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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8

       

        

        

        

        

        

        

        

        

        

       “으, 으….”

        

        

        

        한편, 그로부터 몇 분 전. 센트럴 파크. 

        

        라플란드는 빵빵해진 배를 두들기며 힘겹게 자신의 방, 혹은 1인 수감실의 침대에 앉았다. 몸이 무겁다. 배는 부르고, 온 몸에서는 음식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 코가 다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오늘은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옷에서, 머리카락에서 빠지질 않는 음식 냄새는 그녀가 무엇을 하고 왔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그녀는 방금 전까지 취사지원을 나갔다 온 것이었다.

        

        누군가는 라플란드의 일은 견습 작전관이 아닌가-하고 물을 수도 있었지만, 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는 견습 작전관 준비를 포함해, 할 수 있는 일을 모조리 다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이야.”

        

        

        

        센트럴 파크에 존재하는 사람 수는 대략 2500명 이상.

        

        숫자로 따지면 연대와 여단 사이의 숫자.

        

        이들은 민간인과 작전관, 분석관, 고위 공직자, 군인을 비롯한 수많은 실무자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 모두가 각자의 일에 종사하기 위해선 반드시 충분한 양의 음식 섭취가 필요했다.

        

        

        당연하겠지만, 2500명의 인원들이 하루에 소비하는 식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며, 그것을 치울 사람도 상당수가 필요했고, 오늘 라플란드는 그 전반을 도우라는 임무를 받았다.

        

        대거 팀이 마주하는 적군들이 점점 더 강력해짐에 따라 견습인 라플란드로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여럿 일어났고, 그에 따라 그녀는 잠시나마 다른 일에 종사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의 모습은 그 결과였다.

        

        

        

       ‘…밥은 많이 먹었으니 그걸로 된 건가 싶기도 한데.’

        

        

        

        식재료를 썰고, 테이블을 세팅하며, 먼저 식사를 끝마친 뒤, 그녀 같은 초심자조차 할 수 있는 모든 자질구레한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밥을 양껏 먹을 수 있는 것은 참 다행이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그녀를 알기도 했고, 모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그녀 자신의 과거를 덧씌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평소였더라면 회의적일지도 몰랐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며칠 전 있었던 대화. 파쿼슨 대위는 그녀에게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는 곧 앞으로 잘 하라는 뜻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러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할 뿐.

        

        

        물론, 지금은 너무 배가 불렀기에, 조금만 있다가.

        

        

        

       “…후, 산책이나 갈까.”

        

        

        

        소화를 시켜야만 하는 것도 있거니와, 혹시 모르지 않는가. 밖에 나가면 또 무언가 할 일이 생겨날지.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런 적극성이 필요했다 – 물론 거기에 더불어, 음식 냄새 때문에 코가 너무 아팠던 것도 있었다.

        

        

        그녀는 옷을 벗어던지고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뒤 밖으로 나갔다.

        

        꾸무레한 바깥 공기에서부터 기분좋은 흙 냄새, 젖은 아스팔트 냄새 등이 났다. 코가 아릴 정도의 음식 냄새를 계속해서 맡다 보니 바깥 공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치유되는 듯했다. 

        

        잠시 허전한 주머니를 후비던 그녀가 아차 하고 중얼거렸다.

        

        

        

       “…끊었지. 맞다.”

        

        

        

        늑대가 되고 나서부터 그녀는 담배 특유의 역하고 독한 냄새를 참지 못하고 단번에 그것을 끊어버렸지만, 그래도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무게감이 없어진 것은 아쉬웠다.

        

        라플란드는 주변을 느긋하게 훑었다. 그녀가 일하고 있을 때 비가 그쳤는지, 구우우-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짙은 구름과 습도 짙은 공기만을 제외하면 그닥 특이한 것은 없었다.

        

        

        아니.

        

        없었’었’다.

        

        

        

       ‘…?’

        

        

        

        그 순간 바람을 타고 실려오는…무척이나 기이한 냄새 하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해당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 맡는 냄새였다.

        

        거기까지만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센트럴 파크는 하루에도 열 명 가량의 민간인을 받는다. 라플란드는 민간인들이 오만가지 각기 다른 냄새를 풍긴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라플란드는 수감실 방면에 오는 사람이 누구누구인지는, 그리고 방금의 체취…라고 하기에도 뭐한 그 냄새는 그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사람 몸에서 피 냄새는 몰라도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나지는 않으니 말이다.

        

        

        

       “생각보다 금방 돌아왔구만. 뭐 놓고 간 거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금방 배가 꺼져서 말이지요.”

        

       “그래. 말은 안 해도 되니 출입기록만 제때제때 잘 쓰고 나가라고.”

        

        

        

        라플란드는 추적의 필요성을 느꼈고, 적당히 얼버무리며 다시금 방으로 되돌아갔다.

        

        그녀의 집이 그 안에 있었기에 출입은 자유로웠고, 구류시설을 돌아다니기 위해 필요한 키카드나 ID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빠르게 내부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목적지는 자신의 방이 아니었다.

        

        

        늑대가 된 그녀는 구태여 눈으로 사물을 추적할 필요가 없었다. 강화된 후각은 그 자체로 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플라스틱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구류 시설의 크기는 그닥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았다. 하지만 구조 자체는 단순했고,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은 라플란드조차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냄새의 방향이 결코 자신에겐 허락되지 않는 특수 수감실 방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코 앞에 비릿한 혈향이 훅 끼쳐왔다.

        

        그녀는 빠르게 앞으로 달렸고, 특수 수감실과 일반 수감실을 분단하는 게이트에 도달했다.

        

        그리고-

        

        

        

       “윽…!”

        

        

        

        머리가 관통당한 시체 한 명, 그리고 방 안에서 산산조각나 찢긴 시체 한 명을 보게 되었다.

        

        혈향이 선명하고 혈액이 굳지조차 않았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라플란드는 황급히 주변을 확인해 외부와 연락할 방도를 찾았지만, 시체가 가지고 있었던 무전기나 특수 수감실 게이트 내부의 비상 버튼조차 전부 망가져버린 상황.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방 안 바닥에 떨어진 총기를 주워들었다. 피에 절어 미끈거리는 총기의 감각은 실로 끔찍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구역질을 참으며 달려나갔다.

        

        

        총에서 나는 혈향 때문에 피냄새로 길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더 이상 냄새로 길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미친, 대체 앞에 뭐가 있는 거야….”

        

        

        

        X자로 잘려나간 철창.

        

        심장이 두근거렸고 손발이 벌벌 떨려왔다. 어쩌면 시설 구석탱이 어딘가에서 저렇게 잘려나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온 몸을 엄습했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변이자였지만 유진은 그 누구보다도 정신을 일찍 차렸고, 설령 사람으로서 버티기 어려운 경험조차 선임들에 의해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라플란드는 달랐다.

        

        그것이 정상인의 반응이었다.

        

        

        그녀는 달렸다.

        

        도대체 어째서 가고 있는가. 그렇게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이 없을지도 몰랐다. 죽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럴 확률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미친, 저게…뭐야.”

        

        

        

        비틀린 팔뚝에서부터 튀어나와있는 대형 접이식 칼날.

        

        잘려나간 벽, 푸르스름하게 타오르는 블레이드. 거리는 무려 20m 가량 떨어져있었지만, 라플란드는 그 거리가 결코 멀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녀조차 작정하면 2초 안에 좁힐 수 있는 거리였으니까.

        

        그리고 상대방 역시도 그러할 터였다.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무기질적인 눈동자가 그녀를 훑음과 동시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소 발레리. 센트럴 파크 소속으로 보이는 알파급 변이자를 식별. 현 시간부로 교전에 돌입하겠음…취소. 해당 개체의 무력화 및 납치를 덱스터 박사의 구출과 동등한 선에 놓겠습니다.”

        

       “뭐?”

        

        

        

        입으로 내뱉은 것은 의문이었지만, 손으로 들어올린 것은 총이었다.

        

        짐승으로서의 본능이 저 기괴한 사이보그를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름 훈련받은 몸뚱이와 결합된 떨리는 손가락이 방아쇠와 닿았다.

        

        자동으로 설정된 조정간과 방아쇠를 잡아뜯어 으깨버릴 정도로 강력하게 당겨지는 검지손가락.

        

        

        그리고 그 순간, 사이보그가 라플란드를 향해 튀어나갔다.

        

        그녀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다.

        

        

        

       “씨바아아아알-!”

        

        

        

        투두두두두!

        

        귓전이 터질 것만 같은 총성이 복도와 구류시설을 가득 메웠다.

        

        그녀 인생 첫 교전이 시작되었다.

        

        

        

        

        

        

        

        

        

        

        

        

        

        

        

        

       ───카가각!

        

        

        

       “우와아악…!”

        

       “이걸 막았습니까? 인상적이군요.”

        

        

        

        2초.

        

        찰나의 순간 발사된 20발 가량의 탄환을 어떻게든 헤쳐나간 발레리가 라플란드의 코앞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팔뚝은 걸레짝이 되었고, 옷은 너덜너덜해졌으며, 적중 부위는 찌그러졌다.

        

        심지어는 제대로 조준하지 않은 여파로 인해 머리와 얼굴을 스쳐지나간 것도 있었으나, 커다란 구멍이 났을 뿐, 적중당한 상대방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물론, 그것도 모자라, 발레리는 맨티스 블레이드를 사선으로 휘둘렀다. 일반인들은 보지도 못하고 팔이 잘려나갔을 것이었지만, 라플란드는 그것을 어떻게든 총기로 막아냈다.

        

        정확하게는 총기로 반쯤 막아냈고, 막아낸 총이 그대로 잘려나간 것이었지만.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반토막난 총이 바닥에 흩어지는 가운데, 라플란드는 날아드는 칼날 대신 반쯤 꺾어져있는 팔뚝 아래의 손을 잡았고, 엄청난 힘으로 밀려드는 주먹을 간신히 버텨냈다.

        

        마치 유압 프레스에 의해 밀려오는 벽을 손으로 멈추려는 것만 같은 느낌.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알파급 변이자의 완력이 사람을 한참이나 벗어난 개조를 자신의 몸에 시행한 사이보그와 맞먹는다는 의미기도 했다.

        

        

        

       “끄으윽, 으아아아…!”

        

       “반항하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자칫 잘못된 부위를 절단할 경우 쇼크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꺼, 져…씨발, 살려줘! 아무나 와줘, 제발-!”

        

        

        

        푸르게 일렁이는 칼날에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

        

        최소 20cm 이상 신체에서 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기가 어려울 정도의 열기. 뭔지는 몰라도 저것이 몸에 틀어박히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엄습하게 되리라.

        

        라플란드는 딱히 근접전투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바로 그렇기에 가능한 막싸움이 있었다. 그녀는 그 순간 사이보그의 비어있는 복부를 걷어찼고, 왔던 길로 후다닥 달려나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것은 결론적으로 봤을 때 훌륭한 선택지였다.

        

        

        

       ───스팟!

        

        

        

       “히익…!”

        

       “감이 좋으시군요.”

        

       “미친 새끼, 무슨 무릎에서도 칼날이…씨발, 살려줘! 살려달라고! 아무도 없어요!?”

        

        

        

        사고의 틈을 꿰뚫는 발차기에 튕겨나간 순간, 아슬아슬하게 튀어나와 그녀의 허벅지가 있었던 곳의 바로 옆을 관통하는 또 다른 날카로운 칼날.

        

        그것을 피해냈다는 사실이 한 번 뇌에서 인식된 순간 그녀의 안색이 하얘졌다. 정체를 알고 싶지 않은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질질 흐르기 시작했지만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팔다리가 잘려나갈 터였기에.

        

        

        사람은 궁지에 몰릴수록 강해진다고 하였던가.

        

        그녀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면서도 방향전환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적 사이보그 역시도 비슷했다. 오히려 방향전환 방법은 더욱 과격하고 급격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다 지면에 칼을 박아넣음과 동시에 물리법칙을 아슬아슬하게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방향을 전환한다. 그리하여 속도는 엇비슷했으나 발레리 쪽이 좀 더 빨랐다.

        

        라플란드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씨발, 저 이상한 박사 새끼 구하러 온 거 아니야? 왜 나만 노려!?”

        

        

        

        눈물과 오줌이 줄줄 흘렀다.

        

        살고 싶었다. 왔던 길을 어떻게든 되돌아가고 있었지만 벌써부터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리는 점점 더 좁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사치였다. 그녀는 누군가가 총소리를 들었을거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빠르게 입구 방향으로 달렸다 – 그러나 특수 수감실 게이트를 지나치는 순간,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총을 보았다.

        

        라플란드가 주워들고 들고 간 총기는 방 안에서 처참히 찢겨 죽은 사람의 것이었고, 턱과 전두엽이 통째로 관통당해 죽은 사람의 총기는 아직 남아있었다.

        

        

        그녀는 달리면서 총기 멜빵끈을 낚아챘고, 뒤를 돌아보지조차 않은 채 방아쇠를 당겼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30발 가량의 탄환이 순식간에 비었다. 조준하여 갈긴 것이 아니었기에 명중률은 한없이 낮았으나 복도 자체가 좁았고, 도탄된 것도 있었다. 그리하여 맞은 건 30발 중 적어도 5발 가량.

        

        그것만으로도 페이스가 떨어지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서로의 압도적인 달리기 속도는 순식간에 그 두 명을 입구 방향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했다.

        

        라플란드는 정문 언저리에 수많은 군인들이 소란을 듣고 서있는 것을, 그리고 복도를 조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정지, 정지하라! 멈춰!”

        

       “멈추긴 뭘 멈춰, 이 미친 새끼들아-!”

        

        

        

        변이자다운 엄청난 속도로 복도를 가로질러 정문으로 달려오는 라플란드.

        

        그 기세가 실로 흉참하기 그지없었기에 – 일반인들은 그녀의 허벅지에 말라붙기 시작한 오줌 자국과 눈의 눈물 자국을 보지 못했다 – 금방이라도 방아쇠가 당겨질 예정이었으나, 그럴 걱정은 없었다.

        

        다음 순간 복도에서부터 훨씬 흉악하게 생긴 무언가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씨, 씨발. 저게 뭔…쏴라! 쏴!”

        

       “라플란드가 사선에 있습니다!”

        

       “망할, 라플란드! 엎드려-!”

        

        

        

        그 순간 그녀는 거의 달리듯이 점프해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그와 동시에 기동타격대가 든 총기의 하부 레일에 달린 40mm 고폭탄이 퉁 하는 소리를 내며 허공을 잠시나마 부유했다. 조금이라도 조준이 잘못되었다면 라플란드를 그대로 폭사시킬 수도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동타격대원이 사격한 유탄은 그녀의 머리 20cm 위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이 발레리의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던 발레리는 팔을 사선으로 휘둘렀고, 그 순간 유탄은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물론,

        

        

        

       ───콰아아앙!

        

        

        

        그것이 터지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엄청난 폭발력에 의해 오른팔의 칼날을 비롯한 상체가 통째로 찌그러지는 사이, 다른 이들은 두 번째 유탄을 장전하고는 아까보다도 더욱 정확한 사격을 가했다.

        

        정문을 통과한 후 복도를 가로질러 발레리에게 쇄도한 두 번째 유탄은 한낱 인간형 개체가 상쇄해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정적이 흐르고, 연기 사이로 너덜너덜해진 사이보그가 어렴풋하게 실루엣으로서 보였다.

        

        그것이 바닥으로 엎어진 순간 쇳소리가 들려왔고, 그로부터 한참이나 길게 정적이 이어졌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기동타격대장은 손짓으로 복도를 수색할 것을 명했고, 가장 먼저 들어간 두 명의 인원이 연기가 걷히며 보이기 시작한 사이보그의 생사를 확인했다.

        

        

        뒤따라 들어온 다른 두 명은 바닥에 엎어진 라플란드를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그녀의 몰골은 처참했다.

        

        

        

       “…괜찮나?”

        

       “흑, 씨발, 망할 놈들아, 내가 총까지 쏴가면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이제서야 오는 게 어딨냐…!”

        

       “고생했다, 고생했어. 이 자식아.”

        

       “흐윽, 흐어어엉….”

        

        

        

        눈물은 기본이요, 바닥에 엎어진 탓에 코피도 줄줄.

        

        이 정도면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튀어온 것에 가까웠단 것을 그녀도 알기에, 라플란드는 더 이상 불평을 토하지 않고 눈물을 닦으며 힘겹게 정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CCTV 기록이 밝혀지고, 덱스터 박사가 영구히 재수감되며, 라플란드의 재평가가 이뤄지기까지 3시간 전의 일이었다.

        

        

        

        

        

        

        

        

        

       “빌어먹을, 이 개새끼들이 또 비유도 로켓을 쳐 쏴대고 있잖아!”

        

       “달려, 옥상으로 가! 이 엿같은 동네를 빠져나간다!”

        

        

        

        한편, 그 와중.

        

        브롱스에서의 상황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꼬질이는 죽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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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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