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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똑똑.

     

    이른 아침부터 네르는 베르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

     

    돌아오지 않는 반응에 네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시보니 아침이라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새벽쯤이 아닐까.

     

    이장 녹스와 그의 딸, 카일라조차 잠들어 있는 순간이었다.

     

     

    네르는 돌아오지 않는 반응에 침을 삼켰다.

     

    미약하게 생기려는 조바심을 억누르며 다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반응.

     

    네르는 아직 베르그와 아르윈이 숙면을 취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고로 당연히 발을 돌려 제 방에 돌아가야했지만…몸이 말을 따르지 않았다.

     

     

    애초에 기상시간이기도 했다.

     

    의뢰를 해결하러 떠날 때 홍염단은 언제나 새벽부터 움직였다.

     

     

    도대체 어젯밤에 뭘했으면 이렇게까지 늦잠을 자는걸까.

     

    “…”

     

    그 생각에 네르의 입이 열린다.

     

    “…베르그, 들어갈게.”

     

    애초에 오늘 아침에는 해야만 하는 것도 있었다.

     

    베르그에게 기를 나누어주어야만 한다.

     

    그걸 위해 이렇게 일찍 일어났다.

     

     

    -끼이익…

     

     

    네르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조용한 숨소리가 울려온다.

     

     

    네르는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그녀의 두 눈이 어둠에서 노란 안광을 빛냈다.

     

    세로로 날카롭게 찢어진 동공이 베르그의 모습을 찾는다.

     

     

    이내 상의는 벗어던진 베르그가 눈에 들어왔다.

     

    편안하게 숨을 내쉬며 아르윈과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네르는 가만히 그들을 내려다보며, 둘 사이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재보았다.

     

    “…”

     

    그렇게까지 가깝게 붙어자고 있지는 않았다.

     

     

    그 사실에, 네르의 가슴에 얹혀있던 짐이 한순간 날아가는 듯 했다.

     

    “…하아…”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생각해보니, 딱히 지금 일어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기는 조금 더 이따가 나누어주어도 괜찮을 거다.

     

    어차피 베르그가 알아서 할 일이기도 했다.

     

     

    네르는 조심스럽게 발을 돌렸다.

     

    그리고는 제 방으로 되돌아갔다.

     

     

    ****

     

     

    “…베르그.”

     

    누군가가 나를 흔들며 깨운다.

     

    동시에 쿵쿵대는 소리가 울려온다.

     

     

    정신을 차려보자, 곁에서 아르윈이 내 팔을 잡고 흔들고 있었다.

     

    아르윈에게 시선을 던지니 그녀가 문을 가리킨다.

     

    문은 쿵쿵대는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쿵쿵.

     

    ‘부단장!’

     

    문 밖에서 바란의 목소리가 울려온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하품을 내쉬었다.

     

    어젯밤 아르윈과 오랜시간 대화를 나누느라 그리 긴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뒤늦게 잠에 든 아르윈이 악몽을 꾸는지 확인하느라 더욱 늦어진것도 있었다.

     

    나는 몸을 깨우며 문을 향해 걸어간다.

     

    “부단-”

     

    -끼이익…

     

     

    문을 열자 바란이 앞에 서 있었다.

     

    “…일어났어.”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바란 뒤에는 네르가 나를 응시하고 있다.

     

     

    바란은 늦잠을 자버린 나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뭔가 머릿속으로 이유를 짐작하는 듯 했다.

     

    나는 그가 알아서 망상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바란이 말한다.

     

    “…준비하세요. 이제는 의뢰 완수하러 가야죠. 애들도 다들 식사중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몸 좀 풀고 있을테니, 식사하시고 준비되면 말씀하세요. 늦었으니 서두르면 더 좋고.”

     

    “그래. 알았다.”

     

     

    나는 침상에 앉아있는 아르윈을 배려하여 문을 닫으려 했다.

     

    “아…”

     

    하지만 그 순간 바란 뒤에 있던 네르가 신음을 흘렸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네르에게 고갯짓을 했다.

     

    이내 네르는 꼬리를 흔들며 잰걸음으로 문의 틈을 통과했다.

     

     

    바란이 다시 인사한다.

     

    “…먼저 가 있겠습니다.”

     

    “그래.”

     

     

    -쿵.

     

     

    문이 다시 닫힌다.

     

    나는 돌아서서 나의 두 아내를 바라보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네르가 아르윈에게 인사했다.

     

    “응. 좋은 아침이야.”

     

    아르윈도 네르의 인사를 받았다.

     

     

    그 뒤, 네르는 곧장 나를 바라보았다.

     

    망설임 없이 그녀가 말한다.

     

    “베르그. 오늘도 주술을 걸어주는게 좋겠지? 그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잠시 눈을 굴리다 물었다.

     

    지난번 의식 이후, 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몸에 부담가지 않아? 사실 오늘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아서 넘어가도-”

     

    “-사이가 좋아보일수록 좋다고 하지 않았…어?”

     

    네르가 나의 말을 끊으며 지적했다.

     

     

    “…난 안해도 상관없는데, 받지 않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까지 말해주는데 받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럼 부탁할게.”

     

    내가 말했다.

     

    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근차근 진행되는 일에 의문을 품은 아르윈이 곁에서 물었다.

     

    “주술이요?”

     

    나는 그녀를 위해 설명했다.

     

    “네르가 걸어줄 수 있는 주술이 있어. 받으면 몸에 활기가 돌고. 저번 셀레브리엔 영지의 토벌전에도 받았었던 거야.”

     

    “근데 그 주술이랑 사이 좋아보이는 거랑은 무슨 상관이죠?”

     

    “주술 자체가 부부끼리만 행하는 거거든.”

     

    “아.”

     

    아르윈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던 중, 네르가 말한다.

     

     

    “아, 아르윈님?”

     

    “…응?”

     

    “…”

     

     

    네르가 잠시 다음말을 망설였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했다.

     

     

    “…이 주술은 단 둘이 해야만해서요. 저, 전통이에요.”

     

     

    네르가 아르윈의 눈치를 살폈다.

     

    아르윈도 나와 네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네르의 의도를 확인하려는 듯 그녀가 묻는다.

     

    “…잠시 나가달라는 걸까?”

     

    네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아르윈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 한 표정.

    하지만 끝내 그녀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렇구나. 알았어. 잠시 나가 있을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아르윈을 보며 말했다.

     

    “끝나면 식사하러 갈꺼니까 준비하고 있어. 여차하면 밖에서 바람 좀 쐬고 있던지.”

     

    “네. 알았어요, 베르그.”

     

     

    아르윈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떠났다.

     

    쿵.

     

    문이 닫힌다.

     

     

    “….하아…”

     

    긴 숨을 들이쉬었던 네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조금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가 물어온다.

     

     

    “오늘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늦잠을 잔거야? 평소와는 다르게.”

     

    나는 흉터진 뺨을 긁적이며 답했다.

     

    “어제 아르윈이랑 늦게까지 이야기를 했거든.”

     

     

    네르가 우뚝 굳으며 물었다.

     

    “…….왜?”

     

    “왜냐니. 부부잖아.”

     

     

    부부사이에 대화하는게 무엇이 이상하다고 이런걸 묻는걸까.

     

    아무리 일반적인 부부와는 다르다지만, 부부는 부부다.

     

    그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었다.

     

     

    네르는 내 의문에 질문을 정정했다.

     

    “…그게 아니라 오늘 싸우러 나가는데…평소 같으면 더 일찍 잠들지 않나해서.”

     

    “…”

     

    어젯밤 아르윈이 악몽을 꾸었다는 사실을 말해도 괜찮은걸까…싶었지만, 사실 아르윈이 힘들어했다는 사실은 네르도 아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아내인 네르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싶지도 않아 내가 목소리를 낮추고 간단히 말했다.

     

    “…아르윈이 악몽을 꿨어.”

     

    “…”

     

    “그래서 그랬어.”

     

     

    나는 침대에 착석했다.

     

    네르도 자연스레 내 뒤로 다가왔다.

     

    “…그랬구나.”

     

    그녀가 말한다. 더욱 차가워진 것 같은 목소리.

     

    “…졸리겠네, 그럼.”

     

     

    그 말에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내 네르의 손이 부드럽게 내 등에 닿았다.

     

    “시작할게 베르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르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이전에 보았던 주황빛 불빛이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언제보더라도 신기한 것들이었다.

     

     

    그 주황빛 불빛들은 이내 내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피곤했던 몸이 깨어가며 정신이 맑아진다.

     

    정말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 힘을 받아들이며 나는 눈을 감았다.

     

    등에 얹어진 네르의 작은 손에 집중한다.

     

     

    묘하게 꿈틀거리던 그 손은 이내 내 몸에서 떨어져나간다.

     

     

    “…끝났어?”

     

    이전보다 빨리 끝난 의식에 의아해하던 중, 내 어깨 뒤에서 두 팔이 뻗어나왔다.

     

     

    -폭.

     

     

    그 두 팔은 부드럽게 나의 목을 껴안았다.

     

    네르의 상체가 나의 등에 닿는다.

     

     

    그녀는 나를 안았다.

     

     

    네르가 왜 이러나 싶어 당황하는 사이, 귀에 그녀가 속삭인다.

     

     

    “…졸리다면서. 이래야 더 효과적이야.”

     

    “뭐?”

     

    “…부부끼리만 행하는 주술이라 했잖아.”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다시 주술을 외우기 시작한다.

     

    확실하게 그 이후로 몸에 들어차는 힘이 달랐다.

     

    주술이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니 그녀의 중얼거림이 끝난다.

     

    네르의 식은땀이 내 맨 상체를 타고 흘러내린다.

     

     

    진이 빠진 듯한 네르는 숨을 몰아쉬며 내 등에 매달렸다.

     

    고개를 슬쩍 돌려보자 그녀와 볼을 비비게 되었다.

     

    “…읏…”

     

    그 감촉에 그녀가 또 신음한다.

     

    네르가 중얼거렸다.

     

     

    “…조금만 쉴게 베르그.”

     

     

    나는 피식 웃었다.

     

     

    “…이렇게까지 힘들어할거면 넘어갈걸 그랬다.”

     

    “…”

     

    네르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내 목에 팔을 두른채 얕은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네르가 몸을 움찔 떨었다.

     

    “고마워.”

     

    내가 말했다.

     

    “…”

     

    네르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

     

     

    아르윈은 전날의 편안한 숙면을 되뇌고 있었다.

     

     

    아무리 다르게 표현하려 해도 사실은 하나였다.

     

    베르그가 자신을 악몽에서 빼내어주었다.

     

    “…”

     

    이것조차 지켜주겠다고 말한 것의 일환일까.

     

    최근 그의 곁에 머물며, 아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외려 편안하기만 했다.

     

    이런 안정감이 두려울만큼.

     

    평생을 불안해하며 살았던 그녀에게 이러한 감정은 어색할 뿐이었다.

     

     

    “…하.”

     

    아르윈은 한숨을 내쉬며 베르그와 자신의 침실을 바라보았다.

     

    네르가 들어간지 시간이 꽤나 지난 것 같은데 둘은 나오지 않았다.

     

     

    어젯밤의 대화가 자꾸 아른거려 가슴이 묘하게 답답했다.

     

    볼을 잡아주던 그의 곧은 손길이 아직도 뺨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주술은 대체 얼마나 더 오래 걸리는걸까.

     

     

    -끼이익…

     

    고개를 숙이고 있던 중, 문이 열린다.

     

    아르윈은 동요하지 않은척 자리에 굳은채 앉아있었다.

     

    “아르윈, 기다리고 있었어? 바람 좀 쐬고 있으라니까.”

     

     

    마찬가지로 기다렸던 베르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르윈은 고혹적으로 고개를 들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는 일순간 굳었다.

     

    네르가 베르그의 등에 업힌채 늘어져 있었으니.

     

    “…왜…”

     

    아르윈이 그에 대해 묻자, 베르그가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

     

    그의 눈길에서 네르를 귀여워하는게 느껴졌다.

     

     

    “주술 때문에 진이 빠져서 그래.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베르그가 말하며 네르를 업은채 걸음을 옮겼다.

     

    “…”

     

    아르윈은 본인이 현재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의 눈이 네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만 확실했다.

     

     

    베르그가 그녀의 곁을 지나가자, 늘어져있던 네르가 고개를 들었다.

     

    슬며시 든 고개 틈새로 네르의 눈이 아르윈을 찾았다.

     

    늘어진 몸과 달리 날카롭게 느껴지는 눈빛.

     

     

    둘은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

     

    “…”

     

    하지만 이내, 네르가 베르그의 어깨에 다시 눈을 묻었다.

     

    아르윈은 눈을 깜빡이며 떠나가는 네르와 베르그를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작가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사실 만두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Choyu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따라와주세요!

    아이디54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쉬지 않고 써왔습니다ㅋㅋ 후원 감사드립니다.

    고스턴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매일 열심히 힘내고 있어요!

    비공개023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ㅎㅎ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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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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