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1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간, 나는 멘테 경과 함께 제 1관문의 앞에 섰다.

     성벽이 아닌 관문 앞.

     “도련님.”

     “그만하시죠, 스승님.”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고?”

     “저기 석양의 색깔처럼 얼굴이 붉어졌다면서 놀릴 거 아닙니까.”

     “쳇.”

     멘테 경의 능글맞은 표정에 혹시나 몰라서 선제 차단을 했더니, 바로 혀를 차며 아쉬워한다.

     “모처럼 놀리는 맛이 생겼는데.”

     “전부 연기입니다.”

     “헛소리.”

     “진짜인데요.”

     “차라리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나라의 정의와 공정을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 그래?”

     “…차라리 욕을 하시죠.”

     졸지에 무능왕과 같은 취급을 받은 것에 울컥했지만, 뭐라고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스승을 잘못 모신 건가.”

     “아닌데? 나니까 이렇게 도련님이 몰래 나라 팔아먹는 거 입 싹 닫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지브롤터고 뭐고 바로 고발했을걸?”

     “…됐습니다.”

     나는 앞으로 나서며, 제 1관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열려라.’

     덜커덩.

     관문이 열린다.

     굳게 닫혀있어야 할, 제국 방향으로의 첫 번째 관문이 좌우로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안녕!”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왔어요!”

     “누가 엄마입니까.”

     “우리 딸의 엄마지!”

     검은 정장에 안경까지 쓴 에르윈 회장이 나타났다.

     “우리 아이랑 매일 밤 같은 침대에서 자면서 지켜주는 기사님이니까, 사실상 우리 그레이 도련님도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인 거고!”

     “예, 예. 물건이나 보여주시죠.”

     “너무하네, 정말. 혹시 세이레네에서 나를 못 봤다고 실망한 거야?”

     “황태자가 혼자 세이레네에 왔으니, 만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두 왕국의 사이가 좀 더 좋았다면, 제국의 사람들이 황태자 1명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배에서 내릴 수 있었다면.

     분명 에르윈 회장은 가장무도회에 참가했을 것이다.

     아마도 저-

     “안경은 왜 끼셨습니까?”

     가면 대신, 저 안경을 끼고.

     “눈도 좋으신 분이.”

     “예쁘잖아.”

     “안경 안 끼셔도 충분히 예쁘신데.”

     “아하하. 그런 이야기는 좋아하는 여자아이한테나 하세요, 지브롤터 도련님?”

     에르윈은 키득거리며 자신이 들고 온 검은 가방을 내게 내밀었다.

     “짜잔. 이게 바로 샘플이야. 지금 바로 확인해볼래?”

     “확인은 할 건데,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아, 응.”

     에르윈이 안으로 들어와 내 바로 앞에 서고, 나는 바로 지브롤터 협곡의 문을 닫았다.

     “정말 철두철미하구나?”

     “혹시 기자 중 한 명이 협곡 사진을 찍으러 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내가 진작 말을 했을걸? 아, 멘테 경!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이페리아 회장.”

     “아이 참. 에르윈이라고 해도 된다니까. 그레이. 물건 좀 보고 있을래? 나는 멘테 경에게 이야기 좀 듣고 싶어서.”

     “음….”

     원래라면, 멘테 경과 둘이 이야기를 나누게 놔뒀을 것이다.

     멘테 경도 화이트들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고, 아스타시아에 관해서도 알고 있으니까.

     즉, 멘테 경은-

     “오늘 아스타시아 황손녀가 그레이 지브롤터의 뺨에 뽀뽀를 했습니다.”

     “…….”

     “내기를 하나 했는데, 그걸 도련님이 이겨서요.”

     아스타시아의 생활에 대해 평소, 지금과 같이 에르윈 회장에게 정기적으로 생활을 전하고는 했다.

     “흐응. 뽀뽀라….”

     에르윈 회장이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봤고, 나는 묵묵히 검은색 철제 가방의 잠금장치를 열었다.

     “우리 딸이 벌써 찜해둔 걸까? 진심으로?”

     “저는 모릅니다.”

     “그레이 도련님. 우리 딸, 어떻게 생각해?”

     “어머님을 닮아서 정말이지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장래가 기대되는 미녀로서, 제국의…아니, 대륙에서 가장 예쁜 미녀가 되겠죠.”

     적당히 대답하며, 나는 가방 속 물건을 꺼냈다.

     “그보다-”

     “진짜? 그러면 결혼할 거야?”

     “…저희, 사업 이야기를 하려고 만난 거 아니었습니까?”

     “결혼 이야기도 사업인걸!”

     나는 가방 안에 있는 ‘샘플’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에르윈 회장은 이쪽 이야기가 더 관심이 있는 모양.

     “…필요하다면, 당사자의 허락을 받는다면,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결혼이 평화를 위한 상징이 된다면 못 할 것도 없죠.”

     “흐으음.”

     “결혼을 통해 두 집단이 합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싸우지 않고 친하게 지내기 위한 상징으로서의 의식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말이 많네.”

     에르윈이 상체를 숙이며,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래서 아스타시아가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

     “안 좋은 건 아닙니다.”

     “사랑해?”

     “무슨 말을 듣고 싶으신 겁니까?”

     “글쎄. 가장 지브롤터다운 이야기?”

     에르윈이 안경 너머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내가 제국의 수많은 남자를 둘러봤는데, 그중에서 그레이 도련님이 제일 괜찮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아스타시아의 방패로서 말입니까?”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마냥 사랑만 한다고 품기에는 리스크가 상당하군요.”

     “또 말을 돌리는 거야, 아니면 다 알면서 묻는 거야?”

     “액면 그대로의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나는 에르윈의 손을 잡은 뒤, 내 가슴을 향해 올렸다.

     “제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지십니까?”

     “언어로 직접 표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게 있단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녹음이라도 해서 황실에 전해주시겠습니까.”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그레이 지브롤터는 아스타시아 폰 테르시안 제국 황손녀에게 이성적인 관심이 있다, 라고.”

     그대로, 에르윈이 원하는 답을 내어놓았다.

     “흐으음….”

     “이거면 됐습니까?”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지만, 이렇게 말이라도 해주니 고맙네.”

     에르윈이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그냥 사람 속이는 데는 도사구나. 하지만 나는 속지 않는단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글쎄?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겠지? 네 말에 담긴 의미처럼 말이야.”

     “13살짜리 아이에게 말로 장난을 치니 좋으십니까?”

     “응. 좋아. 아아주. 아하핫.”

     답이 없다.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는 아예 힌트조차 주지 않으려는 걸까.

     “알겠습니다. 짐작 가는 바는 있지만, 조용히 하도록 하죠.”

     “짐작? 흐음, 무슨 의미일까?”

     “아이페리아 인더스트리의 자본 출처라거나?”

     에르윈의 눈이, 살짝 가라앉았다.

     “흐으음….”

     “제 말이 틀렸다면-”

     “으음, 아니야! 아마 네 생각이 맞을 거야. 맞겠지만, 그렇기에 더 비밀로 해야 할 거야.”

     에르윈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검지를 입술에 붙였다.

     “멘테 경도 모른 척 해주세요?”

     “…아니.”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멘테 경은 코웃음을 쳤다.

     “자기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를 하면서 비밀로 하라고 하면 누가 어떻게 알아듣습니까?”

     그 말에, 나는 잠시 머쓱해졌다.

     “그러니까, 그게….”

     “그레이 도련님? 정답이라면 볼에 뽀뽀해줄게요!”

     “…….”

     멘테 경이 입술을 씰룩거리고,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머. 역시 아줌마의 입맞춤은 싫다는 걸까나…?”

     “…아이페리아, 라는 단어는 제국어도 왕국어도 아니죠.”

     정답을, 맞추기는 애매하다.

     “멘테 경. 이런 단어, 주로 어디에서 나올 것 같습니까?”

     “내가 맞추면 회장님 볼 뽀뽀는 내가 받는 건데? 나야 모르지. 도련님이 말해봐.”

     “…가장 유사한 형태의 소리를 가진 언어를 살펴보면.”

     이건, 정답을 말하는 게 아니다.

     “역사서에 기록된 여러 엘프의 이름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에.”

     “하지만 엘프는 귀가 뾰족하고, 에르윈 회장님은 귀가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죠.”

     그냥 추측을 제멋대로 말하는 것뿐이다.

     “엘프 중 누군가가 500년 전에 제국에 땅이라도 사뒀겠죠. 이상입니다.”

     “500년은 아니긴 하지만.”

     에르윈 회장이 씩 웃더니.

     “반 정도는 맞췄으니, 상은 줘야겠지?”

     그대로 내 이마에 손을 올리며,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정령의 가호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히힛, 어때. 이러니까 좀 엘프 같았어?”

     “엘프를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번 생에서는.

     “하지만 전설 속 이야기를 떠올려본다면, 확실히 에르윈 회장님처럼 엘프들도 아름답겠죠.”

     “한마디를 허투루 하지 않는구나. 나중에 기업을 만든다면, 너는 제법 좋은 사업가가 될 거야.”

     “제법, 좋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 지브롤터는 이성보다 감정에 더 충실한데.”

     그런가.

     하긴.

     ‘내가 돈에 미친 놈이었으면 진작 황태자 지지했지.’

     돈을 벌려고만 한다면, 회귀 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

     심지어 현재와 연결되지도 않는, 사라진 시간선의 일.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면 모를까, 현재와 관계없는 과거를 오직 나의 기억 때문에 이 시대에 끄집어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말씀대로, 저는 지브롤터네요.”

     그게 안 된다.

     황태자를 직접 보고 와서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머리로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결국 가슴이 시키는 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은.”

     여전히, 황태자에게서 기억 속 황제의 그림자가 아른거렸으니까.

     * * *

     때때로, 강렬한 감정은 이성을 마비시킬 때가 있다.

     특히 사랑이 그렇다.

     어느 한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이성이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자꾸만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아버지.”

     “…그래.”

     지금,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이 물건이 그렇다.

     “3천 탈러에 팔렸습니다.”

     “…그러니까, 골드로 환산하면?”

     “대략 390만 골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사진첩이 그렇게 비싸게 팔렸다고?”

     “정가로 팔린 게 다시 사람 손을 거치고 거쳐서, 말이죠.”

     아버지는 검은 상자 안에 담겨있는 책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 그렇군.”

     ‘제국여성 11월 특별긴급편성호’라는 문구가 전면에 박힌 잡지의 정면에는 어느 한 남자가 흰 말을 타고 가는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고, 그 남자는 당연히 우리의 크림슨 지브롤터 경.

     “지브롤터 영지에 이렇게 백작을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첩자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 전략적 가치가 있는 사진으로서.”

     “아뇨.”

     “…그렇군. 이 재질, 양피지와는 완전히 다른 제국적인 냄새가 가득한 종이. 이 종이가 분명 그만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렷다. 하긴, 이렇게나 사진이라는 걸 정확하게 담는 걸 보면….”

     “아닌데요?”

     잡지가 비싼 건 종이가 비싸기 때문인 것도 아니고, 첩보적으로 유의미한 건 맞지만 그 돈을 주고 사들인 이는 제국 첩보부가 아니다.

     “그냥 아버지가 멋져서 잘 팔린 겁니다만.”

     “…….”

     “그리고 이 돈, 제국의 여자들이 웃돈 주고 사들인 겁니다. 정가는 50탈러네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제국의 잡지를 손에 들고 흔들었다.

     “나를 그냥 멀리서 찍은 사진을 모은 걸 이렇게 모아서 팔겠다고 내놓은 것이….”

     “완판되는 건 물론이고, 물량이 한정되어있는 바람에 정가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사실, 제국법으로 따져보면 이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서 있는 물건입니다.”

     제국에는 초상권이라는 개념이 있으나, 그 초상권은 ‘제국민’에 한정되어있다.

     “나중에 아버지가 제국의 사람이 된다면 이 잡지사를 멋대로 아버지 사진을 찍어 팔았다고 고소할 수도 있겠지만….”

     “에르윈 회장을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지.”

     “네.”

     잡지는 에르윈 회장, 아이페리아 산하의 유령회사가 찍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그렇게 비싸게 팔렸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아버지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잡지를 쥐고 흔들었다.

     “고작 내 모습이 찍힌, 그것도 몰래 찍은 걸 짧은 책자 형태로 엮어놓은 것이 아니더냐. 제국이 신문을 찍어내듯 대량으로 찍어낼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이걸 그 돈 주고 사는 건 좀.”

     “아버지는 아버지의 가치가 그 정도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아니다. 왕국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제국 사람들이 내 사진을 가지고 그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사들일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다.”

     아버지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심각한 표정으로 눈썹까지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혹시 저주를 걸려고 하는 게 아닐까? 사진이라는 걸 이용하여, 원거리에서 흑마법을 거는 거지. 원령을 이용해 사진 속 이 남자를 찾아가 괴롭히라고.”

     “그런 거 아닌데요.”

     “그러면?”

     “말 그대로, 잘생겨서 그러는 거라니까요?”

     “……제국인데?”

     “예.”

     나로서는,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국이 뭐 오크 제국인 것도 아니고, 제국에도 사람이 사는데 보는 눈은 똑같잖습니까.”

     잘생기고 예쁜 미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이게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팔지 않는다.”

     아버지가 정색하며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아카데미 시절, 네 어머니의 초상화가 비싸게 팔린 적이 있었지.”

     뭔가, 과거에 일화가 있었던 걸까.

     ‘이건 모르는 이야기인데.’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카데미 시절 이야기는 그냥 귀동냥으로만 들어, 이렇게 아버지에게 직접 듣는 건 회귀 전후를 통틀어 처음이다.

     “얼마에 팔렸습니까?”

     “모른다. 하지만 초상화를 그려준 미술 동아리 회장이 갑자기 가문의 빚을 전부 다 갚아버리고, 성 하나를 사들였던 건 기억하고 있다.”

     “…혹시.”

     “그래. 그 정도로 많은 돈을 낸 인간은 하나뿐이지.”

     “아버지요?”

     “…….”

     아버지가 나를 잠시 노려봤으나, 나는 아버지의 표정을 바로 읽어냈다.

     “아하. 사려고 했는데, 못 사신 거군요?”

     “…카르멘과의 공식행사 때문에, 지키지 못했을 뿐이야. 조금만 더 빨랐어도, 내가 살 수 있었어.”

     “그러면 그걸 사들인 사람은 당연히-”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

     역시나.

     “언젠가 녀석의 방을 습격한 적이 있었다. 내가 학생회 소속이었거든.”

     “그래도 되는 겁니까? 그때는 왕자였다고 하더라도.”

     “기숙사에서 풍기 문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서 찾아갔지. 녀석은…하아. 정말이지, 말도 하고 싶지 않구나.”

     “사진을 상대로 키스라도 퍼붓기라도 했나 보군요.”

     “……쓰읍.”

     뭔가.

     “쓰으읍.”

     그것보다 더한 느낌이긴 한데, 차마 더 깊이 이야기했다가는 아버지가 나를 대련장으로 부를 분위기다.

     대충 예상은 간다.

     백은을 빨고 꿈속에서 유린하는, 그런 걸 그림을 상대로 했겠지.

     “그런데, 아버지. 그러면 더 이해가 쉽겠군요. 아버지의 화보 말입니다만.”

     “제국의 여자들이 세인트 지오처럼 내 사진에다가 키스라도 한단 말이더냐?”

     “키스만 하면 다행이게요?”

     “허….”

     “아주 그냥 신처럼, 우상처럼 숭배하고 모실 겁니다.”

     “…….”

     크림슨 지브롤터의 우상화, 신격화.

     “성당에 많은 교인들이 헌금을 하듯, 이들은 아버지를 우상으로 여기며 많은 돈을 바칠 겁니다. 탈러화든, 아니면 지브롤터를 향한 지지든.”

     그리고, 종교화.

     “아버지. 저와 내기 하나 하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샘플용 잡지 하나를 꺼냈다.

     “이거. 카르멘 왕비가 얼마에 살지.”

     “…….”

     아버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500만?”

     “그렇다면.”

     나는 손으로 금화 모양을 만들었다.

     “그 차액만큼, 제가 용돈으로 먹겠습니다?”

     

     사흘 뒤.

     보육원에 익명의 기부자가, 약 천만 골드를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사랑합니다, 어머님-이 아니지. 기부 감사합니다. 뜻깊은 곳에 쓰겠습니다.”

     아버지가 연무장에서 비에 젖은 흰 셔츠를 입고 있는 사진을 잡지에 부록으로 끼워 넣었다는 건 아버지에게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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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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