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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9

        

       형체 없는 자가 사람을 홀리기 시작하였으니 거기에 사로잡혀 이지를 잃어버린 자는 곧 홀려버린 자이니, 그 이름은 마주눈(مجنون)이라.

         

       마주눈(مجنون)이 늘어난다.

       셋에서 다섯으로.

       다섯에서 열로.

       열에서 스물로.

       스물에서 서른으로.

         

       단 하나의 규칙.

       숫자를 불려 나간다는 규칙만을 가진 채, 점점 그 세를 불려 나간다.

         

       [ 황량한 사막을 걸어가는 여행자의 곁에는 낙타가 있었다. 차디찬 사막의 밤은 낙타를 곁에 두지 않고서는 차마 견딜 수가 없었던지라 뻣뻣한 낙타의 털을 이불로 삼아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나기를 자신은 지니야라고 하였다. 그 매혹적인 여성이 말하기를 밤이 너무나 추워 사람의 온기가 그리우니 그 품에 안기고 싶다고 하였는데 가만히 보니 그 발자국 발자국마다 모래가 소용돌이치는 것이 사람이 아닌듯하여 의문을 품고 물어보기를 너는 알라를 믿고 알라 외에 다른 위대한 존재가 없음을 인정하느냐 하였다. ]

         

       무얼.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북한에 있는 악령들이 얼마나 지독한 짓을 벌였는지, 회귀 전에 대악령들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직접 목도하였다면 이 정도 사람을 홀리는 것은 크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쉬이 알 수 있으리라.

         

       [ 지니야여 나에게 방문한 인간 아닌 존재여 그대에게 다시 묻노니 너는 알라의 존재를 믿느냐? 알라 외에 다른 위대한 존재가 없음을 너는 알고 있느냐? ]

         

       마주눈을 만드는 재료는 귀신.

       그리고 정신력이 약한 인간.

         

       첫 번째 재료는 무인들의 몸에 숨겨서 미국에 입국시킨 귀신과 악령들로 충족되었고, 정신력이 약한 인간들은 슬럼가에 널려있다. 과장하는 말이 아니라, 슬럼가에서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을 찾기가 오히려 어려운 수준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미래가 없고 가난에 시달리는 이들이 어찌 정신력이 강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굳센 심지를 가진 이들이라도 고문을 겪고 나면 심신이 피폐해지는 것이 현실인데, 험난한 현실과 가난에 쉴 새 없이 시달린 이들이 어찌 피폐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에 더해 현실을 잊고자 향락에 빠져들고, 미래를 대가로 지불하며 술과 마약에 빠져서 사는 인간들도 많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미래를 대가로 현재의 즐거움을 흔쾌히 살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절망이며, 절망에서 벗어나고픈 사람의 발버둥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들은 이곳에 널려있다.

         

       [ 지니야는 사악한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그분의 존재를 인정치 못하는지 입을 열지 못하기를, 아! 저 불로 만들어진 사악한 존재를 보아라. 오, 알라시여. 빛으로 빚어진 천사를 내리사 나를 가호하소서. 저 사악한 불을 물러나게 해주소서. ]

         

       지역의 몰락과 함께 몰락해버린 불쌍한 사람들.

       러스트 벨트(Rust Belt)라는 멸칭처럼 사람 그 자체도 녹슬어버리고 만 사람들.

       하지만 언제고 녹을 벗겨내고 기름칠한다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저들은 파멸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잠시 일어설 힘을 잃었을 뿐, 언제고 희망이 돌아온다면 힘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

       대부분은 가치가 있는 이들.

       가만히 지켜볼 가치가 있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가치가 있고, 저들의 희망을 위하여 축복을 빌어줄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솎아내야 할 잡초들도 존재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희망을 잃은 이들을 더 깊은 절망의 구덩이에 집어넣으려는 이들이요, 번져나가며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빵조차도 입에 대지도 못할 흉물로 만들어버리는 곰팡이와 같은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해악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자들.

       없는 것이 차라리 나은 자들.

       자신이 활용하는 편이 훨씬 나은 존재들이 바로 그들이다.

         

       [ 그분께서는 홀로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시며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가지신 분이로다. 그분께서는 내세에서도 홀로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요 가장 현명하시고 모든 것을 아는 분이니. 그분께서는 땅속에 무엇이 들어있으며 그곳에서 무엇이 나오며 하늘에서 무엇이 내리며 그곳으로 무엇이 오는지 알고 계시오니 오 홀로 오롯이 존재하시는 영광된 분이시여 당신이 내리신 그 계시와 같이 하늘에서 비와 천사들이 내리게 하소서. 은혜를 내리사 땅에 거주하는 동안 제가 행했던 모든 선행과 진실한 예배와 기도를 받으사 나를 구원해주소서. ]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다.

       저 사람들이 해악을 벌일 것임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냐고.

       사람의 마음은 깊고 깊어 선지자도 성인(聖人)도 쉬이 알아볼 수 없는 것인데 어찌 일개 주술사에 불과한 네가 저들을 단정을 짓고 저들을 도구처럼 활용할 수 있느냐고. 그것이 과연 선한 일이겠는가?

         

       그 말이 참으로 옳은 것이라.

       어찌 사람의 선과 악을 딱딱 구분하고 그 사람의 미래를 구별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이 행할 일과 그 일로 파생될 모든 인과를 사람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것을 할 수 없기에 인간이요 필멸자라.

       설령 초월한들 그것을 오롯이 알아보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다만 그래.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가 보고 들었던 것이 바로 그 증거로다.

       미래에 저들이 벌일 패악질과 흉악한 짓을 직접 보고 듣고 그 흔적을 보았으니 저들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당위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음이니라.

         

       『 디트로이트 컬티스트. 』

         

       시간이 뒤틀리기 전, 박진성은 보았다.

       미국 내부가 개판으로 변하고, 공권력에 기대기 힘들어지자 각자도생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디트로이트에도 찾아왔고, 본래부터 넘쳐났던 디트로이트의 갱들은 하나로 뭉쳐서 느슨한 연합 체제를 구축하여 외부의 위협에 대처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다.

       무장이나 훈련 상태는 개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는 했지만, 그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홈 어드밴티지 (Home advantage) 덕분에 어느 정도 위협은 잘 물리칠 수 있었다. 그리고 설령 물리치지 못한다고 해도, 복잡하게 꼬여있는 거리나 폐허 거리, 하수도 등을 거점으로 삼아서 게릴라처럼 튀어나오며 싸움을 하는 것으로 적들을 철수하게 만들기도 하였고.

         

       하지만 이러한 그들의 선방은 디트로이트의 시민들에게 있어선 좋은 일이 아니었다.

       외부의 미친놈들을 막아주는 것까지는 좋은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 대가를 시민들에게 징수하였으니까.

         

       자신들이 너희를 지켜주는 자경단이자 경찰이라면서 ‘세금’ 명목으로 온갖 것들을 뜯어가기도 했고, 자기들끼리 만든 감투를 자랑하면서 온갖 행패를 부렸다. 심지어 자신들을 견제할 경찰조차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이들의 행패는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밖에는 미친놈이.

       안에는 갱들이.

       갱들을 쫓아내는 것을 선택하면 미친놈들이 들이닥치고, 갱들의 보호 아래에 있는 것을 선택하면 수탈당하는 미친 이지선다.

       이 최악의 선택지 속에서 시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프론티어 정신을 발휘해서 갱도 물리치고 미친놈들도 물리친다?

       말은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힘세고 야망 넘치는 놈들은 갱들에 가담한 상황이고, 시민 대부분은 총으로 동물 한 마리 잡아본 적 없는 사람들. 그나마 전투 경험이 있는 이들이나 파병 경험이 있는 이들은 나이를 먹은 데다가 그 숫자도 갱들에 비해서는 적다.

       그리고 설령 갱들과 싸워서 이긴다고 할지라도 외부에서 어떤 미친놈들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니, 이긴다고 할지라도 밝은 미래가 기다린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시민들은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해도 답은 내려오지 않았으니.

       그리하여 그들은 기도하였다.

       답이 내려오기를.

         

       그리고 답이 내려왔다.

         

       『 마나(Mana) 축적법. 』

         

       미시간 주립 대학교 박물관.

       MSU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한 기록물을 발견한 것이다.

         

       민속학을 전공한 대학원생 한 명이 기록물을 영어로 번역하였고, 자신처럼 갱들의 횡포에 의해 가족이 험한 꼴을 당한 사람들에게 이 ‘마나 축적법’을 뿌렸다.

         

       그래.

       기(氣)도 마력도, 에테르도 아닌.

       마나(Mana)를 축적하는 방법을 말이다.

         

       『 …모든 사람은 마나를 가지고 있으며, 마나의 축복을 받을 자질을 가지고 있다. 마나란 그 자체로 축복받고 신성한 힘이지만 그것은 투쟁과 용맹이 아니면 깨울 수가 없으니, 오직 진정한 마나의 힘은 격렬한 투쟁과 그 끝에 얻은 전리품으로서로만 축적이 가능한 것이다….』

         

       『 …이것은 상어를 잡은 뒤 그 이빨로 단검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투쟁으로 힘을 얻고 날카로운 무기를 얻어 강해지는 것은 매우 온당한 일이며 질서에서 어긋나지 않는 일이니, 마나(Mana)는 그 자체만으로 전사를 상징하는 힘이며 그들의 투쟁을 돕는 축복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기도에 대한 응답일지도 모른다.

       잔혹하고 잔인한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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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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