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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눈을 뜨자 익숙한 알림창이 그녀를 반겼다.

       

       [제국력 993년 1월의 기억]

       [남은 시간 : 5분 00초]

       

       올리비아는 일단 주변부터 살폈다. 

       

       나무 판자들로 대충 벽을 세운 판잣집들이 사방에 즐비했다.

       

       골목은 성인 남자 두 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여긴…….’

       

       올리비아는 단번에 이곳이 어디인지를 깨달았다. 

       

       신성 왕국 근처의 빈민촌.

       

       “……사제님?”

       

       올리비아는 정신을 차리고 눈앞을 응시했다. 수많은 병자들이 올리비아 앞에 나란히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으음.’

       

       생각났다. 

       

       리브가의 호감작을 어떻게 했었는지.

       

       “저 내일 또 올 테니까, 그때까지 무리하지 마세요. 자, 다음 분!”

       

       바로 옆에 리브가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신원을 특정할 수 없도록 두꺼운 로브를 둘러쓴 채, 쉴 새 없이 병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리브가의 호감도를 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옆에서 도와주면 된다. 그 뿐이다.

       

       ‘그게 더럽게 어려울 뿐이지.’

       

       하루에 못해도 수백 명을 치료해야 하는데, 어지간한 마력으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정도다.

       

       ‘그래서 993년이 되어서야 만난 거고.’

       

       아예 이쪽 계열이라면 모를까, 수백 명을 치료하고도 지치지 않으려면, 넉넉잡고 대마법사 급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올리비아는 슬쩍, 리브가를 쳐다봤다. 

       

       [리브가]

       – 레벨 : 93

       – 호감도 : 50

       – 직업 : 성녀

       – 칭호 : 신실한 자, 이적을 행하는 자, 어둠을 밝히는 자.

       

       ‘호감도 50이면…….’

       

       대략 만난 지 몇 달은 지난 시점인 것 같았다.

       

       ‘그럼 키엘 때랑 비슷한건가?’

       

       아마 그때도 호감도가 50 언저리였으니 얼추 들어맞을 것이다.

       

       그나저나…….

       

       [남은 시간 : 3분 40초]

       

       뭐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시간이 저렇게나 흘러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저번처럼 그냥 날리겠는데?’

       

       주변 눈치를 보던 올리비아가,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관전 모드로 전환한다.’

       

       그 순간.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현재 관전 중입니다.]

       – 남은 횟수 : 4회.

       

       ‘오오, 이런 구조구나?’

       

       제 3자의 시선으로 보이는 것도, 관전 중에는 타이머가 차감되지 않는 것도 멜리나 때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시간이 배속 없이 온전히 흘러간다는 것이다.

       

       – 다음부턴 다치지 마세요. 자, 다음 분.

       – 이쪽으로도 오세요. 어디가 아프세요?

       

       기분이 묘했다.

       

       ‘내가 몰살회차에서 저랬었구나.’

       

       ‘올리비아’도 리브가와 똑같은 로브를 쓰고 있었다. 역시나, 신분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 언니. 

       

       그래서 리브가는 자신을 언니라고 불렀다. 평범한 자매처럼 보이기 위해서.

       

       물론 이건 둘만 아는 비밀이지만.

       

       “……흐음.”

       

       올리비아는 10분 동안 둘을 관전하며 깨달았다.

       

       ‘충분히 될 것 같은데?’

       

       ‘올리비아’는 예상했던대로, 선(善)의 화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저건 절대로 피해자로 못 만들어.’

       

       리브가에게 자아가 두 개라는 사실을 인지시킬 수는 있을지언정, 이쪽을 비련한 여주인공으로 만드는 건 죽어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올리비아의 고민은 짧았다.

       

       ‘원래 계획대로 간다.’

       

       비련해 질 수 없다면, 철저하게 악인이 된 다음 떠넘기면 그만이다.

       

       물론 평범한 악인이 될 생각은 없다.

       

       악은 악만의 방식이 있다.

       

       ‘일단 호칭부터 정리한다.’

       

       

       *****

       

       

       

       신성 왕국 외곽지대.

       

       수호기사 프란츠는 초조한 얼굴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봉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리브가 때문이었다.

       

       외성 바깥으로 나간 건 아니다.

       

       리브가가 향한 곳은 왕국 북서쪽에 위치한 빈민촌이었다. 아무리 신성 왕국의 지도층이 독실한 종교인이라고 한들, 신분사회인 이상 빈부가 나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생긴 제도가 자발적인 봉사를 통한 빈민들의 구제였다.

       

       주교 정도 되는 성직자들도 주기적으로 봉사를 나가는데, 성녀씩이나 되는 리브가가 봉사를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자주 가서 문제지.’

       

       조금 과장해서 빈민촌에서 산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좋은 일인 건 맞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프란츠가 걱정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봉사라는 게,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다. 병자들을 치료해주고, 수발도 들어주고, 고해도 받아주고…….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리브가는 그 모든 일을 성녀라는 신분도 숨긴 채로 진행하고 있었다. 자신을 멀리 떨어뜨려 놓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해는 간다. 성녀라는 신분을 드러내면 순식간에 인파가 몰릴 테고, 그렇게 되면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때였다.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프란츠는 반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두꺼운 로브를 둘러 쓴 소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얼굴이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제가…….”

       

       리브가는 비슷하게 생긴 로브를 쓴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프란츠도 아는 사람이었다.

       

       올리비아.

       

       제국 출신의 최연소 ‘대마법사’.

       

       지금은 평화의 시대이지만, 프란츠는 대마법사라는 칭호가 가지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법 하나로 수천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들.

       

       교황도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4기사 중 1명인 자신을 성녀의 호위로 배치했으리라.

       

       보호 겸, 제국 소속 대마법사에 대한 감시 목적으로.

       

       “오래 걸리셨군요. 리브가 님.”

       “……미안해요. 프란츠.”

       “빈민들을 구제하는 것도 좋지만, 오후 미사를 빠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고개를 푹 숙인 리브가에게 한 마디 더 하려던 프란츠가 멈칫했다.

       

       – 성녀이기 전에, 어린 아이에요.

       

       며칠 전에, 올리비아에게 들었던 말 때문이다.

       

       ‘……끄응.’

       

       잠시 망설이던 프란츠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잘하셨습니다.”

       “……네?”

       “저번보다 일찍 끝내신 것 말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리브가를 보고 프란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프란츠는 힐끗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올리비아는 리브가만큼이나 선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물론 외양만 번지르르 했다면 프란츠가 마음을 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두 눈으로 지켜보고 판단한 결과였다.

       

       이 여자는, 좋은 마법사였다.

       

       도대체 어떤 마법사가 수천 명의 병자를 ‘무상’으로 치료해주겠는가. 적어도 프란츠가 알기론 없었다.

       

       프란츠가 뒤돌아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따라오십시오. 이러다 미사에 늦겠습니다.”

       

       프란츠가 앞장서고, 리브가와 올리비아가 뒤따랐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프란츠와의 거리를 가늠하던 리브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올리비아 님.”

       

       그 말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돌렸다. 

       잔잔한 미소.

       리브가는 저 미소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올리비아 님이 프란츠한테 뭐라고 해주신거죠?”

       

       프란츠는 과묵한 사람이다. 세상에 고지식하지 않은 성기사가 어디 있겠냐마는, 프란츠는 그 중에서도 유독 과묵한 편에 속했다.

       

       그랬던 프란츠가 자신을 칭찬했다는 뜻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올리비아는 리브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따뜻한 손길에, 리브가가 배시시 웃었다.

       

       “맞아.”

       “왜 그러신 거에요?”

       “잘 했으면 칭찬 받는 게 맞으니까.”

       “하지만……저는 이 일을 칭찬 받으려고 시작한 게 아닌걸요.”

       

       올리비아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래도 기분 좋잖니. 안 그러니?”

       “……네.”

       

       맞는 말이었다.

       진심 어린 칭찬을 듣고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선행은 남들이 모르게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리브가였지만, 막상 칭찬을 들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보상 받는 기분이야.’

       

       원래 대가를 바라면 안되지만, 이 정도라면 아이테르께서도 용서해 주실 것 같았다.

       

       리브가는 올리비아가 좋았다.

       

       언니가 있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있었다면 이런 기분일 거라고 지레짐작할 정도였다.

       

       뭐랄까,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만난지 몇 달밖에 안됐는데.’

       

       그래서 곧 헤어진다는 사실이 더 아쉽게 다가왔다. 교단 소속이 아닌 올리비아는 저녁 미사에 참여할 수 없으니까.

       

       매일 만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일행은 금세 대성당에 도착했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는데도.’

       

       리브가는 남몰래 울상을 지었다.

       

       둘이 사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빈민촌에서 봉사할 때 뿐이었다.

       

       성녀인 리브가는 매일같이 빡빡한 일정이 잡혀 있었고, 올리비아 또한 별다르지 않았다.

       

       리브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애써 아쉬움을 가라앉혔다.

       

       이제 작별할 시간이었으니.

       

       “그, 올리비아님. 저희 내일도 만…….”

       “잠시만요, 성녀님.”

       

       올리비아가 말을 끊었다. 

       

       “프란츠 경. 미사 시작까지 몇 분이나 남았죠?”

       “3분 정도 남았습니다.”

       “그러면 딱 1분만 양보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되서요.”

       

       프란츠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제 권한이…….”

       “프란츠.”

       “……예, 성녀님.”

       “1분만요.”

       “…….”

       

       침묵이 흘렀다.

       

       결국 승자는 리브가였다.

       

       “딱 1분만입니다.”

       

       프란츠가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 리브가의 표정이 활짝 피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 거에요?”

       

       올리비아는 그런 리브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리브가.”

       “네.”

       “내 동생.”

       “어, 어어……?”

       

       리브가가 눈을 부릅떴다.

       

       자신이 먼저 올리비아를 언니라고 부른 적은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언니라는 호칭도 봉사 때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혹시 내가 동생이라고 부르면 싫니?”

       

       리브가는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도리도리 휘저었다.

       

       싫을 리가 없다.

       

       아니, 내심 꿈꿔왔을 정도다.

       

       하지만…….

       

       “그, 너무 갑작스러워서…….”

       “싫은 거구나.”

       

       으윽,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알았어,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올리비아는 리브가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리브가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

       

       리브가는 찰나의 순간 수만 가지 생각을 했다.

       

       올리비아를 언니라고 부르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벌컥.

       

       “성녀님, 이제 가셔야 합니다.”

       

       프란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저희 아직…….”

       “아닙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올리비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 녀 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분뇨조절 장애님 5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아!!!!@!!!

    그저 G.O.A.T

    조회수 100만 달성 감사드립니다!!!!!!!!!!!

    와아아아!!!!!!!!
    내가, 내가아 백만 이라니!!!!!

    항상 감사드립니다 Ilham Senjaya님!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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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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