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09

    <709 – 불쌍한아이(9)>

     

    * * *

     

    ━━━

    #아카데미 체류 84일차.

    *학생회에 자원을 수급하고 경쟁자가 될 동급생이 생존의 걸림돌이 된다면 가능한 한 많은 동급생을 일시에 퇴학시킬 필요가 있음.

    *기말고사 기간을 맞이하여 공격적인 세력 확장을 대체할 ‘동급생줄이기’ 작전 개시.

    ━━━

     

    무뚝뚝한 얼굴로 마왕군 사천왕의 퇴로에 마법지뢰를 툭툭 집어던지는 크루엘.

    지금은 협조적이지만 한때 그녀를 언급했던 ‘아가씨의 편지’의 존재를 떠올리니 호기심이 일었다.

     

    “크루엘은 왜 그렇게 동급생을 줄이고 싶었어?”

     

    마왕군 사천왕 레드 타이드의 <세포사멸의 가스>를 아이스브레스로 얼리고 사멸독이 묻은 철침이 우산과 동시에 사방으로 펼쳐지는 것을 <고강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있으려니, 한 발 늦게 황당해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경악. 크루엘은 그 정보가 굳이 이 상황에 알고 싶냐고 묻습니다. 운전 중에 뒤를 돌아보면서 말을 거는 미친놈만큼 무섭다고 주장합니다.”

    “아핳핳! 괜찮아, 괜찮아. 나 고인물이라서 안 죽어! 사천왕 패턴을 몇 번이나 봤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거 봐라? 눈 감고도 막을 수 있당?”

    “…배신에 이어서 능멸까지? …죽여주마, 다크프린세스.”

     

    분노한 레드타이드가 한참 전부터 발산한 마력을 하늘로 증발시켜 모은 <비구름>에 <집중호우>와 <적조현상>을 담아내어 사멸독이 가득한 비를 퍼부었다.

    나는 즉시 나와 크루엘을 감싸는 <이중고열기름방울> 주문으로 받아쳤다.

    사멸독이 담긴 빗방울들은 이중고열기름방울의 첫 겹을 뚫고 들어갔다가 두 번째 겹의 방울에 닿기도 전에 물이 끓어 수증기의 형태로 방울 너머로 마구 배출됐다.

     

    치이이이익

     

    그러는 와중에도 미처 다 걸러지지 않은 사멸독이 방울과 방울 사이에 층이 되어 쌓였지만, 오랜 도주생활로 지친 레드타이드의 마나량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강우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비가 그쳤을 때, 첫 겹의 방울을 터뜨림과 동시에 사멸독이 바닥에 죄다 쏟아졌다.

     

    “어때? 참 쉽지?”

    “…공포. 크, 크루엘은 눈을 감는 동반자살전투쇼를 두 번 다시 체험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럼 얼른 알려줘! 동급생은 왜 그렇게 열심히 줄이려고 한 거야? 980기 선배들이 크루엘한테 그렇게 위협적이었어?”

     

    본의 아니게 협박의 모양새가 되었지만 묻다 보니 궁금해서 그냥 협박하는 셈 치고 궁지로 몰아봤다.

    한쪽 눈을 감으며 윙크를 날리고 눈감고 마법쇼 앵콜 해볼까? 하는 무언의 압박에 크루엘의 무거운 입도 서서히 열렸다.

     

    “회상. 980기 학생들은 우수했습니다. 크루엘의 천재적인 재능에 비견될 수는 없지만, 황녀보다 일찍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선배’로서 압박을 가하려는 제국귀족자제들이 특히 뛰어났습니다.”

    “헉! 매스각키의 허접 이벤트!”

     

    캐릭터들마다 일어나는 억까 이벤트에는 당연히 매스각키 황녀를 노리는 이벤트도 있다.

    헤스티아 억까 이벤트가 입학식 전부터 1학년 1학기 사이로 펼쳐진다면, 매스각키 억까 이벤트는 슬슬 교내생활에 적응될라 치는 2학기부터 시작된다.

     

    -이이잇…! 이 못된 허접들, 매스각키의 과제를 돌려줘!

    -뭐가 자꾸 허접이라는 거야? 허접은 교수님한테 제출기한 내에 과제를 제출하지 못하는 네가 허접이겠지. 큭큭큭. 그 잘난 황녀친위대도 2학년을 상대로는 별 수 없지?

     

    보통은 과제 뺏기부터 시작해서 교내생활을 망치고 주변인으로부터 고립시키며 매스각키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허접퇴행을 시키는 이벤트.

    적절한 시기에 플레이어가 개입해서 사건해결이나 구출을 벌이지 못하면 종래에는 매스각키가 귀족파의 꼭두각시로 전락해 사디스트 귀족파 여선배들에게 죽은 눈으로 끌려다니는 신세가 된다.

    여태까지는 이벤트의 트리거가 되는 선배들이 안 보여서 매스각키는 안전한 회차겠거니 여겼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

    #아카데미 체류 77일차.

    *아카데미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1학년을 넘어선 먼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음.

    *장차 최대의 적이 될 <학생회>의 대항전략 수립요망.

    *대규모 계획 구상완료.

    *물적자원 및 인적자원을 총동원하여 계획진행.

    ━━━

     

    크루엘은 이런 게임지식은 없더라도 귀족파 학생들과 학생회의 연계만큼은 경계했다.

     

    “위험. 당시 만델라 카스테라의 광역음파마법에 필적하는 실력자이자 1학년 상급반 귀족 <사디 초콜릿>은 저의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었습니다.”

    “얼마나 강했는데~?”

    “사디 초콜릿은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며 약점을 간파하는 심리술사. 그녀의 언변은 만델라의 세뇌로도, 저의 모방으로도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심리술사?!

     

    “그 선배가 혹시 얼굴 반쪽에 화상 입고 한쪽 눈에는 의안 장착한 선배님이었어?”

    “긍정. 크루엘은 궁금합니다. 오크노디가 입학하기 전에 죽은 선배의 정보를 어디서 입수했습니까?”

    “비밀이야!”

     

    내가 기억하는 것과 이름은 달라도 같은 위험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가슴이 철렁했다.

    어찌나 놀랐는지 레드타이드가 내지른 <마력우산>과 <만천화우>를 기름방울 안에 허용해서 당해버릴 뻔한 위기까지 겪었다.

    전광석화에 하이퍼부스트, 잔영섬전보까지 섞어서 후속공격을 따돌린 후에야 겨우 여유가 생겼다.

     

    “잘했어!”

    “혼란. 크루엘은 칭찬을 받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 선배는 죽어도 싸! 연계되는 억까이벤트가 100개가 넘어가는 핵폭탄인걸?”

     

    아카데미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온갖 인물들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들어서 한 명씩 악당으로 타락시키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게 한다.

    눈앞의 범죄자를 하나씩 무찔러도 배후의 <심리술사>가 살아있는 한, 억까는 계속된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던 중후반까지도 억까와의 싸움이 심리술사와의 싸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정말 많은 회차를 고전했다.

     

    물론 비밀을 알고 난 뒤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심리술사를 찾아서 슥삭했다.

     

    어떻게든 범죄사실을 알아낸 교수님들과 교관님들의 태도가 차갑게 변하기는 했지만, 알게 뭐람?

    꼬우면 자기들이 죽이든지!

    결과적으로 만델라의 걱정도 허튼 걱정이 아니었다.

    심리술사 선배는 시간이 지나면 학생회에도 진입하게 되니까.

    정말 심한 경우에는 이 사람이 <학생회장>에도 등극하기도 한다.

    물론, 심리술사가 학생회장이 된 회차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망한다.

    그 정도의 위험인물을 대신 해치워 줬으니 진심으로 고마울 수밖에!

     

    “막타 줄까?”

    “의문. 크루엘은 레드 타이드를 잡으러 온 본래 목적이 황금의 무희 리스크의 성장재료가 아니었냐고 되묻습니다.”

    “앗차. 미안, 막타는 못 주겠네!”

    “대안. 크루엘은 처음부터 조나와의 재회만을 희망했습니다. 오크노디가 적절한 자리를 주선해주는 것만으로도 크루엘은 만족합니다.”

    “알았어. 이번 일 끝나면 바로 자리 마련해줄게!”

     

    철저하게 개무시를 당하던 레드타이드가 시뻘건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마나밀도를 올렸다.

     

    “다크프린세스. 네게 다음이나 내일, 미래를 향한 약속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어. 넌 오늘 여기서 배신의 대가를 치를 거니까.”

    “<자연재해>와 얽힌 4단계 영역을 발동하시려고요? 그렇게 큰 힘을 쓰면 재단의 집사장뿐만 아니라 제 스승님 디스트로이어 교수님까지 동시에 들이닥칠 텐데 감당되시겠어요?”

    “너희를 순삭하고 떠나면 돼.”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직 궁금한 게 더 남았거든요.”

    “기다리란다고 기다려 줄 것 같아?”

     

    <마왕군 사천왕 레드 타이드>

    <영역 4단계 – 각인영역>

    <적조영역>

     

    바다생태계를 파괴하는 유해조류의 대량번식.

    바다와 담수가 붉게 물드는 현상.

    생태계의 초토화.

    적조가 일컫는 의미야 다양하지만 근본은 간단하다.

    마나오염.

    나는 레드타이드가 적조영역을 펼치자마자 오염물질의 발생과 확산을 허락하지 않는 암흑마나를 파장의 형태로 발산했다.

     

    쿠궁!

     

    [마왕군 사천왕 레드타이드와 암흑마나 제어력의 대결에 돌입했습니다.]

    [당신의 암흑마나 총량은 레드타이드보다 낮습니다.]

    [당신의 암흑마나 순도는 레드타이드보다 높습니다.]

    [당신의 마나제어술은 레드타이드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제어력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적조현상의 마나오염체들이 당신의 의지에 복종합니다.]

     

    “?!”

     

    자신이 일으킨 적조현상에 역으로 공격받는 허접 사천왕을 내버려두고 크루엘에게 물으려다 말았던 질문을 마저 물었다.

     

    “그런 선배를 어떻게 죽인 거야?”

    “정답. 오크노디가 방금 한 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크루엘은 당시 사디 초콜릿을 따르던 하수인 중 하나를 지배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만들었습니다.”

     

    요컨대 정신지배 강자 3명의 학생조종 삼파전이었다는 말이었다.

    만델라 카스테라 선배는 음파로 세뇌와 암시를 깨며 자신의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휘어잡았다.

    사디 초콜릿 선배는 심리적 약점을 꿰뚫어 교활한 말로 지배한다.

    크루엘은 학생들을 암흑마나에 중독시켜 직접 지배하거나 자연스럽게 세뇌와 암시로 명령을 건다.

     

    빛의 카리스마.

    어둠의 속삭임.

    암흑의 지배.

     

    새삼 파란만장했던 980년의 삼파전을 뚫고 살아남은 980기 선배들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근데 듣고 나니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이 또 하나 늘었다.

    레드타이드의 머리채를 붙잡고 고통각인을 새기면서 물었다.

     

    “사디 초콜릿 선배의 시체, 제대로 태웠어요?”

    “부정. 증거인멸을 펼치기도 전에 만델라 카스테라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완전범죄에 성공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부정입니다.”

    “아앗… 딱히 그런 의미로 물어본 건 아니었지만 아카데미에 돌아가기 갑자기 막 싫어지네…”

     

    그럴 수밖에 없지.

     

    “시체를 안 태웠으면 그거 <시체안치소>에 육신과 영혼이 남아있다는 거잖아요!”

    “…?”

    “그럼 사다코 교수가 나중에 덥썩 집어다가 꺼내올지도 모르는데!”

    “…!!”

    “다크노디나 즈앙, 티토소가가 벌써 선배들과의 사령전투술 강의까지 듣지는 않겠지…?”

     

    돌아가면 언젠가 그런 강의를 들어야 하는걸!

    다크노디가 수강할 때까지 밖에서 놀다 들어갈까?

    레드타이드 이마에 고통각인에 이어서 지배각인까지 새겨놓고 마저 고민해 봐야겠다.

    아니 근데 이마가 고통각인으로 가득 찼네.

    지배각인은 어디다가 새기지?

    훼손하기 어렵고 오래 유지되는 장소가…

     

    “배에다 찍으면 되겠구나!”

     

    레드타이드 선배의 옷을 북북 찢어 아랫배에 지배각인을 새기며 생각했다.

    다크노디도 일단은 고인물인 내 분신인데 제 앞가림이야 알아서 하겠지!

    설마 친구들 보고 싶어서 아카데미에 가 놓고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짓을 하겠어?

    그런 짓을 하면 내가 혼내줄 텐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같은노디 다른느낌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