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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71 – 결과발표>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교관이 말했다.

     

    “아직 시합은 끝나지 않았다. 전원이 완주하거나 기권한 뒤에 결과를 발표한다.”

    “에에에~”

    “너무해요~”

     

    학생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이미 결과가 뻔한 승부 아니냐고 생각했다.

     

    “모브 녀석, 너무 막장처럼 달려서 꼴찌는 이미 확정이잖아.”

    “어차피 3위는 라이브, 4위는 카네기겠지.”

     

    뒤처진 자들의 경쟁.

    큰 기대 없이 결과발표를 기다리는 학생들 사이에서 오크노디는 귀를 곤두세웠다.

    인식장애마법 때문에 코스 안의 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리만큼은 집중하면 흐릿하게 들린다.

     

    “…내라!”

    “……만 더…”

    “포기……마!”

     

    점점 커지는 응원소리.

    로프를 타고 내려와 마지막 코스를 달려온 3위.

    그 정체가 드러나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 *

     

     

    <제네거의 전술학> 강의를 듣는 3학년 선배들.

    1학년들의 각 조별 순위맞추기로 포인트를 건 후배토토에 심취했던 이들은 어느새 누구에게 포인트를 걸었는지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오크노디와 스콜라의 대결은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지만, 뒤처진 사람들의 대결은 그 이상으로 심장을 졸이게 만들었다.

     

    “2번 라인, 따라잡히지 마!”

    “포기하지 마, 4번 라인!”

     

    모브는 놀라운 집념으로 부상을 꾹 참고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상태를 고려하여 안전장치에 로프를 모두 동원한 등반이었지만 도리어 그 철저한 준비 덕분에 조금씩이지만 그는 위로 올라갔다.

    그에 비해 라이브는 객기를 부렸다가 오크노디에게 순식간에 따라잡히며 마음이 꺾인 이후, 좀처럼 속도를 내질 못했다.

    집중력이 풀리는 순간.

    사람은 마법이 풀린 것처럼 힘이 쭉 빠진다.

    라이브가 지금 처한 상태가 그러했다.

     

    “힘내라!”

    “조금만 더 힘내!”

    “포기하지 마!”

     

    응원이 이어져도 한 번 기세를 잃은 라이브는 끝내 모브에게도 뒤처졌다.

    안전장치로 올라온 모브는 같은 장치를 리프트에도 쓸 수 있음을 깨달았다.

     

    “으윽. 온 몸이 쑤셔 죽겠네.”

     

    과녁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 엄두도 못 냈다.

    완주를 목표로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다.

    리프트가 멈추고 덜컹 내던져진 몸이 철푸덕 착지했다.

    버튼을 눌러 벨트를 풀고 조끼를 벗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니 마지막 구간이 펼쳐졌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힘겹게 한쪽 다리를 절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모두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3위로 들어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도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오크노디. 1위 했어?”

    “모르겠어요. 꽤 아슬아슬했거든요.”

    “이제 발표할 거래.”

     

    성격 나쁜 즈앙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선선히 말을 건넸다.

     

    “너, 제법 근성 있네.”

    “으, 응? 나?”

    “말 더듬는 건 별로지만.”

    “윽.”

    “으캬캬! 이놈 완전 해적감인데? 해적은 모름지기 거친 파도와도 싸울 근성이 있어야지!”

    “트랙이랑 싸운 기억밖에 없는데요?”

    “해적은 그런 똘기도 중요해!”

     

    위험한 인간들한테만 점수를 딴 것이 어째 좀 불쌍해 보인다.

     

    “자. 잡담은 거기까지. 결과를 발표하겠다.”

     

    [학부생 : 스콜라] – 조 1위

    [달리기 : +20점(엘프의 질주력)]

    [장애물 : +19점(오크의 돌파력)]

    [정확도 : +18점(약간 아쉬운 연사)]

    [침착성 : +18점(약간 아쉬운 고도저항)]

    [테크닉 : +20점(신들린 테크닉)]

    [총 점 : +95점(교관보다 잘함)]

     

    [학부생 : 라이브]

    [완주실패, 순위권 외]

    [기권 – 제3코스 절벽등판실패]

     

    [학부생 : 카네기]

    [완주실패, 순위권 외]

    [기권 – 제1코스 수렁탈출실패]

     

    [학부생 : 모브] – 조 3위

    [달리기 : +8점(인상적인 맷집달리기)]

    [장애물 : -60점(다 때려 부수지 그러니?)]

    [정확도 : -20점(이거 궁술강의란다)]

    [침착성 : +12점(완주를 목표로 하는 강한 의지)]

    [테크닉 : -20점(오크의 테크닉)]

    [총 점 : -80점(유사인류, 숨 쉬는 원생동물)]

     

    [학부생 : 오크노디] – 조 2위

    [달리기 : +18점(역주행이 옥의 티)]

    [장애물 : +20점(오크의 돌파력)]

    [정확도 : +15점(표적은 잘 맞춤)]

    [침착성 : +20점(가디언의 침착성)]

    [테크닉 : +16점(대담한 테크닉)]

    [총 점 : +89점(교관보다 잘함2)]

     

    1위, 스콜라.

    2위, 오크노디.

    3위, 모브.

     

    아쉽게도 오크노디의 1위 달성은 실패했다.

     

    “미안해요, 모브.”

    “뭘 사과하고 그래? 성적표만 봐도 알겠네. 저 괴물을 상대로 얼마나 열심히 했을지.”

     

    모브는 만족했다.

    1위는 아니지만 모두가 그녀를 인정했다.

    오크노디의 진가를 다들 알아줬다.

    신궁의 후예.

    궁술로는 따라잡을 자가 없다던 독보적인 1위를 상대로 95점 대 89점.

    나름 아쉬운 승부, 볼만한 접전을 펼쳤다.

     

    “스콜라. 과연 신궁의 후예다운 실력이었다.”

    “감사합니다.”

    “오크노디. 너도 기대 이상이었다. 시합 도중에 역주행은 좀 깼지만.”

    “헤헤. 그렇게 칭찬하면 부끄러운데요.”

    “칭찬 아니다. 이 멍청아.”

     

    못마땅하게 오크노디를 흘겨보던 교관이 모브를 돌아보았다.

     

    “모브. 너 반항하냐?”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오크노디가 저한테 발이 묶여서 뒤처지지 않고 선두로 앞서나갈 수 있게 의지를 북돋고 싶었습니다.”

    “모브의 시험응시태도는 최악이었다. 코스이탈에 무더기감점, 앞에서 한 무리 때문에 뒤에 가서는 똑바로 뛰지도 못하는 부상자 신세. 실전에서 이런 부하가 있으면 민폐가 따로 없지.”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질타였다.

    그러나 교관은 그를 혼내기만 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둘보다는 훨씬 나았다. 네 주행은 오크노디의 의지를 북돋았고, 부상을 입은 몸으로도 훌륭히 완주에 성공했으니.”

    “가, 감사합니다!”

    “카네기. 수렁에 너무 오래 빠졌다.”

    “죄송합니다.”

    “라이브.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은 충분한 훈련을 마친 뒤에 해라.”

    “명심하겠습니다.”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시합은 끝났다.

     

    “다음 강의는 오늘 성적과 강점, 취약점을 토대로 개인별 눈높이 맞춤교육으로 진행한다.”

    “참고로 완주실패자와 마이너스 점수 대상자는 모두 보충대상이니 주말에 필히 참석하도록.”

    “그럼 해산!”

     

    흩어지는 학생들.

    그들의 뒤로 3학년들의 절규가 들렸다.

     

    “악! 3위 틀렸어!”

    “저 자식……. 주행은 멋졌지만 포인트를 터뜨렸어.”

    “인간적으로 이걸 어떻게 맞추냐고…….”

    “그래도 뭔가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았어?”

    “포인트는 잃었지만 뭔가 열정 같은 게 되살아난 기분이야.”

    “그래서 잃어버린 우리 점수는?”

    “……열정이 사라진 이유가 이거였군.”

    “알고 싶지 않은 것까지 깨달아버렸어…….

     

     

     

    * *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에서 조 2위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위로금으로 1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스콜라와 명승부를 펼쳤습니다.]

    [명품조연 보상으로 10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점수배점이 달린 시합 도중에도 동료를 아끼는 정신에 A그룹 학생들이 크게 감동합니다.]

    [소문을 들은 A그룹 학생들의 기본호감도가 일제히 상승합니다.]

     

    강의 이후, 학생들은 오크노디와 모브 주변에 잔뜩 모여들었다.

     

    “어떻게 한 거야?”

    “절벽타기 너무 잘하잖아.”

    “네 번째 코스는 어떻게 통과했어?”

    “발로 매달려서 활 쐈어요.”

    “와…… 그걸 다리 힘으로 버티면서 상체를 일으켜서 활을 쏴? 코어 힘이 장난 아니네.”

     

    같은 시험을 치렀던 학생들이 코스에서 힘들다 싶었던 구간을 질문했다.

     

    “그렇게 엄청 힘들진 않았어요! 전에도 해봤고.”

    “전에? 이런 걸? 어디서?”

    “앗. 그러니까 그게… 비, 비슷한 거요!”

     

    학생들의 시선이 의미심장해졌다.

    오크노디 암살교육설은 점점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도 용케 같이 뛸 생각을 했네. 역주행이라니.”

    “혼자 들어가는 건 많이 해봤거든요. 이번엔 둘이 들어가면 어떨까 싶었어요!”

    “전에 경쟁했던 친구들은 어떻게 됐어? 걔들도 오크노디만큼 강해?”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이다.

    아카데미 친구들이기는 하지만 그건 지난 회차들.

    엄밀히 따지자면 지난 회차에서 교류했던 이들을 다시 만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강한 사람도 있고 약한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만날 수 없어요.”

     

    학생들이 괜한 질문을 했던 학생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발로 툭툭 쳤다.

     

    “아… 미안. 그런 줄도 모르고 괜한 소릴 해서.”

    “괜찮아요. 지금은 여러분이 있잖아요?”

     

    회차 바뀌었잖아.

    그런 가벼운 말에 학생들의 감동이 더욱 커졌다.

     

    “디는 역시 착한아이였어요!”

     

    학생들 사이에서 아카디아가 나와서 와락 오크노디를 안아주었다.

     

    “이렇게 착한 아이가 사람을 때리고 다니거나 협박 같은 걸 할 리가 없잖아요.”

    “앞으로 디가 학생들을 협박하고 다닌다느니, 폭행을 사주했다느니 하는 엄한 소리를 하면서 음해하는 사람들은 이 아카디아가 용서하지 않겠어요!”

    ‘…소문이 도는 이유, 왠지 알 것 같은데.’

     

    오크노디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카디아의 무한한 신뢰가 담긴 시선을 외면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성?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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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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