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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9

       

        

        

        

        

        

        

        

       “씨발, 완전히 말벌집이구만, 여기…!”

        

       “브라질 파벨라에서도 이딴 미친 일은 없었는데, 아주 기가 막히는…왼쪽! 왼쪽 건물 4층 창! 보이는 모든 창가에 적이 한 명씩 있다!”

        

       “당소 대거 1, 당장 밸런타인 애비뉴 일대에 화력지원 혹은 퇴출용 헬리콥터를 보내달라! 대대 단위의 폭도들이 이곳을 향해 몰려들고 있다!”

        

        

        

        앞, 뒤, 좌우, 그것도 모자라 위와 아래에서마저 몰려들고 있는 수많은 적군들.

        

        난잡하다 못해 빽빽하기까지 한 진동감지가 사방팔방에서 잡힌다. 그러나 나라는 이름의 우수한 하드웨어는 그것을 일종의…3D 맵으로 형상화하여 접근 중인 적들을 실시간으로 파악 중이었다.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거 팀이 일정한 간격으로 사용하고 있는 펄스는 내 3D 맵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을 자랑했고, 그 덕분인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적이 얼마나 많은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마치 안드로이드를 연상하게 만드는 기세와 밀도로 적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머리만 노려! 모잠비크 드릴 말고 머리에만 두 발씩 박아! 대가리를 터뜨리지 않으면 제대로 안 죽는다!”

        

       “도대체 누가 저런 걸 만들어냈는지를 도통 모르겠군요, 이런 망할…!”

        

       “대가리 숙여!”

        

        

        

        투두두두두!

        

        엄청난 소음과 함께 눈 앞에서 불빛이 번쩍거린다. 설명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동안의 근육기억대로, 그리고 다른 분들이 알려준 대로 그 자리에서 엎어졌다.

        

        그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가 없었다. 방금까지 내 머리가 있었던 공간을 총알 열다섯 발 가량이 관통했다. .277 퓨리 탄환이 허공을 가로질러 달려드는 적 네 명 가량의 머리를 갈아마셨다.

        

        털푸덕 쓰러지는 시체들을 뒤로 한 채, 이리저리 흩어진 대거 팀이 한 곳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남을 차례였다.

        

        헬리콥터든 드론이든 수송기든 뭐든, 이곳에서 우리를 빼내줄 수 있는 뭔가가 올 때까지.

        

        

        

       “옥상으로 올라간다! 신호탄 준비해!”

        

       “빨리 움직여! 계단이 시체로 뒤덮이기 전에!”

        

        

        

        인간이라기보단 클론이라고 해야만 하지 않을까 싶은 시체들을 짓밟고 방을 나간다.

        

        발 아래에서 으지직거리는 소리와 끔찍한 감촉이 느껴졌지만 힘겹게 무시했다. 계단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는 갱단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머리가 터져나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한 층씩 올라갈수록 피냄새가 옅어지고, 그 자리를 꿉꿉한 바깥 공기가 채웠다. 복도에는 종종 폭도들의 갓 죽은 시체가 아니라 방금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지 꽤나 된 것만 같은 말라붙은 시체가 보였다.

        

        그 끔찍한 광경을 뚫고 옥상문의 앞까지 도달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아앙!

        

        

        

        녹슬었지만 두꺼운 쇠사슬로 잠겨있는 문. 하지만 로렌티나 씨가 걷어찬 순간 문은 마치 폭발해버리듯 바깥으로 터져나갔고, 그 다음 순간 날 포함한 일곱 명이 쓰나미처럼 옥상으로 밀려들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적은 앞뒤좌우위아래에서 전부 다가오고 있었고, 여기서의 위는 옥상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곧 옥상도 적이 한가득이라는 뜻.

        

        그러나 전부 사살하면 그만이었다. 적의 숫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적을 죽임으로서 이곳에서 무사히 빠져나가기를 빌 뿐.

        

        

        조준선에 적을 놓고 방아쇠를 당긴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총알이 사람의 머리를 훑고 지나간 이후의 광경은 결코 영화처럼 얌전하지 않았다.

        

        현실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말 그대로 온 몸의 모든 힘이 쭉 빠진 채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이었다. 사람이 저렇게 쉽게 죽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감상은 고작해야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엄폐물도 없다시피 한 옥상에서 1초라도 더 오래 견디려면 사방에 있는 적을 전부 죽여야만 했으니까.

        

        

        

       “모바일 커버 전개, 대응수단 작동.”

        

       “씨발, 다 갈아버려!”

        

        

        

        쿠웅!

        

        로렌티나 씨가 가방을 내려놓았고, 지퍼를 열-지는 않았고, 그것을 강하게 주먹으로 내려친다.

        

        그 순간 말 그대로 크게 부풀어올라 사람 여럿을 충분히 통째로 가릴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방탄 실드가 되었으며, 그 아래에서 별도로 부속되어있던 40mm 연발 유탄발사기가 솟아올랐다.

        

        

        빈 통을 때리는 듯한 여러 번의 퉁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폭발이 일었다. 옥상으로 올라오는 길이 통째로 박살나 붕괴되며, 길 건너의 다른 아파트 단지 옥상에서도 연신 불꽃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무게와 부피, 안전 문제로 인해 보유 가능한 유탄의 갯수는 거의 30개밖에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 사이 거의 40명에 달하는 폭도들이 산산조각난 것은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한편 그 와중, 저 멀리 반대쪽으로 돌아간 다른 분들 네 명도 간신히 합류할 수 있었다.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는 로건 씨가 힘겹게 숨을 터뜨렸고, 그 즈음 나는 다용도 파우치에서 신호탄을 장전한 후 허공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통신이 들려온 것은 그 직후였다.

        

        

        

       -당소 포톤 1, 적색 조명을 육안으로 식별했다. 아래에서 보니 마을 전체가 그쪽들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군. 실드를 켜라. 광역 연막 차징을 준비하겠다.

        

       “잠깐, 연막이라면 설마….”

        

       -정답이다. 귀관들이 작전에 임하고 있을 때 새로이 받은 백린탄이다. 불타 죽고 싶지 않다면 최대한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포톤 1!”

        

       -확인했다.

        

        

        

        준엄한 선고가 들려왔다.

        

        그리고 하늘에서부터 불타는 백색의 연기 덩어리가 떨어져내렸다.

        

        눈으로 궤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릿하게 떨어져내리는 수백 개의 흰 덩어리가 우리의 작전구역인 브릭스 애비뉴, 베인브릿지 애비뉴, 밸런타인 애비뉴 등등을 통째로 뒤덮었다.

        

        눈 앞이 완전히 하얗게 변하고, 공기 중 독성 연기의 농도가 말 그대로 산맥처럼 치솟아올랐다. 그 와중 모바일 커버 안쪽에 불타는 백린 덩어리 두세 개 가량이 떨어졌기에 황급히 붙잡아 던졌다.

        

        다행히 장갑 위에도 에너지장이 덧씌워진 상태였기에 화상 같은 건 없이 바깥으로 던질 수 있었다. 정말 실드 만만세였다.

        

        

        유독성 연기와 고열이 동시에 사방을 뒤덮은 지 30초 가량 지났을까, 스캔에 잡히는 적들이 하나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기계를 통해 인위적으로 통각을 차단하고 운동피질을 만지작거렸다니 뭐니 하지만, 결국 그들 역시도 사람이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어야만 한다는 소리였다.

        

        기관지와 폐가 불타버린 지성 없는 적들은 자기도 왜 죽는지 모르고 죽어가겠지.

        

        

        

       “이동한다! 이제 이 엿같은 곳에서 빠져나갈 차례야! 신호탄 한 번 더 갈겨!”

        

       “알겠습니다!”

        

        

        

        퍼엉!

        

        주변은 말 그대로 백색의 암흑 천지였지만, 익숙한 손놀림으로 파우치에서 신호탄을 꺼내 빠르게 장전하고는 재사격. 플레어건이 녹아가고 있었기에 빠르게 어떻게든 해야 했다.

        

        데인저 클로즈(아군 근처에 포격)도 아니고, 브로큰 애로우(진내사격, 아군과 적군이 혼재된 곳에 포격)를 갈긴 탓에 실드가 서서히 줄어든다.

        

        달칵. 아주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실린더에 가까운 약실에 탄환을 넣고, 하늘을 향해 플레어 건을 당겼다 – 그 순간 피어오르는 백색 연기 사이로 적색 신호탄이 터져나온다.

        

        

        하늘 위를 선회 중이던 수송기가 빠르게 하강을 시작했다. 백린 연막이 틸트제트기의 엔진이 뿜어내는 엄청난 출력에 의해 마구잡이로 요동쳤다.

        

        순식간에 점에서 그 이상보다도 훨씬 거대한 크기가 된 그것이 50m 가량 근처의 평평한 옥상에 착륙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변에 연막을 차징한 것은 괜찮은 생각이었다. 적은 언제까지 우려먹을 생각인지는 몰라도 여전히 비유도 로켓포 일부를 보유 중이었으니까. 이렇게라도 시야를 가리는 것이 맞았다.

        

        이동의 시간이었다.

        

        

        

       “가자, 유진!”

        

       “네!”

        

        

        

        모바일 커버에서 벗어나 달린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송기가 옥상에 조심스럽게 착륙한다. 옥상에는 물이 무릎 언저리까지 고여있었다. 그닥 설명하기 싫은 형태의 폭도 시체들도 마찬가지로 섞여있었다. 유탄이 이 근방에도 명중한 탓이었다.

        

        드디어 브롱스에서 나갈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반대로 이 즈음이 되자 조금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었다. 퇴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탓에 퇴각하게 되는 것은…조금 분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면 되겠지. 바로 그러려고 우리가 있는 거니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무릎까지 찬 물을 헤치며 달려나갔다.

        

        

        

       “로건! 먼저 타! 경계는 우리가 한다!”

        

       “후, 그것 참 고마운 말이구만.”

        

        

         

        지난 번에 손목을 다친 로건 씨가 가장 먼저 탑승했다. 나보다 앞서 달리던 분들 역시 빠르게 탑승. 수송기는 고작해야 앞으로 5초 가량 후에 이곳을 뜰 예정이었다.

        

        백린을 주워던지고 신호탄을 쏘는 등, 별도의 뒷처리를 맡던 내가 가장 늦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로렌티나 씨는 다 합쳐 백 킬로그램이 넘는 모바일 커버와 유탄발사기를 더 이상 들고다닐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끝이었다. 수송기까지의 거리는 고작해야 20m. 고작해야 5초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첨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을 헤치고 달린다. 거의 모두가 탑승한 상황이었고, 로렌티나 씨가 내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빨리 이 망할 곳을 뜹시다, 막내!”

        

       “네!”

        

        

        

        20m, 15m, 10m, 5m.

        

        물이 첨벙거린 탓인지, 아니면 그 이외의 무엇이 있는 건지. 나는 어쩐지 귓전에서부터 무언가가 째깍거리는, 그리고 발 밑에서 무언가 떨리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정말로 얼마 안 남았으니까 –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실로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갑자기 수송기가 위로 붕 뜨는 듯한 광경이 나타난 것이었다.

        

        마치 수렁으로 빠지듯, 한 발자국씩 내딛을수록 계속해서 하늘로 치솟는 듯한 탈출용 수송기.

        

        

        물론,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아니었다.

        

        발 밑이 꺼지고 있었다.

        

        

        

       ───으지지직!

        

        

        

       “우, 우와아앗-!”

        

       “막내!?”

        

        

        

        한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옥상이 통째로 무너지며, 옥상에 한 번 쿵 하고 박은 후 다시금 반쯤 공중에 떠있다시피 한 수송기를 – 그리고 그 안에 타있는 대거 팀을 빼고, 모든 것이 아래로 꺼졌다.

        

        그 이유는 짐작이 갔다. 무릎까지 고여있는 물의 무게는 엄청날 것이었다. 거기에 유탄이 터지며 지반이 약화가 되었을수도 있었고, 수송기가 착륙하며 쐐기를 박았을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 뿐이었다.

        

        나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불행하게도 옥상은 평행하게 꺼진 것이 아니었다. 비스듬하게 무너진 것이었다.

        

        그 결과 나는 마치 미끄럼틀을 타듯 아래로 떨어졌다. 물이 고인 탓에 더러워진 옥상 바닥은 해초인지 뭔지로 뒤덮인 상태였고, 잡을 것은 아무런 것도 없으며, 물이랑 같이 낙하한 탓에 시야 확보도 불가능.

        

        그리고 그 끝은 대략 15m 아래의 애비뉴 바닥이었다.

        

        자유낙하가 시작되었다.

        

        

        

       “막내애에에-!”

        

        

        

        쿵!

        

        그것이 내가 들은 마지막 소리였다.

        

        지면이 맞닿는 순간, 나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진! 유진! 정신차려! 지금 열댓 명 가량이 네가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당장 지붕으로 올라가! 빨리!”

        

        

        

        머리가 띵하다.

        

        온 몸이 망치로 두들겨맞은 듯 욱신거리고, 무릎관절이 삐걱거린다. 귓전에서는 이명 비슷한 것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조금 정신을 차린 결과 그것이 이카루스 기어의 경고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대충…낙하 대미지를 상쇄하느라 대부분의 나노머신을 손실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맨몸이었다면 즉사 또는 중상이었을 높이였으니까.

        

        나는 그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섰고,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았다.

        

        엄청난 숫자의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올라가야 해!’

        

        

        

        굳이 어디에 몇 명이 있는지를 알 필요는 없었다. 주변에서 잡히는 것만 열 명이 넘었으니까.

        

        내가 들고 있던 총은 낙하 여파로 인해 곳곳이 찌그러져 못 쓰게 된지 오래였고, 탄창 역시도 마찬가지. 나는 불필요한 것들을 전부 내버리고 택티컬 나이프와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것만큼은 멀쩡했다.

        

        바로 뒤에 존재하는 아파트 문. 굳건히 잠겨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발로 까고는 계단을 힘차게 오르기 시작했다.

        

        온 몸이 지끈거렸다.

        

        

        

       ───탕! 탕! 탕!

        

        

        

        마치 거짓말처럼 건물 내부에 아직도 있던 적들이 나를 방해하려 몰려들지만, 그 모두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주며 달린다.

        

        그 와중 총을 맞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얼마 남지도 않은 실드가 급격히 소모되었고, 그리하여 내가 옥상으로 올라갔을 때는 실드가 완전히 박살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후욱 밀려드는 백린 연막. 그것은 여전히 걷히지 않은 채 주변에 있는 폭도들의 숨통을 틀어막거나, 혹은 여전히 남아있는 – 혹은 이제 시작일 – 화염으로 불태워버리고 있었다.

        

        

        하늘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수송기에 탄 대거 팀의 분들이 주변에서 몰려드는 개조된 폭도들을 전부 쏘아 맞히고 있던 것이었다.

        

        눈 앞에 홀로그램 표식이, 그리고 그곳까지 가는 길과 남은 거리가 표시되었다. 그와 동시에 수송기에서 사다리가 내려왔다.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달려, 유진!”

        

        

        

        백린 연막을 헤치고 달린다.

        

        몸이 빠르게 뜨거워진다. 산소는 진즉 부족했다. 앞으로 가는 길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죽고 싶지 않다면 달려야만 했다. 다행히도 연막은 틸트제트기 엔진에 의해 빠르게 흩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달리는 속도보다는 주변에 적들이 쏘아대는 총알에 의해, 그리고 백린 연기에 의해 실드가 소모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옥상 끝이 코앞이었다.

        

        

        건물끼리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아파트의 옥상을 엄청난 속도로 달린다. 물론 내 기준에서는 결코 성에 차지 않았다. 이것보다 더 빨라야만 했다. 하지만 추락 여파가 아직 몸에 남아있었다.

        

        쿠우우우-하는 소리를 내며 수송기가 엄청난 속도로 선회했다. 마치 헬기 같았다. 문제는 헬기보다 한참이나 무거운데도 그런 기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옥상의 끝부분에서 순식간에 멈춰서고, 이내 마치 혓바닥처럼 내밀어진 사다리를 내 방향으로 돌려세웠다.

        

        

        로건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뛰어-!”

        

        

        

        경고음과 함께 더 이상 총알과 백린 연막을 버티지 못한 실드가 깨졌다.

        

        그리고 나는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중력에 의해 신체가 아래로 가속을 시작했다. 그리 가까워보이지 않는 사다리가 순식간에 코 앞까지 다가온 순간 나는 손을 앞으로 뻗었고 – 파일럿의 정확한 거리조절에 의해, 나는 간신히 사다리를 움켜쥐었다.

        

        수송기의 틸트제트 방향이 급격하게 지면과 평행해졌고, 기체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됐어, 막내를 잡았다! 끌어올려!”

        

        

        

        순식간에 가속하는 시야, 뒤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총기의 격발음

        

        그 순간 내 손가락만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힘이 풀렸고, 나는 그 자리에서 아랫도리에까지 긴장을 놓아버릴 뻔했다. 그것만큼은 막았기에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퍼억!

        

        

        

       “아…?”

        

        

        

        경고, 복부 관통상.

        

        경고, 간장 일부 손상.

        

        경고, 혈액 손실. 초당 9ml. 중상 판정.

        

        경고, 혈압 높음. 지혈까지 걸리는 시간이 증가합니다.

        

        경고, 경고, 경고….

        

        마치 배를 주먹으로 얻어맞은 것만 같은 둔탁한 고통이 뒤따른 순간, 나는 내 복부가 뜨뜻한 액체로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하필이면 방탄판으로 완전히 가릴 수 없는 곳이었다.

        

        이카루스 기어 덕분에 엄청난 고통이 참을 수 있는 고통으로 완화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무언가 안 좋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배를 막아야 했다.

        

        

        

       “지, 지혈 기능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처음으로 몸에 입은 총상은 끔찍하리만치 아팠다. 그 와중에도 사다리가 자동으로 감기며 내 몸은 위로 딸려올라가고 있었다.

        

        천천히 끌어올려지고 있는 사다리가 수송창 위까지 올라온 순간, 나는 나를 기쁘게 맞이하는 대거 팀의 앞에서 풀썩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붉은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유진?”

        

       “그, 저, 배가, 배가….”

        

        

        

        아파요.

        

        그러나 뒷말은 나오지 못했다. 과도한 긴장이 풀리며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피로가 탁 풀린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 자리에서 힘겹게 바닥에 팔을 대고 쓰러지는 걸 막았다.

        

        힘이 빠지고, 입에서 단편적인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내 입에서 말이 제멋대로 새어나왔다.

        

        

        

       “그, 몸이, 제대로 안 움직여져서….”

        

        

        

        시야가 멀어진다.

        

        주변의 소리가 작아진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누군가가 긴급하게 체스터 씨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개조자들 244명 손실. 역시 이것만으로는 안 되나.”

        

       “곤란해. 다음에는 이런 방법도 안 먹히겠지.”

        

       “느낌이 좋지 않아.”

        

        

        

        한편, 그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브롱스 어딘가.

        

        수송기가 퇴각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아르테미스-개조 PMC들은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것이 호재일지 악재일지는 그 누구도 확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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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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