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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브레스라고 봐야 할까.

         

        아니, 이건 파괴광선이다.

         

        일반적인 파괴광선도 아닌, 무려 개객데스빔이라는 이름의 광선.

         

        …왜 하필 이름이 이런 걸까.

         

        그런 건 일단 두고, 집중하자.

         

        콰가가가가가각!

         

        내 입에서 쏘아진 푸른 광선이 코카트리스를 향해 날아갔다.

         

        빗맞힐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 생각보다 범위가 넓었고 내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으니까.

         

        쩌어어어어어어어엉!

         

        엄청난 크기의 충격파가 발생했다.

         

        코카트리스는 저항하는가 싶더니,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힘을 한계까지 불어넣었다.

         

        어차피 지금 끝내지 못한다면, 다음이란 게 없었으니까.

         

        콰아아아아앙!

         

        광선의 끝부분에서 엄청난 크기의 폭발이 일어났다.

         

        주변에 있던 큰 나무들이 폭발에 휩쓸려 하나둘씩 스러졌다.

         

        쿠콰아아아아아앙!

         

        기침이 나올 정도로 광선을 토해냈다.

         

        쿠콰아아….

         

        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화력이었다.

         

        쿠구우우우….

         

        코카트리스는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형체가 어느 정도 유지된 것 만해도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저걸 정석적으로 때려잡으려 했다니.

         

        딱딱하게 굳은 몸이 조금씩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석화의 힘이 풀리고 있었다.

         

        놈을 쓰러트린 거다.

         

        석화가 풀리고 있으니, 놈을 해치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레벨 업이 되지 않는 거지?

         

        설마 놈의 대가리가 하나 더 있는 걸까?

         

        아니, 그럴 리는 없었다.

         

        머리가 열 개 더 있다고 해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방금 쏜 광선의 위력은 몸 전체를 분해할 만큼 강한 것이었으니까.

         

        코카트리스의 몸에는 여기서도 보일 만큼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대가리가 많더라도 심장에 구멍이 뚫렸으니 죽을 수밖에 없을 거다.

         

        상식적으로 이 상태에서 일어나는 건 불가능 한 일이다.

         

        게다가 석화도 풀리고 있지 않나.

         

        놈은 죽었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모든 정황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지만, 딱 한 가지가 예외를 말해주고 있었다.

         

        레벨 업이 되었다는 말이 나타나지 않았다.

         

        상태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만한 강적이 죽었다면, 분명 레벨이 올라가야 정상이다.

         

        코카트리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죽은 척 연기를 할 수 있는 단계는 한참 지났다.

         

        오싹한 기분이 든다.

         

        상태창이 고장이라도 난 걸까.

         

        그게 아니라면, 내가 모르는 모종의 힘으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내 본능이 당장이라도 놈의 사체에 달려가라고 외치고 있었다.

         

        용조수를 계속해서 박아 넣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석화가 풀리고 있을 뿐이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준은 아니었다.

         

        놈에게 달려갈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꾸구국….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다.

         

        매우 께름칙한 기분이다.

         

        그때였다.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끄르으윽….”

         

        분명 죽었어야 할 코카트리스의 입에서 검은 핏물이 흘러나왔다.

         

        가래가 끓는 듯한 불쾌한 소리.

         

        “감히….”

         

        고깃덩이로 변한 코카트리스가 비척거리면서 일어났다.

         

        일어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팔과 다리 전부 박살이 났고, 목 위에 달려 있어야 할 머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백번 양보해서 일어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머리가 없는데 대체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그리고 새나 닭의 울음소리만 흉내 낼 수 있던 코카트리스가 어떻게 인간의 말을 하는가.

         

        온몸이 오싹거린다.

         

        통제하고 싶지만, 몸이 덜덜 떨렸다.

         

        본능적인 공포가 내 몸을 장악했다.

         

        “내 권속을…. 죽이다니….”

         

        한 번 들은 적 있는 목소리였다.

         

        “다리 달린…. 뱀….”

         

        인간의 얼굴을 가진 새를 닮은 괴수.

         

        인면조, 새의 왕이었다.

         

        그가 직접 나타난 건 아니었다.

         

        그 커다란 덩치를 내가 못 볼 리가 없었다.

         

        놈은 코카트리스의 몸을 빌려 말하는 거다.

         

        발성기관이란 발성기관은 전부 짓이겨졌을 텐데.

         

        뚜드드득.

         

        코카트리스의 찢긴 몸에서 놈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나의 영토에서…. 내 권속을 죽이고…. 소란을 피우고….”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르르르….”

         

        이미 한참 전에 죽었어야 할 녀석을 인면조가 억지로 붙잡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본체가 아니라지만, 지금의 내가 저걸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죽었음에도 죽지 않게 만드는 건 이치를 벗어난 힘이었다.

         

        몸 상태가 좋을 때도 장담할 수 없는데, 모든 힘을 다 써버린 내가 대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네가 마음에 들었다.”

         

        놈의 기괴한 얼굴이 날 똑바로 바라봤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노라….”

         

        번쩍!

         

        기분 나쁜 보랏빛 아우라가 넘실거린다.

         

        난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인면조를 처음 만났을 때, 놈이 사용한 기술.

         

        일종의 세뇌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용은… 뱀인가, 새인가?”

         

        지난번에 했던 물음을 또다시 하는 새의 왕.

         

        몇 번을 물어봐도 내 대답은 바뀌지 않을 거다.

         

        으드득….

         

        어떻게든 저항하기 위해 이를 꽉 물었다.

         

        “그 몸 상태로 저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피슉.

         

        아까 얻은 부상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잘 생각하거라. 나의 권속이 된 네놈의 미래를….”

         

        내 정신에 무언가가 들어오는 불쾌한 기분.

         

        내 생각을 놈의 의도대로 바꿔버리는, 지독한 세뇌.

         

        “자유로운 날개가 달린 네 모습을 상상해 봐라…. 입으로 화염을 내뿜고,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모습을….”

         

        분한 일이지만, 놈의 말하고 있는 걸 누구도 잘 상상할 수 있었다.

         

        용린으로 감싼 몸에 날개가 자란다는 건, 단 하나를 의미했다.

         

        드래곤.

         

        놈의 힘을 받아들인다면, 드래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비어디드 드래곤이라던가, 그린 바실리스크와 같이 말장난을 치는 존재가 아닌 진짜 드래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화염을 내뿜는, 검은 비늘이 뒤덮은 드래곤.

         

        그걸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제아무리 고모도가 영물에 가까운 존재라지만, 드래곤에 비한다면 끗발이 달릴 거다.

         

        수많은 진화 과정을 스킵하고 단숨에 강해지는 거다.

         

        “네 욕망이 보이는구나…. 아닌 척하고 있지만, 너 역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다….”

         

        드래곤이 된다면 인간의 모습을 취할 수도 있을 거다.

         

        폴리모프라는 걸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모든 영물의 본능이지…. 자, 나의 힘만 받아들인다면 네가 상상하는 모든 걸 손에 넣을 수 있다…. 나의 것이 되어라…. 뱀을 죽이고, 새의 권속이 되어라….”

         

        처음에는 끔찍하게만 들리던 목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감미롭게 들렸다.

         

        저 말만 듣는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 같다는 기분.

         

        매번 목숨을 걸어가며, 삶을 위한 투쟁을 할 필요가 있을까?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그동안 고민했던 모든 문제가 사라지고 말 거다.

         

        “용은… 뱀인가, 새인가?”

         

        넘어갈쏘냐.

         

        “그르르르르….”

         

        낮고 흉포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놈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너의 저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번쩍!

         

        또다시 뿜어지는 섬광.

         

        “하나가 죽었으니 이제 부담도 덜 할 터.”

         

        정신이 몽롱해진다.

         

        한계에 다다랐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가 버티고 있는 건 기적과도 같았다.

         

        아주 조금의 압력이 추가된다면, 놈에게 넘어갈지도 모른다.

         

        “새의 왕을 섬기거라.”

         

        으드드드득.

         

        이를 꽉 문 순간이었다.

         

        화르르륵.

         

        비늘 하나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었다.

         

        비늘 중 하나가 금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스한 빛이었다.

         

        [뱀 여왕의 낙인이 발동합니다.]

       

       쩌어어어어엉!

         

        뿜어져 나오는 금빛 섬광.

         

        그와 동시에, 하얀 팔이 내 몸을 감쌌다.

         

        감촉이 느껴지진 않았다.

         

        허상.

         

        아니, 영체에 가까운 상태라고 봐야 할 거다.

         

        그러나 어쩐지 온기가 느껴졌다.

         

        약간은 서늘하다고 느낄 수 있는, 파충류 특유의 온기.

         

        고개를 들어 영체의 주인을 바라봤다.

         

        검은색 머리카락.

         

        금빛 눈.

         

        무미건조한 표정.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뱀 여왕의 영체가 싸늘한 눈빛으로 코카트리스를 쳐다봤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주변에 보이는 거대한 인면조의 영체를 직시했다.

         

        “선을 넘는구나, 새의 왕.”

        “네가… 어떻게?”

         

        놈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당혹감이 묻어져 있었다.

         

        “어찌 남의 것을 탐하려 하는가.”

         

        새의 왕과 뱀 여왕 모두 본체는 아니었다.

         

        하나는 죽은 괴조의 몸을 빌려 잠시 나타난 상태.

         

        하나는 원인 모를 힘으로 영체를 보낸 상태.

         

        그러나 느껴지는 기운은 내 전력을 한참이나 상회하는 것이었다.

         

        “네년의 권속이라도 되는 것이냐…. 감히, 내 영토에 들어오다니….”

         

        새의 왕이 분개하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둘이 충돌할 거 같은 살벌한 분위기였다.

         

        뱀 여왕은 그런 그의 반응에 코웃음을 쳤다.

         

        “권속이라, 그런 관계로 보인 건가. 우후훗. 그래. 네가 할 수 있는 생각은 그런 거뿐이지.”

        “…권속이 아니라는 것이냐? 그렇다면 어째서 내 영역에 발을 들이민 것이냐, 뱀 여왕.”

        “남의 것을 탐하려 하니, 내가 올 수밖에 없지 않나.”

        “네 권속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권속이 아닌 자를 위해 이곳에 온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진실을 말해라, 뱀 여왕. 저자는 대체 무엇이냐아아아!”

         

        밀림 전체가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뱀 여왕은 예쁜 얼굴을 잠시 찡그렸다.

         

        내 귀를 살짝 어루만진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댔다.

         

        “쉬이이잇.”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는, 나의 것이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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