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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 천마님. 여기 아피스 아니에요.

       – 두 손이 묶인 채로 병사들을 다 처리하겠다고? 내기도 없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내기 없이 용을 잡겠다는 건 말이 되고?

       – 그른가?

       

       “대답이나 하거라.”

       

       – 건드려도 상관은 없음. 그래도 스토리 진행됨.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대답이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가 마차 안에 있던 다른 이들을 호명한 후에 나를 바라본다.

       

       “넌 누구지?”

       

       정체도 모르는 이를 사형장까지 끌고 온 것인가.

       

       주변 풍경이 현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니 특이한 일은 아니구나.

       

       오히려 그 자리에서 목을 치지 않고 사형장까지 데려온 것을 자비롭다 해야 할 터.

       

       답을 하기 위해 지휘관의 앞으로 걸어간다.

       

       병사건 지휘관이건 나를 바라보지만 경계는 하지 않는다. 두 손이 묶인 일반인이 무장한 자신들의 앞에서 뭘 할 수 있을 리 없다 생각하는 걸 테지.

       

       그것은 오만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상식을 뛰어넘는 자들이 수도 없이 나타난다는 걸 내 몸소 알려주어야겠구나.

       

       “이름을 대라.”

       “백화령이라고 한다.”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스킵하실 경우에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 커스터 마이징을 그대로 사용하게 됩니다.]

       

       “지나치지.”

       

       [커스터마이징이 스킵됩니다.]

       

       “백화령. 나라 바깥에서 들어온 밀입국자인가. 저기 가서 서도록.”

       “그 전에 말이다. 내 재밌는 것을 하나 보여주도록 하마.”

       “쓸데없는 대화할 시간 없다. 빨리 가도록.”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의 질책을 무시한 채 밧줄로 묶인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누가 묶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마는 꽤나 꼼꼼히 포박을 했구나. 칼로 베는 것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선 풀리지 않겠지.

       

       내가 본래의 육신을 들고 왔다면 이런 밧줄 쯤이야 힘을 툭하고 주면 끊어질 것에 불과하다만 지금 게임 속 몸은 허약하니 이걸 풀려면 다소 귀찮은 방법을 써야 한다.

       

       한 손으로 한쪽 손목과 손가락의 뼈를 뽑아낸다.

       

       – ????

       – 이 분 뭐함?!

       – 몸에서 나면 안 되는 소리가 나는데?

       

       이렇게 하면 이전에는 관절의 한계 때문에 움직이지 못했던 범위까지 움직일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한 쪽 손을 밧줄에서 빼낸다.

       

       – 으… 씹.

       – 저게 사람 몸으로 가능한 일이야?!

       – 근데 실제로 하고 있잖아.

       

       그리고 나서 다시 뼈를 조립하면 끝. 이로써 내 두 손이 자유로워졌구나.

       

       “짜잔. 어떠냐. 놀랍지 않느냐?”

       

       내가 지니고 있는 수많은 잡기 중 하나지.

       

       내공이 있었다면 더 쉬이 할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몸엔 자그마한 내기도 없는 지라 다소 무식한 수단을 써야 했다.

       

       “따라하지는 말거라. 정신이 나갈 정도로 아플 테니까.”

       

       – 이런 걸 누가 따라해요!

       – 고통 수치를 0으로 해놔도 재현 못할 것 같은데.

       – 이 사람 고통 수치 따로 안 건들지 않았음? 이 겜 고통수치 기본 20으로 돼 있을 텐데?

       – 그럼 얘 뼈를 뽑고 다시 꽂는 고통을 그대로 느낀 거임? 근데 어케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음?

       – 으. 씹.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지 않구나. 보기 좋은 풍경이 아님은 인정한다만 신기하기는 하지 않으냐.

       

       왜 다들 너무 아파 보여서 못 보겠다고 하는지.

       

       이상하지 않으냐? 그대들도 아피스에서 검에 베이고, 창에 찔리고, 메이스에 얻어맞고, 채찍에 자국을 새길 터인데 뼈 좀 뺐다 꼽았다 한다 해서 뭘 그리 호들갑인가.

       

       할 말이 많긴 했지만 당장은 눈앞에 검을 뽑아든 녀석을 상대할 차례였으니 넘어가자꾸나.

       

       “병사들!”

       

       본래라면 바로 화살이 날아왔을 터이나 지휘관이 근처에 있기에 궁수들이 망설이고 있다.

       

       대신 무장한 병사들이 나를 제압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만 그래서야 늦다.

       

       나는 지휘관의 앞에 서 있지 않으냐.

       

       한 발을 앞으로 내딛자 지휘관이 검을 휘두른다.

       

       그래도 꼴에 지휘관이라고. 검에 소양이 있구나.

       

       허나 딱 거기까지다. 일반 병사 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준. 그것의 그대의 한계다.

       

       본인의 몸이 지금 아무리 허약한 상태라 하나 그대 따위에게 공격을 허용하진 않는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검격이라니 정석적이긴 하다만 그만큼 뻔하지 않으냐.

       

       몸을 비틀어 피하며 앞으로 한 발을 더 내딛은 후 텅 비어버린 지휘관의 턱을 손바닥으로 가격했다.

       

       갑작스런 충격에 비틀거리던 지휘관은 자신이 지닌 무기를 놓쳐버렸다.

       

       이 놈아. 무를 배웠다는 녀석이 겨우 한 대 얻어맞았다고 검을 놓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느냐?

       

       내가 검을 주워 지휘관에게 들이대자 그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두 손을 위로 들었다.

       

       설마 그대를 인질로 삼을 것이라 예상했더냐.

       

       틀린 판단은 아니다.

       

       분명 그건 유효한 전략이지.

       

       허나 지금의 내게는 필요 없는 전략이니라.

       

       지휘관에 옆구리에 바람구멍을 하나 내 준 후 그를 걷어차 넘어뜨렸다.

       

       그리고서 등을 돌리니 내 쪽으로 다가 오려던 병사들이 굳은 것이 보인다.

       

       멍청한 놈들. 지휘관이 당했는데 멀리서 주춤거리고 있으면 어쩌자는 것이냐.

       

       그나마 궁수의 반응이 괜찮다. 대치가 이어진다 싶으니 바로 시위를 당겨 나를 노렸으니까.

       

       허나 안타깝구나. 나에게 위협을 줘야 할 이들이 겁을 먹어 그대가 활을 당기는 걸 감추어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검을 궁수를 향해 던진다. 일직선으로 날아간 검은 궁수의 어깻 죽지를 꿰뚫고 나서야 멈췄다.

       

       활이 바닥에 떨어진다.

       

       “무엇들 하느냐. 본인은 이제 빈손이다. 달려들어야지.”

       

       그대들도 훈련을 받는 병사 나부랭이이니 알 것 아니더냐. 무기를 잃은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지를. 무기가 있고 없음이 얼마나 큰 격차를 내는 지를.

       

       어찌하야 달려들지 않는가. 어찌하야 투쟁하지 않는가.

       

       보라. 그대들의 지휘관을 해한 자가 여기에 있다. 동료를 해한 자가 이 곳에 있다.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압박에 못 이긴 병사 중 하나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달려든다. 그것을 시작으로 병사들이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아. 즐거운 강의의 시간이다. 오늘 가르쳐 줄 것은 홀로 다수를 상대하는 법이니라.

       본래라면 느긋이 설명을 해줄 터이나 안타깝게도 시간이 많지 않아 요악하여 알려주겠다.”

       

       처음으로 달려든 병사는 찌르기를 택했다.

       

       성급하구나. 겁에 질렸느냐? 내가 두려우냐?

       

       공격을 피하는 덴 많은 움직임은 필요치 않았다. 발 한자국을 슬쩍 움직여 검을 피한 후 병사의 팔을 붙잡아 뼈를 뽑았다.

       

       “끄아아악!”

       

       이전에도 말했지만 탈골의 고통은 쉬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단련된 병사라 한들 고통 앞에선 계집애 같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본래 단체를 상대할 땐 지휘관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 나는 일전의 검으로 그 목표를 이루었지.”

       

       병사가 놓친 검을 발끝으로 걷어 차 띄운 후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그 검으로 비명에 발버둥치는 병사의 허리춤을 상냥히 찔러 주었다.

       

       장기를 피해 찔렀으니 아프기야 아프겠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야.

       

       “그 다음은 보다시피 쏟아지는 병사들을 상대해야 한다.”

       

       칼에 묻은 피가 촉진제가 된 듯 병사들이 달려들기 시작한다.

       

       거기엔 작전도 뭣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눈앞의 적을 죽여 살아남겠다는 의지이니.

       

       지금 내게 돌격하는 집단은 툭하고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모래성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병사를 제압하되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나라도 빨리 수를 줄여야하지 않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다만 다수를 상대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상대 하나를 줄이는 것보단 더 큰 그림을 그리는 편이 낫지.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같이 훈련을 받는다.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정이 들 수밖에 없지.

       생각해보라. 자신과 일상을 같이 보낸 이가 옆에서 비명을 지르는 데 그걸 완벽히 무시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사람인 이상 흔들릴 수밖에 없지.

       어쩌면 동료를 살리기 위해 잠시 전투에서 이탈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다수를 상대할 땐 치명상을 입히되 죽이지는 말고 동료를 방해하게 내버려 두거라.

       이해가 되느냐?”

       

       – 그 전에 다 대 일이 안 되는 데요.

       – 아 ㅋㅋ. 병사 수십 명이 달려드는 데 어떻게 버티냐고.

       –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적을 쓰러트리는 법부터 알려주세요.

       

       “방법이랄게 있느냐. 잘 피하고 잘 때리면 된다.”

       

       – 그러니까 우린 그게 안 된다고.

       – 직접 하면서 그렇게 말하니까 뭐라 할 수도 없고.

       – 나쁜 말 마렵다. ㄹㅇ.

       

       “홀로 다수를 상대하는 것은 변수가 너무 많아 상세한 것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경험으로써 해결을 하는 수밖에 없으니 많이 상대를 해 보거라.”

       

       나 같은 경우에는 무림에서 지긋지긋하게 다수를 상대하다보니 자연스레 익히게 되었지.

       

       “굳이 조언을 하나 하자면 궁수가 있을 땐 난전을 유도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궁수가 활을 당기지 못하니까.”

       

       정성껏 설명을 해주었으니 채팅창에는 알겠다는 글보다는 ?가 더 많이 올라왔다.

       

       이 놈들. 물어보기만 하지 말고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줄도 알아야지. 그래서야 발전이 있겠느냐.

       

       “미안하다만 본인은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하는 법을 모른다. 그러니 이해한 것만 받아들이도록 해라.”

       

       셋이 하는 협공을 받아치던 중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소리를 들어보니 무기를 들었지만 휘두를 생각은 없고.

       

       몸으로 덮치려 하는가. 좋은 선택지지.

       

       난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나를 덮치려 하던 자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동료를 덮쳤고 덕택에 전열이 엉망이 되었다.

       

       뒤엉킨 이들에게 다가가 칼로 몇 군데를 찔러주니 남정네들의 비명으로 화음이 이루어졌다.

       

       참 듣기에 좋지 않은 소리구나. 그래도 나보단 적에게 더 듣기 싫은 소리일 테니 화음을 막을 필요는 없겠지.

       

       – 방금 뭐임?

       – 뒤에서 달려드는 거 어케 암?

       – 전조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잖아.

       

       “뒤에도 눈을 달면 된다.”

       

       나름 농이라고 던진 말이었으나 채팅창의 아해들은 진지하게 내 뒤에 눈이 달렸냐는 논의를 나눌 뿐 조금도 웃어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본인에게는 말재주가 없는 모양이야.

       

       “농이다. 실은 기척으로 존재를 추측하고 소리로 의도를 파악했을 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

       

       –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요?

       – 이 사람 기준에서 대단한 일은 도대체 뭐임?

       

       이게 무어라고. 연습만 하면 다른 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어가 대단하겠느냐.

       

       내 기준에서 대단하다 말할 일이라 한다면… 흐음.

         

       “바다라도 가르고 오거라. 그 정도면 박수를 쳐줄 수 있을 것 같다만.”

         

       이런 식으로 잡담을 나누며 병사를 제압하다 보니 어느새 나만이 대지 위에 서 있게 되었다.

       

       죽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저 중에 죽일 만한 가치가 있는 자는 없었으니까.

       

       “방해물들도 다 처리를 했는데 용은 언제 나오는 것이냐.”

       

       – 그러게?

       – 나오려면 벌써 나왔어야 했는데.

       – 화령 보고 쫄아서 튄 거 아님?

       

       “아니군. 아무래도 자신을 언급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야.”

       

       저 드높은 하늘 위에서 거대한 물체 하나가 낙하를 시작했다.

       

       자기가 별똥별이라도 된 줄 아는지 감속을 모르고 무작정 속도를 내던 그 물체가 땅에 떨어진 순간 대지가 진동했다.

       

       바닥에 쌓여있던 눈이 비산하며 세상을 하얀색으로 물들인다.

       

       그 속에서 검은 비늘을 지닌 용은 잠시 몸을 움츠렸다가 포효와 함께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이야. 등장부터가 화려하구나.

       

       용이라는 호칭을 달고 있으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암.

       

       주홍색의 사나운 눈동자가 나를 인식한다.

       

       왔느냐.

       

       자. 내 나와 그대를 위한 전장을 만들기 위해 수고를 들였다.

       

       이제 나와 그대의 싸움을 방해할 자는 없으니 어디 한 번 놀아보자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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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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