사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한 번 들어온 이상 발레리는 딱히 제지받을 이유가 없었고, 그녀는 HQ 내 군인이 다수 존재하며, 엄중하게 보호받고 있는 시설 곳곳을 느슨하게 돌아다녔다.

        

        머잖아, 그녀는 출입제한구역과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한 대형 구류시설에서부터 아주 잠깐 감지기가 깜빡거리는 것을 확인했다.

        

        

        

       “타이머 셋. 광학미채 작동 중. 사용한계 5분…덱스터 박사의 위치를 확인했다. 현 시간부로 돌입하겠다. 제1목표는 구출이지만 동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시 머리를 잘라가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작전을 이행하라.

        

       “확인. 발레리 아웃.”

        

        

        

        철컹!

        

        그와 동시에 그녀의 팔이 말 그대로 ‘비틀렸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단순히 비틀린 것이 아니라 팔이 ‘열렸다’. 그 사이에서 튀어나온 것은 마치 사마귀의 앞다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접이식 칼날이었다.

        

        그것이 마치 앵커처럼 벽에 틀어막혔고, 발레리는 수 미터 높이의 벽을 간단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있어도 상관은 없었다. 광학미채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주 작은 소리와 함께 바닥에 착지했고, 주변을 빙빙 돌면서 입구의 위치를 확인한 뒤, 구류시설의 정문에는 검문용 게이트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정확하게는 게이트와 정문이 분리되어있었다.

        

        요컨대, 목적지까지는 프리패스였다.

        

        

        발레리는 건물 내부로 걸어들어갔다.

        

        내부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녀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종이 한 장 차이로 사람을 빗겨나가며 더더욱 깊숙하게 시설 안쪽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구류시설 내 별도의 검문용 게이트에 코앞까지 접근했다.

        

        

        

       “별도의 게이트를 발견. 내부에서 덱스터 박사의 신호가 계속해서 잡히고 있음…본격적인 교전에 돌입하겠다.”

        

        

        

        철컥!

        

        팔이 기이하게 비틀리고, 팔뚝이 통째로 열리며 수납되어있던 칼날이 희끄무레하게 일렁인 순간, 게이트 바깥에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한 무장한 병사 한 명의 턱에 칼날이 틀어박혔다.

        

        턱과 입천장을 관통한 그것이 전두엽을 헤집은 순간, 병사는 그 자리에 힘없이 엎어졌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게이트 내부를 지키고 있는 또 다른 한 명 역시 비슷한 결과를 맞이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게이트를 통째로 꺼버린 발레리는 아무런 소음도 내지 않은 채 작동을 정지한 게이트를 순식간에 가로질렀으나, 그녀는 통로 중간중간에 별도의 철창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카카캉!

        

        

        

        팔을 휘두른 순간 철창이 통째로 찢어지고, 그녀는 잘려나간 쇠창살을 옆으로 치워버린 뒤 빠르게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방 한 켠에 앉은 채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쳐다보던 덱스터 박사를 발견했다.

        

        

        칼날 끝으로 두꺼운 플렉시글라스 벽을 툭툭 건드리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덱스터 박사의 위치를 확인. 구출을 시작하겠습니다.”

        

        

        

        카가가가가각!

        

        양 팔을 벽에 사선으로 꽂아넣고, X자로 교차한 순간, 플렉시글라스가 기이한 소음을 내며 녹아 찢어지기 시작했다. 플라즈마에 의한 고열이 벽면을 태워버리고 찢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덱스터 박사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는 가타부타 덧붙이지 않았고, 빠르게 이곳에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발레리의 눈이 복도 한 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무슨 일인가?”

        

       “…당소 발레리. 센트럴 파크 소속으로 보이는 알파급 변이자를 식별. 현 시간부로 교전에 돌입하겠음…취소. 해당 개체의 무력화 및 납치를 덱스터 박사의 구출과 동등한 선에 놓겠습니다.”

        

       “…뭐?”

        

        

        

        도대체 어떻게 여기에 변이자인지 하는 존재가 있는지는 상관없었다.

        

        아르테미스는 센트럴 파크 내에도 별도의 변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발레리는 덱스터 박사의 구출이라는 명령 이전의 존재이유였던 ‘변이자’의 납치라는 명령이 인공 두뇌 속에서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결단은 빨랐다.

        

        그녀는 눈 앞에 존재하는 늑대를 닮은 변이자의 팔다리를 먼저 쳐냄과 동시에 지혈하기로 마음먹었고, 칼날에 플라즈마를 덧씌웠다.

        

        

        발레리가 복도를 어마무시한 속도로 가로지름과 동시에 비명이 들려왔다.

        

        

        

       “씨바아아아아알-!”

        

        

        

        투두두두두!

        

        조디악의 비명소리가, 그리고 총소리가 애처롭게 울려퍼졌다.

        

        그녀 인생에 다시없을 위험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돔 황 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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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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